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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사기한(詐欺漢) - 오영진 작
1막
나오는 사람들
사장 관리인
사원A 청년(이창수라는 이름)
사원B 형사
사원C
사원D (타이피스트)
때 : 현대
곳 : 서울
무대 : 둘로 나누인 넓은 양실 두 방은 도어로 서로 통한다. 상수에 있는 방은 약간 좁고, 좌우에 출입구, 뒤로는 유리창, 창 뒤는 복도. 복도유리창을 통하여 바깥풍경이 보인다. 가구는 소파, 암췌어, 탁자 등 호화롭다. 그밖에도 사무책상, 의자, 전화 등. 그러나 사무실이라기보다 응접실 같은 설비이다. 막이 열리면 관리인과 사장과 사원A 사원B 사원C 사원D가 복도출입구로 해서 상수로 등장. 제각기 보따리 하나씩 들었다.
[관리인] (창을 열어젖히며) 자아 보십시오. 이만큼 넓구 큰방이 어디 있습니까? 거기다가 사무도구꺼정 그냥 고스란히 놓였구, 어디한 곳 빈틈이 있으며 손질할 데가 있습니까? 본래가 우리 삘딩은 무역회사나 외국 사람을 상대루 했기 때문에 의자 하나에 이르기꺼정 소홀치 않습니다. 자 또 이편 방두 좀 보십쇼. (옆방으로 안내하며) 전번 계시던 회사에선 이방을 사장실로 쓰셨죠. 이런 가구를 지금 장만하실려면 적어두 몇 백만 원 있어야죠. 그걸 왼통 우리는 무료루 써어비스한답니다. 헤헤……. 그 대신 보증금이 좀 과하다는 말씀도 있습죠만 그까짓 백만 원이 뭐 돈 값에 듭니까? 은 선생님네 같으신 무역하는 분이야 하루저녁에도 수십만 원이 왔다갔다 하는 걸입죠. 자아 이리 좀 앉으세요. 남향창이 탁 트이고 또 저 복도의 창꺼정 열어놓으시면 오뉴월 복날에도 세상 더운 줄 모른답니다.
[사원D] 신문광고엔 한강이 뵌다드니 청계천두 안보이네요.
[관리인] 헤헤……. 글쎄 지금으로부터 십년 전 우리가 이 집을 지었을 땐 시퍼런 한강이 바로 눈앞에 보이던 것이 저놈의 삘딩이 턱 가루막어 놓지않었습니까? (홀런던)
[사원C] 헛 그럼 우린 십년 전 광골보구 온셈이군. 그땐 아마 북한산도 뜰 앞에 있었겠죠.
[관리인] 헤헤……. 선생님은 퍽 농담두 잘하셔 그까짓 북한산 남산이 무슨 상관이 있어요. 사업만 잘되고 볼 지경이면.
[사장] 암 그야 그렇지.
[관리인] 암 그렇구 말급쇼. 한강을 발아래 굽이치게두 하구 북한산을 그야말로 뜰 안에다 또 놓을 수두 있잖아요. 그저 그놈의 돈만 있으면.
[사원D] 우리두 좀 맘놓구 이런 집에서 살아봤음! 커텐도 얌전하게 맨들어 치구 뜰에는 화초두 가꾸어 놓구 그리고 과일나무도 심그구 복숭아, 츄리난 자주가 좋아 우리는 언제나 이렇게 떠돌아다녀야만 해요?
[관리인] 아씨 이방이 맘에 드시걸랑 아주 여기 눌러계시죠 뭣이 걱정입니까?
[사장] 얘 얘 쓸데없는 소릴랑 그만해라. 그런데 어째 오늘 우리 찾아온 사람은
[관리인] 우리라닙쇼?
[사원A] 간편무역사
[관리인] 아아뇨.……. 그럼 이방을 쓰시기루 벌써 작정이 되셨구먼요.
[사장] 그런 게 아니라 그럴 사정이 있어 그럼 곧 결정지어 알릴 터이니 내려가 기다리슈.
[관리인] 네 그럼 저는 물러가 분부만 기다리겠습니다. 여기 전화가 있으니……. (수화기를 들어보고) 어참! 제기랄, 전화가 고장이어서 가끔가다 종만 울리군 통 말소린 안 들린답니다……. 좀 있다 다시와 뵙겠습니다. 그럼 생각해보시구 결정해 주십쇼. 보증금은 십만 원입니다(하수 출입구로 통해 복도로 퇴장)
[사장] 아직두 한 사람두 안 찾아왔다니 그래 신문광골 어떻게 냈느냐?
[사원B] (신문오린 것을 보이며) 너무 적어서 잘 눈에 뜨이지 않는 모양이죠, 아버지.
[사원A] 취직자리 구하는 사람이 적다구 못 찾아보겠니.
[사원C] 취직한댔자 먹구 살아가지 못하겠으니 아예 첨부터 취직하지 않는 게지. (사장실로 들어가 소파에 눕는다)
[사원D] 그런 광골 누가 지원한담.
[사장] 세상이 아직두 그리 옹색하진 않은 게로군 광고하기가 무섭게 몰려들 줄 알았더니.
