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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유회 다녀 온 다음 날,
낮에 갑자기 하늘이 컴컴해 지더니 쌀쌀한 바람까지 동반하고
후두둑후두둑 사나운 소나기가 내리더군요. 그걸 보며 생각했습니다.
'어제 야유회 갔을 때 이런 소나기를 만났으면 어쩔 번 했지?'
그랬다면
스치는 햇살 한 줌, 지나가는 바람 한 점, 얕은 물길 하나까지도
무심히 생각하지 않고 자연과 하나 되는 건축을 했다는 '이원아트빌리지'에서
그렇게 감탄하며 이곳저곳 둘러 볼 여유가 없었겠죠?
날씨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햇빛은 쨍쨍 우리들 마음은 반짝반짝'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날씨 덕분에 연분홍 꽃물보다 더 진한,
또 하나의 추억을 가슴에 새길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여러분께 질문 몇 가지 드리겠습니다.
*건축과 건물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나요?
*간단히 할 수 있는데 비해 효과는 엄청 좋은 '귀맛사지' 방법을 아시나요?
*된장찌개를 쉽고, 맛있게 끓이는 방법을 알고 있나요?
*건강하게 보일 정도로 얼굴이 살짝 그을렸나요?
네 가지 질문에 모두 "yes"라고 자신있게 대답한 당신!
4월 22일 수도여고 27기 봄나들이를 확실하게 다녀 오신 분이군요.
당신 가슴에는 아주 찐한 추억의 꽃물이 들어 있겠군요.
그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친구들 가슴에도
엷은 꽃물이 번져 가기를 기대하며 그날, 우리들의 이야기를 해 보렵니다.
-아름다운 봄풍경이 내 마음에 남긴 이야기-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여행일까요?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자기자신을 만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여행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짧은 여행같았던 이번 봄나들이는
-길이 막혀서, 길을 못 찾아서, 장시간 커다란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조금 멀리 여행 온듯한
기분이 살짝 들 때도 있었다니깐요^^-
매우 바람직한 야유회였습니다.
서울을 벗어 나니 더욱 꽉 막힌 도로,
버스가 느린 걸음으로 고속도로를 통과하느라
주변 풍경이 휙휙 스쳐 지나가지 않고
천천히 움직이는 풍경화처럼 눈에 들어 와 더 좋았습니다.
'인생은 빈 술잔, 주단 깔지 않은 층계
사월은 천치와 같이 중얼거리며 꽃 뿌리고 온다.'
문득 이름도 가물거리는 미국여류 시인의-밀레이?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지?-
시 한 구절이 떠오르더군요.
누가 그렇게 꽃을 뿌려 놓았을까요?
천치처럼 중얼거리며 꽃을 뿌린 건 봄바람이었을까요? 보슬보슬 봄비였을까요?
어머니 마른 손 같다는 가는 가지에 조로롱조로롱 수도 없이 매달려 있던
하얀 조팝꽃 조팝꽃.
여기저기 조팝꽃이 흐드러졌습디다.
먼산엔 연녹색 싹을 틔운 나무 사이로
연분홍 산벚꽃이 웃고 있었죠.
드문드문 피어 있던 진달래는 고개 숙인 채 쿡쿡 웃고 있는 어린 소녀 같더군요.
산세가 꽤 험준한 곳으로 구불구불 차가 도는데
옆에 앉은 기섭이가 그러더군요.
"어머 저긴 낭떠러지야."
나는 보았습니다. 그 틈에 피어난 여린 꽃 한 송이.
이 벼랑 끝에 이름모를 꽃 한 송이 누가 피워 두었을까요?
'이월저수지'라나요.
넓은 호수같은 그곳 물 한가운데,
작은 섬 하나가 동그마니 떠 있었는데
아기 소나무 몇 그루 자라고 있던 그 작은 섬 하나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 섬이 꼭 그럴 것 같더라구요.
물새 한 마리 날아 들면
"젖은 날개 말리며 쉬었다 가렴."
큰 비 내려 행여 떠내려 갈까 걱정하는 아기 소나무에겐
"내가 꽉 잡아 줄테니 떨지 마라."
지나가다 들러서 세상이야기 주절주절 늘어 놓는 수다쟁이 바람에겐
"다른 사람 이야기는 칭찬만 옮겨라."
꼭 그럴 것 같더라구요.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내 좋은 친구들 마음에 작은 섬으로 살고 싶습니다.
