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우저어지주 저어지시에 자리잡고 있는 서경석의 집 거실과 뉴우저어지주 러드포오드에 임시 설치된 미 평화봉사단 한국어 교육단 사무실.
<때>
1970년 1월 하순경
제 1 장 화요일 밤 8시
제 2 장 수요일 밤 9시
제 3 장 목요일 밤 10시
제 4 장 금요일 밤 11시
제 5 장 토요일 밤 12시
제 6 장 일요일 새벽 3시
제 7 장 월요일 아침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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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이 연극에는 뮤지컬 플레이의 요소가 많이 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사의 운문성을 더욱
실감나게 하는 노래와 靜的인 행동을 動的으로 만드는 무용적 요소가 바로 그것이다. 각 場이 바뀔 때마다 막 대신 사용되는 음악은 합창뿐만이 아니라 연극에 나오는 인물들도 경우에 따라 부르게 되며, 특히 무용은 모든 등장인물도 경우에게 요구됨을 밝혀둔다. 그리고 각 장의 노래 가사는 신약성서 누가복음 20장 20절부터 26절까지의 성경구절을 나누어 붙였으며, 그 내용이 이 연극의 내용과 흡사하다는 점이 특기할만한 일이다. 또한 무대는 고정 사회를 암시하는 고정 무대 한 세트가 필요하고 이동 사회를 의미하는 평화봉사단 사무실은 의자 몇 개와 조명, 그리고 간단한 이동 무대의 소도구로 대치된다. 끝으로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환각음악 작곡을 시도한 점이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상반되는 노래를 들려줌으로써 연극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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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에 쉽사리 빨려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2중 효과를 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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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제1장
무대 (객석을 위주로 한 것임)
미국 동부 뉴우저어지주 저어지시에 자리잡은 서경석의 집 거실. 5만불 가량의 집이다. 집을 지은 지 3년은 훨씬 넘은 것 같으나 아직 페인트는 깨끗한 대로이고 가구들도 비교적 비싼 것들이다. 무대 중앙에는 황금색의 긴 카우치가 가로로 놓여 있고, 그 앞에는 낮은 차 식탁 한 개가 납작하게 엎드려 있다. 중앙 후면은 정원이 보이는 테라스로 통해 있고, 어마어마한 유리문에는 오렌지색 커어튼이 길게 드리워져 있다. 무대 오른쪽에는 대형 피아노 한 대가 짙은 갈색 덮개로 싸여졌고, 그 앞에 동그란 가죽 의자 한 개가 나동그라졌다. 오른쪽 후면은 현대식 디자인으로 된 벽난로가 붙어 있고, 위벽에는 르노와르의 <나부(裸婦)>가 걸렸다. 또한 무대 전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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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문은 식당과 욕실, 그리고 서경석의 집 하녀 정원의 침실로 통하게 되어있고, 문 옆 벽에 달려 있는 흰 전화기가 유난히 눈에 뜨인다 무대 왼쪽 후면은 2층 서경석과 한상미의 침실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선형으로 뻗어 있고, 밑에는 마루에 놓게 되어 있는 옷걸이와 조그만 거울이 보인다. 계단 앞쪽으로는 바깥 현관으로 나가는 도어가 나 있다. 무대 왼쪽 전면은 서경석의 방으로 드나드는 문이 있는데 이 방은 앞쪽이 막히지 않아 객석에서 환히 방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방 왼쪽에 보통 크기의 칼라 TV 한 대, 방 중앙에 조그만 소파 한 개, 그리고 뒤쪽으로 자줏빛 보를 덮어놓은 침대 한 개가 이 방안의 살림살이이다. 바닥에는 녹색 양탄자가 깔렸고, 천장에는 둥그렇고 큰 등이 별빛처럼 찬연하다. 때는 1970년 1월 하순경. 화요일 밤 8시. 막이 오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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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중앙의 커어튼은 빈틈없이 여며져 있고, 벽난로의 불은 불꽃이 탁탁 튀길 정도로 작열한다. 그러나 어딘가 집안을 감도는 썰렁하고 을씨년스런 분위기. 이것은 마치도 큰 기계의 부속품 앞에서 무력함을 느끼는 인간의 고뇌를 암시하는 성싶다. 또한 질서 있게 정돈된 가구는 무질서에의 전자 오르간 반주로 합창이 시작된다.
<일천구백칠십년 일월
일천구백칠십년 일월
화요일 밤 여덟 시
화요일 밤 여덟 시
주여, 주여! 오, 주여!
당신은 당신은 바아로 가르치시며,
가르치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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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외모로, 외모로 취하지
아니하시고, 취하지 아니하시고
오오직 진실로, 진시일로
하나님의 도를 가르치시나이다.
가르치시니다!>
[상미]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 보이는 여자. 녹색의 긴 홈웨어를 입고 경석의 방에서 거실 쪽으로 춤을 추며 간다. 노래도 부른다) 인간을 외모로, 외모로 취하지 아니하시고 오오직 진실로, 진시일로.
[경석] (오른쪽 욕실 문을 열고 등장. 신사답지 않게 머리를 짧게 깎은 남자. 너무 선이 가늘어서 남성적인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빨간색 가운을 걸쳤다)
[상미] (생전 처음으로 경석을 만나는 사람처럼 달려가 두 손을 붙든다) 당신은 누구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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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석] (상미를 빤히 쳐다보며) 남편이오.
[상미] 그런 대답 말구요. 네? 당신은 누구시죠?
[경석] 난 악마, 도둑놈, 술주정뱅이. 그리고 색---
[상미] (경석의 입을 막으며) 당신은 내 숨바꼭질 친구예요. 여보
[경석] (상미의 손을 뿌리치며) 아냐. 난 당신의 친구가 아냐.
[상미] 여보!
[경석] 화요일 밤마다 숨바꼭질만 하자고 졸라대니 당신은 도대체 몇 살이오?
[상미] (조금 멈칫하다가 다시 경석에게 매달린다) 잘 생긴 얼굴을 찌푸리지 마시오. (나비처럼 뛰어가 벽난로 옆에 붙어 앉는다) 여보! 나 찾으세요.
[경석] (귀찮은 듯이 방문 쪽으로 가다가 억지로) 오늘은 두 번만 하고 그만 두어야 해.
[상미]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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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석] (휙 돌아서서 피아노 있는 데로 간다. 벽난로 쪽을 보고도 못 본 듯이 애꿎은 커어튼만 뒤진다)
[정원] (오른쪽 문에서 등장. 깜찍하게 생긴 처녀. 찻잔을 들고 방안을 휘 둘러본다) 커피요.
[경석] 응. 거기 놓아라.
[정원] 또 숨바꼭질하세요. 어머. 언니는 저기 계신데요. (벽난로를 가리킨다)
[경석] 아하. 한상미 여사. 이리 나오시지.
[상미] 정원아, 왜 넌 그렇게 호들갑스럽니? (카우치 쪽으로 간다)
[정원] (무안해서) 미안해요, 언니.
[경석] (카우치에 앉으며) 미안할 거 없다. 아주 잘한 짓이야.
[정원] 네? (커피 잔을 탁자에 놓는다)
[상미] (끈질기게) 여보! 한번만 다시 해요. 당신이 두 번 하시겠다고 약속하시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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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전 들어갈게 다시 잘 해 보세요.
[상미] 그래 넌 냉장고 소제나 하렴. 그리고 세탁기도 좀 닦아 놓구.
[경석] 아니다. 정원이 너도 하자. 둘이 하는 것보다는 셋이 하는 게 더 재미있을 테니까.
[상미] (곧 타협하며) 좋은 생각이에요. 자 정원이 너도 같이 하자.
[경석] 술래는 내가 하지. 자, 자, 어서들 숨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늦게 발견이 되는
사람한테는 큰상이 있을걸.
[상미] 그게 뭐죠?
[정원] 뭔데요?
[경석] 글쎄 뭘까?
[정원] 옷 한 벌?
[상미] 오페라 구경요?
[경석] 키스다. 세 번의 키스.
[정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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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그건 안돼요. 만일 정원이가 늦게 찾아지면---
[경석] 쓸데없는 소리. 당신은 어째 그렇게 자신이 없소? 시작! 키스 세 번. 그것도 입술에다가. 알았지?
