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난다는 건 참으로 사람을 들뜨게 하는 일이다
매년 이 맘때 생일이 닥치면 가족들은 늘 생일여행을 준비한다
어느해엔 안동을 거쳐 영양으로 어느해는 삼천포거나 통영으로 사량도까지 어느 해는 거제도에서 외도를 거쳐
진주를 들러 올라왔다
그리고 작년엔 여수 순천을 투어하고 올해는 서해안 일대를 투어했다.
모처럼 마음을 땅으로 내려 놓는 일,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일은 참으로 소중한 일이다.
막역한 지인으로 인연을 맺고사는, 모 월간문학지 대표가 덩달이로 기사를 자청해서 떠나는 길은 즐거웠다
물론 기름값부터 숙박료며 음식값은 절대 우리쪽 지불임을 그는 잘 알기에 우리와 함께 하는 여행을 한달에 한번씩
하자고 졸라댄다^^ 치이~~~~ 차만 사봐라 발로 찰끼다 ㅋ~
차가 열대쯤 있다해도 우린 간간히 동행할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무슨 말을 해도 히죽거리며 웃음으로 받는다.
그가 좋은 가이드가 되어 안면도 일대를 샅샅이 데려간다
꽃지 해수욕장에 닿자 한 밤중이 되고 우린 무엇보다 먹을거리로 제철인 꽃게를 찾는다
달을 쳐다보니 달의 살이 좀 빠져있다 ㅋㅋ 바다 속에 사는 모두 조개류의 속살이 달을 닮아 저만치 찼을 거라 말을 하며
식당에 들자 아니나다를까 주인 아주머니도 한마디 얹는다
꽃게 살이 좀 덜찼다고......
어려서 꼬막이 많이 나는 보성에 살았기에 벌교에서 나는 꼬막을 많이 먹고 자랐다
어른들 말씀이 달을 보며 꼬막 알이 차서 맛있겠다 알이 차질 않아서 보름을 기다려서 먹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자랐기에
바다와 달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곤 했었다.
어쩌면 지구는 달없인 존재할 수 없는 별일지도 모른다는 둥....그동안 못다했던 말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꽃게찜이 맛나게 익을 동안 우린 태양과 달과 지구의 상관관계를 논하며 하염없이 수다를 풀어냈다
꽃게찜이 나왔다. 히야~~~ 정말 순수하게 찐 꽃게를 받아본 감회가 남다른 순간.
늘상 콩나물과 미나리와 미더덕을 넣어 양념장으로 버무려 찐 꽃게찜을 생각하고 있다가 순수한 게찜을 보구선
탄성을 질러댔다~` 이거 왠 떡이야~~~ 아니 이게 왠 원초적 꽃게찜이냐~~~ 함스러 ㅎㅎㅎㅎ
정신없이 뜯어먹는 순간엔 태양도 달도 바다도 간곳 없더라 ㅋㅋ
꽃게찜으로 배를 채우자 우린 그제서야 어슬렁거리며 바다로 나갔다
갯내음이 물씬 밀려와 온 몸을 바르르 떨게 한다. 바다의 내음은 마치 다른 별에 온 듯한 낯설다. 그만치
오랜만에 바다 앞에 섰다는 것일게다. 늘 익숙한 내음으로 가슴에 철썩이는 파도건만 너무 오랜만에 바다에 섰다
일년이 그새 훌쩍 넘어서버렸으니....
폭죽을 샀다...그리고 너르디너른 꽃지 백사장을 걸으며 행복했다
폭죽에 불을 붙이고 위로 쏘아올리면서 우린 동심으로 돌아간다. 그리도 어쩌면 다른 별에 그 순간 표류했다는 모험감으로
가득차 폭죽을 가지고 놀았다. 웃고 떠들고 깔깔대고.....ㅎ~~
성수기가 아닌지라 꽃지 해수욕장 인근 숙박업소는 많이 비어있을 것이기에 느긋하게 팬션을 알아본다.
팬션에 들어가서 분위기 무르익자 한국 문학사의 스토리가 쏟아져 나오고
역사가 굽이치고 ......새벽 세시다.
월영시인이 쓰러지고 나도 쓰러지겠소~ 함스러 쓰러지고 젊은 시인 주뢰와 대표가 젊은이들의 문학을 논하는 걸
귓가로 들으며 또 다른 별로 여행을 떠났다.
다음날 꽃지에서 다시 바다로 내려갔다 해산물 파는 아주머니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내 어머니도 저리 자식들을 길러내셨는 걸....싶어... 산낙지와 해삼과 멍게를 주문해서 바다향기에 적셔 먹었다.
아주머니 무지 좋아하시면서 덤으로 고맙다는 덕담을 얹어주신다.
꽃지에서 꽃게탕을 잘한다는 방포식당에 들러 그 자리에서 40년간 꽃게탕을 끓여내셨다는 연세 지긋한
어머님이 끓여내신 꽃게탕을 먹었다
만리포로 달린다
만리포에서 천리포로 천리포에서 천리포 수목원에 들렀다
언젠가 줏어들었던 한국인으로 귀화해 수목원을 일궜다는 민병갈 박사님의 일대기를 수목원 안에서 마주하면서
참으로 끈끈한 감동을 느낀다
나무처럼 살아라....한그루 나무 목련아래 잠든 그분의 영령앞에 짦은 묵념으로 감사를 드렸다.
삼만평의 수목원은 보물이란 생각이 들만큼 정스럽고 아름다웠다, 여느 수목원보다 왠지 느낌이 곱게 내려앉는 곳이었다.
천리포 수목원을 나와 백리포를 들르는데 아주 정겹더라
언제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은 백리포였다. 꼭 다시 가리라.....ㅎ~
십리포 이름을 희양포로 바꾸어서 헷갈렸지만 우린 그곳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한창 쭈꾸미와 새조개 축제를 하고 있다는
남당리 포구로 올라왔다
주말이지만 좀 썰렁한 느낌이 들어 물었더니 축제가 지난 주 끝났닸다
끝났음 어떻게 시작이면 어떠리.....덕분에 새조개 샤브에 쭈꾸미까지 덤으로 얹어 거하게 먹을 수 있었으니
뭐...인생이란게 이렇듯 가는 길목에 쏠쏠함이 있으면 더 행복한 것이다.
서해안을 투어하고 돌아온 느낌은 참으로 할 일을 했다는 개운함 같은 거~
짧은 여행으로 봄날의 획을 그으며 바다를 포획했다.
올 봄날 전국이 25도로 평행선을 긋던 날 ...일제히 함께 피어버린 꽃들의 함성에 놀란 가슴으로
떠난 생일여행은 참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힐링이었다고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