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녘에 가을의 정취가 흠뻑 묻어나고 바람조차도 상큼한 낙엽내음으로
가득한 10월의 아침에 행타는 새로운 추억의 설레임을 안고 남으로,남으로
차를 몰아갑니다.
작년 7월 땅끝탑앞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벌써 해남에서 네번째 공연입니다.
매번 갈때마다 느끼는 해남의 남다른 정이 우리를 이처럼 설레이게 합니다.
나의 남도땅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있었겠고 소박하게 다가오는 남도땅의 포근한
경치 또한 내고향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에 더욱 그리도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들과 인연을 맺어 오면서 변함없이 느껴지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향기가 나를
더욱 그곳에 대한 그리움으로 목마르게 합니다. 내가 사회에 나와 느꼈던 저마다의
저급한 이기심들에 실망하면서 나역시도 그 저급한 이기심으로 물들어 갈즈음 만난
이곳 사람들의 소박하고 진실된 마음의 경험은 정말 따뜻한 충격이었습니다.
오늘 또 우리는 그들을 만나러 갑니다.
차창밖으로 추수가 반쯤 끝난 가을 들판이 펼쳐집니다. 예전처럼 볏단을 네모 반듯하게
차곡차곡 쌓아올린 모습 대신에 하얀비닐로 동그랗게 말아놓아 마치 그모습이
커다란 뒤마개처럼 생긴 볏단 뭉치들이 하얗게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밀린 이야기들을 도란도란,때론 왁자지껄 나누며 우리 행타일행은 땅끝을 향해
달리고 또 달립니다. 목포를 지날즈음 영암에서 열리는 F1그랑프리 경기로 인해 차가 조금
지체 되었을뿐 음향장비와 사람을 가득 실은 원담의 자동차는 거침없이 내달려 드디어
해남하고도 땅끝 마을에 도착합니다. 땅끝주차장엔 삼치축제가 한창이었고 중앙 무대에선
입심좋은 진행자가 관중을 모으느라 온갖 재담으로 장내를 들뜨게합니다.
땅끝 맴섬앞으로 들어서니 해남지부 회원들이 바람과 싸우며 공연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결고
있었고 우리는 그들과 반가운 포옹으로 인사를 나누고는 지체없이 음향장비를 내려 공연무대를
준비합니다. 조금 늦게 도착한 전두환회장과 한채철 지부장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삼치축제 행사 진행자가 나타나서는 별도로 공연을 할 것이 아니고 중앙무대를
빌려줄테니 그곳에서 공연을 하라 권합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뜻하지않게 공연무대를
옮겨 삼치축제장에서 공연을 하기로 합니다.
맛난 간장게장 정식으로 배를 채운 우리는 드디어 공연에 돌입합니다.
공연자는 우리행타를 비롯해 당진지부,그리고 이번에 서울예대 보컬과에 입학 예정인
강태양군, 그리고 해남여성통기타팀인 블루진소리입니다. 우리는 2시부터 돌아가며 공연을
펼쳐갑니다. 첫무대로 오른 우리 행타의 공연은 음향셋팅이 만족스럽지 않아 적잖이
당황스러웠고 애를 먹었지만 곧 음향보시는 분께 수정을 부탁하여 부드러운 음향상황에서
신나는 공연을 펼쳐갑니다.
두번째로 무대에 오른가수지망생 강태양군의 정열적이고도 잘 다듬어진 목소리가 장내로
울려퍼집니다. 우리 7080세대들 틈에 끼어 어색 했을법도 한데 차분히 노래실력을
십분 발휘해 멋진 공연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조금 늦게 도착한 당진지부의 섹소폰 연주자도
무대에 올라 멋진 공연을 보여주셨고 드디어 해남아가씨....가 아닌 해남아줌마들로 구성된
불루진소리팀이 무대에 오릅니다. *^^* 한결 세련된 무대메너와 잘 정돈된 기타연주,
그리고 미역줄기 처럼 매끄러운 하모니가 관중을 매료시킵니다. 볼때마다 일취월장하는
이들의 실력을 보면서 늘 제자리인 나의 어설픈 모습을 반성해 봅니다. 뒤를 이어 야운형님이
홀로 무대에 오르십니다. 변함없이 역동적인 목소리가 멀리 바다로 내달립니다.
김현식이 살아 돌아왔다고 너스레를 떠는 진행자의 말에 모두들 공감하는 눈치입니다.