[상미] (풀이 죽어 잠시 섰다가 천천히 커어튼 뒤로 가서 숨는다)
[정원] (잽싸게 경석의 방문을 열고 들어서서 경석의 침대 속으로 숨는다)
[경석] (수를 세고) 스무울. (일어나서 방안을 휘 둘러본다. 눈이 커어튼에 머물자 볼록 튀어 나온 것을 곧 발견하고 뛰어가 잡는다) 어서 나오시지. 누구야?
[상미] 나예요 (맥없이 붙들려 나온다.)
[경석] 당신은 늘 꾀가 얕단 말야. 정원이는 어디 있나 한번 봅시다. (왼쪽 문을 열고 들어간다)
[정원] (얼굴을 담요 바깥으로 내놓았다가 들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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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석] 아니 너 어느새 거기에 올라갔니?
[상미] (뒤따라 가서 정원을 보고) 너 미쳤니? 냉큼
[상미] 아무리 장난이래도 계집애가 남자의 침대에 뛰어드는 것이 어디 있니?
[정원] 언니. 잘못했어요. 제가 진 것으로 하면 되지 않아요?
[경석] 천만에. 엄연히 상은 이긴 사람에게 돌아가야 해.
[상미] 아니 당신?
[경석] 현대인은 약속을 잘 지켜야 하는 거 몰라?
[정원] 난 싫어요. 나는 키스 같은 거 싫단 말예요. (오른쪽 문으로 퇴장)
[경석] (정원을 쫓아간다)
[상미] (날카롭게) 여보! (막아선다)
[경석] (소리내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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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그런 잔인한 행동은 제발 하지 말아요.
[경석] 잔인한 행동?
[상미] 그래요.
[경석] 그럼 당신일랑 제발 숨바꼭질 좀 하자고 그러지 말어. 어디서 그런 유치한 장난을 배운 거야? 대한민국 서울의 어느 명문의 가정에서 습득한 교양인가?
[상미] 당신은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으신 것처럼 얘기하시는군요.
[경석] 어쨌든 나는 지금 미국 시민이 되었어. 그 사실 한 가지만으로도 난 긍지를 느끼고 있어.
[상미] (어이가 없어서)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하실 수가 있어요? (침착하게) 당신은 그래도 고향을 가지신 분이세요. 목포라고 그러셨지요. 그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세요? 저는 고향이 서울이에요.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요. 그렇지만 전 서울로 돌아가고 싶어요. 아니 꼭 돌아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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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석] 몇 번 얘기를 해야 알아듣겠어? 난 16년 전에 한국을 떠나서 미국에 온 이래 한번도 단 한번도 한국을 그리워해 본 일이 없는 사람이야.
[상미] 그게 큰 자랑이에요?
[경석] 그래.
[상미] 그게 큰 자랑이에요?
[경석] 그렇다니까.
[상미] (대어들려다가 화제를 바꾸어) 여보. 커피나 드세요.
[경석] 식은 것은 마시고 싶지 않어.(왼쪽 방으로 획 들어가 버린다)
[상미] (최대의 용기를 내어 경석을 따라간다)
[경석] (TV를 켜고 소파에 기댄다)
[상미] (TV에서 소리가 나자 볼륨을 낮춘다)
[경석] 왜 이래?
[상미] 매일 보시는 축군데 화면만 보시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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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석] (상을 찌푸렸다가는 자제하는 모양이다)
[상미] (경석의 옆에 앉으며) 여보! 공연히 화내시지 마시고 우리의 얘기 좀 해요 네?
[경석] (대꾸도 하지 않는다)
[상미] 이제 우리도 애기를 가져야 할 게 아녜요?
[경석] (덤덤히) 또 죽이려구?
[상미] 죽이다니요?
[경석] 실비아는 당신이 죽인 거야.
[상미] 저는 승련이를 죽이지 않았어요
[경석] 승련이가 아니라 실비아야.
[상미] 아니 승련이에요.
[경석] 실비아야. 그 계집애는 당당한 미국 시민이었어.
[상미] 당신 말대로 실비아라고 합시다.
[경석] 하하. 실비아라고 하는 건 또 뭐야? 실비아면 실비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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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알았어요. 그래 실비아를 제가 죽였다는 건 무슨 말씀이시죠?
[경석] 그 계집애가 죽은 건 당신의 무관심, 냉담, 그것 때문이었어.
[상미] 폐렴 때문이었어요.
[경석] 아냐. 당신은 엄마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어.
[상미] 여보. 생사람 잡지 마세요. 승련이는 제 가슴에 안겨서 죽었단 말예요.
[경석] 그걸 누가 믿어? 넌 출장 중이었고---
[상미] 고만! (울음을 터트린다)
[경석] 울지 마. 난 여자가 우는 걸 제일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야. 당신은 걸핏하면 감격이니 애정이니 떠들어대지만 현대는 감격도 애정도 존재하지 않는 시대야. 물질문명 속에서, 그 안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는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시대란 말야. (TV를 본다) 이크 저건 반칙인데.
[상미] (일어난다) 가장 가까운 사람끼리 이해가 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고독을 느낀다고 하죠. 하지만 전 두 개성이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때 더 외로워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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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석] 그런 어려운 소리는 듣기 싫다고 하지 않았어?
[상미] (발끈한다) 그러면 도대체 당신은 무엇을 듣고 싶어하세요?
[경석] 몰라서 물어?
[상미] 몰라요.
[경석] 결혼 생활을 1년 반씩이나 하고도 모른다는 말이 나와?
[상미] (침대로 가서 걸터앉으며) 제가 제안하는 것은 당신은 모조리 싫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경석] 당신이 나 싫어하는 것만 골라서 하자고 그러니까 그렇지 않아?
[상미] 싫어하시는 것 좀 좋아하시는 척 노력하실 수는 없나요?
[경석] 그건 못하겠어. 난 내 마음대로야.
[상미] 그런 분이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시겠어요?
[경석] 그래서 난 자유로운 미국 사회를 택했어. 부자유스런 한국으로는 죽어도 가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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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저는 가고 싶어요.
[경석] 가아! 난 절대로 말리지 않겠어.
[상미]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실 테죠.
[경석] 물론. 난 그 숨바꼭질에 진력이 났단 말야.
[상미] (고발하듯이) 숨바꼭질 같은 어린애 장난을 안하고도 살 수 있는 환경을 당신이 만들어주셨다고 생각하세요?
[경석] (TV에 몰두하여) 야 고울키퍼 기운 내라.
[상미] 지루한 주말을 이 흰벽 속에 갇혀서 시련을 겪어야만 해요. 당신은 토요일, 일요일 이틀을 다 골프 치러 나가세요. 그것이 칭찬 받을 만한 일일까요?
[경석] 시끄러워. 밖에 나가서 실컷 떠들어.
[상미] (꼿꼿이 서서) 그리고 목요일, 금요일 밤은 포우커에 마작에 골몰하시느라 새벽 네 시에야 귀가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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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석] (화를 버럭 내며) 월요일엔 보올링 하러 가지. 그것도 예쁜 미국 계집애를 동반하고
말야.
[상미] 수요일 밤에는 회사일로 미국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경석] 나머지 화요일 밤에는 일찍 자야될 거 아니겠어?
[상미] (문을 열고 거실로 뛰어나오며)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애요. 나는 더러 울지요. 그리고는 곧 얼굴을 씻으러 욕실로 들어가 찬물을 얼굴을 담가 보곤 하지요.
[경석] (조롱조로) 아이라인을 칠했던 것 때문에 먹물이 두 뺨 위로 내려왔겠지.
[상미] 거울을 들여다봐요. 왜 눈물이 그쳤을까를 생각해 보는 거예요.
[경석] 그 순간 옛날에 당신이 배반한 서울에 두고 온 연인을 생각해내고 회심의 미소를 짓게 되지.
[상미] (무엇을 상기하려는 듯 카우치에 앉는다.)
[경석] 그리고는 평화봉사단원으로 미국에 와서 나 서경석에게 붙잡히게된 사건을 저주할 거야. (가운을 벗어 팽개치고 2층으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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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몹시 괴로워하다가 불현듯 일어나 전화께로 달려가 다이얼을 돌린다) 여보세요. 평화봉사단 언어교육 사무실이죠? 저 지난주에 걸었던 사람인데요. 단장님 본부에서 돌아오셨습니까? 네? 아 오늘밤 늦게 오세요? 저 실례지만 선냉님께서는 누구시--- 황선영 선생님! 황선생님. 단장님 오시거든 잘 말씀드려 주세요.
