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클라이막스(Climax).
15
언니도 한국사람이고, 그렇게 따지면 한국의사면서 왜 한국 본토에 있는 한국의사들은 믿지 못하는거냐고 바락바락 대들던 윤아가 잠잠해졌다. 미영이 윤아의 앞에 비행기표를 들이댔기 때문이다. 태연은 어디에 있는지 집에 들어올 생각이 없어보였고, 윤아는 그 사실에 더 긴장하고있었다. 이대로 다시는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찾았는데 다시 가, 내 스물셋 인생중에 제일 거지같았던 미국생활을 왜 다시 해야 해. 윤아는 미영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들린 비행기표를 씹어먹고 싶었다. 그렇지만 죽으면 다시는 못보니까 고분고분 미영의 말을 따르는 수 밖에 없었다. 몸이 안좋아진 것이 확연이 드러나버렸다. 계단을 뛰어올라왔을 땐 정말 죽을 뻔 했다고 해도 맞았다. 세상에 그렇게 힘든 운동은 없었다. 조금만 걸어도 힘들고, 피로가 심해져 잠을 자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잠을 자다가도 가슴에 느껴지는 통증때문에 벌떡 일어나 약을 찾아댔다.
"내일 아침 비행기야."
"뭐? 왜 그렇게 빨리가?!"
윤아가 짐을 싸다말고 미영을 돌아보았다. 티켓을 뺏어버릴 눈빛이었지만 미영은 이미 티켓을 가방안에 집어넣은 상태였다. 일부러 급하게 비행기 티켓을 끊어서 윤아를 하루라도 빨리 미국으로 데려갈 생각을 품고있었다, 미영은. 그런 미영의 뜻을 헤아리지 못한 윤아는 아직 태연과 해보지 못한 것들을 늘어놓으며 싫다고 버텼다.
"하루만 늦어도 수술 못해."
"그런게 어디있어? 의사면 다 고칠 줄 알아야 하는거 아니야?"
"의사는 아무것도 못해."
"그럼 의사는 뭘 하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쥐락펴락 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틀렸다. 의사가 하는것은 비루하고 보잘 것 없었다. 제 손으로 사람을 살려내면 좋겠지만, 반대로 죽일 수 도 있다. 신입 의사들은 제가 죽였다고 비관하며 밥도 못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은 몇 년 일을 하다보면 자연히 사라져갔다. 처음엔 삐이-하는 소리만 들려도 공포감이 몰려오지만, 나중에 가면 길어도 2주라는 잔인한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게 의사였다. 포기해버리는거다. 괜히 손대서 희망을 갖기 전에.
"미루는거야. 조금이라도 더 빛을 보게하려고. 알다시피 지구가 좀 멋지잖아."
그냥 남들보다 조금 더 잘 돌아가는 머리에 백과사전을 통째로 집어넣고 갈아넣어서,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 죽으려고하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걸 골라내서 조금 미루는거야. 사람은 어찌되었건 죽게되어있어. 살리는게 아니야. 미루는거지. 남들 다 살만큼만 살고 가라고, 이 세상 구경 좀 더 하다 가라고. 미영의 말에 윤아가 이를 악물었다. 한국인 평균 수명이 80세라고 했나. 그렇다면 윤아는 60년 가까이를 더 살아야 했다. 그정도도 미룰 수 있냐고 물으니 미영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아래위로 끄덕였다. 목숨은 붙어있을 수 있겠지.
"나 다시 한국 올거야."
"그건 너 다 나은 뒤에 너 알아서 하세요."
미영이 장난치듯 말했다. 미영은 윤아가 싸다 만 짐을 자신이 집어들어 여행가방에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윤아가 죽을병에 걸린 것은 아니니, 미영도 희망을 품고 있었다. 죽지는 않을것이다. 윤아의 몸이 약해질대로 약해졌다면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윤아는 태연을 보러 간다고 생각하며 끝까지 버틸 위인이었다.
"얼마나 걸려?"
"뭐가? 비행기타면-13시간? 14시간?"
조용히, 잔잔하게 묻는 윤아에게 미영은 머릿속으로 세계전도를 그려가며 대답했다. 바다 하나 건너가는데 무슨 시간이 그렇게 오래걸린담. 최단거리로 빨리빨리 가면 좀 좋아. 14시간이라면 하루의 반을 지나는 시간이다. 비행기, 빠르다 빠르다 했지만 별로 빠른 것 같지도않구.
