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시내산' 위치논쟁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다는 구약성서의 시내산은 어디에 있을까.
지금까지는 시내산이 이집트에 있다는 게 정설로 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시내산이 이스라엘에 있다고 주장하는 한 이탈리아 고고학자로 인해 시내산의 위치논쟁이 확산되고 있다고 AP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사막의 민둥산인 카르쿰산에서 19년 동안 유적발굴에 전념해온 이탈리아 고고학자 에마누엘 아나티는 최근 그가 발견한 초기 청동기시대 이후의 유적 기념물 벽화들을 공개했다. 아나티의 발굴 작업에서 나온 것은 원이 새겨진 검은 돌로 촘촘히 쌓인 돌무더기, 솟아있는 연단 및 원형으로 배열된 돌들, 예배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산염소 아이벡스의 모습을 보여주는 벽화 등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 유적들은 카르쿰산이 수천 년 전부터 거룩한 성지며 순례 장소로 여겨온 증거라고 말했다, 또 출애굽기에 기록된 사건들의 묘사와 이 산의 지형들을 비교해볼 때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던 시내산이 바로 카르쿰산이라는 결론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이스라엘 고고학자들에 의해 곧바로 부정됐다. 이스라엘 고고학협회 회장 모셰 코차비는 성서의 지리학적 분석과 여타 자료들을 통해볼 때 시내산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산이 적어도 10개는 된다.면서 카르쿰산의 가설이 확실하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이스라엘 고고학자인 이츠하크 베이트 아리에도 시내산이라고 볼 수 있는 곳이 20군데 이상이기 때문에 카르쿰산이 바로 시내산이라는 확증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고고학자들은 시내산의 위치가 신학적 주제는 될 수 있어도 고고학적으로 확실히 밝힐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한편 기독교 고고학계에서는 전통적으로 이집트 시나이반도 남쪽에 있는 제벨 무사산(일명 모세산)이 구약성서의 시내산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해왔다.
최정욱 jwchoi@kukmin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