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을 산것 같은 느낌이지만, 제가 이 곳에 온지 두달이 넘어갑니다.
이 곳에 오면서 계속 드는 생각 중에 하나는 제가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을까에요.
전기도 없어보니깐 삶이 단순해지고, 필요 이상으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소모되는 시간들을 줄일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물도 수도에서 나오는 물이면 좋겠지만, 우물에서 길어오는 물도 누가 길어다 주기만 한다면 좀 지저분해도 사용할 수 있을꺼 같아요.
(물을 긷는 건 너무 힘들어요. 거의 20~30미터 깊이에 양동이를 내리고 그 길이만큼 물을 긷는 건
어려서부터 단련되지 않고선 힘들고, 더욱이 여자들에게 저처럼 어리지 않은 여자에겐 더 버겁습니다.)
근데 유독 포기가 되지지 않는 건 "휴지"에요.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냐하면 두 달에 한 번 있는 기도 모임을 마치고 제가 갈 까시네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 짐 중에 휴지 한 묶음이 있는거에요.
대중 교통을 이용해서 6시간을 가야하는데 그 지역에서 사시면 되지 않냐고 여쭤보니깐,
작은 가게들이 있긴 하지만 휴지는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물품이라 가져다 놓지 않는다는 거에요.
그래서 내가 내 삶 속에서 휴지를 포기하고 살수 있을까를 아주 여러번 생각해봤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으면 모를까 어디서든 공급이 가능하다면 조금 불편해도 포기하지 못할 꺼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이 육신을 입고 이땅에 오신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천지를 만드신 분이 그가 만든 창조물 중에 하나가 된다? 는 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닌 거 같아요.
사람이 개미가 되는 걸루 설명이 될까요? 같은 창조물이라 그것도 충분한 설명은 되지 않을꺼같아요.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의 모두를 포기하고 사람이 되신 예수님. 그것도 다 자란 성인이 아닌 육신의
어머니로부터 젖을 먹어야 하고, 걷는 걸 배워야했으며 말이며 문화 모든 걸 배워야 하는 시간들을
겪으셨어야 했던 것은 우리를 너무 많이 사랑하셔서 독생자 그 아들을 주기까지 사랑하신 하나님의
그 사랑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포기였을꺼 같아요.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
(빌립보서 2:5~11)"
오래전부터 외우던 말씀인데, 내 못된 자아가 문득 문득 나를 지배하려고 할때,
내 뭔가를 주장하고 싶은 목소리가 높아지려 할때마다 이 말씀을 되뇌여봅니다.
죽기까지 복종하셨던 모든 걸 다 우릴 위해 포기하셨던 예수님의 마음
그 앞에서 아무것도 주장할 수 없게 하십니다. 나를 겸손하게 낮추시는 주님을 만나게 됩니다.
저는 지금 9월까지 여러 선교사님 사역지를 방문하면서 오리엔테이션 기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간들을 통해 9월에 까시네로 돌아가서 무슨 사역을 할지에 대해서도 함께 사역할 선교사님들과
의논하기도 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한주간은 임파다에서 사역하시는 네델란드 션교사님 사역지를 둘러보고 왔습니다.
이 시간이 제겐 특별한 시간이였는데, 제가 기니비에 오게 된 계기가 선교사님이 네델란드 성경 학교에
보낸 기도편지 때문이였거든요. 듣고 기도했던 이 곳에 직접 와서 또 편지를 보낸 선교사님의 사역들을
보는 건 참 감격적인 일이였어요.
특별히 비야파다 종족을 향한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계신 선교사님의 사역은
제게 참 많은 도전이 되었습니다. 교회 오픈 예배를 드리면서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하셨는데,
생전 처음 받아보는 선물에 아이들은 모두들 들떠 있어서 우리가 그 마을을 떠나오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손을 흔들면서 고맙다는 (이나라 말로 "오브리가두") 인사를 연신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 주님이 주실
복음에 이르는 기쁨이 이 정도가 아닐텐데, 우리 아이들이 그 복음의 축복까지 이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이번주 5월 15일부터 ~22일까지 깐충구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의 학교 사역을 보고 올 예정입니다. 일주일 정도 수도에 머물다가 6월 한달은 가부에 가서 살다가 7월,8월은 수도에 있는 본부에서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갖을 예정입니다. 인터넷을 사용 할 수 있는 심카드를 사서 사용하고 싶은만큼 충전해서 데이타처럼 사용하고 있는데, 핸드폰으로 멜을 쓰거나 열어보는 건 어려워서 카톡이나 카카오 스토를 통해
은혜를 나누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이 카톡과 카스의 무궁 무진한 세계를 이 곳에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멜은 수도에 머무는 시간 동안에만 가능합니다. 금방 답글을 남길 순 없지만 카톡이나 카스에 글을 남겨주시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전 제가 이 곳에 있으면서 엘리야 시대에 사르밧 과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것도 나눌 게 없을꺼라고 생각했는데, 그저 견뎌내고 잘 참아내야지 생각했는데,
사르밧 과부의 결코 떨어지지 않는 기름과 가루처럼 날마다 새로운 은혜를 주시네요.