"아니, 그거 말구. 나…다 나으면 얼마나 걸릴까."
아…. 미영이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무거운 얘기로 돌아와 버렸다. 짧으면 한두 달, 길면 평생이다. 고질병이란게 귀찮은 이유가 그거다. 평생 달고 살아야 하는 지독한 병. 삶을 덥석 베어무는 그런 치명타는 아니지만 소리없이 인생을 갉아먹는 애벌레같은 것. 수술로 완치되기보다는 평생 약을 챙겨먹어야 할 가능성이 컸다.
"만약에 안나으면, 금방 죽으면…."
"너 그렇게 쉽게 안죽일거야."
"그래도…만약에 그러면…."
"……."
안죽인대도. 무슨 일이 있어도 살려, 넌. 넌 살아야 해. 미영이 입안 피부를 꽉 깨물었다. 비릿한 피맛이 느껴졌지만 놓지 않았다. 하루라도 더 살게 해. 너는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니까. 행복해야 한다고 내가 그랬었나. 피부로 느끼기 전에도 그렇게 말했었는데 이렇게 피부로 느끼니 더 절실했다. 임윤아, 너는 웃어야 해.
"…난 한국에 다시 올래. 그리고 아무일도 없던 것 처럼 태연언니랑 살다 죽을래."
"……."
"나 죽는다는거 모르게하고, 행복하게 살다 갈래."
윤아가 울먹였다. 하루라도 인간답게 살고 싶어. 가슴졸이지도 않고, 불안해 하지도않고. 태연언니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프면 나 혼자 앓으면 돼. 아픈거?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태연언니만 있으면 돼, 나는. 아무것도 필요없어요. 차라리 죽는다면, 태연언니 옆에서 하루라도 행복하게 살다가, 웃다가 죽으면 그걸로 만족해. 사랑을 하고있는 사람이 바라는게 어디있어. 그저 그 사람. 그 사람만 있으면 되는게 사랑인데.
"자꾸 흔적을 남기지 마, 윤아야."
미영이 충고했다. 윤아가 다시 돌아와 죽을때까지 태연의 옆에 있는다면 태연의 죄책감도 점점 불어나 더 이상은 살 수 없게 만들지도 몰랐다. 그 여잔 분명히 네가 자기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할거라고. 그 여자는 네가 마셨던 컵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해서 바싹 마른 나뭇잎처럼 죽어갈거야.
"김태연 그 여자도, 너 그렇게 떠나고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했어."
"……언니가 어떻게 알아."
"너랑 맞췄던 커플링. 아직 그 여자 손에 있잖아."
"……."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윤아를 위해서라고 해야할지, 태연을 위해서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말해버렸다. 윤아는 몰랐겠지만 제 3자인 미영은 태연을 처음 마주하던 그 날, 태연의 손에 끼워진 은반지를 보았다. 윤아가 아까워서 끼지도 못하고 서랍속에 넣어두고 시간 날때마다 애틋하게 아끼고 아꼈던 그 반지를 잊어버릴리가 없었다. 연애를 했다면 그 반지는 빼놓고 있었겠지. 아니, 적어도 너랑 헤어졌다고 생각했으면 반지를 버렸을거야.
"똑같이 힘들어. 니가 힘들어하면 그 여자도 그만큼 힘들어 할거라고."
"……."
"너, 살거야. 살거라는 생각 해. 다시 한국 올거라고 생각하고 치료받아. 그럼 돼."
"…살거야. 오래오래, 태연언니랑."
윤아의 코끝이 빨갛게 물들었다. 미영은 손을 뻗어 윤아의 머리카락을 쓸어주었다.
"응. 행복하게."
**
"수연씨, 뭐때문에 그렇게 정신을 놓고있어?"
"아, 아니에요."
수연은 멍하니 한 곳을 쳐다보고있던 시선을 급하게 모으며 옆자리의 동료에게 대답했다. 이 여자는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을 많이 하는 성향이 있다. 수연은 정신없이 흩어져 있던 서류들을 한데 모아 정리하고 책상 위에 올려진 탁상용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눈썹이 너무 짙은가…?
"일에는 집중도 안하고, 시간 날때마다 거울만 들여다보고. 이상해, 수연씨. 애인 생겼어?"
"네?! 아, 아니에요!"
"아니면 아닌거지 왜 그렇게 정색을 해?"
"아니라니까요!"
