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장,
영인은 모든 것을 계획을 세워서 하기로 한다.
지금까지는 그저 부분수리만을 해 오면서 살아온 집이다.
그러나 이제는 전체적으로 손을 보면서 새롭게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하려고 마음을 먹는다.
영인은 제일 먼저 순자 아버지인 노씨 아저씨와 상의한다.
“아저씨!
이젠 부분적인 손질보다는 전체적으로 보수를 하고 싶은데 아저씨 생각은 어떠신지 알고 싶습니다.“
”그야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어?
허지만 만만찮은 비용이 들 것인데 감당을 할 수 있으려나?“
“네!
돈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손을 보는 길에 난방시설도 최신 설비로 교체를 하고 불편한 내부도 새롭게 손을 보아야겠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전문적인 업체에 맡기는 것이 제일 안전하고 좋다는 생각을 하지만 비용 면에서 감당을 할 수 있으려는지?“
노씨는 우선 경비를 걱정한다.
자신의 생각보다 어르신께서 남기신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하는 걱정이다.
자신들의 집을 사 주시면서도 손녀딸에게 별로 남기신 것이 없다는 말을 듣고 한 걱정을 하고 있는 노씨다.
“아저씨!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께서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해 놓으셨습니다.
결코 제가 고생을 하며 살아가도록 하지 않으셨습니다.“
”정말?
그러면 그렇지.
어떤 어르신인데 그렇게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으시고 우리같은 사람에게 집을 사 주셨겠나?
정말 마음이 든든하고 이제 마음이 편해진다.“
노씨 또한 자신의 일처럼 기뻐한다.
영인은 여러 업체를 알아본다.
결코 작지 않은 공사가 될 것이다.
아무 곳에 맡길 수 없는 공사다.
단순이 집만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손을 보아 정원도 가꾸고 새롭게 모든 것을 단장할 생각인 것이다.
천 평이나 되는 대지다.
그 넓은 대지를 과일 나무와 자연적인 것으로만 되어 있어 정원이 아니고 마치 어느 산에라도 들어 와 있는 기분이 되어 진다.
이제는 잘 가꾸어진 정원을 만들고 싶다.
이제 이곳도 서울에서 멀리 동떨어진 곳이 아니라 비록 조금 변두리이기는 하지만 서울로 들어가 있는 공기 좋은 동네였다.
영인은 선후배들을 통해서 업체를 소개 받는다.
그들은 제일 먼저 고택을 둘러본다.
영인은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도 신축공사보다는 고택을 살려서 새롭게 다시 태어나게 할 생각이다.
이름이 있다는 영 건축에서는 김진후소장이 나와 세밀하게 고택을 둘러본다.
참으로 대단한 건축물이라는 생각을 한다.
자신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한옥하고는 또 다른 차원의 건축물이다.
기초공사도 상당히 견고하고 목재 하나하나 대단한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상당히 넓은 고택을 둘러본다.
“어떤가요?
새로 리모델링을 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요?“
”대단한 건물입니다.
고택이라고 해도 이 정도의 크기와 견고함과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자제들로 지어진 집입니다.
대단히 멋진 집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돈은 얼마든지 들여도 좋으니까 책임을 지고 해 줄 수 있죠?“
”이런 공사를 맡았다는 것 자체가 기쁨입니다.
맡겨만 주신다면 마음에 들게 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설계도를 작성해 주세요.
그리고 건물뿐만이 아니라 이 넓은 정원도 아름답게 가꾸어 주셔야 하고 지금 있는 우리 고가구들과 잘 어울리는 집이 되도록 해 주셨으면 합니다.“
김진후는 고가구들을 살펴본다.
아주 오래된 골동품이기는 하지만 아직 색상과 무늬가 선명하고 한 눈으로 보아도 상당히 값진 것
임을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고택에 어울리는 고가구들이 있어 정말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진후는 설계도를 작성한다.
건평이 무려 백 오십 여 평에 달하는 고택이다.
또한 정원이 웬만한 집과는 비교도 될 수 없이 넓은 것이다.
설계도를 본 영인은 여러 군데 수정을 요구한다.
디귿자 형식인 집을 한 쪽과 다른 한쪽을 구분해서 설계를 해 달라는 것이었고 자신이 쓰게 될 안방과 아들이 써야 하는 건너 방을 독립된 공간으로 구분을 지으며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한 가지 문제는 드나드시는 중문을 없앤다면 안채에서 더 넓은 정원을 바라보시고 정원 역시 깔끔하고 더욱 넓어질 것입니다.”
김진후의 말에 영인은 중문을 바라본다.
안채로 드나드는 중문이다.
그 사이에 가려 있는 담장 역시 아무렇게나 담을 쌓아 놓은 것이 아니라 운치가 있는 돌로 쌓아 놓은 담이다.
그러나 이제 그 모든 것을 허물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네!
아무래도 답답함이 사라지겠지요.
그리고 이제 우리 아들이 자라서 결혼을 하게 된다면 이 집에 아이들이 뛰어 노는 것을 상상하면
없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영인은 아들이 자라서 결혼을 하게 된다면 많은 자식을 낳을 것임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집안이 번성을 하려면 무엇보다 자손들이 많아야 할 것이다.
공사는 육 개월 예정으로 시작이 된다.
영인은 우선 바깥채에서 아들과 머물기로 한다.
다른 곳으로 가 있고 싶어도 아들의 학교문제로 옮길 곳이 마땅치 않다.
그렇다고 아직 어린 아들을 데리고 한두 달도 아니고 호텔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아들을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순자 엄마는 안방을 내 준다.
다행이 거실이 넓어서 그런대로 지낼 수 있었다.