[사원C] (사장실에서) 아버지 우리두 요새 시체루 벽보라도 써 붙일까요?
[사장] 얘. 이리 나와 있어. 그 방은 오늘부터 사장실이다.
[사원D] 벽보에두 그런 문구를 써넣으실 테예요? '정직하고 착실하고 약간 미련한 청년을 구함' 하하……. 틀려먹었어요. 이런 문구를 보구야 누가 찾아옵니까. 그렇잖어 두 오빠…….
[사장] 얘 너희들은 인젠 아주 내놓구 아버지 오빠라구들 그러기냐 회사에선 서루 철저히 직함으로 불르라구 언짢았어. 전무 무역과장 회계과장이라고 불러야지.
[사원A] (사원D에게) 너 다른 사람이 있는데 그래 봐라, 그 사람이 뭐라겠나. 제길 이놈의 회산 살림살일 떠다논 건가 웬 오빠하구 아버지 천지야 그러군 당장 의아심이 생기구 그 통에 신용이 떨어지구 따라서 영업은…….
[사원D] 네 알았어요. 어서 좋을 대루 하세요. 난 모두가 귀찮어 오빠.
[사원A] 또 오빠래지.
[사원D] 아이참 나 좀 봐.
[사장] 얘들아 이젠 너희들두 잡담 집어치우구 일들이나 하는 척하구 있어. 지금이라두 불쑥 누가 찾어 들었으면 그 사람이 뭐라겠나 이놈의 회산 이렇게 한가하구두 제대루 월급이나 지불하는가 온 그리군 당장 의아심이 생기구 그 통에 신용이 떨어지구 따라서 영업두…….
[사원C] 알았어요 아버지. 아버지두 이젠 얘들아 얘들아 부르지 마세요. 혹시 다른 사람이 있을 때 그래 보십쇼 온 이놈의 회산 집안살림살일 떠다 논 겐가 왼 애들만이…….
[사장] 오냐오냐 알았어. 그럼 사람이 오거들랑 사장실로 알려.
[사원D] 네에 정직하구 착실하구 약간 미련한 사람 말이죠 사장?
[사장] 사장? 헛 그래 그렇다.
(사장은 옆방 안락의자에서 졸고 사원A 사원B 사원C 사원D는 제가끔 보따리에서 장부, 주판, 서류, 타이프 등을 끄집어 제멋대로 자리를 잡고 연신 사무에 분망하고 청년, 복도에 나타나 하수출입구를 노크하나 사원D의 재깍거리는 타이프소리에 아무도 못 듣는다. 사원C, 사원D 뒤로 와서 타이프 찍는 종이를 뺏어 읽는다.)
[사원C] 부평초처럼 떠다니는 사람이 말하기를「자주나무가 선 푸른 잔디밭이 그립다고요 부엌으로 들로 귀찮게 따라다니는 바둑이도 한 마리」
[사원D] 오빠! 안 주세요.
[사원C] 그러군 ……. 머……. 「그이가 늦어지면 저녁 찬이 식을가 걱정이랍니다.」아주「나는 사랑합니다. 정직한 사나이」
[사원D] 싫어요. 읽음은 (빼앗으려하는 사원C는 종이를 사원A에게 돌린다)
[사원A] 「나는 사랑합니다. 착실한 사나이」헛
[사원D] 오빠! (종이를 다시 사원B에게)
[사원B] 「그리고 약간 미련한 편이 나는 좋아요」 흐흐…….
[사원C] 그래 남편감이 고작 그런 거야!
[사원A] 취직지원자가 오면 안성맞춤이로구나. (울상한다. 청년 벙긋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일동 비로소 청년을 알아보고 황급히 제자리로 돌아간다. 청년 땅에 떨어진 종이를 주워들고 한동안 멍청이 서있다.)
[사원A] 어디서 오셨죠?
[청년] 저어……. 여기가 간편무역삽니까?
[사원B] (사원C에게) 취직 지원자 아냐?
[사원C] (사원D에게) 네 남편감이로구나.
[사원D] 몰라요. 저 종일 어떻게 하우 난 몰라.
[사원A] (청년에게) 그럼 실례지만 취직하려 오셨습니까?
[청년] 글쎄……. 저 같은 것두 소용이 될까요?
[사원C] (사원B에게) 아주 어리둥절한 게 안성맞춤이로군요.
[사원B] (사원D를 가리키며) 저 얘가 아주 녹았나 부다.
[사원A] (청년에게) 사장께 여쭙구 오겠으니 잠간만 기다리시죠.
[청년] 네. (사원A 사장실로 가서 귓속, 사원D 청년 앞으로 가서)
[사원D] 이리 주세요.
[청년] 네? 저 이력서 말씀이죠.
[사원D] 아 아녜요. 그 종이……. 아이 보심 안돼요.
[청년] 실례했습니다. (종이를 주고) 아씨도 이 회사에 계세요.
[사원D] 타이피스트랍니다.
[청년] 네에 저도 여기 채용됐음 오죽 좋겠어요. 어디 요즘은 일자리가 있어야죠. 휴우
[사원D] 이리 앉어 기다리세요.
