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영남일보 책읽기상 독서감상문 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습니다.
(출품편수 1,056명 총 수상자 17명 )
박다영 학생의 작품을 공개합니다.
상처를 치유하려면
-<가시고백>을 읽고 나서-
모계고등학교 1학년 박다영
사춘기 시절, 나는 겉과 속이 다른 아이였다. 겉으로는 행복한 척하곤 했지만 속으로는 가족 외에는 그 누구도 몰랐던 아버지와 동생의 병과 그것으로 인해 종종 찾아오곤 했던 가정의 불화에 많이 힘들어 했었다. 그것을 콤플렉스라 생각하고 숨겼던 나는 가끔 그것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애꿎은 친구들에게 화를 내면서 풀곤 했고 이것은 친구들과의 사이를 점점 나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마음 속 깊은 곳 비밀을 숨기며 사는 것에 지치게 되었고, 가장 신뢰 가는 친구에게 가 펑펑 울며 오랫동안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나의 속사정을 얘기하였다. 그 후 나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되고 친구들과의 관계 또한 예전처럼 돌아왔다.
이러한 경험은 나에게만 다가오는 그런 특별한 경험은 아니었다. “가시고백”이라는 소설의 주인공들에게도 비슷한 시련이 닥치게 된다. 해일은 어려서부터 유난히 남보다 빠르게 움직였던 손 탓에 자주 도둑질을 하게 된다. 사소하게는 건전지부터 크게는 같은 반 친구 지란이가 가져온 전자수첩까지. 남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손 탓에 해일은 자신이 남들과 다른 아이라 생각했고 그러한 생각은 스스로를 친구들로부터 소외되게 만들었다. 또 다른 학생 지란이는 이혼한 어머니와 새아버지와 사는 친구이다. 그녀는 끊임 없이 연락하는 친아빠 때문에 힘들어하지만 학교에서는 행복한 가정의 외동딸인 것 마냥 행동하곤 한다. 지란과 해일 서로 믿음을 쌓아나가게 친구가 된다. 그녀는 가정의 비밀에 대해 해일과 그녀의 친구 진오에게 털어 놓게 되고 친아빠의 집에 몰래 들어가 낙서를 하고 오자는 그녀의 소심한 복수 계획에 그들은 동참하게 된다. 하지만 계획을 실현하려던 현장에서 해일은 빨리 움직이는 손을 주체하지 못하고 지란의 친아빠의 넷북을 훔치게 된다. 하지만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진오는 거울을 통해 그의 범죄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해일은 어쩔 수 없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아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의 비밀을 진오에게 속 시원하게 털어 놓는다. 이후 해일은 지란에게도 비밀을 털어놓게 되고 지란은 깊은 충격을 받지만 이를 다시 용서하고 서로에게 있어 진정한 친구로 거듭난다.
처음 해일과 지란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들도 자신만의 비밀을 콤플렉스라고만 생각하고 가슴 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두기만 한다. 하지만 그 비밀은 처음 우리들이 생각한대로 그들의 마음에 가시가 되어 돌아온다. 그렇게 가면을 쓰고 숨음으로서 스스로를 타락하게 만들뿐 아니라 주변 사람까지 힘들게 만들 수 있다. 한 마디로 자업자득인 셈이다. 그리하여 스스로를 열등감 덩어리로 만들어버리고 남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게 해 아웃사이더처럼 행동하게 된다. 이런 행동이 좀 더 심각해지면 따돌림을 받아 외톨이가 될 수도 있고, 소외감 때문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로 신뢰하여 비밀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가 생긴다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며 마음 속 굳게 닫혀 있던 것을 봉인해제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가시를 빼냄으로서 상처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비밀을 들어준 친구에게 충격을 가져다 줄 수도 있고, 비밀을 들어준 아이가 다른 곳으로 퍼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상처가 고름이 생기고 딱지가 앉은 뒤 곧 아물 듯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가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히려 발바닥에 가시가 박혔을 때 빨리 빼지 않고 그 상태로 더 걷는 것이 가시를 깊은 곳으로 파고 들어가게 해 더 아프게 한다. 마음 속 깊은 곳에 봉인해둔 가시들도 그렇다. 자꾸 그것을 숨기려고 하면 자신만 더욱 괴롭게 만든다. 그러므로 바보같이 스스로 고뇌하며 해결하려 하지 말자. ‘가시고백’의 해일이와 지란이가 그랬던 것처럼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던 가시들을 순간의 아픔을 참아내고 하나씩 하나씩 빼도록 노력하자. 상처는 오래 두면 안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