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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가자 아름다운 필리핀 원문보기 글쓴이: 벨비
산미구엘 빌리지에 살고 있던 하숙집에 같이 머무르던 가족중... 프로골퍼가 계셨다. 필리핀 전체를 통털어 KPGA 선수는... 2명인가 3명인가 밖에 없고... 흔하디 흔한 teaching pro와 달리 골프에 관한한 진정한 프로 선수이셨다.
프로 테스트도 한방에 예선 1등, 본선 7등인가로 붙으실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셨던 분.
아뭏든.. 그분은 자제분을 데리고 필리핀에 오신거였고.. 잠깐 이나마 수학 과외를 원하시길래... 내가 그 아이들 수학을 가르치고 그 프로님은 나에게 골프를 가르쳐주기로 합의... 아주 쉽게(?) 골프에 입문할수 있었다.
동남아에 살면서 골프 안배우면 바보 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동남아는 한국에 비해 골프 배우기에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하겠다.
우선 가장 두드러진 잇점은 누가 뭐래도 가격이 저렴 하다는것.
체류비용도 싸거니와 골프 연습장, 그린피... 강습료 모든것이 싸다. 사실.. 한국만큼 골프치기 비싼 나라가 또 있을까?
내가 연습했던 마카티 골프 클럽은 한달 회원권이 3000페소(6만원) 였다. 강습료도 주 3회씩 한달에 3000페소 였던거 같다.(마카티 골프 클럽내 상주 티칭 프로.. 한국인 강사도 있음)
난 날 가르치시던 프로선생님께서 골프채는 물론.. 필드 나갈때 옷이며 신발까지 빌려주셔 별 부대비용 없이 골프연습장 한달 회원권 만으로 골프에 입문하였다.
그린피는... 골프장마다 다르겠지만 마카티 골프클럽 게시판에 붙어있던 내용을 보면 회원들 대상으로 주중엔 24000원.. 주말엔 45000원 정도로 깔라야 골프장(18홀)에 나가서 라운딩을 할수 있었다. (매일 출발) 거기다가 캐디 팁으로 2000원이나 4000원 정도...
< 마카티 골프 연습장. 회원권이 없으면 시간당 2층은 5000원, 3층은 4000원. 시설은 괜찮았음 >
아뭏든... 난 20일이 채 안되는 기간에 머리 얹으러(골프장 첨 가는 날을 이렇게 표현한다고 함) 필드에 나가야 했기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말 정말 정말 열심히 열심했다.
처음엔 양손 엄지손가락에 물집이 생겨 터지고 굳으살이 박히더니.. 며칠 지나니. 이제 왼쪽 어깨며 팔뚝, 왼손 손가락 관절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참고 연습을 했지만..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2주쯤 연습하고 나서 생기기 시작한 왼쪽 가슴의 통증이었다.
내가 무리하게 풀 스윙 할때부터 날 지도하던 프로선생님이 경고하셨던 일이었다. 하지만 난 헬쓰와 요가로 단련된 몸이니 걱정말라고 했는데 이게 웬걸... 운동 뿐만이 아니라 생활에 지장이 있을정도로 많이 아팠다. 갈비뼈에 금이 가는거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 뼈의 문제는 절대 아니고... 근육 파열이 오는것 같다.
< 골프 연습 모습.. 7번 아이언으로 어떻게든 130야드는 넘어보려고 안간힘을 쓸때... 사진상으로 보니 무릎을 좀더 굽혀야 했나? >
아무리 열심히 한들... 단 보름만에 필드 나갈 실력이 되겠는가... -_-;;; 일단 몸에 골병만 들었지만 근 이완제와 진통제 몇알 입안에 털어넣고 머리 얹으러 필드에 나갔다. 좋은 성적은 애시당초 기대하지 않았다. 드라이버 샷은 50%가 삑사리고 샌드나 피치, 퍼터 같은건 잡아보지도 않은 상태였다.
사실.. 아이언샷은 좀 자신있어서 내심 파3홀에서 파 라도 기록하길 바라긴 했다...