[청년] 고맙습니다. (불안스레 걸터앉았다 다시 일어나며) 참 저는 저어 이창수라 불러주십시요.
[사원D] 그러세요. 인제 사장 만나시거들랑 말씀 드리세요.
[청년] 이 회사에서두 신원보증서나 추천서 그런 게 있어얍죠? 그게 없음 아무데서두 안 써주드군요.
[사원D] 없으세요.
[청년] …….
[사원D] 이 회사에선 별루 그런 걸 요구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저 본인만 착실하구 정직허구 그러구……. 그저 그러시다면요?
[청년] 네에……. 그럼 좀 안심이 되는구먼요. 그것 때문에 가는 곳마다 멱국을 먹었어요. 허허…….
[사원D] 왜 한 벌 장만하시잖어요. 추천서 얻기가 그리 힘들어요. 뭐
[청년] ……. 세상엔……. 힘든 사람도 있답니다.
[사원A] (사장실 도어를 열고) 그럼 이리 들어오시죠.
[청년] 네에, 저 말씀입니까?
[사원D] (용기를 북돋아주듯) 이번엔 꼭 성공하세요, 네. (청년 사장 앞으로 가서 경례)
[사장] 이리와 앉으슈……. 지금까지 취직한 경험은?
[청년] 한 한번 있습니다. 방직공장 창고계에 근무했습니다. 여기 이력서가 있습니다.
[사장] 추천서는?
[청년] 추천서가 없음 안 됩니까?
[사장]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 회사가 요구허는 인물은 무엇보담 먼저 정직한 청년이거든. 외국인과 외국회사를 상대하는 만큼 회사자체가 정직해야 할께구. 회사가 정직하려면 우선 사원들이 정직해얄 게 아니오.
[청년] 그렇습죠. (사무실에서는 사원사원B가 전화기를 들고)
[사원B] 아 여보세요. 마카오무역회사죠. 여긴 간편무역인뎁쇼. 전무 계십니까? 아, 왕전무십니까? 저 올씨다. 다른 게 아니구요. 전부터 걱정하시던 중석 5만 톤 말씀입니다만 오늘 아침에 무사히 출항했습니다.……. 온 천만예요. 사장이요 네 계십니다. 오늘 저녁요? 네 사장님께 여쭈어 보겠습니다. 그럼 끊지 말고 그대로 기다려 주십쇼.
[사원A] (사원C를 보고 방끗 웃으며) 아주 그럴듯한데 고장 난 전화가지구.
[사원C] 됐어. (서류를 들고 사장실로 간다. 사장 서류에 도장 찍는다.)
[사원B] 지금 마카오무역 왕전무께서 저녁시간을 말씀하시는뎁쇼.
[사장] 오늘은 모리부덴회사와 선약이 있어.
[사원B] 그럼 내일 저녁은?
[사장] 내일은 우리 회사의 초대연 아닌가? 사원들도 다 가야 하네.
[사원B] 참 그렇구먼요. 그럼 모레쯤 어떨까요.
[사장] 모레는 보석상 조합에 파티가 있잖나. 왕전무에게 파아티에서 만나자구 그래두어.
[사원B] 네. 알았습니다. (전화 앞으로 와서) 오래 기다렸습니다. 모 저어 사장께서 모레 보석상 조합 파아티에서 뵙겠다구요. 네 실례했습니다.
[사장] 군이 지금보다시피 큰 거래를 할려면 위선 정직해야만 한단 말이야.
[사원A] (서류를 들고 와서) 아침에 말씀드린 만5천 딸라 건이올시다.
[사장] (도장을 찍고) 음 이렇게 분주해서야 온 자아 그럼 우리 얘기를 계속하지……. 그래서?
[청년] …….
[사장] 그래서 어떻게 됐단 말이지?
[청년] 전 아직 아무 말씀두…….
[사장] 오 참 그렇던가? 다음으로 우리 회사에선 착실한 청년이 필요하단 말야. 군이 착실하다는 것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소?
[청년] 착실하다고 할 것 같으면…….
[사장] 예를 들어 말하면 자기 직무에 충실하다든가 또는 윗사람의 명령을 잘 복종한다든가 그런 것이 결국 착실하다는 증거겠지.
[청년] 네에 알았습니다. 제가 이렇게 빨리 세상 사회에 다시 나오게 된 것이 그 착실 때문입니다.
[사장] 세상 사회에 다시 나오다니?
[청년] 제가 오늘까지 취직자리두 못 구하구 추천서 한 장 얻지 못한 게 다 그 때문입니다.
[사장] ……. ?
[청년] 그래두 제가 착실허다는 것은 전옥나리께선 잘 알구 계시죠.
[사장] 전옥?
[청년] 네……. 한 달 전 제가 감형이 돼 형기보담 반년이나 일찍이 서대문 형무소를 나왔습니다만 그때 전옥나으리께선 문깐까지 바래다주시면서 제 어깨를 툭툭치시구는"난 삼십 평생을 형무소에서 살았네마는 자네처럼 착실한 청년은 처음 봤어" 하시구는
[사장] 그럼 자넨 전과자로군 그래.