언젠가 친구가 내게 그래 줬던 것처럼
친구 마음 휘청거릴 때 꽉 잡아 주고 싶습니다.
마음이 텅 빈 것 같아 허전하다 하면 그 빈 마음 채워 주고 싶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먹어서 더 맛있었나?-
"맛있는 거느은~ 행복한거야~"
좀 오래 전 어떤 CF에서 강호동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표정을 지으면서 했던 말이지요.
암 그렇고 말고요.
오늘 우리는 그 말을 두 번씩이나 실감했으니까요.
(서일 농원에서 먹은 점심식사);
일반적인 녹두부침보다 아주 도톰한 녹두부침이 나왔는데 어떻게 부쳤는지-속을 잘 익혔는지-
겉은 노릇노릇 바삭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우면서 고소했습니다.
우리콩 두부였는지 뜨거운 물에 데친 두부도 구수~
그리고 장류를 판매하는 농원답게 반찬으로 나온 장아찌의 종류가 다양했는데
감장아찌, 돌미역장아찌-먹을 땐 우리끼리 파래로 결정 봤는데 나중에 설명 들으니 돌미역이라네-
더덕장아찌, 밤채를 송송 썰어 얹은 깻잎 등 모두 밥도둑이었어요.
싱싱한 쌈에 친구들의 이야기와 연신 터져 나오는 웃음까지 얹어서
맛있게 싸 먹었습니다.
보글보글 끓는 청국장과 된장찌개도 자알 먹고....
식사를 하고 나서 내가 이쑤시개를 나눠 주는데 심영자 왈
"고기도 안 먹여 놓고 뭘 쑤시라고 이쑤시개를 주시나?"
ㅋㅋㅋㅋㅋ
"영자씨 우리 웃겨 줘서 고마워요. 고기 없어도 아쉽지 않은 식단이었죠?"
(시골 농장 가든에서 먹은 저녁 식사);031-673-6620
안성시장님께서 중요한 손님이 오면 꼭 모시고 오는 곳이 바로 우리가 갔던 집이랍니다.
안성을 주름잡는 여주가 한 말이니 유비통신 절대 아님.^^
메뉴는 한방오리백숙이었는데
먹은 소감을 한 마디로 말하라면
"후끈 달아 오르는구만" -몸에 좋은 보약 먹은 기분입니다-
밤, 대추, 황기, 엄나무, 기타 등등 여러 가지 한방 재료를 넣고 푸욱 끓였는데
오리 고기 냄새도 안 나고 고기도 야들야들 쫄깃쫄깃해서 모두 맛있게 먹었죠.
참~ 오리 못 먹는다는 친구가 두 명 있었는데 어떻게 식사를 했는지 모르겠네....
-episode1: 오리가 반 마리야 한 마리야-
한 table당-4명- 한 마리의 오리가 제공 된다 했는데 먹으면서 의견이 분분했지요.
"고기가 적은 걸 보니 반 마리야."
"아니야 원래 오리는 닭보다 살이 없어."-저쪽 table에서 누군가 한 마디-
"아까 목뼈는 나왔으니까 다리 뼈 찾아 봐 두 개면 한 마리지."
"저기 해부학 교수한테 물어 보면 되잖아. 정혜야 이거 한 마리 맞아?"
-정혜-"사람은 알아도 오리는 잘 몰라. 더구나 확인 안 하고 그냥 먹어서 잘 모르겠네."
어떤 친구가 그랬다.
"그럼 한 마리 하고 반 마리 중간 3분의 2마리로 결정 봐"
ㅋㅋㅋㅋㅋ
한 마리면 어떻고 반 마리면 어떻습니까? 모두 맛있게, 배부르게 먹었으면 된거 아닙니까?
그래도 '그것이 알고 싶다'
진실의 열쇠는 주인도 모를거야. 주방아주머니만 알고 계실걸~
-episode2 : 홍콩죽을 아시나요?-
오리를 다 먹고 나니 콩가루를 살짝 뿌린 죽이 제공 되었는데 우리 table-임정숙, 한소나, 류영란,
김경림-에서는 냄비에 남은 오리백숙 진국을 활용한 'up grade 죽'을 만들어 먹기로 결정!
국물이 남은 냄비에 죽을 붓고 소나가 살짝 간도 더 하고 보글보글 끓였습니다.
옆에서 보던 영득이 갈 시간을 걱정하며 "그거 언제 다 끓여서 먹고 가냐?"