이 곳에서 주시는 은혜가 참 많습니다. 상황이나 형편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게 아니란 걸 더욱 실감합니다. 카스를 통해 받은 모든 은혜를 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나눠드리겠습니다. *^^*
(제 카카오계정은 ginkamja@nate.com 스토리 아이디는 mijung76입니다.)
기도제목
* 9월에 까시네로 가면 작은 마을인 쿵파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과 함께 학교 사역을 시작할지를
두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여러 사역을 두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학굔데,
문맹률이 낮아 혹 성경이 있다해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별루 없고, 아이들이 주중엔 이슬람
학교에서 코란을 배우고 주일엔 성경학교를 나옵니다.
성경을 가르칠 수 있는 기독교 학교를 만드는 걸 생각하고 있는데, 더욱 지혜가 필요합니다.
특별히 쿵파 지역 대표들이 우리가 학교 세우는 걸 아직 허락하지 않은 상황이라 더욱 기도가
필요합니다.
* 5월부터 우기가 시작됩니다. 날씨는 선선해지지만 또다른 종류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별히 우기때엔 모기가 기승을 부린다고 합니다.
특별히 말라리아에 걸리기가 쉬운데, 지금 말라리야 약을 먹고 있긴 하지만 더욱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건강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고 우기를 잘 보낼 수 있도록.
이제 두통은 거의 없는데, 어지럼증은 가끔 있습니다.
철분 약과 비타민을 꾸준히 먹고 있고, 식사도 잘하고, 약이라 생각하며 레몬차도 계속 마시고 있는데도
어지럼증이 가시지 않아서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한국에서 종합 검사를 하고 온터라 다른 문제는
아닐꺼라 생각됩니다.
날씨에 환경에 적응하느냐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어지럼증이 완전히 사라질 것을 위해서도
기도해주세요.
* 지금 전 크레욜이라는 언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어느 날엔 제 주위를 맴돌던 익숙하지 언어가 다섯개인 적도 있었어요.
영어, 네델란드어, 크레올, 비야파다어, 풀라어 ..
감사한건 아주 자주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들 속에 멍하니 있지만, 언어를 배우는데 크게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다는 거에요. 단어와 문법이 한번에 되는게 아니라 계속 사용하고 암기해야 하는 거라
지금은 생활 언어를 거의 끝내고 성경을 함께 읽으면서 성경 언어를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맘 가운데 조금 조급한 건 9월에 까시네 지역으로 가면 그들은 나에게 수수언어로 이야기를 하면서
수수 언어 배울 것을 권할 꺼라서 9월 전까지 크레욜을 대충 오고가는 대화라도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면 좋겠다 생각이 듭니다.
언어 배우는 데 지혜를 주시고, 배우는 언어들이 주님의 일을 위해 잘 사용되어지길 위해 기도해주세요.
여기 모기는 소리 없이 강하고, 작지만 강합니다. 모기를 눈으로 본게 몇 번 안되는데 제 종아리는 온통 모기가 물어서 긁어서 생긴 흉터들로 난리입니다. 아직까지는 일주일에 한번씩 말라리야 약을 먹고 있고
(약이 강해서 간에 별루 좋지 않다고 해요. 그래서 언제까지 먹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단 우기인 11월까지는 먹으려구요)
또 밖에 외출할때는 바디 로션을 바르듯 모기기피제를 온 몸에 바르고 다니고 있어서 말라리야에 대해
실감하지 못했는데, 두달 사이에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말라리야에 걸렸어요.
모기기피제가 또 말라리야 약이 난 의식하지 못하지만 모기로부터 나를 보호해주고 있음을 느낍니다..
우리 주님처럼
멀리 있지만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또 멀리 있지만 동역자님들의 기도의 힘으로 살고 있어 더욱 감사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