[청년] 미안합니다. (사무실의 사원A 사원B 사원C 사원D, 사장실 도어 앞으로)
[사장] 음 어디 자세히 들려주지 못하겠나.
[청년] 사장 선생님 지금 와서 무엇을 감추겠습니까. 취직이 되구말구가 아닙니다. 글쎄 세상에 이런 억울할 데가 있습니까. (눈물이 내린다) 저의 시골 바루 옆집에 예쁜이라는 처녀가 살았읍죠. 인물도 그만하면 빠지지 않구 어려서부터 부모가 서루 허락한 사이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제가 스무 살 예쁜이가 스무 살 해 어찌된 셈인지 예쁜이는 갑자기 고개 너머 동리의 이진사댁 자제 소실루 들어가게 됐습니다. 저는 그런 범이 천하에 어디 있느냐구 예쁜이를 울며 달랬읍죠만 예쁜이는 들은 척두 않구 이게 다 우리 팔자소관이니 과히 서러워 말라구 연지 찍고 곤지 찍고 사인교를 타고 가버리고 말았습죠. 저는 그날루 서울루 와서 방직회사 창고계에 취직하고 있다가 주임까지 돼서 속으룬 아직도 예쁜이를 잊지 못했습니다만 겉으론 그래두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아직두 우리들의 인연이 끊어지지 않았던지 어떤 날 예쁜이가 저를 공장으루 찾어오지 않었겠습니까? 처음에는 괘씸한 마음이 앞섰으나 그래두 밉지 않던 여자가 꿇어 앉어 눈물을 흘리는 정상을 보니 목석이 아닌 제가 어떻겁니까. 하루 이틀은 꿈같이 지나갔습니다. 세상에 이런 재미두 있나 싶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일주일이 채 못 되어 예쁜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구 회사 창고에선 명주와 운방견 2백여 필이나 없어졌다구 야단법석입니다. 영락없이 모든 책임은 창고 주임인 제게루 돌아왔읍죠. 제가 예쁜이를 믿구 창고열쇠를 맡겨두었던게 결국은 이 꼴이 되구 말었습니다. 경찰서에 가서두 재판소에서두 아무 변명을 않구 절도 횡령죄루 일년하구두 열두 달 감옥살일 치루구 나오는 길이올시다. 제 억울한 사정을 아는 친구들은 저를 미련한 자식이라구 하구 저 자신두 좁은 감방에서 배에 조루루 소리가 날 적마다 과연 나는 미련한 놈이로구나 한탄두 했습니다만 지금 와서는 다 지나간 얘기올시다.
[사원D] 어쩌면 그런 여잘 그렇게두 생각할까?
[사원A] 과연 우리 회사엔 적격자인데
[사원C] 우리는 창고가 없으니 예쁜이를 만나두 걱정없겠군 흐흐…….
[사장] 그래 예쁜이는 그 후론 통 소식이 없나?
[청년] 찾을 길이 막연합니다.
[사원D] (뛰어 들어와서) 그 까짓 년은 찾아서 뭣해요.
[청년] …….
[사원D] 또 찾으면 데리고 사실 작정이세요?
[청년] 어떻겁니까, 그럼.
[사원D] 아직두 사랑하시는군.
[청년] …….
[사원D] 에그 지질이두 못났지.
[사장] 얘 얘 넌 아니……. 아니 저 저어 미쓰킴 나가있어.
[사원D] 아이 참 실례했습니다. 사장 저 서류가 다 됐습니다.
[사장] (눈을 흘기며) 전무께 돌리면 될게 아냐?
[사원D] 네에 (사무실로)
[사장] 그만하면 자네 위인을 잘 알았으니 오늘부터 같이 일해보기루 하자. 네 예쁜인가두 회사에 있으면서 두구두구 찾기루 하구.
[청년] 그럼 저를 저 같은 전과자라두 채 채용한단 말씀입니까?
[사장] 자네 사정이 그러니 낸들 오불관언으로 내버려 둘 순 없잖어 헛헛……. 난 자네의 정직허구 착실한 게 맘에 든단 말야.
[청년]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평생을 두구 잊지 못하겠습니다. 한평생을 두구…….
[사장] (사무실을 나오며) 자 이리 나오게 사원들을 소개할 터이니(사원A 사원B 사원C 사원D를 차례로 가리키며) 이분이 전무, 이분이 무역과장, 이분이 회계과장, 이분이 타이피스트……. 군의 이름은 뭐랬지?
[청년] 이창수 이창수입니다.
[사장] 어, 이창수 오늘부터 우리 사원이니 그리 아슈. 그러구 회계과장?
[사원C] 네.
[사장] 당장 용돈두 필요할 테니 이달 월급일랑 선불허도록 허슈. 우리 회산 외국인상대라 옷채림두 단정히 해야 하거든 우선 양복두 한 벌 짓구 구두두 맡기구.
[청년] 양복을요? 구두를요?
[사원C] 현금은 딸라 지폐밖에 없는뎁쇼.