애인이 생긴것도, 정색을 한것도 아니다. 그러나 수연은 자신이 언제 그렇게 거울을 들여다보았는지 생각하고 말았다. 3분에 한 번 꼴이었나. 그리 자주, 그리고 노골적으로 본것도 아닌데 이 여자 눈치하나는 백단이다. 수연은 거울을 멀찌감치 떨어뜨려놓고 헛기침을 하며 오늘까지 제출해야하는 보고서를 들여다보았다.
"알았어. 이따 데이트 잘 해."
"네, 화이…"
어깨를 툭툭치며 화이팅 동작을 해보이는 여자에게 넘어가버린 수연은 헉, 하고 입을 다물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당했다. 눈쌀을 찌뿌리며 제발 그만 하라는 오로라를 폴폴 풍기는 수연따위 두렵지 않은 듯, 여자는 이것저것 질문하기 시작했다. 30대 중반인 여자는 애를 둘이나 키우고 있는 아줌마였다. 혹시 회사에 뭐라고 소문이 나면 안되기 때문에 수연은 얼른 쉿 소리를 내며 조용히 하라고 다그쳤다.
"비밀로 할게. 근데 누구야? 어떤 사람?"
"…저, 그게…애인이 아니라요-"
"그럼 누구야? 남자친구? 에이, 그게 그거지. 뭐하는 사람인데? 잘생겼어?"
"아…저…그러니까…."
그건 오늘 아침에 일어난 사건으로 비롯되었다. 어김없이 일찍 학교에 나가던 유리가 왠일인지 수연을 흔들어 깨웠고, 수연은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쇼파에 늘어져 누워서 유리가 학교 갈 준비를 마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아직 회사에 가려면 30분이나 더 잘 수 있는데, 라는 생각으로 수연이 하품을 할때, 유리가 불쑥 말을 꺼낸것이다. 이따 몇 시에 끝나냐고. 수연은 대수롭지않게 오늘은 회의가 있어 좀 늦을거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냥 그렇구나, 하고 학교에 갈 것 같았던 유리가 대뜸 영화를 보러 가자는 것이었다. 잠이 번뜩 깬 수연은 뭐? 하고 되물었고, 유리는 끝나면 전화를 하라는 말과 함께 학교로 쌩 가버렸다.
"어때, 응? 얼마나 됐어?"
"2달…이제 3달…."
만난지 이제 3달. 애인으로 만나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수연의 입에서는 거짓말이 흘러나왔다. 3달동안 같이 살고있는 고등학생 여자앤데요, 라고 말할 베짱이 없었다. 그게 뭐라고 얘기를 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꽤 됐네? 뭐하는 사람이야, 얼른 얘기 좀 해줘."
"그냥…공부하는 사람이에요. 피아노도 가끔 치고, 집안일도 하고…."
학생이라 공부를 하고, 피아니스트가 꿈이라고 했으니까 피아노도 치고, 집에 오면 청소기도 돌려놓고. 수연의 시점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얘기였지만 저쪽에서는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마 그녀는 드라마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들을 떠올리고 있겠지. 수연은 아후, 하고 둥근 한숨을 쉬었다.
"어머, 되게 가정적이고 로맨틱하다. 부럽네, 수연씨는."
옆자리의 여자는 그 말 뒤로 자신의 남편에 대한 푸념만 늘어놓았다. 애가 울면 뭐가 안좋은가 찾아 볼 생각은 안하고 무작정 자신에게 전화만 한다거나, 주말엔 손하나 까딱 안한다는 얘기, 쥐꼬리만한 월급 받아오면서 저는 군대를 갔다왔으니 깍듯이 모시라는 소리만 줄줄이 늘어놓는다는 얘기. 수연은 억지웃음을 지어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꾸만 유리를 자신의 애인으로 포장시켜 거짓말을 한 것이 찔렸다. …알면 싫어할텐데.
**
"많이 기다렸어?"
"어."
영화관 앞. 12시가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간간히 보이는 번화가에 서있는 유리는 사복차림이었다. 보고서가 잘못되어서 예상보다 1시간 늦게 끝난 수연을 기다린 유리는 약간 피곤해 보였다. 손에 든 티켓을 보니 자잘한 구김이 잔뜩이다. 기다리는게 지루했겠지. 수연은 유리를 데리고 영화관 안으로 들어갔다.
"야, 그럴 땐 '아니에요' 라고 말해야지."