그래도 자작자작 졸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릇에 뜬 다음
소나가 메추리알 노른자를 죽 위에 살짝 얹어 주는 것으로 'up grade죽의 완성!'
우리가 먹기 시작하자 이미 다 먹은 주변 table친구들의 반응도 각양각색
"너무 질척해 보인다. 니네 솔직히 말해. 맛 없는데 꾹 참고 먹는 거지?"
우리들: 이구동성 " 아니야, 한 숟갈만 먹어 봐 .먹어 봐 .이 정도는 돼야 죽스럽지 않냐?"
영득: "죽스럽기는야 노인네들 음식같다. 안성나들이란 말하고 딱 어울린다."
그런데 우리의 'up grade 죽' 맛을 본 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종업원아가씨를 부르더니 죽 한 그릇을 신청해서 우리에게 주며
"자 오리지날죽 먹어 보고 니네 죽이랑 비교해 봐."
-연미야 새로 죽 시켜 준 깊은 뜻이 뭐니? 우리 죽 맛없다고 하기 미안해서 그런거지?
너도 나처럼 소심한 A형이니? ㅋㅋㅋ-
또 저쪽 table의 누구였니?
"난 모르겠다. 거기 가정 선생-영란-이 맛있다면 니네 죽이 더 좋은거다."-we win?^^-
우리들은 계속 "음~ 죽이는 죽이야." "거의 죽음이야.' 하며 죽을 먹었다.
경림:"좋은 걸 죽음에 비유해서 표현하는 건 동서양이 비슷한 가 봐, 프랑스 사람들은
오르가즘을 '작은 죽음'이라 한다거든. 원어는 몰라."
소나:"우리 나라 말로는 그거 '홍콩 간다' 아니니?"
임정숙:"홍콩 간다는 말 진짜 오랜만에 들어 본다. 얼마만에 들어 보는 말이야."
경림: "암튼 죽이는 죽이니까 '홍콩죽'이라 하자"
누군가: "홍콩 가 본게 언젠지 몰라. 홍콩죽이나 먹자."
ㅋㅋㅋㅋㅋㅋㅋ
이 말에 웃다가 소나 뒤로 넘어짐
오른쪽 옆table에 있던 궁금한 경남: "니네 왜 그러니?"
"음~ 홍콩죽 때문에."
누군가: "근데 홍콩이 뭐야?"
정숙:"설명하자면 길어 설명해도 못 알아 듣는 애들 꼭 있거든."
ㅋㅋㅋㅋ
여기서 부턴 (19세)
집에 와서 '홍콩죽' story를 빠짐 없이 남편에게 다 했더니 씨익 웃더군.
그런데 자려고 내가 옆에 가서 누웠더니 남편이 나보고 그러더라.
"오늘 홍콩죽도 먹고 왔다는데 오늘 밤에 홍콩 한 번 보내 줄까?"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궁금하십니까?
여러분 각자 상상에 맡기겠습니다.ㅎㅎㅎㅎㅎ
-문화를 호흡하다-
(이원 아트빌리지에서 )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8년 전 충북 진천에 내려 와서 살림집과 미술관과 성당을 짓기 시작했다는
-이 세 가지를 짓는 것이 건축가의 꿈인데 자신은 다 했노라고 하셨지- 건축가 원대연님
'이원'이라는 이름은 부부의 성을 딴 것인데 부인성을 먼저 쓴 것에도 좋은 점수 주고 싶었음.
살림집은 4번을 뜯어 고쳤고 ART VILLAGE는 지금도 짓고 고치는 중~
철저히 자연을 고려한 설계로, 휜 소나무가 있으면 그것을 피해 건물을 지은 듯이 보였습니다.
집을 다 지은 다음 장식 차원에서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고,
나무가 먼저인지 집이 먼저인지 모를 정도로 나무와 집이 어우러지게
자연과 함께 하는 건축을 하셨답니다.
원교수님이 힘 주어 말한 건 경쟁적 집짓기로 결국 서로 허물어지지 말고
자연과 집, 이웃집과 내 집이 조화를 이루는 건축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쯤에서 건물과 건축의 차이를 눈치 채셨겠죠?
덩그러니 지어진 집은 그냥 건물일 뿐이지만,
건물과 나무 그리고 그 사이의 나무 그림자, 옆 건물과의 조화까지 고려하는 것이
바로 건축이랍니다.