[사장] 더욱 좋지. 왜 딸란 못 쓴댔어.
[청년] (사원D에게) 아씨 염려하신 덕택으로 같은 회사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사원D] 참 잘됐군요.
[사원C] 그럼 이게 이달 월급입니다. 백 딸라.
[청년] 100딸라 이렇게 많이 주세요. 이게 우리 돈으루 얼마입니까?
[사원C] 흐흐 당신이 좋으면 우리도 좋으니까.
[사원A] 그럼 오늘은 일찌감치 퇴근해도 괜찮소. 별루
[사원B] 양복점하구 양화점은요 길가 바루 맞은편에 있으니까…….
[사원C] 어디 미끈허니 갈아 입어보슈 예쁜이가 뭐라구 허나.
[청년] 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아씨 (복도로 해서 퇴장)
[사원D] 꼭 성공하세요.
[사원C] (사원D의 목소리로) 그래야 우리두 산답니다요.
[사원D] 오빤 그렇게두 사람을 골리구 싶을까 (복도로 나가 내려다본다)
[사장] 얘들아. 이미 결정해본 일이지만 사람이 너무 용해서 되려 불안하구나 저 또래가 어디 해볼 상 싶지가 않어.
[사원A] 그래두 약은 놈보다야 낫죠. 이것저것 다 아는 놈이야 백 딸라 쯤으로야 될 뻔이나 합니까. 전번에두 한 커부넣어 달라구 야단해서 골치를 앓으시군…….
[사원B] 그래두 약은 편이 안심이지 한 커부주더래두.
[사원A] 약은 놈은 너무 무책임한 걸 한두 번 후려갈기면 있는 소리 없는 소리 다 불어 바치니 저 친구야 서방질하는 마누라 때문에 징역살일하는 친구니 그만하면 의리야 있잖아요.
[사원C] (사원D에게) 너두 저런 남편을 골라 잡어라. 틀림없지.
[사원D] 오빠 그이가 바루 양복점으루 들어가요.
[사장] 양복점으루? 그렇군.
[사원D] 가만 계세요. 여기서 보구 있을게 (관리인 복도로 등장)
[관리인] 아씨 한강은 안 뵈도 퍽 시원은 하죠. 헤헤…….
(실내의 일동 황급히 제자리로 돌아간다. 사원B는 수화기를 들고)
[사원B] 그럼 고무 500톤은 오늘 중으로 검품해서 제3창고에 넣구 제6창고의 오징어는 오늘 중으루 인천으로 내가기로 하란 말야 알아들었어? 그러구 저 아세아 상회에서 입금됐겠지? 4만9천4백 딸라……. 오라잇 끝. 그럼 최 군과 좀 바꾸게.
[사원C] (주판을 놓으며) 1만2천3백 딸라 나아리 2천4백2십 딸라 나아리 7만9천6백십2 딸라 나아리
[관리인] 허어? 벌써들 사무를 개시하셨군 그야 그럴 게지. 장사하시는 분네야 하루 놀면 하루, 한 시간 놀면 한 시간 손핸 걸.
[사원B] (수화기를 귀대고) 아 최 군인가? 여긴 본사 무역관데 저 구라파 회사건은 어떻게 됐지. 옳지, 옳지 대성공이군 그래 허허……. 내 사장께 말씀드려서 뽀오너스를 톡톡히 내게 함세.
[관리인] ……?
[사원B] 그만허구 김 군과 좀 바꾸게.
[관리인] 아, 그 전화 언제부텀 통합니까?
[사원B] …….
[관리인] 벌써 석 달째 고장이드랬는데 (수화기를 들고) 어디 이리 좀 여보슈 여보 핼로우 모시모시 헤헤……. 고장이에요. 석 달 전부텀…….
[사원B] 고 고장인데……. 이를테면 이 전화가 아닙니다. 헤헤…….
[관리인] 사장계시죠.
[사원B] 네. 저 사장은 저 안에…….
[관리인] (사장실로 들어와서) 사무실이 마음에 드십니까? 에그 이 더운데 저 문도 열어놓으시죠.
[사장] 어참, 저기두 문이 있었군.
[관리인] (상수로 가서 출입구를 넣고) 이게 바루 비상 출입구입니다. 이리루해서 베렌다루 나가서 주루루 층층대를 타고 내려가면 바루 행길에 나서죠. 본래는 불이 나든가 할 때 쓰라는 것이지만 어디 그렇게 됩니까요. 한때는 이방을 호텔루 사용한 적두 있지만 아주 출입이 빈번 했아와요. 아닌 밤중에 임검하는 순경이 불쑥 들어서면 어떻겁니까? 옷 입을 경황이 어디 있어요. 그냥 그저 이리루 뺑소니를 칠밖에 흐흐……. 언젠가두 뚱뚱허신 신사 한분허구 염집 부인네가 들었다가 경찰이 임검하는 바람에 옷두 못 입구 그냥 벌거숭이루 달아났답니다.
[사장] 그래서? 그러군 어찌됐나?
[관리인] 방세를 잘렸죠 뭐? 그때부텀 우리는 선금주의죠.
[사장] 그렇겠군 참.