뒤를 이은 윤숙과 나의 듀엣공연이 끝나고 원담의 홀로공연이 이어집니다. 기타도 잘치고
노래도 잘하는 우리행타의 보석같은 친구입니다. 두곡씩 돌아가는 공연이 아쉬울만큼
원담의 노래는 맛깔스럽습니다. 들어도 들어도 또 듣고 싶은 목소리이지요.
다음으로 무대에 오른분은 당진지부장이십니다. "느티나무"라는 팀으로 부지장님과 두분이
듀엣으로 공연을 늘 하시는데 오늘은 부지부장님이 다른 일정이 있어 홀로 무대에 오릅니다.
영화배우 못지않은 준수한 외모와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를 소유하신 분으로 오늘은 기타반주에
하모니카까지 곁들여 연주해 주시니 한결 무대가 화려하고 멋이 깊어집니다.
윤숙도 홀로 무대에 올라 예럴랄라를 열창하는데 개인적으로 이노래가 윤숙의 목소리와 가장
잘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렇게 두곡씩 돌아가며 3시간동안의 공연을 이어갔고 마지막으로 공연자 모두가 함께
"사랑으로" 를 합창하며 제3회 대한민국 앙상블 축제를 마무리합니다.
공연을 끝낸 우리는 행사장 한켠에 있는 천막안으로 삼치맛을 보기위해 자리를 이동합니다.
홍어에 삼합이 있듯 삼치에도 삼합이 있다며 해남군청 과장님이 친절히 알려주십니다.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는 돌김에 김이 모락모락나는 따끈한 밥을 한숟가락 올린후 간장을
듬뿍찍은 삼치회를 싸서 먹는 것인데 그맛이 과연 일품입니다. 몇잔의 소주와 유쾌한
이야기들을 곁들여 삼치회를 맛본 우리는 바람도 쐴겸 애초 공연하기로 했던 장소인
맴섬앞으로 이동합니다. 어느덧 어둠이 내려앉고 밀물이 조금씩 맴섬을 감싸기 시작하니
지난 여름 형님과 무전여행을 하며 공연하던 추억이 생각나 이곳에서 짧은 공연을
하기로 합니다. 형님이 먼저 기타를 잡고 노래를 시작하는데 무전여행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단지 기타케이스가 열려 있지 않은 것만 빼고...
이렇게 또 한바탕 돌아가며 공연을 하고나서 우리는 그칠줄 모르는 미련을 이만 접고
해남읍내로 자리를 이동합니다. 작년 이맘때쯤 농아인 돕기 공연을 했던 카페로 자리를
옮긴 우리는 본격적인 공연 뒷풀이를 시작합니다.
술들을 전혀 하지 못하는 해남 식구들과는 달리 술을 엄~~청 좋아하시는 우리 야운형님
의 기분좋은 건배를 시작으로 뒷풀이의 밤이 이어집니다. 갈길이 먼 당진식구들도
늦게까지 남아 뒷풀이에 함께 해주시니 그 분위기가 한결 돈독합니다.
본래 선천적으로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형님의 옆자리를 피해 일부로 한지부장과
마주않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한지부장과 얘기가 시작되고 옆에있던 당진지부장도
합세하니 유쾌한 대화가 끊이지 않습니다. 간혹 옆식구들의 기분좋게 들뜬 목소리로
인해 한지부장의 다소곳한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잘못 알아듣기도 하지만
그의 표정에 나타나는 순수하면서도 진지한 열정은 듣지 않아도 마음으로 알아차릴 수가
있습니다. 당진 지부장 역시도 이러한 한지부장의 속깊은 열정에 반한것 같습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계속 될 것 같은 유쾌한 술자리도 이제 그만 접어야 합니다.
당진식구들의 갈길도 멀거니와 이번 행사를 위해 한달여 동안 준비해왔고 3일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고 행사를 치루어 낸 해남 식구들도 이만 쉬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작별을 하고 우리 행타일행은 한지부장이 마련해준 숙소로
돌아와 아직도 설레임이 남아있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잠을 청합니다.
다음날 아침...
숙소 창밖으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깹니다.
숙소앞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해결한 우리는 두륜산 케이블카를 타기위해 두륜산으로
향합니다. 케이블카는 정상까지 1,6Km의 거리를 8분을 걸려 운행하고 있었는데
고소공포증이 있는 윤숙은 오르는 내내 두주먹을 불끈쥐면서 공포를 이겨내려 애쓰는데
그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면서도 웃음이 자꾸만 나옵니다.