그래선지 이원아트빌리지는 약간 경사진 비탈길로 돌아 올라 오며 소나무숲을 바라 볼 수
있게 되어 있더군요.
건축가는 바람길까지 고려하여 소나무를 스치고 가는 바람 방향마저도 바뀌지 않게 집을 지어
늘 자연 속의 일부로 있고 싶었나 봅니다.
경쟁적 집짓기에 열중하는 우리네 현실에서 한 번쯤 되새겨 볼 '화두'인 것 같습니다.
그 멋진 건축가는 우리를 위해 얼굴 가득 햇살을 받으면서도 찡그리지 않고
술술술 이야기를 풀어 냈습니다.
그의 얼굴에 찾아 든 햇살. 애써 피할 분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에는 250여종의 야생화가 피고 지는데 집주인도 어디서 어떤 꽃이 나올지 몰라
어느날 불쑥 꽃이 고개를 내밀면 더 반갑다고 했습니다.
우리 일행을 위해 집안까지 소개하셨는데
차 마시는 방이 마음을 화악 잡더군요.
앉은뱅이 낮은 찻상과 -책상 겸용인듯- 다구가 마련 되어 잇는 작은 방이었는데
벽 한 쪽 면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 그 자체가 한 폭의 커다란 동양화였고
-그것도 계절에 따라 스스로 바뀌어 걸리는 최상의 동양화 아니겠어요?-
한 면은 책장인데 눈길을 끈 것은 책장 밑에 마련 되어 있는
수도꼭지와 미니 씽크대였습니다.
나의 꿈이었습니다.
책 읽다 차 마시고, 풍경보며 차 마시고,
책 읽다 잠이 들고, 자다가 깨면 정신 나라고 맑은 차 한 잔 마시고.....
-나 지금 꿈 꾸고 있는거지?-
그리고 사방으로 목련이 심어진 '목련뜰'도 좋았구요.
자연 채광을 위해 벽의 끝부분이 유리로 되어 있는 것도 신선했습니다.
어느 건물 앞이던가 마치 앞에서 라이브 음악을 듣는 듯한 음향으로 흘러 나오는
노래-조수미 같았는데...-도 정말 좋았습니다.
나는 큰 것을 배웠습니다.
집이든 정원이든 지나치게 꾸미려 하지 않는 것,
자신을 낮추고 절제하는 것,
그 속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꽃분홍 제라늄 화분 세 개 놓여 있을 뿐이었던, 건물 사이의 공간이 그토록 아름다웠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곳 건물의 특징은 폐쇄와 개방이 혼재하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열린 공간이다 싶으면 또 막다른 공간 같고
벽이다 싶은데 돌리면 큰 문이 되어 '하나'로 통하는 개방성과 함께
때로 폐쇄되기도 하며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 시키고 있었습니다.
미술관에서는 '두고 온 마을 풍경전'과 '마음이 머무는 곳'이라는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얼핏 그림처럼 보이는 사진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습니다.
낙엽이 떠 가는 시냇물, 눈 쌓인 장독대, 대숲에 일렁이는 바람결과 갈대를 흔드는 바람결까지
찍힌 듯한 사진이었습니다.
또 건축가가 건축도법으로 그렸다는 '마을풍경'도 좋았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새와 나무와 집과 시냇물이 하나로 어우러져 초록빛 숨을 쉬고 있는 듯 했어요.
이번에 참석하지 못한 친구들도 한 번 가 보세요.
www.ewonart.org 043-536-7985
(서일농원)
햇살을 받아 반질반질 윤이 나는 옹기 장독들이 -3000개 정도라니...-
군인들 열병식 하듯 일렬로 줄지어선 안성서일농원
농원 입구에는 둥근 연꽃 화분들이 줄지어 있는데
7,8월 경에 수많은 연꽃이 다 피어 있을 모습을 상상하니 황홀하기까지 하더군요.
-그 때 가 볼 친구들을 위한 안내 031-673-3171-
언덕 위에는 배꽃이 하얗게 피어 있었고
식당 입구엔 키 작은 마가렛이 소담스럽게도 피어있었습니다.