[관리인] (장부를 펴놓으며) 그러니 보증금을 주십사구 왔습니다.
[사장] 얼마라구 했지?
[관리인] 100만원 거기다 한 달 방세가 5만원올씨다.
[사장] 여, 회계과장 이리 좀. (사원C 사장실로) 저 백5만원 수표를 한 장 떼슈.
[관리인] 저 잠깐만 우리게선 수표거래는 일체하지 않는 주의입니다.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요즘 수표야 어디 돈 같사와요?
[사장] 그럼 현금으로 지불허지.
[사원C] 현금은 딸라밖에 없습니다. 사장.
[사장] 딸라두 괜찮지.
[관리인] 아니올씨다. 우리 한국백성이야 그저 한국지폐가 편리합죠.
[사장] 할 수 없군. 그럼 곧 은행에 가서 바꾸어 오기루허지. 그동안 좀 기다려야겠는데
[관리인] 네 오늘 중으로만 주신다면야 그럼 몇 방 더 다녀오겠습니다. 오늘이 월초라 수금하는 날입죠. 우리는 초하룻날 수금해서 그믐날 지출하는 주의랍니다. 그럼 곧 다녀오겠습니다. (나가려다가) 사장 영감! 이왕이면 방하나 더 안 쓰시렵니까? 아주 으슥허구 아담허구 시원허구두 좁다란 방이 있읍네다.
[사장] 그런 방이 무슨 필요가 있어?
[관리인] (옆을 쿡 찌르고) 괜실히 시치미를 떼시고 그러시지 헤헤……. 저 글자 찍는 아씨두 아주 묘하구 얌전하시군요. 헤헤……. 다들 그러시는 걸 뭐 제가 모르는 줄 아세요? 온 어림두 없죠……. 폭신허구 널따란 침대두 있구 이왕 쓰실 바에야 한 지붕 아래가 더 편리허시지 딴 곳에 정하신다구 별도리 있아와요? 아주 헐값으로 제공하겠습니다.
[사장] 아 아냐, 저 애는
[관리인] 걱정마세요. 제가 사원들게 꼬힐까 걱정이세요 헤헤……. 그러지 마시구 생각해두세요. 곧 다시 오겠습니다. (사무실로 나가자 전화종소리) 이크! 이게 웬일이야
[사원B] (신이 나서) 네? 네 그렇습니다. 아 박 군인가. 나야 무역과장. 오래간만이군. 지금 어디 있어? 뭐 명실관?
[관리인] (수화기를 뺏다시피 하며) 여보슈! 여보슈! 여보! 헬로 모시모시 헤헤……. 고장이라니까 글쎄. 종은 울려두 말은 오지 않어요. 석 달째 (하수로 퇴장)
[사원A] 넌 왜 전활 가지구 야단이냐?
[사원B] 누가 고장일 줄야 알았어 형.
[사원D] 오빤 어딜 가나 늘 말썽야.
[사원B] 넌 입닥치구 있어 얼마나 진땀을 뺀 줄 알구.
[사원D] 왜 이러구 진땀 빼는 생활들만 하구 있어요 글쎄. 아버지나 오빠나 또 나도.
[사원A] (사원B에게) 넌 좀 미련해.
[사원C] 거기다가 또 경솔하거든 작은형은.
[사원B] 에끼
[사원C] 하하……. (창으로 내다보다가) 이크! 저자식 웬일이야.
[사원A] 누구냐?
[사원C] 틀렸어! 형님. 아까 왔던 자식이 누굴 데리구 오는데 아냐, 웬 사람한테 끌려와 옷두 아까 그대루구.
[사원D] 또 진땀 뺄 일이 생겼군요.
[사원B] 발각났군 그럼.
[사원A] 얘 얘! 어름어름 할게 아니야 빨리 아버지한테 알려 (일동 사장실로)
[사원C] 아버지 왔어요 왔어?
[사장] 누가 왔다구 야단들이냐.
[사원D] 아녜요. 아버지 (귓속말로)
[사장] 글쎄 그럴 줄 알았지. 사람 놈이 너무 미련하드라. 얘들아 실수했단 안 된다. 자칫하단 아버지 아들 할 것 없이 다 떼 가구 밑천 놓는 판이다. 정신 바짝 채리구. 아예 사장이니 과장이니 해선 못쓴다.
[일동] 네! 아버지 (청년과 사복형사 복도로 등장)
[형사] 여기야?
[청년] 네.
[형사] 틀림없지?
[청년] 틀림없어요. 여기서 받았어요. (노크)
[사장] (사원A에게) 너 가서 문을 열어라 그리구 너희들은 살림방을 꾸미는 척 하구 있어.
[사원B] 아버지 난난 자꾸만 떨려. 그냥 달아나 버리죠. 아버지!
[사장] 에끼 못난 자식! 사내 녀석이 그래 가지구서야 어디 쓰겠니? (사원A하수 도어를 연다. 청년과 형사 들어선다)
[형사] 사장 계십니까?
[사원A] 사장요?
[형사] 회사 책임자 말요.