[경석] (잠바차림으로 2층에서 뛰어 내려온다)
[상미] (얼떨결에 전화를 끊고) 어디 가세요?
[경석] 포우커하러.
[상미] 오늘밤에 들어오세요?
[경석] 몰라.
[상미] 밖이 추울 텐데, 털장화 신고 가세요.
[경석] (한번 상미를 쳐다보고는 왼쪽 후면 문으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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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잠깐 동안 움직이지 못하다가 다시 전화 있는 데로 가서 다이얼을 돌린다) 아, 여보세요. 황선생님 계세요? 비행장에 나가셨다구요? 단장님 마중---네, 네, 알겠습니다. (수화기를 놓는다)
[정원] (조용히 오른쪽 문을 열고 등장) 커피 다 잡수셨어요?
[상미] (홀린 듯이) 정원아, 넌 무섭지 않니?
[정원] 아뇨, 이렇게 밝은데 뭐가 무서워요?
[상미] 난 무섭다. 주위의 사물들이 밝으면 밝을수록 무서워지는구나.
[정원] 언니는 눈이 커서 무섬을 타는 모양이죠?
[상미] (벽난로 앞으로 가서 쭈그리고 앉는다)
[정원] (식은 커피를 마신다)
[상미] (절규하듯) 난 어떡함 좋지?
[정원] 주무세요. 담요를 푹 뒤집어 쓰구.
((E 전화소리가 시끄럽게 상미의 환각 속에 울러 퍼진다.))
[상미] (미친 듯이 일어나 춤을 추며 전화통에 매달린다. 다이얼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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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암전된다.))
[장] 제2장
무대
무대 중앙 후면의 커어튼이 반쯤 열려져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제 1장과 똑같은 무대이다. 수요일 밤 아홉시. 무대가 밝아지면 열려진 커어튼 사이로 눈이 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합창이 빠른 템포로 울려나온다.
<일천구백칠십년 일월
수요일 밤 아홉시
수요일 밤 아홉시.
주여, 주여! 오 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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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가 가이사에게
세금 바침이 가하나이까?
우리가 우리가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침이 불가하나이까?
지금은 지금은 경제 공황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아아
돌아가셨습니다!
[정원] (잘 추지도 못하는 춤, 소울을 맹렬히 연습중이다)
[상미] (2층에서 내려온다. 황금색 가운을 입고 머리는 길게 내려뜨렸다. 한동안 정원의 춤추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얘! 아저씨 아직도 안 오셨니?
[정원] (깜짝 놀라 돌아서다가 뒤로 넘어진다)
[상미] (정원을 일으키며) 놀라기는! 꼭 토끼 같구나. 다친 데는 없니?
[정원] 아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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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아저씨 아직 안 들어오셨지?
[정원] 네. 참, 언니 진지 잡수시겠어요?
[상미] (카우치에 앉는다) 아니 별로 생각 없다. 넌 먹었니?
[정원] 나도 생각 없어요.
[상미] 온몸이 쑤시는 게 아마 몸살이 날지도 몰라.
[정원] 아프다고 드러누워 있으면 더 아픈걸요. 그저 병은 이겨야 해요.
[상미] 승련이가 죽은 후 나는 만사에 흥미를 잃었어.
[정원] 죽은 사람 생각하면 뭘 해요? 날 보세요 언니. 부모 형제 없이도 잘 살지 않아요?
[상미] 자기 자식은 또 다르단다. 너도 앞으로 시집을 가서 애를 낳아서 길러 보면 알게 될 거다.
[정원] (배를 만져보고 몸을 부르르 떤다)
[상미] 왜? 배가 아퍼?
[정원] 아무 것도 아녜요. 언니. 내가 안마나 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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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원 엽엽하기두 하다.
[정원] (상미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한다)
[상미] 어젯밤 꿈에는 서울에 계신 어머니가 글쎄 옥색 치마 저고리를 입으시고 나타나시지
않았겠니?
[정원] 서울에서 편지 오려는 모양이죠?
[상미] 글쎄. 늘 고혈압 때문에 고생하셨으니까 오래는 못 사실 거야.
[정원] 언니 어머니도 과부시라죠?
[상미] 응. 소년과부시란다. 그런데 정원아 이상한 건 어머니가 죽은 승련이를 안고 계시더란 말야.
[정원] 에이 개꿈이에요.
[상미] 내가 지금 개꿈 꿀 나이냐?
[정원] 어쨌든 개꿈이에요. 언니는 가만히 보면 너무 기억력이 좋아서 탈이에요. 그런 시시한 꿈까지 기억하면서 어떻게 살아요? 좀 잊어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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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잊어버리라구?
[정원] 네. 몽땅 잊어버리세요.
[상미] 그래. 모두 잊어버리는 게 좋을 거야. 넌 미국이 좋으니?
[정원] 난 미국이 참 좋아요.
[상미] 이유는?
[정원] 첫째 먹을 것이 많아서 좋구요. 둘째 손으로 빨래하지 않으니 편하구요. 셋째 월급이
많으니까 좋지요.
[상미] (힘없이 웃는다) 그럴 듯 하구나.
[정원] 언니는 왜, 미국이 싫으세요?
[상미] 응, 난 싫다.
[정원] 5만불짜리 집이 있것다, 부잣집에다 있는 식모 두었것다. 남편 있것다, 무슨 걱정이에요? 1년 내내 손 한번 물에 적시지 않고 살 수 있지 않아요? 난 언니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워요. (안마하던 일손을 멈추고 카우치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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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그건 모르는 소리야. 사람이 사는 게 그렇게 단순하다던? 내가 현재 살아 있구나 하는 살아 있음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구나 하는 과거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어.
[정원] 그럼 왜 언니는 미국에 와서 결혼을 했어요?
[상미] 그때는 아저씨가 곧 한국에 가겠다고 했단다. 그래서---.
[정원] 그런데 아저씨는 마음이 변했군요.
[상미] 변한 게 아니라 나를 붙잡기 위해서 잠깐 거짓말을 시킨 거지.
[정원] 속은 언니가 바보죠, 뭐.
[상미] 뭐?
[정원]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안 속으면 되는 거 아녜요?
[상미] 아니 얘가?
[정원] 내 말이 틀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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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기분이 언짢아졌다) 내가 어린애하고 싸워서 뭘 하겠니? (갑자기 생각이 난 것처럼) 참, 저 아저씨 방에 있는 침대 2층으로 올려가자.
[정원] (의외로 몹시 놀라며) 왜요?
[상미] 왜요라니? 원래 있었던 자리에 갖다 놓으려고 그런다.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정원] 아저씨가 야단치시면 어떡해요.
[상미] 넌 아저씨가 그렇게 무섭니? (쏘아본다)
[정원] 아아뇨. (침대 끝을 든다)
[상미] (있는 힘을 다하여 들어 올리려 하나 헛수고다)
[정원] 언니는 놓으세요. 내가 혼자 할게요. (끙끙대며 이쪽 끝, 저쪽 끝을 조금씩 움직여 간다)
((E 초인종 소리 두 번 짧게 들린다.))
[정원] 아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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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넌 일이나 해. 내가 문을 열지. (옷걸이 옆 거울에 몸매를 비추어 보이며) 누구세요?
[경석] (목소리만) 나야.
[상미] (짐짓 명랑함을 나타내며 문을 연다) 오늘은 일찍 오셨군요.
[경석] (눈을 마저 턴다) 웬놈의 눈이 이렇게 쏟아지는지.
[상미] (눈을 털어주며) 감기 드시겠어요. 어서 저 벽난로 옆으로 가세요. (경석의 외투를 벗긴다)
[경석] (검은색 양복 차림. 벽난로 쪽으로 가려다가 방문턱까지 나와있는 침대를 보고 놀란다) 내 침대는 왜 가지고 그래?
[상미] 2층으로 올려가려구요.
[경석] 누구 마음대로?
[상미] (말이 없다)
[경석] 시키지 않는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걸. (정원에게) 다시 들여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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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네. (혼잣말로) 글쎄 언니 말 들으면 이렇다니까. (침대를 밀고 들어간다.)