< 라운딩 시작전 캐디와 함께... 마닐라 시내에 있는 육군 골프장.. 마닐라 시내에 골프장 몇개가 있긴 한데.. 정말 좋은 골프장은 교외로 나가야 있는듯.. 그냥 18홀짜리.. 시설은 그럭저럭? >
어... 역시 예상대로.. 필드에선 연습장 보다.. 훨씬 안된다... T_T 연못이나 벙커가 앞에 있어도..그냥 벙커나 연못은 없다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연습처럼만 하자 마음을 먹고 스윙을 해도 여지없이 들어가더라... 참 신기했다. 연못에 정말 공 많이 빠뜨린후... 에이 그래~ 안 빠지면 이상한거지.. 이럴줄 알고 공 많이 갖고 왔다~고 생각하고 치니까 비로소 제대로 된 샷이 나온다.
확실히.. 골프장에서 직접 라운딩을 하니 재미있긴 했다. 나무며 잔디, 벙커, 연못등 그 사이에서 따~앙 맞고 날아가는 골프공... 그런데 한국 골프장은 더 잘해놨고.. 캐디도 이뻐 내가 더 좋아할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 골프장은 여기처럼 여유있게 골프치는 것이 아니라.. 뒷팀에 밀려 뛰어다녀야 하는 분위기란다... 여기서는 그냥 골프치다 말고 그늘집 들어가서 한잔 하고..뒷팀 따라왔으면 먼저 치라 그러고... 그렇게 편하게 치는 분위기였다.
< 날 지도해주셨던 배프로님의 드라이버 샷. 골퍼의 진정한 실력은 연습장이 아닌 그린에서 빛을 발한다. >
또 한가지 놀랐던 것은 날 가르치신 배프로님의 실력이 정말 대단했다. 내가 골프시작한지 한달도 안된 몸이지만... 척 봐도 알겠다. 어떻게 파3 홀에서... 한방에 정확히 온그린을 시킬수가 있는지.. 드라이버는 또 어떻고... 쉐엑~ 하는 공날아가는 소리와 함께 넘 멀리 날아가 공떨어지는 위치도 잘 안보인다. 버디를 정말 참 쉽게 하셨다.
< 함께 라운딩을 하셨던 배프로님의 사모님. 구력이 23년이나 되심. 보기 플레이어 정도의 실력이라 하심.. 보기 플레이어가 그렇게 잘 해야 하는건지 그날 처음 앎 >
정신없이 공 쫓아디니며 골프채 휘두르다 보니 어느덧 18홀이 금방 지나갔다. 처음에 너무 못해서 좀 속상했다. 후반부엔 치명적 미스샷 거의 없었음... 드라이버 샷과 샌드만 잘 다루면... 100타 이하로 금방 갈수 있을것 같은 자신감을 얻었는데.. 배프로님이 비웃으신다.. 그게 그렇게 쉬운게 아니란다... -_-;;;
4시간 가까이 라운딩을 하고 느낀것은... 이건 그냥 게임이지.. 좋은 운동은 아닌것 같다. 많이 걸어 운동이 된다고 하는데 하나도 안 힘들었다. 밥먹고 와서 18홀 또 돌아도 될거 같았다. 연습하는 내용을 봐도 유산소 운동도 아니고... 유연성을 길러주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골프 많이 치면 좌우 균형만 흐트러질것 같고... 나처럼 골병이나 들게 하고... -_-;;; 허구헌날 내기하니 사행심만 부추기고... 딱 하나... 정신교육은 잘될거 같다. 마음 비우기...
또 하나... 한국에서 골프가 이렇게 인기있는 것은.. 부자 스포츠라는 이유가 아닐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히 자기 처지에 비해 좋은차를 몰고 다닐려고 하는 것처럼... 운동 마저도 과시욕이 좀 있는 것 같다.
골프를 계속 할까 말까... 고민을 좀 했는데... 배프로님께서는 자꾸 권하시지만... 한국에선 하지 말아야 할듯 싶다. 우선 골프를 같이 즐길 친구가 없고... 경제적, 시간적으로도 무리가 있어 보이고... 그냥 좋은 경험했다 치고.. 다음에 또 좋은기회가 있을때 매진해 보도록 해야겠다.
그런데.. 한두달에 한번 정도 필드에 나가보고 싶은 마음은... 은근히 드네... |
첫댓글 시설이 별로라고 하셔도 좋아보입니다^^* 나두 필리핀가서 골프좀 실컷하고 오면 좋겠네..요
공감공감100%~~^^ 넘 잼있게 잘 봤어요.....저도 보름연습후 첨 나갔는데.....넘 똑같아요~~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