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대-한국인-월요일 3-4교시(112)-0301-20018144-박승린

[whitesox78]

·영화 '죽어도 좋아' 와 성의 권력에 관하여

한 편의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쓴다는 것이 쉽다는 생각만 해왔던 나로서는 이번 과제도 그다지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번 학기 중간고사 전에 '영상예술의 이해' 라는 과목을 통해서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제출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과제도 저번에 감상문을 썼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면 되겠지 라고 다소 느긋하게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과제물을 작성하려고 해 보니까 그게 아니었다. 그냥 나의 느낌을 토대로 해서 감상문을 작성하는 것과, 정해진 주제에 맞춰서 감상문을 작성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순간적으로 나는 고민에 빠졌다. 교수님께서 제시해 주신 8개의 주제 중에서 어떤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해서 잠시 생각하게 되었다. 고심 끝에, 아무래도 외국영화보다는 우리 나라 영화를 보는 것이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비디오 대여점에서 '나쁜 남자', '오아시스', '죽어도 좋아' 라는 세 편의 비디오를 가지고 어떤 영화가 더 나을 지에 대해서 살펴보게 되었다. 세 편 모두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 내용이었지만, 노인들의 성 문제를 다룬 '죽어도 좋아' 라는 영화가 나의 궁금증을 유발하였다. 이제 주제 선정작업은 끝났고, 내가 심사 숙고 끝에 결정한 주제니까 열심히 과제물을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영화 '죽어도 좋아'와 성의 권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 영화를 통해서 내가 생각했던 것에 대하여 서술하고자 한다.
이 영화의 첫 번째 장면에는 남자 주인공인 박 치규 할아버지의 외로운 일상생활이 비춰진다. 아마도 현재 우리 나라에는 이러한 노인들이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공원에 간 박 치규 할아버지는 여자 주인공인 이 순례 할머니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박 치규 할아버지와 이 순례 할머니는 서로에게 첫 눈에 반해버리고, 이렇게 두 노인의 연애는 시작된다. 사람들은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 는 말을 흔히 사용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국경뿐만 아니라 나이도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장면이었다. 이 영화의 도입 부분은 이렇게 구성되면서 앞으로 있게 될 두 노인의 사랑을 암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영화의 특징 중의 하나는 영화의 도입 부분을 제외하고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첫 번째 이야기는 '문명의 학문을 닦다' 라는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영화의 도입부분에서 본 것과 같이 운명적으로 만난 두 노인은 바로 동거에 들어간다. 이 순례 할머니(이제부터는 할머니라고 표현하겠다.)는 장구 한 채, 작은 옷 보따리 하나만을 가지고 박 치규 할아버지(이제부터는 할아버지라고 표현하겠다.)의 집으로 들어간다. 할머니가 집에 들어가자마자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장구를 배운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같이 샤워를 하고 서로 애정 행각을 벌이게 된다. 노인들의 섹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노인들의 성 문제를 다룬 내용이라는 사실에 관심을 가지고 이 주제를 선정하게 되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실제 정사장면이 삽입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가히 충격적이었다. '노인들도 성행위를 할 수 있구나!' 나는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함과 동시에 이 영화에 대해서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이 영화의 두 번째 이야기는 '청춘가' 의 구절인 '청춘 홍안에 소년 몸 되다' 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어느 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노래자랑에 출연해서 우수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우수상으로 받은 아이스박스를 가지고 , 집으로 돌아와서는 대낮부터 또 다시 애정 행각을 벌이게 된다. 마치 결혼한 지 얼마 안된 신혼부부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그러다가 냉수 한 그릇을 떠놓고, 결혼식을 올리게 되고, 외출해서 서로 결혼 예복을 입고 사진 촬영을 한다. 나는 이 장면을 통해서 '동거' 라는 개념이 젊은 세대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노인 커플의 결혼 방식이 나의 고정관념(ex. 노인은 결혼을 하더라도 점잖게 정식으로 할 것이다.)을 깨는 것이어서 나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이 영화의 세 번째 이야기는 '청춘가' 의 구절인 '백년을 사자고 백년 초를 심다.' 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할아버지에게 잠시 나갔다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할머니는 집을 나간다. 밤늦도록 오지 않는 할머니를 할아버지는 찾아 나서게 되고 결국 할머니를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만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할아버지는 많이 토라져 있었고, 두 노인의 대화는 결국 부부싸움으로 까지 번지게 된다. 다음 날 할머니는 열이 많이 나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된다. 아마도 그 전날 외출에 따른 후유증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때부터 할아버지의 할머니에 대한 지고 지순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이어진다. 할머니를 위해서 약방에서 약을 사오고, 빨래를 한다. 그리고 시장에서 사 온 씨암탉을 잡아서 할머니를 위한 밥상을 차리고,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정성에 감격하게 된다.