산을 반쯤오르니 서서히 산들이 안개에 잠식되어갑니다. 정상에 다다랐을때에는
이미 자욱한 안개만 눈앞을 가득 메우고 있으니 말그대로 오리무중입니다.
사방팔방 그어디를 둘러봐도 조망할 곳은 없고 비바람만 거세게 몰아칩니다.
그래도 이왕 이곳까지 왔으니 전망대 를 가봐야 하지 않느냐는 형님의 뜻에따라
빗속을 걸어 전망대를 오릅니다.
윤숙은 전날 삼치축제현장에서 뽑기로 구입한 무릎담요를 머리에 뒤집어 썼고
나는 다행이 겉옷에 모자가 붙어있어 요긴하게 비를 피합니다.
그렇게 10여분을 걸어 전망대에 도착하니 이곳 또한 오리무중이니 사진몇장을
기념으로 촬영하고 상점에서 기념품 하나씩을 구입하고는 산을 다시 내려옵니다.
아침 계획으로는 두륜산에서 케이블카를 탄후 대흥사를 둘러보기로 했었지만
바람부는 빗속에서 너무 기운을 소진한 탓인지 그누구도 대흥사에 가자는 소리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길로 곧장 천안으로 차를 몰아가기로 합니다.
그렇게 차는 점점 땅끝에서 멀어져 뭍으로 뭍으로 달려갑니다.
여행의 감흥를 조금이라도 더 느껴 보려는지 우리는 휴게소 뒷마당 단풍나무 숲에서도
사진찍기를 그만두지 못합니다.
이렇게 우리 행타는 유쾌한 여행을 마치고 천안으로 돌아옵니다.
오랜만에 함께 하는 공연여행, 1박2일동안 내내 웃음이 그치지 않은 여행이었습니다.
늘 솔선수범으로 모두의 모범이 되어 주시는 형님이 버팀목으로 버티고 계시고
말보다는 속깊은 행동으로 우리에겐 그누구보다 듬직하고 믿음직한 원담이 있으며,
늘 구박덩어리라고 투정하면서도 선배들을 잘따라 주고 선배들을 잘 챙겨주며
팀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윤숙이 있으니 우리 행타는 늘 행복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번 여행으로 우리 행타는 또 많은 행복을 찾고 왔습니다.
해남의 순수하면서도 맑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우리의 영혼조차도
깨끗이 정화된 듯하니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더없이 행복함입니다.
깊어가는 가을...
떨어지는 낙옆에도 깔깔 웃으며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아주 많이요....*^^*
첫댓글 생생해요 정말 멋진 후기 입니다.. 사진 보러 가야 겠어요.. 수고 하셨어요^^
오랜만에 밝게 웃는 네모습 보니까 좋더라~~
늘 그렇게 웃고 살아라~~*^^*
감동스런 남도 공연여행과 가을 소식에 감사드립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요즘 휴게소에서 공연하기 조금 쌀쌀하지요~~
저희 난로 빌려드릴까요? 화력 좋은데...ㅎㅎ
힘내서 화이팅하세요~~ *^^*
마지막까지 읽었어요~ 이 행복함으로 올해 마무리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후기 쓰시느라 수고하셨어요.. 읽는 저희는 정말 편하고 즐겁고 행복하답니다....^^
글쓰는 나도 즐겁고 행복하단다~~ *^^*
사진빨 쥑입니다.... 멋진 추억 많이 만드셨나요???
복실씨의 화사한 웃음이 해남의 표상인 듯합니다~~
늘 웃고 사는 복실씨에게서 행복을 배우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해남을 예쁘게 표현해주셔서리....
해남.. 늘 예쁘지요~~ 사람도 예쁘고 풍경도 예쁘고~~*^^*
ㅎㅎ 제사진이 젤 잘나왔네요 ... 후기 쓰느라 수고 많았어요
빙고~~ 원담 사진이 제일 잘나왔고, 또 제일 많이 나왔네~~ *^^*
찬규씨후기를보고있으니 다시가고싶어지는데요..또보고싶구요,,소중하고행복한추억 우리모두에게감사함니다,,수고했슴니다,,ㅎㅎ
형님이 왠일로 지금에야 들리셨는지요~~ 바쁘셨던 모양입니다.
늘 일등으로 들어오시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