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잔뜩 흐렸다.
오늘 오후부터 비가 또 내릴거라 하니
서둘러서
밭고랑 좀 다시 골라 주이소~
마사토 좀 갖다 주이소~
보소랑 미루어 두었던 고추밭에 비닐 씌우는 작업을 후딱 끝내고
화분 너댓 개 분갈이를 하고 나니 빗방울이 떧기 시작한다.
모처럼 카페나 함 들어가 보까?
여기선 벚꽃 진 지가 언젠데 카페는 온통 화사한 벚꽃장이네.
소식이나 올려야지...
보소가 34년간 하던 약국일을 그만 둔 지 2주일이나 지났는데..
어수선하기만하고 괜히 마음이 분주한 게
삼식씨와 지내는 일이
아직 적응이 안 되서그런 건지.........와중에
백수된 기념으로 첫 나들이를 가게 되었다.
지난 주말에 대구에 있는 보소 후배가 초대한
청도 그레이스CC에서 라운딩(사실은 구경이라는 표현이 맞겠다)을 하고
수문동, 산내.... 생각으로만 잠시 머물렀다가
보소 친구 소산화백이 마침 대백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하고 있어서 그림 감상도 하고...
밤 10시가 넘어 파김치가 되어 서둘러 거제로 가려다 생각하니
인제는 넘치는 게 시간인데...무리할 일은 아니다.
부모님이 사셨던 파동 근처를 맴돌다가(생각나는 데가 거기뿐이라)
수성 관광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미사참례하러 상동 성당에 들어섰을 때...
9시 미사를 끝내고 계단을내려 오고 있는 사람들 중에
" 옴마야~~태조 아이가?"
"아이고 경희야~니가 여어 왠 일이고"
주위 시선일랑 아랑곳없이 괴성을 지르며 얼싸안았다.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미사를 치렀던 곳이라
대구가면 꼭 한 번 들러리라 맘먹고 있었던 터였고
태조는 옛추억을 찾아서--아들이 어렸을 때 새벽미사 복사를 서면서 바라보곤했다던
아침햇살 머금은 스테인드그라스를 한 번 찾아 보고 싶었던 터라고...
아쉬운 조우를 뒤로하고
헤어졌지만
뜻밖의 만남과 정겨운 어울림과 느긋한 여유를 만끽한 첫 나들이었다.
첫댓글 이 글은 나를 바로 돌아보게하는구나. 늘거막에 부부가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서 지낸다는 것 그리 쉽지만 않더구나.내 경우엔 약 1년정도 걸리던데,서로 자기 자리 찾아가서 생활리듬이 잡힐때까지 말이다.
같이 또 따로의 자리찾기...지금은 좀 혼돈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