모든 가구들은 바깥채에 달려있는 광을 치우고 보관을 한다.
얼마든지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장소는 많다.
예전에 소를 키우던 외양간도 말끔하게 치워져 있고 곡식을 저장했던 광들도 아직은 부속 건물로 그대로 남아 있다.
이젠 필요 없는 부속건물들도 모두 헐어낼 것이다.
안채의 건평만도 백오십 여 평이 된다.
김진후는 크고 넓은 대청마루를 그대로 살릴 것을 강조한다.
마루 장 하나하나에도 모든 정성과 옛 모습의 정취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마루 장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얼마든지 난방시설이 가능합니다.
또한 이 집안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거실을 이 마루 장으로 인해 한결 더 돋보이고 크고 넓은 거실이라고 해도 뒤쪽에 작은 거실로 만들면 그다지 크다는 느낌도 없을뿐더러 사용하기에도 편리하실 것입니다.“
김진후는 모든 정성과 실력을 발휘한다.
매일 현장에 직접 나와 관리하고 지시를 한다.
작은 자재 하나라도 소홀이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심혈을 기울인다.
김진후는 공사를 하면서 영인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난다.
그는 오년 전에 상처를 한 홀아비였다.
아들 하나만 데리고 살아가는 사십대 중반의 사내로서 영 건축을 이끌어가는 사업가다.
그 동안 재혼을 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여자들을 만나보곤 했지만 마음이 끌리는 여자가 없어 아직 혼자 아들을 키우면서 살아가고 있다.
남자 혼자 아들을 키우며 살아간다는 것이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함부로 재혼을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영인과 자주 접촉을 하면서 영인의 성품이 깔끔스럽고 빈틈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가면서 호감을 느끼고 있다.
김진후는 더욱 성의를 다해서 공사를 한다.
영인이 원하는 모든 것을 수용하면서 최대한의 이익을 남기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공사를 하는 것이다.
공사를 해 나가면서 이 고택에 대한 호감도 높아져 간다.
이 정도의 유산을 물려받은 영인에 대한 호기심 또한 점점 더 그의 마음을 빼앗아 가고 있었다.
어느새 김진후는 영인을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것은 영인의 개인만을 사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영인이 지니고 있는 그 모든 것을 포함한 것인지 김진후 자신도 알지 못하는 일이었지만 영인에게 향하는 김진후의 마음은 자꾸만 커져간다.
그러나 영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지 못하고 그저 혼자만의 속앓이를 해 오고 있는 김진후였다.
“한여사님!
시간이 되시면 저녁식사라도 초대하고 싶습니다.“
김진후는 조심스럽게 영인의 마음을 떠 본다.
“김사장님께서 초대를 해 주신다면 영광입니다.”
영인은 가볍게 응대를 해 준다.
영인 또한 김진후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영인은 김진후 정도의 남자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이제는 그 누구도 자신을 함부로 넘보지 못하게 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은 공사가 한창이다.
그의 심기를 건들려 이득을 볼 것이 없다는 생각에 그의 청을 수락한다.
김진후는 이태리 전문점인 최고의 레스토랑에 예약을 한다.
웬만한 돈으로는 예약을 할 수 없는 고급스러운 식당이다.
분위기에서부터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을 주눅 들게 만들고 있는 고급스럽고 비싸다고 소문이 난 곳이다.
“마음에 드셨으면 합니다.”
예약석인 룸에 들어서면서 하는 김진후의 말이다.
“괜찮은 것 같네요.”
영인은 그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말을 한다.
“이런 곳은 실상 자주 오지 못하는 곳이지요.
모처럼 한여사님과 함께 오니 참으로 기분이 좋습니다.“
김진후의 마음은 붕 떠오른다.
"김사장님!
공사만 완벽하게 마음에 든다면 제가 더 멋지고 좋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최고의 자제로 완벽하게 해 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영인은 김진후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쐐기를 박아둔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한여사님이 흡족하시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런 고택을 아무나 지니고 살지는 못할 것입니다.
참으로 대단한 고택을 지니고 계신 여사님이 부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 집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지요.“
“김사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안심이 됩니다.
벌써 몇 대째 내려오고 있는 고택이라서 그런지 제겐 대단히 소중하고 제 후손들이 물려받을 곳이라서 더욱 애착이 갑니다.“
“그러시겠지요.
그런 고택을 물려받을 수 있는 여사님의 후손들이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들일 것입니다.“
김진후는 영인의 비위를 맞추느라 음식 맛을 음미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김진후로서도 여간해서는 잘 올 수 없는 고가의 음식이다.
사업을 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중소기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이런 고급식당에 자주 드나드는 것은 많은 지출을 감당해야하기에 부담스러운 그의 실정이다.
“아마 부속건물들을 모두 철거를 하고 나면 상당한 정원이 꾸며질 것이고 대단히 아름답고 좋은 정원이 될 것입니다.”
“네!
그렇게 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깥채를 완벽하게 손을 봐주셔야 하겠습니다.
난방이라든가 모든 내부를 손색없이 손을 봐주셔야만 누가 들어와 살더라도 불편함이 없겠지요?“
“그야 이를 말인가요?
제게는 좋은 일입니다.“
김진후는 영인이 대단한 여자임을 간파한다.
지금 하고 있는 공사비용만 하더라도 웬만한 집 한 채 값은 되고도 남는 금액이다.
그러나 영인은 금전에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자신이 부르는 대로 그저 수락을 하며 무엇이든 최고를 원한다.
김진후는 그런 영인에게 강하게 자신의 인상을 심어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더욱 심혈을 기울인다.
글: 일향 이봉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