"'아니에요'."
수연이 시키는대로 꼬박 대답도 잘 하는 유리였다. 전에는 말을 걸어도 시큰둥한 눈빛만 보이고, 친절을 베풀면 단호히 거절하던 유리가 3개월 사이 많이 변했다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랄까, 조금 친해졌다고 할까. 이제는 옆에 나란히 서서 걸어도 어색하지 않고, 유리에게 말을 거는 것도 자잘한 이야기로 변해가고 있었다.
"됐다, 됐어. 엎드려 절 받는 것도 아니고."
"가자."
유리가 계단으로 수연을 이끌었다. 수연은 문득 생각난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유리의 소맷자락을 붙잡고 왜 갑자기 영화를 보자고 했냐고 물었다. 유리는 계단을 성큼성큼 오르며 생일. 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생일? 수연은 앞서가는 유리를 따라잡으려 거의 뛰다시피 했다. 키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은데 유리는 유독 다리가 길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크면 모델을 해도 될 만큼. 사실, 얼굴도 반반한 편이었다. 수연의 생일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고 말하는 유리는 귀엽기까지 했다.
"선물도 있어."
"진짜? 진짜? 진짜지? 빨리 줘, 그럼."
수연은 어린애처럼 들떴다. 상상하지 못했던 선물은 언제나 사람을 기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선물이라는 것에는 문외한일 것 같던 유리가 마련한 선물은 무엇일까? 학생이니 그리 비싼것은 아니겠지만 은근히 기대되는것은 어쩔 수 없었다. 풀어보아서 맘에 안들지 몰라도 웃음은 숨길 수 없겠지.
"이따가."
"이따는 무슨! 기분좋게 선물 받고 들어가면 영화가 더 재밌지!"
"싫어."
유리가 단호하게 말하며 수연을 계단 위로 끌어올렸다. 이게 나를 약올려?! 수연은 유리의 어딘가에 선물이 있을거라고 생각하곤 유리의 손목을 꼭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선물이 들어있을만한 곳을 더듬었다. 그러나 유리가 수연보다 팔이 길었던 바람에 수연의 발악은 별 효과가 없었다. 뭔지만 말해달라고, 옷이냐, 구두냐, 전자기기는 필요없다 수연이 다다다 쏘아붙이자 유리는 '비밀' 이라는 한마디로 상황을 종료시켜버렸다. 수연은 유리를 흘겨보았다. 꼭 이럴때 사람 애간장 타게만드는 뭐 있다. 그래, 내가 졌다. 수연은 허리에 손을 짚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8번 상영관이 열려있는것을 발견했다.
"저거 우리 입장하라는 거 아니야?"
"어."
"표 내놔 봐."
유리는 꾸깃한 종이 두 장을 수연에게 건네주었다. 며칠 전 신문에서 읽었던 요즘 잘 나간다는 영화 제목이 찍혀있었다. 그래도 완전 재미없는걸 고르지는 않았네. 수연은 유리가 영화표를 예매하려고 컴퓨터를 뒤지는 모습이 상상돼 풋, 하고 웃어버렸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것이 좌석표였다.
"왠 커플석?"
"두 자리 예매하니까 거기로 주던데."
유리가 덤덤하게 대꾸하고는 상영관 입구로 걸어갔다. 심야에 둘이 영화보는 사람들이 꼭 연인사이라는 법 있나. 수연은 먼저 상영관 안으로 들어가려던 유리를 소리쳐 불렀다. 유리가 살짝 미간을 좁히며 다시 수연쪽으로 걸어왔다. 아무리 애인하고 영화보는게 아니라도 그렇지, 그냥 들어가기엔 좀 밋밋하잖아.
"니가 영화표 샀으니까, 내가 팝콘하고 콜라 쏜다."
**
"사람 너무 없다."
"어."
"괜히 민망해."
"어."
좀 다른 대답으로 바꾸면 안되겠니?! 수연은 사람이라곤 열 명 남짓 있는 깜깜한 상영관에 들어서서 자리를 찾아가며 유리를 째렸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맨날 '어', '어'. 사람 너무 없다고 하면 그러게, 하며 맞장구 쳐주고 괜히 민망하다고 하면 너만의 센스로 대처를 해야 할것 아니니, 유리야. 유리에게서 티켓을 뺏어 든 수연은 금방 자리를 찾았다. 가운뎃줄 뒷자리. 영화를 보기에 딱 좋은 곳이지만 딴짓을 하기에도 딱 좋은 그런 자리.