사방을 둘러 보아도 꽃천지
그 여린 꽃잎 위에서, 우리 얼굴 위에서 부서지던 따사로운 햇살
꽃향기 흩어질까 가만가만 부는 봄바람
축복 받은 날씨 덕분에 더욱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서일농원에서는 상업성이 가미 되긴 했지만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산공부를 했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라 따뜻한 햇볕 아래 설명 들으며 조는 친구도 있었고
-누가 그랬죠. 이것도 공부라고 졸리네-
메주 띄우는 곳에 갔을 땐 근처 툇마루로 땡땡이친 친구도 있었습니다.
절대 누구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나도 그러고 싶었으니까요.^^ 그리고 이제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누가 뭐랄 사람 없는
나이 아닙니까?-
그곳에서 배운 소금 사용법과 쉽고 맛있게 된장찌개 끓이는 법은
추천방에 올리겠습니다.
-여주네 집으로-
설마 7시까지 서울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해 보겠다던 영득이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친구들은 없었겠죠?
7시에 서울에 도착하기는 커녕 7시까지 여주네 집에 도착이나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시간은 흘러흘러, 구불구불 먼 길을 달려 갔는데
기사 아저씨 착각으로 여주네집을 너무 멀리 두고 내리고 말았습니다.
쭈욱 걸어 가다 자동차로 마중 나온 여주를 만났는데
'누가 더 이상 차 못 들어 온다 그래? 누가 내리랬어?"
여주의 호통으로 기사 아저씨 슬금슬금 차를 몰아 다시 버스를 타고 마을회관 앞에서 하차.
거기서 조금 올라 가 기우뚱거리는 징검돌 조심스럽게 밟고
-나는 보았답니다. 신은희가 차가운 물에 손 담그고 친구들을 위해 이리저리 돌을 움직이며
징검다리 놓더라구요.고마운 신은희, 고마운 돌 덕분에 발 젖지 않고 무사히 건넜습니다-
우리가 도착하니 서둘러 산을 내려 온 서늘한 산그늘이
이미 여주네 앞마당을 덮고 있더군요.
-목련차-
소담스레 지금 막 꽃잎을 연 목련 몇 그루는
소리 없이 은은한 향기로 우리를 반겨 주었습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읽노라(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이름모를 항구에서 피리를 부노라)-
*여주네 분위기에는 2절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 1절은 ( )안에 *
사월의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친구들과 비잉 둘러 앉아 손과 손을 잡고 곱게 곱게 함께 불러 보고 싶었습니다.
그랬다면 마음만은 그 노래를 배울 때의, 그 단발머리 소녀로 돌아갔을 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결코 돌아 갈 수 없는 그 시절의 향수로 결국 코끝이 찡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해질 무렵이어선지 무척 고즈넉했습니다.
마을에서 올라 왔는지 어디선가 나무 태우는 불냄새가 나는데
그 냄새가 어찌나 좋던지요.
고등학교 때 '낙엽을 태우며'란 수필 배웠죠?-기억이 안 난다고요? ^^-
그 수필에 나왔던 냄새가 바로 이런 냄새였을까요?
그 땐 몰랐답니다.
저녁밥을 지으려고 흰연기를 피워 올리며 불 때는 냄새의 정겨움을.
나이가 들어가니 이렇게 경험의 폭이 넓어 지고,
작은 것을 보아도 그저 감사한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정말 나이는 거저 먹는게 아닌가 봅니다.
여주네 거실에 빼곡이 둘러 앉아 커피도 마시고,
달콤한 와인도 마시고, 과일도 먹고, 치즈도 먹고, 오징어와 넛트도 먹고...
그 순간 만큼은 정말 조요옹 하더군요.
집주인 여주가 전원생활을 하게 된 story도 듣고,
원조 안성댁 순희의 이야기도 듣고,
친구를 칭찬하는 손연미의 아름다운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정혜경을 보면 '수도의 파워'가 느껴진다고 칭찬했는데
-아람단 학생들을 위한 캠프에 자원봉사 하느라 야유회도 못 왔다고 아쉬워 하며-
이렇게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마음이야 말로 '아름다운 수도의 파워'가 아닐까요?
정말 '익어가는 충만'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목련차'를 한 잔 마셨습니다.
목련꽃봉오리를 따서 만든 목련차 마셔 보았나요?
하얀 목련잎이 따뜻한 찻물 속에서 조글조글 갈색으로 오그라 들며
몸속의 향을 남김없이 찻물 속에 전해 주지요.
우리는 그 고운 꽃잎이 전해 주는 은은한 향을 음미하면서 마셨지요.
목련차 맛이 어땠냐구요?