이 영화의 마지막 이야기는 '청춘가' 의 구절인 '무정 세월아 가지를 말아라.' 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더운 여름에도 두 노인의 애정 행각은 계속된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성행위를 했던 날에는 달력에 표시를 한다. 성행위 후에 두 사람은 장구의 장단에 맞추어서 '청춘가' 를 부름과 동시에 이 영화는 대 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제부터는 '죽어도 좋아' 와 '성의 권력'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서술하고자 한다. 이 영화의 제목이 왜 '죽어도 좋아' 일까? 내 생각에는 비록 인생의 황혼기에 만난 두 노인이지만, 정말 서로 진정한 사랑을 해 봤으니까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이 영화의 감독이 의도했던 바나 영화의 주인공들이 생각했던 것 까지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는 속담이 이래서 생겨난 것이구나.' 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왜 김 치완 교수님께서는 영화 '죽어도 좋아' 와 '성의 권력'을 연관시켜서 생각하라고 하셨을까? 나는 영화를 보면서 계속 생각에 빠졌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듯이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이 영화가 왜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을까? 이 사실에 초점을 맞추면서 영화에 대한 분석을 해 보니 '성의 권력' 이라는 의미에 대해서 조금씩 깨우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가 사회적인 논란이 된 것은 바로 노인들의 성생활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데 있다. 왜? 바로 노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 때문이다. 만약 영화에 비치는 성행위의 대상이 노인이 아닌 젊은 신혼부부였다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사회적인 논란거리는커녕 그냥 사람들의 눈요깃감 정도로 느껴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단지 노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성행위에 제약을 받아야 하는가? 예측하건데, 우리 나라의 성문화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발전하였다는 사실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만을 놓고 본다면 젊은 층은 성에 관해서는 권력 계층이고, 노년 층은 빈곤 계층일 것이다. 그렇다면, 노인들은 성생활에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에 빈곤 계층이 된 것인가? 최소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부터가 '죽어도 좋아' 라는 한편의 영화를 보기 전에는 노인들끼리 성생활을 한다면 비뚤어진 시각으로 보았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노인의 성생활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바로 잡기에 충분했다. 노인들! 그들도 젊은 층과 마찬가지로 이성과 본능을 가지고 있는 인간일 것이다. 이것은 곧 '사랑' 이라는 단어가 젊은 층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영화 속의 두 노인은 오직 젊은 층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듯이 여겨지던 '성' 이라는 단어를 노년층으로까지 확대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물론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다 늙어빠진 노인들이 주책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두 노인의 사랑은 이러한 비판까지도 잠재울 수 있을 만큼 고귀하고 순수한 그 무엇인가를 내포하고 있다. 그 동안 '성' 의 가장자리에 머물러 있었던 노인들에게 희망을 안겨 줌과 동시에, 젊은 층만의 특권처럼 여겨지던 성의 권력을 노년층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 것이다.
지금까지 영화 '죽어도 좋아' 를 보고 난 후의 느낌과 줄거리를 성의 권력이라는 주제에 맞추어서 서술하였다. 이젠 더 이상 노인들의 성생활이 사회적인 통념에 가로막혀서 제약을 받는 경우가 없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게 된 나 자신부터가 노인들의 성생활을 부정적으로만 보았던 사실을 반성한다. 그리고 나는 이제부터라도 성 문제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고정 관념에 얽매여서 소외 받고 있는 계층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면서, 이 글에 대한 전체적인 끝맺음을 하고자 한다.

[1man4U™]

국가나 사회에서 노인들의 성생활을 규제한 것은 아니지만, 그걸 드러내놓고 말하는 것이 다소 금기사항이었다는 것은 맞는 거겠죠. 상당히 아부를 많이 한 내용인데, 재밌게 잘 보았어요.

[1man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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