"용케 좋은자리 쟁취했네?"
"어."
"주위에 커플도 없고, 딱 이야."
그게 제일 좋았다. 커플들은 다들 구석진 자리에 쌍쌍으로 붙어앉아 있었는데, 영화관을 찾은 이유가 조용하고 깜깜한 곳에서 진도나 더 빼보려는 수작인 것 같았다. 저러다 일나지. 일 나. 수연은 혀를찼다. 유리가 자리를 잡고 앉자, 스크린에 상이 맺히기 시작했다. 로맨스물이라고 들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여주인공이 TV 일일드라마에도 자주 나왔던 끝내주게 예쁜 여자였다. 연기도 그닥 나쁜편이 아니라 수연도 괜찮게 보던 신예였다. 영화는 조용한 시골을 배경으로 시작되었다. 요즘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남주인공이 나오자 상영관 안에 있는 여자 몇이 탄성을 질렀다. 아, 하고. 남자친구와 아이돌은 별개라니까.
"손 줘봐."
"-왜?"
"빨리."
수연은 팝콘 부스러기가 묻은 손을 입고있던 스커트에 슥 문질러 닦고 유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유리가 수연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덮었다. 그리고 두 손 사이에 전해지는 차가운 금속의 느낌. 유리가 살짝 손을 들어올렸다. 수연의 손 위에는 반짝이는 무언가가 올려져 있었다. 뭔가 하고 손으로 집어 확인해 보니-
"와아!"
목걸이였다. 얇은 은색의 목걸이는 수연의 손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크지않은 'J' 모양의 팬던트가 영사기에서 나오는 빛에 부딪혀 번쩍거렸다. 젊은 애들이나 하고다닌다는 이니셜 목걸이가 이렇게 예쁠줄은 몰랐다. 아니, 유리가 선물 해 준 목걸이는 길거리에서 파는 그런 목걸이와는 차원이 달랐다. 뭔가 더 고급스럽고, 정성이 들어가있고, 마음이 담긴.
"걸어줄게."
유리가 손을 뻗어 수연의 손에서 목걸이를 가져갔다. 수연은 유리가 목걸이를 걸어주기 쉽게 몸을 유리쪽으로 굽혔고, 유리는 깜깜한 상영관 안에서도 한번에 목걸이를 수연의 목에 걸어주었다. 목에 걸어놓으니 더 예쁜 것 같다. 정말 이게 내것이라는 그런 생각. 수연의 입에서는 진짜 예쁘다는 소리가 쉼 없이 흘러나왔다. 맘에 드냐고 묻는 유리의 떨리는 목소리에 수연은 최대한 긍정의 뜻을 표하기 위해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응, 정말 예뻐. 고마워, 유리야."
"……."
"어머, 너무 예쁘다. 진짜. 빨리 나가서 보고싶다, 밖에서 보면 더 예쁠 것 같아."
수연은 목에 걸린 목걸이를 희미한 스크린 불빛에 비춰보며 눈을 밝혔다. 손에 잡히는 팬던트는 매끄럽고 기분이 좋았다. 분홍색 솜사탕을 한 입 크게 베어먹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별안간 유리가 몸을 일으켰다. 화장실좀 갔다올게. 그 말에 수연의 입이 비죽 나왔다. 사람은 이렇게 떠들고 있는데 혼자 딴생각 했냐고 속삭이듯 다그치니 유리가 미안하다고 대충 둘러댔다.
"이거 이뻐서 봐주는거야. 얼른 갔다 와."
수연이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유리는 팝콘을 수연쪽으로 넘겨주고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이 얼마 없을 뿐더러 있는 사람들은 지들 연애하기에 바쁜 심야영화인지라 유리는 조금 바스락대면서도 화장실로 향할 수 있었다. 유리가 나가고, 수연은 다시 영화에 집중했다. 저 여주인공 어딜 고쳤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예쁘다. 태연이 성형수술을 하는것을 본적이 있는 수연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역시 여자는 아름다움에 대한 욕심히 지대한 듯 했다. 수연은 무료하게 콜라를 마시며 영화를 보았다. 얜 왜 안와. 빈 옆자리는 휑했다. 그때, 수연의 왼쪽편에 있던 가방에서 진동소리가 들렸다. 아, 아까 장동건이 핸드폰 꺼 놓으랬는데 깜빡했네. 수연은 짧게 울린 진동에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플립을 열었다.