[경석] 2층으로 침대를 끌고 올라갈 생각하지 말고 이 전보나 보시지. (웃저고리 안주머니에서 웨스턴 유니온의 전보를 꺼내 상미에게 던진다)
((E 이때 합창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아아. 돌아가셨습니다아!>가 두번 연거푸 들린다.))
[상미] (전보용지를 들고 화석처럼 되어 제자리에 움직일 줄 모른다)
[경석] (2층으로 올라가 버린다)
[상미] (전보용지를 꽉 움켜쥔 채로) 어머니, 제가 어떻게 했음 좋으시겠어요? 이해의 장벽이 두터운 지금. 1개월이에요. 경제 공황인데요.
[정원] (침대를 제자리에 밀어놓고 거실로 나오다가 상미를 본다) 언니 왜 그러세요?
[상미] (관객을 향하여) 어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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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어머! 언니 어머니가?
[상미] 그런데 난 눈물이 나오지 않는군요. 슬픔의 의미를 잃어버렸는지도 몰라요.
[경석] (빨간 가운을 입고 2층에서 내려온다)
[정원] 아저씨. 언니 어머니가, 그러니까, 그러니까 아저씨의 장모님이 돌아가셨대요.
[상미] (발작적으로) 정원이는 네 방으로 가 있거라.
[정원] 네. (오른쪽 문으로 퇴장)
[상미] 당신 좀 앉으세요.
[경석] 나 목욕해야 하겠소.
[상미] 이따가 하셔도 돼요. 여기 앉으세요.
[경석] (카우치에 앉는다)
[상미] 저한테 돈 좀 주셔야 하겠어요.
[경석]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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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네. 돈을 주세요.
[경석] 뭐 하려고?
[상미] 서울에 보내려구요.
[경석] 서울엔 왜?
[상미] 몰라서 물으세요?
[경석] 몰라
[상미] 어머니 장례식을 치를 돈이 필요해요.
[경석] 돈 없어.
[상미] 그래도 주셔야 해요.
[경석] 없다니까.
[상미] 결혼한 다음 처음으로 요구하는 돈이에요.
[경석] 돈이 한 푼도 없다니까 그래.
[상미] 그러시지 말고 내 놓으세요.
[경석] 없다는데 왜 이래? (일어난다)
[페이지] 034
[상미] 앉으시죠
[경석] (서 있다)
[경석] (다시 앉는다)
[상미] 당신은 우리 어머니의 사위예요. 충분히 돈을 보낼 자격이 있는 사람이란 말이에요
[경석] 난 한국 사회하고 인연을 끊은 지 오래 됐어.
[상미] 그럼 당신이 경영하는 한국 삼일무역회사는 뭐죠?
[경석] 이름을 편의상 그렇게 붙였을 뿐이지, 일본하고 무역하고 있어.
[상미] 일본하고요?
[경석] 그래, 지난번 출장 중에 일본에 가서 인조가발공장을 세우고 온 거 몰라?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난 한국 사람이 아냐.
[상미] 회사는 그렇다고 합시다. 장례식 비용을 못 보내겠다는 것은 무슨 심리예요?
[페이지] 035
[경석] 돈이 없으니까. 또 돈이 있어도 난 줄 수 없어.
[상미] (애원조로) 여보!
[경석] 정말 돈이 없어. 캐딜락 70년형을 샀지, 냉장고 새로 들여놓았지, 세탁기 샀지, 저 칼라 TV 샀지, 모두 월부란 말야. 매달 5백불 만끽하면서 살고 싶어.
[상미] 기계처럼?
[경석] 그래 기계처럼. 그 구차한 인간성을 배제한 철저한 기계가 되고 싶단 말야.
[상미] 난 기계 문명을 혐오해요. 작년 가을 러더포오드 근방 공사장에서 불도우저 밑에 깔려 죽은 다람쥐를 기억하세요?
[경석] 기억하지.
[페이지] 036
[상미] 기계에 짓밟힌 한 인간을 보는 것 같아서 소름이 끼쳤어요.
[경석] 당연한 얘기야. 몇 년 후에는 컴퓨터 시대가 와서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도 필요가 없게 될걸.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앞으로는 결혼도 필요 없을지 몰라. 사랑이라든가 정 같은 건 자연히 소멸되고 말 테니까.
[상미] (괴로움에 짓눌려 있다)
[경석] 당신은 계산 착오를 한 거요. 재작년 여름, 평화 봉사단인가 뭐에 휩쓸려 다시 한국으로 갔어야만 되었을 사람이요.
[상미] 왜 저를 붙드셨죠?
[경석] 그 땐 쓸모가 있어 보였으니까.
[상미] 그런데 지금은?
[경석] 쓸모가 없어. 한상미란 여자는 너무 정이 많은 여자야. 난 그게 싫어.
[상미] (경석과 등을 내고 앉는다) 가능성을 상실하고 만 여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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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석] 그렇지. 당신이 바라는 만큼 아름답고 착한 남자는 이 세상에 없을 거요.
[상미] 아름답고 착하지 않아도 좋아요. 전 한 인간을 추구할 따름이에요.
[경석] 차라리 지식이나 재물, 명예, 그런 것에 치우치는 것이 좋을걸.
[상미] 여보! 한번만 노력해 주세요. 2층으로 잠자리를 옮기세요. 제가 다시 어린애를 가지면 모든 것은 달라질 거예요.
[경석] (일어나서 욕실 문께로 가며) 싫어. 난 당신의 그 고정관념- 그 중에서도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진절머리가 나. 어디로든 가고 싶으면 혼자 가 봐. 왜 당신이란 여자는 그렇게 인생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살려고 하느냐 말야?
시작한다) 여보세요! 평화 봉사단 사무실이죠? 언어교육 단장님 계신가요? 안 계세요? 황선생님이군요. 말씀 드려 보셨나요? 네, 네. 그럼 본부와 타협이 되는 대로 저희 집으로 연락을 해 주세요. 전 미세스 서예요. 네. 전화번호는 377의 9647이에요. 감사합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수화기를 놓고 울면서 2층으로 사라지려는 찰나 무대 어두워진다)
[페이지] 039
[장] 제3장
무대
제2장과 같은 무대. 눈은 여전히 내리고 바람 몰아치는 소리 요란하다. 무대에 조명 들어가면 합창이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목요일 밤 열시이다.
[경석] 상식 이상이어서 골치가 아퍼. 난 당신과 결혼하자마자 채 한 달도 못되어서 두통이
나기 시작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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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그래서 저를 학대하셨군요.
[경석] 벗겨진 내 실체가 초라해질까 봐 오기를 부린 거야.
[상미] 당신은 결국 뭘 원하시죠?
[경석] 당신이 바보처럼 내 세계에 엎드려 만족하든가 아니면 될 수 있는 한 빠른 시일 내에 당신이 내 곁을 떠나든가 둘 중의 한 가지를 택하길 원하고 있소.
[상미] (뒷걸음질치며) 제가 떠나기를 기다리고 계시다니!
[경석] 언제고 당신은 나를 떠날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소.
[상미] 그건 왜요?
[경석] 당신은 똑똑한 여자요. 그리고 남달리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란 말이오.
[상미] 칭찬해 주어서 고맙군요.
[경석] 당신이란 물고기는 곧 내 물가에 어울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요. 그러나 노력하고 있었지. 그 결과는 뻔한 걸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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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카우치에 앉는다) 지금 당신이나 저나 묘한 정신병을 앓고 있어요.
[경석] 병명은 피해망상증.
[상미] 아뇨. 병명은 피상성. 무엇을 초월하려다가 진실을 터득하지 못한 상태의 빈 껍데기를 추구한 맹목성이지요. 왜 당신은 똑똑히 볼 수 있는 것들을 보지 않으려고 하시죠?
[경석] 보고 싶지 않으니까.
[상미] 대답은 간단하시군요.
((E 전화 벨 소리))
[상미] (전화통으로 뛰어가서 수화기를 든다) 여보세요. 네. 제가 미세스 서입니다만--- 아 단장님이세요? 네. 제가 여러 번 전화를 올렸었죠. 워싱턴 본부에 가 계셨다구요. 네.네.네. 다음 주 월요일에 떠나세요? 그럼 안되겠군요. 절박한 사정이어서 그랬는데. 어떻게 해 주실 수 없을까요? 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힘없이 수화기를 놓는다)
[페이지] 045
[경석] 어떤 놈팽이야?
