2007 년 9 월 23 일 ~ 27 일 ( 일요일 ~ 목요일 ) 까지 대체적으로 맑음
" 이번 추석엔 풀나라에 놀러가서 잣도 따고 밤도 줍고 머루랑 다래랑 함께 놀기로 하자. "
추석날 아침부터 서둘렀는데도 농가의 아침은 동물들 먹이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펴서 말리는 일도 한참이 걸리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기 위해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오전이 금새 지나가 버린다.
톡톡 익어 터지는 밤송이 생각에 바삐 가는데 반가운 이를 만났다.
모든 인연은 때가 되면 만나게 되는 법이다.
풀나라에서 바라보는 시원한 전경이다.
오랜만에 반가운 이를 만나서 큰일을 당한 허전함을 위로하며
마음의 얘기들을 나누며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들을 파아란 하늘에 씻어 보았다.
이만한 나무가 되기까지 몇년이 걸렸을까 ?
밤꽃의 향기속에 온나무 가득 밤송이를 안기며 가을의 풍요를 지켜간다.
조물주의 변함없는 솜씨는 여전히 신비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우거진 덤불속을 헤치고 알뜰히 밤을 주우며 가을의 풍요를 만끽한다.
눈으로 마음으로 먼저 기쁘다.
추석에 하는 놀이 중에 밤줍기 놀이도 여간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풀나라엔 크나큰 밤나무가 세 그루가 있는데 일찍 터지는 밤나무 밑을
덤불을 헤치고 가까이 가보니 이미 멧돼지 가족들이 추석잔치를 하고난 다음이다.
동물들이 먹으면 얼마나 먹겠나 싶겠지만 멧돼지들이 휩쓸고간 자리엔
빈 껍질뿐 남아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세상에 그 큰 나무 한그루의 밤을 멧돼지에게 몽땅 뺏기고 우리가 한발 늦었음을 한탄하며
다시 중간에 있는 이제 익어 터지는 밤나무 밑을 서둘러 털기로 하고 정리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 한창 툭툭 익어 터지는데 이마저 게을리 하면 다시 멧돼지 차지가 될것이다.
20 m 가 넘는 잣나무들도 꼭대기까지 올라가 잣을 따는 풀천지의 다람쥐 역할을 하는
재홍이가 밤나무 위에 올라가 장대로 밤을 터는 모습이다.
풀천지를 둘러본 모든 손님들은 한결같이 참으로 손발이 잘 맞는 환상적인 팀웤이라며
날마다 자연에 저절로 익어가는 풀천지 가족을 부러워한다.
큰애는 부지런히 밤이 떨어지는 자리를 치우고
엄마는 나무에 올라간 작은애에게 밤을 털 위치를 알으켜 주고
아빠는 둘째를 대신하여 사진을 찍는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우리 땅에서 무엇도 부럽지 않은 행복을 따는 즐거운 놀이이다.
터지는 가을을 신나게 수확하였다.
파란 밤송이들을 그냥 놔두고 싶지만 터지는 밤들을 털다보니 함께 떨어졌다.
까치밥을 남겨두는 조상들의 후덕함을 배우고 싶지만
야생의 포식자 멧돼지의 식성앞엔 참으로 힘든 일이다.
밤송이 가시에 찔려 보았는가 ?
팔에 살짝 떨어졌는데도 무수한 가시가 박히더니 가시를 뽑아낸 자리에 잠시후에
두드러기가 일어날 정도로 대단하였다.
밤은 왜 밤가시 안에 숨어 있을까 ?
밤가시 안에서 나오자 마자 바로 또 벌레들이 먹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면 밤은 어쩌면 인간들의 몫이 아닌 짐승과 벌레들의 몫이 아닐까 싶다.
우리들은 터지는 가을을 쓸어담으며 풍요로운 행복에 젖어가지만
먹이를 잃은 짐승들의 슬픔은 자꾸만 길을 잃어 간다.
온산을 송두리째 없애고 아파트를 만들고
온 들녘을 가로질러 콘크리트 도로를 만들고
먹이를 찾아 헤매는 짐승들의 슬픔을 한번도 돌아보지 못하는
우리는 참으로 모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
풀나라에 심어둔 들깨들이 잘 자라주어 노랗게 삭아가고 있다.