[사원A] 우리 아버지 말씀요? 세대주는 아버지올시다만 어디서 오셨죠?
[형사] 서에서 왔는데요. 저 여기가 간편무역사죠?
[사원A] 간편무역사!
[청년] 네 그렇답니다. 이분이 바루 전무입니다. 그리구 저 회계과장이 제 지장을 찍구 돈을 내주셨어요. 그렇죠. 전무선생님.
[형사] 지금 말이 옳습니까?
[사원A] 전 도무지 무슨 영문인지 이해하기 곤란합니다.
[청년] 아까 그러지 않었어요 왜
[형사] 헛헛……. 이 젊은 친구가 아직도 발악을 합니다. 그려 저, 사장을 잠깐
[사원A] 그런 분 없다니까요.
[형사] 참 사장이 아니라 춘부장을 좀 뵀으면 합니다.
[사원A] 네 그러시죠. 아버지 손님 오셨습니다.
[사장] (사장실에서) 오냐, 침대 맡긴 것 가져왔느냐 (나온다)
[청년] 오! 사자앙!
[형사] 선생님이 간편무역 사장이십니까?
[청년] 그렇습니다. 이분이 바루…….
[사장] 잘못 아시구 오신 모양이군요.
[사원A] 서에서 오셨어요.
[사장] 나한테? 무슨 일루?
[형사] 이 남자가 선생회사에 취직했다는 데요.
[사장] 천만에! 대체 누굽니까? 이 사내는? 난 생면부지올시다.
[청년] 아닙니다. 사장 그런 말씀이 어디 있습니까. 제가 금방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하지 않었어요? 전 여기사원이에요. 사장.
[형사] (뺨을 갈기고) 임마! 아직도 거짓말야!
[청년] 아니예요. 나으리는 몰라요 나으린! 아씨! 회계과장! 증인이 있습니다. 아씨! 아씨가 아십니다. 회계과장이 한 달 월급을 선불해주시고 양복을 사입으라구 딸라 지폐를 주셨어요!
[형사] 임마 떠들지 말어 글쎄. 이 미련한 친구가 누굴 속여 보겠다구 100불짜리 지폐를 위조해 가지고 백주에 서울 네거리를 횡행합니다. 그려 헛헛……. 그리군 월급을 받았다? (머리를 갈기며) 임마, 뭐 양복을 짓겠다구? 가짜 돈을 찍을려면 남이 봐두 그럴듯하게 맨들어 진짜 백 딸라 짜린 구경두 못했을 자식이. 가자, 임마 실례 많았습니다.
[사장] 온 천만예요.
[청년] 사장! 나으리! 제겐 아무 죄도 없어요. 제발 미련은 하지만 나쁜 짓을 한 적은 없어요! 하나님이 아십니다. 하나님이! 어이구 그 지긋지긋한 감옥살일 어떻게 또 허라구 이러십니까? 이러시길 사장! 구두도 사서 신구 양복두 새루 맡기구 추천서두 일없구 신원보증두 일없다구 그러시지 않었어요. 사장 아씨를 만나게 해주세요 아씨를! 아씨는 거짓말을 안 할 겁니다. 아씨! 아씨!
[형사] 임마 떠들지 말어 가자! (억지로 끌고 밖으로 나간다. 복도로 해서 상수로 끌려가며)
[청년] 회계과장 아씨 사장 왜 제게 취직자릴 주었어요. 취직만 안했드라면 감옥에두 안가구……. 감옥엘……. 감옥엘……. 사자앙……. 너무합니다. 사자앙! (사장과 사원A 사장실로, 사원D는 복도로 가서 청년이 간 뒤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사장] 휴, 결국 또 실패지. 이번엔 얼마나 찍었느냐?
[사원A] 시험 삼아 300장만 찍었어요.
[사장] 흥 3만 불이로구나 (지갑에서 진짜를 꺼내 대조하며) 어디가 다른가 자세히 보아라.
[사원A] [도안이 좀 이상허다 했드니만.
[사원C] 도안이 아녜요. 형님 인쇄 잉크가 달러요.
[사원B] 잉크가 어떻다구 그래. 종이가 틀리는 걸 뭐.
[사원A] 종이야 할 수 할 수 없지. 미국을 간다고 같은 종이를 사겠니.
[사원C] 아녜요. 잉크예요.
[사원B] 종이야.
[사원A] 도안이 틀렸어.
[사원C] 잉크라니깐.
[사원B] 잉크가 어쨌단 말야. 네가 도안을 잘못 그려놓곤.
[사원C] 도안이 어디가 틀렸어!
[사장] 얘들아! 떠들지 말어 그 미련한 녀석 때문에 단단히 손해 봤다.
[사원C] 참 그 자식 때문야.
[사원A] 첫눈에두 자식이 좀 모자라는 것 같드니만.
[사원B] 그러기 내가 뭐랬어요 한 커부 주더래도 약은 편이 났다구 안 그랬어요?]
[사원D] (흥분해서 들어오며) 아버지 그일 자동차에 태워요.
[사원A] 모두가 그 자식 때문야 3만 딸라를 손해 봤다.
[사원C] 감옥으루 가두 싸지!
