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퇴근하다가 길옆에 앉아 계신 어머니 두 분을 만났습니다. 호기심을 담은 젊은 놈의 질문에 헛말 없이 받아 주시는 두 분의 어머니가 좋아 카메라를 꺼내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는다는 한소리에 다듬어도 만져도 소용없을(!) 머리와 옷에 긴장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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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옆에서 마늘을 다듬고 계시는 할머니 ©송종대 | 카메라에 담기는 일이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닐 터인데, 길옆에서 예초기로 풀을 깍는 할아버지를 가르키며자기 영감도 한판 박아 달라고 부탁을 하시길래 두 판 박아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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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초기로 길 옆 풀을 깍는 할아버지 ©송종대 | 손톱이 무디게 갈라지고 등허리가 굽고 머리카락을 빠지게 한 지난 세월 농사의 아픔이 지독한지 자식만은 촌에 살지 않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은 한결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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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문을 굵은 마디로 바꾸신 우리의 어머니 ©송종대 | 자식과 같이 지내기보다는 고생을 시키지 않을려는 어머니의 바램은 농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깔끔하게 벌초 된 산소들은 길을 걷는 저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였습니다.
고개를 넘고 들길을 걸으며 ‘흙에 살리라’ 노래를 얼마나 불렀는지 모릅니다. 어느 집 앞 빈터, 털고 난 참깨나무(?) 마저도 거름으로 만들려는 농부의 여유를 보며‘풀이 죽어 거름이 되고 거름이 죽어 풀이 되는’ 버림 없는 역할과 쓰임을 보며 인간이 어떤 삶을 살아야 될지를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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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를 거름으로 만드는 요술더미 ©송종대 | 풀냄새 가득한 들판을 혼자 걸을 수 없어 집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현장을 중계 해 주기도 했습니다. 길을 걸으며 농촌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나의 계획에 더욱 힘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막연한 계획을 하나 둘 만들어 보았습니다. 내년이면 집 짓는 일을 배우고.... "시인은 밭을 매는 농부를 보고 평화와 안식을 느낄지 모르지만, 그 농부는 단지 허리의 통증을 참아가며 해가 지기를 기다릴 뿐"이라는 어느 귀농인의 글처럼 농사를 짓는 일이 두렵기도 합니다. 그리나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고생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기쁨이 있을 것입니다. 아직 이리 재고 저리 재는 저울질 단계이지만 현재 저는 농촌에 살고 있습니다.그렇다면 50%는 진행이 된 것 같습니다.집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1시간 30분을 걸어 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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