맛은 덤덤하지만 은은한 향이 좋았지요.
우리들 나이에 어울리는 차맛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상큼 발랄 요염 톡톡 쏘는 맛은 없지만
덤덤한 듯해도 은은하고 기품있는 향취를 지닐 수 있는 나이 아니던가요?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
말이 없어도 가슴이 훈훈해 지며 목련 향기 속에 '충만'이 익어 갔습니다.
여주는 다음에 또 놀러 오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어떤 시가 생각나서 찾아 보고 소개합니다.
-읽다 보면 기억의 저편에서 가물가물 생각이 날거예요.-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그 때는 이 시의 깊은 뜻을 몰랐습니다.
'왜 사냐건 웃지요'
이제 누가 나에게 왜 사냐고 물어 보면 웃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끔 친구들과 함께 웃으면 더 좋겠습니다.
소개:이연자의 '우리차 우리꽃차' -랜덤하우스중앙-
-아쉬웠던 꼭지점 댄스-
좌꼭지, 우꼭지에 멋진 음악까지-그 음악 CD 전해 주느라 미향이는 혼자 서일농원에서 한참을 기다렸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황급히 떠났습니다. 전시회 했던 언니가 미국 가는 날이라...-
완벽하게 준비해 왔는데
시간에 쫓기고, 서늘한 기운에 밀리고,
장소도 마땅치 않아 결국 살짝 맛만 봤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들어 본 YMCA 노래는 반갑더군요.
다음에 제대로 한 번 배울 기회가 있겠죠?
기대하겠습니다.
-집으로-
여러분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잡아 댕기고, 비비고, 주무르고 그러다
"아아~" 하는 신음 소리까지 났답니다.
이쯤에서 자동으로 야한 연상이 되시나요?
그러면 안 됩니다. 우리는 수도여고를 졸업한 조신한 여인들 아닙니까?
그건 바로 대체의학 강사 김애련과 함께 한
아주 새롭고 신선했던 '귀맛사지'였답니다.
'귀를 보면 건강이 보인다'는 주제로 정말 좋은 강의를 해 줬는데
그렇게 멋지고 능력 있는 동창들이 많다는게 새삼 뿌듯하더군요.
(간단히 할 수 있는 귀맛사지)
1. 손바닥을 힘껏 비벼 따뜻하게 만든다.
2. 귀를 감싸며 숨을 크게 들이 마시는데 복식호흡을 한다.
3.손을 머리 뒤쪽으로 쭈욱 가져 갔다가 숨을 후욱 뱉으며 귀를 스쳐 나와 손을 뗀다.
4. 이 동작을 천천히 5번 해 준다.
(3분 귀잡아 당기기로 30분 스트레칭 효과를!)
귓볼에서부터 귀전체를 돌아 가며 세게 3분간 당겨 주면 아주 좋답니다.
다음에 애련이한테 다시 한 번 강의를 신청해서 정확하게 배워 보고 싶네요.
여러분도 원하시죠?
고마워 애련아~ 한 번 더 부탁할게.
애련이 강의를 듣고 나서 얌전하게 노래 몇 곡 부르다 보니
-한은희가 왔더라면 '니들 시방 애국가 부르냐' 그랬을 지도 모르겠네요.
문득 한은희가 그리웠습니다. 교육부장관님 그녀가 동창회에 마음놓고 나올 수 있도록 입시제도 좀
바꿔 주시면 안 될까요?-
금방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갈 때는 오래 걸리더니 올 때는 금방 왔네."
누군가의 말에 아쉬움이 잔뜩 묻어 있더군요.
-춘임이가 가르쳐 준 웃음 버튼-
마이크를 잡은 춘임이가 간드러지게 수봉이언니 노래 한 곡조 불러 주길 기대했는데
특별한 걸 가르쳐 주었습니다.
역시 건강해 지는 비결입니다.
구연 동화 버전으로 시작했는데 나중엔 폭포수 같은 웃음 보따리를 터뜨리더군요.
우하하하 우하하하하하하 아우 하하하하하하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따라 웃다 보니 정말 기분이 up up 되더군요.
우리들 배꼽 밑에 웃음버튼이 있대요.
어른이 되면 그 버튼 누르는 법을 잊어 버리는 사람이 많다는데
여러분은 웃음 버튼 누른 법 아직 잊지 않았겠죠?