「당신이 더 예뻐.」
딱딱한 고딕체로 한 마디. 그렇지만 수연은 웃어버렸다. 영화관 안이라 크게 웃지는 않았지만, 입꼬리를 한껏 올려 웃었다. 귀엽다. 멋있는 척, 강한 척 하려고 해도 귀엽다. 열 살이나 차이나는 아이, 거기다 여자아이지만, 이런 느낌은 난생처음이다.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을때 이렇게 가슴이 간질거린적은 없었다. 수연은 가방을 챙겼다. 콜라와 팝콘은 두고나가기로 했다. 살금살금 걸어 상영관 입구에 섰을때, 그곳에 유리가 있었다.
+
새벽반 회원분들 감사해요.
유리너무 멋져요!ㅋㅋ 남친포스를 풀풀 풍기는군여ㅋㅋㅋ 당신이 더예뻐. 꺅ㅋㅋ 탱구얌님 말처럼 저도 괜히 스크린에 유리의 고백영상이 뜨길 기대했어요ㅋㅋㅋㅋㅋㅋㅋ 다음편 몹시기대되는데요+_+
이햐! 목걸이! 당신이 더이뻐...보는 내가 가슴이 다떨렸습니다!!!!!!!!!!!!!! 어쩜 저도 심야영화에 영화관이라스 유리가 고백영상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줄알았는데! 그래도 어쩜 달달에 지존! 짱짱짱 재밌습니다!
당신이 더 예뻐... ㅋㅋㅋㅋ 어떻할꺼야...ㅋㅋㅋ 밤에 잠도 못자겠네.... 나도 요세 이니셜목걸이 사고 싶었는데.... 꼭 사야겠구냐나....ㅋㅋㅋ
팬던트가 이거였군요ㅋㅋㅋㅋㅋㅋ 아 클막드뎌 밀린거 다읽었습니다!!!!!! 이뿌듯함이란.......훗ㅋㅋㅋㅋ 울싴은 진짜 얼마 안남은거 가타요!!!! 근데 융이 죽는건 아뉘죠?? 죽이면요......... 원망할거예요!!ㅋㅋㅋㅋㅋㅋㅋ 잘봐써요!!!!!!
유리 완전 ㅋㅋㅋㅋ 수연이 이제 리드당하는쪽인가요?ㅋㅋ 넘 앞서나가네요 저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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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진정베스트★ 유뤼는 언니라고 하면 안돼요 '누나' 정도 해줘야 하죠
으헝헝ㅠㅠ 감동의 율ㅠ 어쩜 그리도 멋진지 당신이 더 예뻐..... 입 속에서 수백번 되새김질(?) ㅠㅠ 하고 잇어영.... 울히 율싴 커플 홧팅!
어헉!!! 당신이 더 예뻐 라니........율싴은 영화보러가서 연애를 하고 있군요......저 말이 계속 귀에서 멤도내요 자동 재생모드로ㅋㅋㅋㅋ
ㅋㅋㅋ 당신이 더 예뻐 직접 자기 입으로 한말은 아니지만 왜케 멋진거니 훈율 ㅋㅋㅋ 아 율싴 목걸이도 주고 영화관에서 진도 확확 빼는거 아닌가 ㅎㅎ 그리구 드디어 윤아도 묭을따라서 미국에 가기로 마음먹은것 같군요 ㅎ 과연 빨리 돌아올수잇을까.. ㅎ 잘봣어요 ㅎㅎ
어어어 유리..와방 멋져.ㅠ 이거 어쩔껴..ㅋㅋ 와전 훈남이 되는 거니? ㅋㅋ
16편에 고백할 것 같은 느낌이 팍팍드는데요? 아.. 넌 훈녀다 유리야
아 , 율싴이 너무 귀엽다는 ㅜㅜ
우아....ㅋㅋㅋ 진짜 재밌어여........ㅋㅋㅋ 밀린 거 보고 있는뎁... 넘 재밌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읭 영화보다 말고 시카야 넌 왜나가니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유리야 질러 지르렴 좋아해요!!요롷게.......
진짜 감동이다 유리야 왜이렇게 멋있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
아아 ㅠㅠ 이렇게 달달할수가 ㅋㅋㅋ 아 간질간질 하네요 ㅋㅋㅋㅋ 장동건 얘기에서 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유리 귀여워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달달한거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