내일이나 모레쯤 삭힐 들깻잎을 뜯으러 가야겠다.
머루랑 다래랑 함께 놀아주지도 못하고 밤만 줍다가 저녁이 되었다.
농부에게 일 끝내고 돌아가는 시간만큼 행복한 순간이 또 어디 있으랴...
" 아빠 ! 추석 보름달이 일찍 떴네요 ~ "
고개를 들어보니 동녘 하늘에 두둥실 달이 걸려있다.
" 우리도 소원을 빌기로 하자. "
입밖에 내지 않은 조용한 바램이 전신에 퍼진다.
가장 큰 소원은 가족의 건강이다.
그 다음 소원은 착하고 이쁜 새식구를 맞아들이는 일이다.
그래서 이쁜 손주라도 낳게 되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멋있는 영화도 보지 못하고 재미있는 게임도 하지 못하고 놀이공원도 가지 못했지만
터지는 가을을 한아름 담고 추석 보름달을 가슴에 안으며 풀천지의 추석은
풀나라의 가을밤을 소박한 행복으로 감싸주었다.
이런 풀천지 가족들에게 달나라에 사는 토끼들이 반가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추석은 선선한 가을밤에 신비로운 자연과 아름답게 만나는 일이다.
풀천지 앞산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추석맞이 잣을 따다가 둘째가 엄청 큰 칡덩굴을 발견하더니
형아를 데리고 50 kg 가 넘는 크나큰 칡을 캐왔다.
또 멧돼지가 좋아하는 칡을 캐게 되었지만 몸에 좋은 칡을 바라보니 흐뭇함이 앞선다...^^
아내는 속으로 좋으면서도 또 일거리를 만들어왔다고 행복한 투정을 하더니
큰애가 애를 쓰고 토막낸 칡들을 물로 깨끗이 손질하고 있다.
몸에 좋은 칡 효소를 만들어 필요한 분들과 나누게 될것이다.
바쁜철에 잘게 잘게 만드느라 온밤을 꼬박 새우게 되었지만
말린 칡도 만들어 두면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병이 하나 없는 깨끗한 풀천지 고추는 이제 한창이다.
여기저기 해마다 거르지 않는 고추병 때문에 고추철이 끝나가는데
아직도 쌩쌩한 풀천지 고추들은 일찍 찾아올 서리만 걱정하면된다.
천궁이라는 약초의 꽃이 활짝 피었다.
우리는 꽃을 좋아하지만 대부분의 꽃을 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 아름다울 수 밖에 없음은 활짝 피었다 미련없이 지는
꽃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추석이 지나고 보내줄 밀가루를 만들기 위해 밀을 깨끗이 일어 놓았다.
올해는 유난히 바구미 먹은것들이 많아 밀과 고생한걸 생각하면 물위에 둥둥 뜨는 밀들을 보고
서운함도 클터인데 미련없이 전부 닭먹이로 주어버린다.
바구미 먹은 것들을 함께 밀가루로 빻게 되면 거칠게 된다며 믿어주는 손님들을 생각하여
절대로 그럴 수 없다며 착하고 이쁜 고집을 부리는 풀천지 아내의 고집은
풀천지보다 강하다.
이렇게 풀천지의 추석은 온전한 우리 삶속에 알알이 녹아
한가족이 서로 충만한 하루의 행복으로 터져가는 날들이었다.
첫댓글 그저 감동의 연속입니다. 참 고요한빛과 함께 입밖에 내지 않는 조용한 바램이 한 모습을 이루는군요
잎새바람님의 건강의 소원을 꼬옥 이루시길 바랍니다.
^_________^ ....항상 대리만족 가득가슴에 담아갑니다
늘 고우신 마음 놓고가시어 고마워요...^^
터지는 가을...풍성한 가을 걷이를 기대해 봅니다.
수봉님의 가을도 풍성 하시길 기대합니다...^^
택배 잘 받았습니다. 울신랑도 이제 풀천지에서 온것이라면 아주 귀하게 여긴답니다. 잘 먹을께요.. 고맙습니다..^^
풀천지 농산물을 이리 아껴주시니 무엇보다 반갑고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믿어주시는 기대에 추호도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향기나님의 가정에 건강한 삶의 행복이 충만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