그럼 지금 한 번 누르고 같이 웃어 봅시다.-3 3 7 박수에 맞춰 볼까요?-
하하하! 히히히! 호호호호호호호!
어때요? 기분이 조금 좋아지는 것 같으세요?
어디선가 본 웃음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웃음에 담긴 네 가지 의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을 위한 웃음, 친교를 위한 웃음, 건강을 위한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웃음이 그것인데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웃음이 네 번 째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웃음'이랍니다.
그 웃음이 바로 춘임이가 소개한 웃음버튼과 같은 맥락의 웃음 같군요.
행복하지 않아도, 기쁘지 않아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행복해 지는 기분이 든다더군요.-독일 학자가 연구한 결과라니 믿어봅시다-
자 우리 이제부터 조금 힘들거나 속상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음버튼 자주 누르며 크게 웃어 봅시다.
웃으면 젊어지고 건강해 진다잖아요. -그럴려면 더 자주 모여야겠군요.^^-
-프락치 사건-
최은희가 경기고 앞에서 버스를 내려청담에서 7호선 타고 쭈욱 가겠다고 하자
길음에서 함께 내릴 친구들이 그럴 수 있냐며 엘로우카드 준다고 했더니
은희:"나 프락치로 가는거야. 쟤네들 내려서 바로 집으로 가나 안 가나 살펴 보고 보고 할게"
그날 우리가 강남에 심어 둔 강북프락치한테 아무 연락이 없었던 걸로 보아
강남애들 모두 얌전하게 집에 간 모양입니다.
-역시 '수도'는 뭐가 달라도 달라.-
경기고 앞에서 친구들이 우르르 내리고 나서 조용하게 길음역 거의 다 왔을 때
기사 아저씨가 조심스럽게 묻더라구요.
"어떤 모임이세요?"
"아 저희요. 수도여고 동창들이예요. 왜요?"
"다른 아줌마들 모임하고 달라 보여서요."
'그 아저씨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그런데 우리들의 어떤 점이 달라 보였을까요?
1. 조금 늦게 온 친구들 때문에 버스가 늦게 출발해도 멀리서 오느라고 고생했다며,
마음 졸이며 오느라 힘들었을 거라며 박수쳐 주는 배려?
2.달리는 차 안에서도 심도있게 강의를 하고 친구가 하는 강의를 열심히 듣고 질문까지 하는
열혈 공부 모드?
3.모두의 얼굴과 몸에서 풍겨 나오는 학식과 덕망?
4.먹고 노는 것에 비중을 두지 않고 예술과 문화를 접하고자 하는 진지함?
5.일단 우리가 만든 쓰레기를 분리수거 하는 공중도덕?
6.첫 번째 노래로 원향이가 Take me home country road를 불렀는데 그 영어 노래에
우리 수준이 확 올라갔나?
여러분 몇 번 때문에 그랬을까요? -정답 여러 개 가능-
암튼 아저씨 그 말에 고무 되어
'그럼요 우리는 달라요. 수도여고니까요...' 이런 마음으로
버스 구석구석 돌아 다니며 친구들 마시다 남긴 생수통 하나도 안 남기고 깨끗이 치웠다니깐요.
분리수거까지 완벽하게!
잘 했죠?-칭친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수도여고 화이팅!!
'첫날에 길동무 만나기 쉬운가
가다가 만나서 길동무 되지'
이 말이 떠오릅니다.
이렇게 인생을 함께 가며 계속 만나다 보면 정말 좋은 길동무 될 겁니다.
나는 그래서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가려고 합니다.
매번 가슴 가득 뿌듯함을 안고 돌아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멀리 전주에서 올라 온 금숙이도 그런 마음으로 왔으리라 생각합니다.
내가 금숙이에게 물었죠.
경림:"몇 시에 출발했어?"
금숙:"새벽 5시 30분 기차 탔어"
경림:......(할말 잃음)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새벽 4시에는 일어 나서 준비했을 금숙이 화이팅!
이번 야유회에서 또 새로운 친구들 얼굴과 이름을 많이 익혔습니다.
앞으로 남은 우리 인생에 멋진 무늬가 되어 줄 동창회에서
반가운 얼굴 자주 봅시다.
-봄바람 한들한들 우리들의 나들이를 추억하며 경림이가-
첫댓글 다른건 다아 같거나 비슷하겠지만 나중에 다시간 서일 농원에서 밥과 찬의 맛은 더 좋았다는 것, 너무 많은 슷자엔 힘든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