[상미] 아무도 아녜요.
[경석] 이리 와 봐.
[상미] 아무도 아니라니까요.
[경석] 이리 와서 앉어.
[상미] (카우치에 앉는다)
[경석] 솔직히 말해. 누구야?
[상미] 평화봉사단 단장이에요.
[경석] 왜 전화했어?
[상미] 돈 좀 꾸어 달라고 했더니 못 꾸어 주겠다는 전화였어요.
[경석] 거짓말!
[페이지] 046
[상미] 정말이에요.
[경석] 단장 이름이 뭐지?
[상미] 몰라요. 성도. 이름도 몰라요.
[경석] 평화봉사단을 이용해서 한국에 돌아가려고 하는 거지?
[상미] (고개를 숙인다)
[경석] 그렇지? (일어난다) 꼭 한국에 돌아가겠다고 각서까지 쓰고 와서 슬쩍 떨어진 것이
죄스럽게 느껴졌을 테니까.
[상미] 아녜요.
[경석] 아니긴 뭐가 아냐? 또 그것 뿐이야? 서울에서 아직도 한상미를 눈이 빠지게 기다릴 박 모 청년이 있지 않아?
[상미] 그 사람은 이미 저를 기다리지 않을 거예요.
[경석] 기다리든 안 기다리든 그 사내한테로 가고 싶겠지. 하지만 한상미는 서경석의 부인. 애까지 낳아 본 경험이 있는 여자야. 엄청난 현실이지. 끔찍한 현실이야.
[페이지] 047
[상미] 현실을 초월해 보겠어요. 그것이 어려우면 현실을 부정하겠어요.
[경석] 흥. 현실을 부정할 만큼 용기가 있어? 도대체 마음 깊은 구석에 틀어박혀 있는 얼굴은 누구의 거야? 응? 누구의 거냐 말야?
[상미] 그래요. 서경석 사장님. 1년 반동안 여러 모로 신세가 많았습니다. 배운 것도 많구요. 그 중에서도 특히 복수에 대한 개념을 깨닫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석] 복수?
[상미] 당신을 해코자 하는 복수가 아닙니다. 또 복수를 위한 복수도 아닙니다. 제 자신 안에 생기는 갈등 때문에 제 자신에게 갚아야하는 복수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정원] 언니! (뛰어 일어나다가 현기증을 일으켜 다시 쓰러진다)
[상미] (2층으로 올라가다가 난간에 기댄다)
[페이지] 053
((스포트 라이트 상미에게 떨어졌다가 곧 없어지며 무대는 완전히 암전된다.))
[장] 제4장
무대
미 평화 봉사단 언어교육 사무실. 뉴우저어지주 러드포오드에 임시 세워진 캠프 안. 제3장과
동일한 무대. 다만 조금 변한 것은 서경석의 집 거실로 쓰이던 방안에 큰 테이블 한 개와 의자들이 들어찬 점이고, 물건 마다마다에 <책상> <의자>등 한국말로 씌어 있는 것이 특색이며, 르노와르의 그림이 걸렸던 자리에 큰 지도가 붙어 있고, 책상 위에는 한국어 교재,시험지, 그리고 등사기 등이 수북하게 널렸다. 테이블 위에는 까만 전화기도 한대 올라가 있다. 무대가 밝아지면 서경석의 방으로 쓰이던 곳만
[페이지] 054
불이 없고 다른 장소는 불이 켜진다. 금요일 밤 열한시. 눈은 그쳤으나 바람이 여전하다. 합창이 박력하게 무대 중앙을 공격해 들어간다.
<일천구백칠십년 일월
일천구백칠십년 일월
금요일 밤 열한시
금요일 밤 열한시
주여, 주여! 오, 주여!
그 형상과 그을은
가이사의 것입니다.
오 당신은 누구의 것입니까?
누구의 것입니까?>
[페이지] 055
[선영]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여인. 어리숙해 보이면서도 만만치 않게 보이는 것이 특징. 옷은 작업복 바지와 스웨터를 스포티하게 맞추어 입었다. 등사기를 열심히 돌리고 있다)
[기림] (거무틱틱하나 잘 생긴 남자. 몸 전체에서 남성적인 매력이 흘러넘친다. 회색 작업복
바지 저고리를 입었다. 무언가 열심히 쓰고 있는 중이다)
((E 전화 벨 울리는 소리.))
[선영] (등사기 돌리던 것을 멈추고) 전화 제가 받을까요?
[기림] 응.
[선영] (수화기를 든다) 평화 봉사단 사무실입니다. 네. 실례지만 누구시라고 전할까요? 아. 미세스 서. 잠깐만 기다리세요. (기림에게) 전화 받아 보세요.
[기림] 응 (오른쪽으로는 계속해서 글씨를 쓰며 왼손으로 수화기를 쥐고) 네. 전화 바꿨습니다.
[페이지] 056
[E] 한상미의 목소리가 에코우되어 나온다. <안녕하세요? 저 미세스 선대요>
[기림] 아, 네. 안녕하십니까?
[E] <오늘밤에 제가 사무실로 가도 될까요?>
[기림] 지금요?
[E] <네. 당장 잘 곳이 마땅치 않아서요>
[기림] 그런 문제라면 뉴욕 총영사관에 문의하시는 것이 좋겠지만 밤도 깊고 하니 저희한테로 오시죠. 도와드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 <전 아무 데서나 자도 좋습니다. 아무튼 단장님, 감사합니다.>
[기림] 아, 부인. 이곳 지리를 잘 아시는지요? 저희 사무실은 페얼레이 디킨슨 대학교 기숙사 건물 안에 있습니다.
[E] <지금 제가 있는 곳에서 아주 가깝군요. 택시를 타고 곧
[페이지] 057
가겠습니다. 참 몇 층이죠?>
[기림] 1층입니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수화기를 놓는다)
[선영] 그 부인 지금 오겠대요?
[기림] (담배를 피워 문다) 응.
[선영] 무슨 딱한 사정이 있는 사람인가 봐요.
[기림] 응. 그런데 그 목소리에---
[선영] 목소리가 왜요?
[기림] 애조를 띤 것이 비슷하단 말야.
[선영] 누구하구요?
[기림] (얼버무려서) 응. 대학 동창 중에 그런 음성을 가진 아가씨가 있었지.
[선영] 언어학과예요?
[기림] 아니, 불문과에. 그건 그렇고. 그 여성이 오면 어디서 자게 한다?
[페이지] 058
[선영] 아무래도 이 사무실밖에 없죠.
[기림] 춥지는 않을까?
[선영] 괜찮을 거예요. 제 방에 있는 담요를 전부 내오죠. 뭐.
[기림] 선영이는 무얼 덮고?
[선영] 전 기림씨의 애정이란 이불을 덮죠.
[기림] (선영이의 뺨을 찔러 준다) 요 깜찍이!
((E 노크소리 세번 크게.))
[기림] 들어오십시오
[도마] (키다리 미국인. 서부 로스앤젤리스 출생. 호인형이다. 한복 차림을 했다. 마고자 앞자락이 번쩍 들린 것이 퍽 애교 있다. 퉁소를 손에 들었다)
[사라] (꼬마 인형 같다. 오하오주 출신. 금발. 역시 한복 차림을 하고 가야금을 들었다.)
[사라.도마] (왼쪽 현관문 쪽에서 등장)
[페이지] 059
[선영] 야. 도마씨. 사라씨. 멋있습니다.
[기림] 무슨 바람이 불어서 한복을 입었습니까?
[도마] 북쪽 바람인가 봅니다.
[사라] (도마를 꼬집는다) 아닙니다. 내일 태양이 서쪽에서 뜰 것입니다.
[도마] 아닙니다. 태양은 동쪽에서 뜹니다.
[사라] 내 여보는 바보입니다. 농담 들을 수 없습니다.
[도마] 아니에요. 나는 농담 들을 수 합니다.
[사라] 들을 수 있습니다!
[도마] 아니, 들을 수 합니다.
[선영] <들을 수 있습니다> 가 맞아요. <- 을 수> 다음에는 <있다> <없다>만 올 수 있죠.
[도마] 그건 새 발의 피입니다.
[일동] (소리내어 웃는다)
[페이지] 060
[기림] 사라씨. 가야금 연습 많이 하셨습니까?
