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교시부터 종만(가명)이를 내 옆에 콕 붙어있게 했다.벌이다.
"선생님, 종만이 때문에 수업이 안 돼요."라는 방과후강사들의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았던 터인데 오늘은 급기야 스포츠강사에게까지 이런 말을 들었다. 심지어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주의를 줘도 버티기로 일관하는 녀석을 보고 나도 단단히 화가 났다.
"교실로 잠깐 가 있어." 종만이는 위엄섞인 내 말도 들은 체를 하지 않고 버틴다.
결국 끌다시피해서 종만이를 교실로 데리고 왔다. 이런저런 자초지종을 물어도 도무지 대답을 않는다.
'이 녀석이 나의 인내를 시험하는건가?'
급기야 회초리까지 들고 손바닥을 세 대만 맞자고 했더니 한사코 버틴다.
이유인 즉 무서워서 싫단다. 엄포로 들었던 회초리지만 함부로 때릴 수는 없으니 결국 하루 종일 내 옆에 있는 벌을 내렸다.
돌봄교실도 보내지 않았다. 수업 끝난 후에 그래서 두 시간을 조용히 나랑 빈 교실에 앉아있다.
평소와 달리 내가 말을 걸어주지 않으니 심심한지 조용히 책을 가져다 본다. 얼핏 보니 너댓 권은 벌써 읽은 눈치다.
퇴근 시간이 되어간다. 종만이와 이야기를 나누어야는데 아직 내 분이 다 풀리지 않았는지 이렇게 일기만 쓰고 있다.
"땡동" 퇴근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선생님, 집에 가도 돼요?"
나는 조용히 눈을 마주하고 고개만 끄덕인다. 내가 물었을 때 너도 그랬으니까...
마음을 풀어주지 못하고 그냥 보내서 미안하다. 내일쯤은 이야기를 나누어야지.
종만이가 있다간 빈 교실에서 읽다만 천종호 판사의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를 조용히 덮는다. 미안한 마음이 많은 날, 퇴근 길 발걸음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