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 전에도 밝혔듯 제 고향입니다.
전 남강가에서 자라나 자굴산은 멀리만 느껴진 산이고 오히려 함안,진주쪽의 방어산을
늘 바라보며 어린시절을 보냈습니다.
수년전 전국에 흩어진 동기들이 고향진산을 한번 올라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으로
산행을 한 후 한번 더 가 봐야지, 아니 고향마을에서 출발 백화산거쳐 진양기맥따라
방갓, 천황, 망룡산을 거쳐 자굴산으로 종주를 해 봐야지 늘 마음뿐입니다.
GTM궤적을 모아 등산로를 그리듯 늘 그림만 그리고 있었지요.
수요일 제사가 있어 고향에 내려간 김에 날씨도 궂고해서 자굴산 한바퀴 돌고 왔습니다.
전 구간에 걸친 다양한 궤적을 구할 수 없어 지난번 박진효님이 소개한바 있는 자굴산-한우산
코스를 밟아보나 아니면 가례방향으로 하산하나 마음속 그림만 그린채 주 산행코스인
내조마을 진등으로 올랐습니다. 돌아와 확인해 보니 국제신문 산행팀이 지난해 다녀온 코스를
역으로 돌았습니다. 제가 보기엔 국제신문 산행팀이 역주행을 해 더 고생을 한 듯 합니다.
내조 마을과는 사연이 깊습니다.
30여년전 고등학생 시절 여름 방학에 동네 어르신이 돌아가셔 친구들 세놈이 부고를 전하는
일을 맞았었는데 각자 다니기 싫어 셋이 뭉쳐 진주를 거쳐 의령지역을 돌다 결국 자전거가 펑크나
내조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고 새벽에 일어나 걸음아 날 살렬라 도망친 기억이 새롭습니다.
산자수명한 청정지역임에도 예전엔 오지 의령의 외곽 소외지역이었던 곳입니다.
담양전씨의 집성촌이고 의령조청한과와 민들레차와 환을 제조하는 친환경 친농업형 공장이
있습니다. 특히 민들레는 위장병에 특효라더군요. 제가 어릴적에는 신작로 길섶에 흔하게
자라던 잡초인데 이곳에선 계약재배를 한다고 합니다.
자굴산은 영남 유림의 대표학자요, 조선 유학의 태두인 남명 조식선생이 젊은 시절 학문을
연마한 곳으로 더욱 유명합니다. 의령에서 자굴산으로 향하는 길에 가례면이 있는데 지명의
유래가 퇴계 이황선생의 처가가 있는 이곳을 왕이 왕실의 혼인의식을 뜻하는 가례라는 지명을
하사했다고 하고 지금도 가례 냇가에 가례동천이란 퇴계선생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퇴계이황, 남명조식이란 유학의 두 거두와 인연이 깊은 고장이군요.
임란의병 최초의 발상지로 왜구 2만을 남강에 수장시킨 혁혁한 전공을 세운 홍의장군
망우당 곽재우와 더불어 임란 18장군의 위패를 모신 충익사가 있는 충절의 고장이요,
최고 재벌 삼성가를 배출한 고장이지만 경남의 중심부에 위치한 의령은 지금 인구 삼만이천으로
겨우 군의 명맥만을 유지한채 언제 군의 지위조차 상실할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제가 자라고 배운 학교는 폐교가 되거나 폐교의 위기에 처해 고향을 생각하면 마음이
심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