[사라] 네. 이 목숨 다하도록.
[선영] 그 말은 사랑할 때나 쓰는 것입니다.
[사라] 털보 김선생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선영] 아마 사라씨를 놀리느라고 그랬을 거예요.
[도마] 아, 황선생은 천치입니다.
[선영] 네?
[사라] 아니 천재입니다.
[일동] (다시 크게 웃는다)
[도마] 웃지 않으십시오.
[사라] 웃지 마십시오.
[도마] 웃지 마십시오. 정듭니다.
[일동] (폭소)
[기림] 한국말 밑천 떨어지기 전에 고만하고, 사라씨의 가야금이나 들어 봅시다.
[페이지] 061
[도마] 좋은 사상입니다. 우리 여편네께서는 가야금을 잘합니다.
[사라] 아버님 대갈님에 검불남이 붙으셨습니다?
[선영] (너무 웃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기림] 자. 시작!
[도마] 아리랑을 하겠습니다.
[사라] (바닥에 펄떡 주저앉아 가야금을 뜯는다)
[도마] (지휘를 해가며, 춤을 추어가며 아리랑을 신명나게 부른다)
[기림] (노래가 다 끝나자 박수를 치며 일어난다)
[선영] 앙콜이오!
[도마.사라] (서로 쳐다보고 박수친다)
[기림] 한국에 가서 노래자랑 대회에 나가십시오.
[도마] 감사합니다.
[페이지] 062
[기림] (선영에게) 내 담요를 이리로 가져오는 게 좋겠소.
[선영] 아니, 제 방의 것을 갖고 오죠.
[기림] 내가 춥게 자는 것이 더 마음 편하오.(도마와 사라에게) 앉아서 노십시오. 담요 가지고 오겠습니다.
[도마] 막걸리 가지고 오십시오.
[기림] 그건 한국에 가서. (2층으로 올라간다)
[사라] 황선생님. 우리 언제까지 공부합니까?
[도마] 공부 안 할 때까지 합니다.
[사라] (도마를 꼬집는다)
[선영] 일요일 낮까지 합니다. 이 책상 위의 종이들이 마지막 교재입니다.
[도마] 섭섭합니다.
[사라] 앓던 이 빠진 것처럼 시원합니다.
[선영] 사라씨는 한국말을 정말 잘하세요.
[페이지] 063
[도마] 나는이가요?
[사라] (고쳐 준다) 나는요?
[선영] 도마씨도 잘하시구요.
[도마] 헤. 1전짜리 비행기 태우지 마세요.
[선영] 좋습니다. 잘하십니다.
[사라]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습니다.
[도마] 네 맞습니다.
[사라] 빨리 한국에 가고 싶습니다.
[도마] 나도 빨리 가고 싶습니다. 황선생님. 기억하십니까? <주인께서도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십니다> <부인께서도 안녕하십니까?> <네 잘 있습니다> 제 1과에 나옵니다.
한국에 가면 남자가 제일입니다.
[사라]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E 초인종 소리 한번 울린다.))
[페이지] 064
[도마] 들어어십시오.
[상미] (등장. 검은 외투를 입고 흰 스카프를 쓰고 큰 트렁크를 들었다)
((E 바람 소리 요란하다.))
[선영] 미세스 서인가요?
[상미] 네.
[선영] 들어오시죠.
[도마.사라] (문께로 가며) 가 보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선영] 안녕히 주무세요.
[도마.사라] (현관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퇴장)
[상미] 황선생이신가요?
[선영] 네. 이리 앉으세요. 외투는 벗으시구요. 바람이 몹시 불죠?
[페이지] 065
[상미] 네. (선 채로) 태풍이 문 앞에 도사리고 있더군요.
[선영] 저어지시에서 오시는 길인가요?
[상미] 네. (앉는다) 길에 있는 나무들은 모두 놀란 표정들을 하고 있고, 집들은 전부 무너질
것만 같았어요.
[선영] (당황하여) 혹시 병원에서 오시는 길이세요?
[상미] (분명하게) 아뇨. 집에서 오는 길이에요. 집안 공기가 꼭 흑청색이었어요. 병원에서 갓 퇴원한 환자의 빨래 빛깔처럼 말예요.
[선영] (불안해서 일어나며) 단장님이 곧 내려오실 거예요. 부인의 잠자리를 마련해 드린다고 담요를 가지러 가셨어요.
[상미] (침착해지며) 밤늦게 정말 죄송스럽습니다.
[선영] 저희는 아직 초저녁인걸요.
[상미] 실례지만 황선생은 결혼하셨나요?
[선영] 아직 안 했어요. 지금 약혼 중이에요.
[상미] 약혼자는 서울에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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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 아뇨. 여기 같이-
[상미] 그럼, 단장님이 바로 황선생의 약혼자시군요.
[선영] (자랑스러운 듯이) 네. 그이가 바로.
[상미] (선영의 손을 잡는다) 황선생! 약혼자에게 잘 얘기해서 날 도와주십시오.
[선영] 글쎄. 제가 도와 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해드리죠. 해드리고말고요.
[상미] 저는 죄를 많이 진 여자예요.
[선영] 네?
[상미] 실은 재작년 봄, 제1차 평화봉사단 파미교육단의 보스턴에 왔다가 교육이 끝난 후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 남게 된 거죠?
[선영] (굉장히 불안해서) 그럼, 성준자씨예요?
[상미] (고개를 옆으로 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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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 유홍자씨?
[상미] 아뇨.
[선영] (조금은 흥분해서) 그렇담 부인은 한상미씨군요.
[상미]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제 이름을 외고 계시죠?
[선영] 낙오자의 명단에서 본 일이 있어요. 아니 그보다 전 한상미씨에 관해서 너무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일종의 위협을 느끼는 듯) 그런데 여기는 왜 오셨죠? 단장님을 만나시려구요?
[상미] 한국으로 다시 가려구요. 다들 가시는데 끼어 갈 수 없을까요? 황선생님. 비행기표 값은 제가 서울에 가서 갚으면 안될까요?
[선영] 전 몰라요. 기림씨한테 여쭈어 보세요.
[상미] 기림씨. 박기림씨 말입니까?
[선영] (냉정하게) 당신은 기림씨가 이번에 단장으로 오신 걸 알고 계셨죠? 그렇죠?
[상미] 기림씨가 단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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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 네. 어서 대답해 보세요.
[상미] 모르고 있었어요. 믿을 수 없는 얘긴데요. 아니, 그럴 리가 없어.
((E 합창 <그 형상과 그을은 가아사의 것입니다>가 두 번 반복된다.))
[기림] (2층에서 담요를 가지고 내려온다) 그 부인 오셨나?
[선영] 네. (울먹인다)
[상미] (기림을 돌아보는 순간 비명을 지른다) 아, 기림씨!
[기림] 미세스 서! 상미--- (담요가 바닥에 떨어진다)
[상미] 어머니이. (졸도한다)
[기림.선영] (감히 일으킬 생각을 못하고 무력하게 서 있다)
((무대 암전.))
[페이지] 069
[장] 제5장
무대
제4장과 같은 무대. 침대가 무대 중앙 테이블 옆에 세로로 놓여져 있다. 무대는 어수선하고 지저분하다. 토요일 밤 열두시 바깥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무대 환해지면 동시에 합창이 시작된다.
<일천구백 칠십년 일월
일천구백 칠십년 일월
토요일 밤 열두시
토요일 밤 열두시
주여 주여, 오 주여!
가라사대 그런즉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이라.
[페이지] 070
가아사의 것은 가아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이라>
[상미] (침대에 앉아 있다. 완전히 파김치가 된 상태)
[도마] (한복 차림으로 옆 의자에 앉았다)
[사라] (역시 한복을 입고 도마 옆에 앉아 있다)
[도마] 사랑 얘기 계속하십시오
[사라] 사랑 얘기는 너무 재미있어서 둘이 듣다가 셋이 죽어도 모릅니다.
[도마] 둘이 듣다가 셋이 죽을 수 못합니다.
[상미] 죽을 수 없습니다죠-
[사라] 내 남편은 팔달 반입니다.
[상미] 팔달이 아니라 여덟달 반입니다. 이번 교육은 모두 재미있는 말만 가르쳤나 봐요.
[페이지] 071
[도마] 네. 너무 웃어서 허리가 개미허리가 됩니다.