[사원D] 그이에게 무슨 죄가 있길래!
[사장] 그럼 어떻허란 말야.
[사원A] 자백허란 말이냐! 우리가 대신 감옥엘 가란 말야?
[사원D] …….
[사원C] 너 가렴.
[사원D] 대신요?
[사원B] 얘가 오늘은 왜이래 아까부텀.
[사장] 쓸데없는 생각 말어……. (노크소리) 이크, 누가 또 왔구나. 이번엔 우리 차례다. 달아날 차빌 해라 얘들아 (갈팡질팡한다. 사원D만은 우두커니 서 있다) 얘들아! 이리루 이루 나와.
[사원A] 저. 도……. 도구를 챙겨야죠. (사원A 사원B 사원C 장부와 타이프를 가지고 허둥지둥 비상구 입구로 사라진다. 밖에서 사원A가 "애 뭘 하고 있어 빨리 나와" 하고 지껄이는 소리)
[사원D] 정직하고 착실하고 그런 사람이 왜 감옥살이를 가요. 아버지 미련한 것두 죄예요. (다시 복도로 나간다. 관리인 하수출입구로 들어와서 사장실까지 가며)
[관리인] 어렵쇼. 아무두 없네. 벌써 퇴근인가 온 옳지. 이리루 나갔군 그래 (비상구로 내다보며) 사장! 회계과장 보증금을 내셔야죠. 보증금을. 헛들은 척도 않네. (책상 위에 너저분한 지폐를 보고) 이크! 이게 웬 딸라 지폐냐! 한 장 두 장 석 장 여기두 여기두 여섯 일곱 장! 어이구 이게 대체 우리 돈으루 얼마야 (미친 듯이 주어 넣고 황급히 나가다 복도에서 조각처럼 서있는 사원D와 마주친다. 불안스레) 아 아씬 계셨드랬군요. 헤헤…….
-막-
■ 핵심정리
▶주제 :
① 선과 악이 구별되지 않는 모순된 사회 현실에 대한 풍자.
② 광복 직후의 혼란스러운 사회상과 타락한 가치관에 대한 비판
▶줄거리
가난을 면해 보려고 위조단이 된 한 가족은 빌딩에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사원모집광고를 낸다. 누명을 써서 전과자가 된 정직하고 미련한 청년이 사원으로 채용된다. 청년이 사용한 달러가 위조임이 밝혀지자 가족은 사기극을 중단하고 청년의 사원채용 사실조차 부인한다. 정직한 청년과 가족 중 일원(사원 정)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은 돈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부정적인 인물들이다. 청년은 경찰서로 연행되고 일가족은 임대료를 물지 않기 위해 몰래 도망친다.
▶ 작품의 풍자성
1. 제목 : 정직과 사기라는 단어사이의 모순 ⇒ 정직한 청년이 사기한으로 몰린다는 것은 그 사회의 부정직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작품의 큰 줄거리를 짧은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2. 대비적 인물 설정 ⇒ 선량한 청년의 몰락을 통해 그 사회의 부정직을 비판함으로써 그러한 왜곡된 삶 속에 던져진 관객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이창수가 다시 경찰에게 붙들려가고 마지막 장면에서 관리인이 돈을 챙기다가 정에게 들키며 어두운 분위기로 막이 내리지만 인간에 대한 따뜻함이 배어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속임수가 판치는 세상 풍자)
3. 사회의 부정직성을 대표하는 인물 ⇒ 청년을 속여 감옥에 가게 한 옛애인 예쁜이와 위조지폐를 시험사용하려는 위조 지폐범 가족 일당 그리고 거짓광고와 온갖 술수로 이어가는 관리인이 그 사회의 부정직성을 대표한다. 삶의 유일한 기준은 돈으로 돈을 위해 속임수는 뭐든 문제될 것 없다.
4. 순수한 청년 ⇒ 남을 속여 자신의 허욕 달성하고자 하는 부정직한 사회에 쉽게 대처하지 못하고 남을 순수하게 믿는 청년은 웃음의 대상이자 웃고 있는 관객까지 비판하려는 희극적 장치이다.
■ 감상의 길잡이
▶해제 :
이 작품은 일가족으로 구성된 위조 지폐단의 사기 행각을 통해 해방 직후의 혼란스런 사회상과 타락한 가치관을 희극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작가는 정직한 인물이 오히려 피해를 입는 모순된 현실 상황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실제로는 부자, 부녀 관계인 등장인물들이 회사의 사장, 사원으로 위장하는 과정과 고장난 전화기를 재치있게 활용하는 극적 설정이 재미있다. 짜임새 있는 구성과 재치 있는 언어 구사, 일상성과 사회성의 적절한 배합은 대표적 희극 작가로서 오영진의 일단을 충분히 입증해 준다.
어리석지만 정직한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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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위선과 부정을 폭로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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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으로 받은 위조 지폐를 쓰려다 경찰에 잡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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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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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 지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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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이용해 위조 지폐를 유통시키려는 사기 집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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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 경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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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 가치로 사람됨을 평가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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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자료 감사합니다. 잘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