[사라] <빨간 장미와 나이팅게일> 얘기 계속하세요.
[도마] 네. (박수친다)
[상미] 아까 어디까지 얘기했죠?
[사라] 파아티에 들어가려면 빨간 장미가 필요합니다.
[상미] 아 알았어요. 파아티에 가려면 빨간 장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마] 네.
[상미] 소년은 막 고민합니다.
[도마] 잠도 못 잡니다.
[상미] 네. 그래서 나이팅게일이 그 소년을 도와 줄 결심을 합니다
[사라] 나이팅게일은 새입니까?
[상미] 네. 새입니다. 나이팅게일은 마침내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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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무슨 생각입니까?
[상미] 흰 장미 옆에 가서 죽으면 그 피가 장미에 들어서 빨간 장미가 될 것이라구요.
[사라] 그 나이팅게일은 나를 닮았습니다. 좋은 새입니다.
[상미] 정말 나이팅게일은 죽었습니다. 그리고 소년은 빨간 장미를 가지고 사랑하는 소녀에게 달려갔습니다.
[도마] 오, 하니(honey) 하니 꿀꿀아라고 했습니다.
[상미] 그러나 소녀는 이미 다른 남자와 약속을 해 버린 뒤였습니다.
[사라] 아, 불쌍하합니다. 가엾습니다.
[상미] 소년은 실망하여 큰길로 나와 장미를 던졌습니다. 그러자 마자 눈물이 나오려고 합니다.
[선영] (방안을 서성대며) 내일은 교육이 끝나는 날이라고 큰 축제를 연답니다. 기분 전환도
하실 겸 춤추러 나오세요
[상미] 저 같은 무단 불법 침입자도 한몫 낄 수 있을까요?
[선영] 무슨 말씀을-. 모두들 대환영을 할겁니다.
[상미] (그릇째 들이마시며)
[선영] 다 잡수셨군요 감사합니다 (그릇을 들어 테이블 위의 쟁반에 놓는다)
[상미] 황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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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 선영이라고 불러주세요
[상미] 선영씨 난 선영씨를 어제 처음 보았을 때부터 굉장히 호감이 갔어요
[선영] 저는 그 반대였죠. (침대 옆 의자에 앉는다) 하지만 하루를 같이 지내고 난 오늘은 퍽 친밀하게 느껴질 정도예요
[상미] 마음속으로 경계는 하시겠죠?
[선영] 네. 조금은 상미씨는 저를 미워하시지나 않으세요?
[상미] 난 아무도 미워할 수도 없고 사랑할 수도 없습니다. 내가 선영씨에게 무언가를 잃었다고 졌다고는 생각하지요
[선영] 아직 누가 이겼는지 몰라요. 상미씨. 애정은 꼭 전쟁인 것만 같아요. 그 전쟁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되지 않을까요?
[상미] 옳아요. 그런데 난 자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선영] 전 아직 자신을 잃어 본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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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당신은 훌륭한 여자예요.
[선영] 과대 평가예요.
[상미] 기림씨 눈 역시 사람을 볼 줄 아는 분이세요 당신같은 현숙한 여성을 택했으니 말이에요
[선영] (어두운 그늘이 얼굴에 얼룩진다) 사실 기림씨가 아직도 사랑하는 사람은 상미씨일 거예요
[상미] (송구스럽다는 듯이) 천만에요
[선영] 그런데 무서운 상념이 가끔 저를 사로잡을 때가 있지요 전 강하게 부정을 하면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간신히 빠져 나오곤 한답니다.
[상미] (단호하게) 저는 기림씨를 배반하고 딴 남자에게 몸을 던진 여자입니다
[선영] 기림씨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국의 생소한 정서에서 오는 반발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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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아뇨 전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입니다
[선영] 그건 지나친 자기학대예요. 그럼 제 얘기를 들어 보시겠어요?
[상미] 밤새도록 하세요 저는 선영씨의 얘기를 참 듣고 싶어요
[선영] 기림씨의 백부 장례식이었습니다. 기림씨는 충북 보은에 있는 선산에 갔었죠
[상미] (추억에 빠져 들어간다)
[선영] 하관을 하려는 찰나였습니다. 기림씨는 갑자기 한상미라는 여인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는 백부의 양자였으므로 그날의 상주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상복을 벗어 던지고 한상미를 만나러 서울로 와야 했습니다 (무대 암전되고 기림에게 스포트 라이트 비친다 의자에 앉아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모습이다)
[상미] (뛰어가서 기림의 눈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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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림] (상미의 손을 끌어 잡아당겨 무릎에 앉히고 미친듯이 애무한다)
[상미] 웬일이에요? 장례식에는 안 가고
[기림] 네가 보고 싶어서 장례식 도중에 뛰어 나왔어
[상미] 기림씨도 이방인이란 소리를 듣고 싶으신 모양이군요
[기림] 이 녀석아 나는 네가 좋아서 죽겠단 말이다 (힘차게 포옹한다)
[상미] 기림씨! 날 그렇게 좋아하시면 제 질문에 대답해 보세요
[기림] 뭐지?
[상미] 만약 기림씨에게 천년이라는 수명이 주어진다면 그 천년 동안 무얼 하시겠어요?
[기림] 난 천년을 모두 상미에게 바치겠어. 그래서 상미는 그 천년을 가지게 되고
[상미] 기림씨! (감격하여 기림의 품에 안긴다)
((과거를 회상하는 스포트 라이트 꺼지고 현재의 스포트 라이트가 선영의 얼굴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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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 하고한날 똑같은 얘기만 되풀이 했죠 더러는 상미씨를 질투도 해 보았어요. 그러나 기림씨를 미워할 수는 없었어요
(스포트 라이트 사라지고 무대는 평상시대로 돌아온다)
[선영] 기림씨는 확실히 매력이 있는 남성이죠
[상미] (감정이 상당히 고조되었다) 두 분은 언제 결혼하신다구요?
[선영]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할 거에요 아마 2월 중순경이 될 거예요. 뉴우저어지는 일요일 아침에 떠나지만 워싱턴에 들러야 하니까요
[상미] 나도 그때쯤엔 서울에 가서 두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괴로와하며) 어머니 장례식 때문이죠
[선영] 저런 어머니가 최근에 돌아가셨나 봐요
[상미] 네. 수요일 전보를 받았습니다 (선영에게 매달리듯) 선영씨 저의 어머니는 자식이 저 하나밖에 없으세요. 전 정말 꼭 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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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 정말 안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일시 귀국을 하시려는 거군요
[상미] 아뇨 영원히 한국에서 살겠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곳에 다시 오지는 않을 겁니다
[선영] 제가 지금 듣기로는 반드시 어머니 장례식 때문에 한국으로 가시려는 것은 아닌 것 같으시네요
[상미] 실은 그런 게 아니죠 어차피 저는 한국에서 살아야 할 한국 사람이니까요.
[기림] (2층에서 내려온다) 아직들 안 자고 있었나?
[상미] (어색해서 외면한다)
[선영] 기림씨는 웬일이세요? 이렇게 늦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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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림] 교육상황 보고서를 쓰느라고 그만---
[선영] 차 한 잔 하시겠어요?
[기림] 아니 생각 없소. (상미에게 다 가서) 몸은 좀 어떠신지?
[상미] 선영씨 덕택에 훨씬 좋아졌어요. 감사합니다
[기림] 비행기표건은 내가 다시 한번 본부에 교섭할 테니까 너무 염려하지 마시오
[상미] 감사합니다
[기림] (선영에게) 그만 가서 자지 그래.
[선영] 네.
[기림] (2층으로 다시 올라간다)
[상미] (공포에 질려 있다)
[선영] 상미씨는 왜 그렇게 떨고 계세요?
[상미] 무서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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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 뭐가요?
[상미] 복수가요. 선영씨. 복수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 일이 있으세요?
[선영] 아뇨.
[상미] 전 요즈음 그 복수란 놈 때문에 신경과민이 걸릴 지경이에요.
[선영] 그건 또 왜요
[상미] 색깔로 묘사하자면 암흑빛이죠. 아무도 들여다 볼 수 없고 또 들여다보아도 그저 검기만 한 것.
[선영] 그것이 어쨌다는 거죠?
[상미] 나를 위협하고 있어요. 기림씨의 얼굴에서도 볼 수 있죠. 복수의 그림자예요.
[선영] (대든다) 그것은 상미씨의 오해예요. 그건 정말 오해예요.
[상미] 선영씨는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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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 제가 모르다니요?
[상미] 복수의 깊은 뜻을 모른단 말입니다. 선영씨는 기림씨가 진정으로 당신을 사랑해서 약혼했다고 믿으십니까?
[선영] 믿고말고요.
[상미] 기림씨가 과거에 대한 집념을 깨끗이 씻어 버렸다고 생각하신단 말씀이죠?
[선영] 네. 그이는 현재에 충실한 분이세요.
[상미] 그럴까요? 만일 기림씨가 아직도 과거를 사랑하고 있다면 어떡하시겠어요?
[선영] 그럴 리가 없어요.
[상미] 그렇지 않아요
[상미] 분명히 그렇습니다. 애정 뒤에 깔린 복수를 당신은 지금 보지 못하고 계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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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 (신경질적으로) 상미씨는 여기에 왜 오셨나요?
[상미] 천만에요. 난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왔습니다.
[선영] 어쨌든 상미씨는 한발 늦으셨어요. 기림씨는 제 거예요. 당신의 소유주에게로 돌아가 주세요. 돌아가세요.
((E 합창 <가아사의 것은 가아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이라> 두번 연거푸 들린다))
[상미 선영] (무용으로 상반되는 고뇌를 보여준다)
((무대는 어두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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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제6장
무대
제5장과 동일한 미 평화 봉사단 사무실 안 밖에는 비바람도 멎었다. 일요일 새벽 세시. 무대 밝아지면 합창 은은하게 무대에 깔린다.
<일천구백칠십년 일월
일천구백칠십년 일월
일요일 새벽 세
일요일 새벽 세시
주여 주여--- 오 주여!
저희가 무리이들 앞에서, 무리 앞에서
주의 말씀을
책잡지 못하고 이사앙히 여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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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말씀을
책잡지 못하고요
이상히 여기어 잠잠하도다.
오 주우의 말을 책잡지 못하아고
자암자암하도오다.>
((무대 밖에서는 축제 기분에 들뜬 음악소리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상미] (침대에 누워 있으나 잠이 안 오는 모양인지 몸을 자꾸 뒤척인다.)
[기림] (왼쪽 도어를 열어젖히고 숨가쁘게 들이닥친다. 술에 취한 때문인지 얼굴은 상당히 상기되었다.)
[상미] (소스라치게 놀라서 일어나 앉는다. 빨간 가운을 입었다.) 누구세요?
[기림] (침대로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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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침대에서 일어나 뒷걸음질치며) 웬일이세요? 지금은 새벽 세시예요.
[기림] 알고 있소. (상미를 쫓아간다.)
[상미] (테이블 주위를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침대로 온다.)
[기림] 왜 날 피하는 거요?
[상미] 나가 주세요. 얘기하실 것이 있으면 내일 아침 말짱한 정신으로 하세요.
[기림] (상미의 두 손을 움켜쥐며) 난 지금 취하지 않았어. 상미, 내 얼굴을 똑똑히 봐.
[상미] (고개를 숙인다.)
[기림] 고개를 들어.
[상미] (머리는 드나 시선은 딴 곳을 본다.)
[기림] 악마야, 예쁜 악마야. 날 좀 봐. 그렇게 떨 필요 없어. 당황할 필요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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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이 손 놓으세요.
[기림] (난폭하게) 난 당신을 기다렸오. 오오래 구세주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말이오. 그런데 당신은 오지 않았오.
[상미] 전 갈 수가 없었어요.
[기림] 당신은 결국 나를 배신했지. 그 재미교포 녀석 때문에.
[상미] 제가 바보였어요.
[기림]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상미 귀여운 아가씨야. 난 당신을 무지무지하게 좋아했어요.
[상미] 아직도 파아티는 끝나지 않았나요?
[기림] 축제는 지금 최고조에 달했어. 미국 놈들 노는 것 하나는 볼 만하지. 온 우주를 삼켜 버릴 듯이 악을 쓰고 몸을 흔들어대고 야단이야. 상미, 난 그 광란 속에서 당신을 찾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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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왜요?
[기림] 춤을 추려고, 당신을 내 가슴에 부둥켜안아 보려고 말이오.
[상미] 약혼자를 생각하세요.
[기림] 선영이는 착한 여자야. 하지만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상미 당신뿐이오. 알아듣겠오? (상미를 번쩍 안아 올려 2층으로 올라간다.)
[도마] (왼쪽 문으로 등장, 신사복을 입었다. 살금살금 들어와서 침대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 휘파람을 분다.) 헤이!
[사라] (등장. 앞가슴과 등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드레스를 입었다.)
[도마] (침대에 아무도 없다는 시늉을 한다.)
[사라] (발돋움을 하고 침대까지 간다.)
[E] 상미의 목소리에 에코우되어 <싫어요. 이러심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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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사라를 침대에 눕히고 애무하기 시작한다.)
[E] 상미의 목소리 <기림씨 정말 이러지 마세요.>
[사라] (도마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E] 상미의 목소리 <아! 기림씨!>
[도마] 사라에게 키스를 퍼붓는다
[E] 기림의 목소리 <상미 상미이!>
[사라] (도마의 위로 올라간다.)
[E] 상미의 목소리 <아아--- 기림씨>
[도마] (다시 사라의 위로 덮친다.)
[E] 기림의 씩씩대는 숨소리
[도마, 사라] (끊임없이 엎치고 덮친다.)
[E] 상미의 앓는 소리
[페이지] 091
[E] 기림의 소리 크게 <상미!>
[도마] (사라를 조용히 애무한다.)
((E 합창 <주의 말씀을 책잡지 못하고 오 이상히 여기어 잠잠하도다>가 두번 되풀이된다.))
[기림] (헉헉대면서 계단을 내려와 침대로 온다. 사라와 도마를 발견하고 헛기침을 한다.)
[도마] (벌떡 일어나서) 미안합니다 단장님.
[사라] (얼굴을 가리고 뛰어 나간다.)
[도마] 정말 미안합니다. (퇴장)
[기림] (침대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문다.)
((E 축제 음악은 소리가 작아지고 웃음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상미] (2층에서 천천히 내려온다.)
[기림]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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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머리는 헝클어졌고 다리는 휘청거린다.)
[기림] (담뱃불을 끄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주여, 주여! 오, 주여! 저희가 무리이들 앞에서 무리 앞에서 주의 말씀을 책잡지 못하고 이사앙히 여기어>
[상미] (기림을 따라 부른다. ) <주의 말씀을 책잡지 못하고오 이상히 여기어 잠잠하도다. 오주우의 말을 책잡지 못하아고 자암자암하도다.> (침대에 엎드려 운다.)
[기림] (부드럽게 상미의 어깨를 어루만진다.) <봄 밤에는 나를 생각해주오. 여름 밤에도 나를 생각해 주오. 가을 밤에는 나를 생각해 주오. 겨울 밤에도 나를 생각해 주오. 내가 외로울 때 내 큰 열망이 무너져 내릴 때 나를 버리지 마오. 나를 초조 속에 버리지 마오. 나는 미래가 없소. 나의 만재를 사랑해 주오.>
[상미] (고개를 들며) 제가 좋아하던 시였죠. 당신은 늘 그 시를 훌륭하게 암송을 하시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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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림] 당신이 울 때마다 나는 그 시를 읊었오. 그러면 당신은 곧 울음을 그쳤지.
[상미] (기림에게 안겨들며) 기림씨, 난 당신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아니 떠나지 않겠습니다. 떠날 수 없습니다.
[기림] 나도 상미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 (상미를 떼어내며) 하지만 그럴 수 없지 않아? 현실이.
[상미]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기림씨 우리는 지금 현실 속에 있어요. 당신은 무언가 착각하고 계시군요.
첫댓글 내가 한건데...^^:; 쪼매 이상한가부당.... 죄송함당~~
야 이거 야하자나-ㅁ -;; 애무한다... 키스를 퍼붓는다..;;; 헥헥;;;; 첫부분도 쫌 이상하그... 우리가 하기엔 무리가 있다싶은데 너 이거 읽어 보고 여기다 올리라고 한거 맞아?..;
하여튼.. 은미랑 은주가 뭐 그렇지..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