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속을 걷다, 동네 한 바퀴 雲海 김 상 진 有朋이 自遠方來하니 不亦樂乎아!. 올해라고 유난히 긴 장마의 마지막 끝자락, 여전히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아침이다. 이 우중에 멀리 친구들이 오기에 마음에 작은 설렘이 인다. 고교 동기(경고 44회) 경록 산악회 월례행사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금년 들어 처음 만남이고, 산행 장소가 선석산이고 보니 내가 사는 산속 오두막을 찾아오는 것과 진배가 없다, 어찌 기쁘지 않으며 걱정이 되지 않겠나. 10시 50분 약목행 기차를 약속한 13명 모두 승차했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비로소 마음을 놓는다. 11시 37분 약목역 도착이니 부랴부랴 마중을 간다. 다행히 빗방울이 가늘어젔기에 우산을 들고 시골역 플랫폼에 혼자 서있으니 문득 그 옛날 젊었던 시절, 어느 간이역에서 그 곱던 님을 기다리던 생각에 잠시나마 추억에 젖어 보는 기쁨도 친구들 덕분이다. 저 멀리 비 속을 기차가 들어오고 친구들이 내린다. 반갑다. 친구들! 점심을 준비한 식당에서 제공한 승합차와 내 차로 산속 내 오두막에 내리니 다시금 내리는 빗줄기와 안개로 자랑거리 인 북삼읍 시가지 전망과 뒷산 선석산의 전망을 관망할 수가 없어 아쉽다. 내 집에 왔으니 찬물 한 잔이라도 대접해야 하는데, 마침 이웃집에서 친구들이 온다고 소중한 인삼주 한 병을 가지고 왔기에 동네 인심도 자랑하며 마련한 다과로 입을 추기고 잠시 오늘의 상황에서 산행에 대한 환담을 나누다 보니 비가 잠시 그친다. 원래 계획은 선석산 중턱까지라도 산행하기로 계획을 세웠지만 언제 다시 소나기를 만날지 알 수 없기에 우리 집에서 출발해서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산행을 대체하기로 하고 삼삼오오 어깨를 맞대고 담소하며 걷는다. 동네라고 하지만 이제 막 이루어진 산속의 동네이고 보니 그런대로 산길을 걷는 기분은 조금 맛볼 수 있다. 다행히 수백 년 된 아름드리 소나무 숲길이 있고, 골짜기에 내린 비로 물이 콸콸 소리 내며 흘러가고, 선사시대 선돌로 지정된 유적지와 동네 작은 정자가 있으니 이만만 해도 산행의 체면은 서지 않았나 하고 자위해본다. 얼추 50여 분 걸었으니 1시다. '논두렁 밭두렁' 식당에 도착하니 잘 가꾸어 놓은 정원에 잔디가 파랗게 깔려있고 연못가에 정자도 있다. 비가 오지 않았으면 야외 이 자리에서 점심을 하기로 했지만 일기 관계로 실내에서 마련했다. 중복이 3일 전이라 복달임으로 닭, 오리 백숙을 준비했다. 시골 음식점이니 맛이 어떨지 걱정이었는데 친구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막걸리, 소주, 더하여 장승목 친구가 손수 빚은 백포도주 두 병에 빗소리 곁들이니 이 아니 신선놀음이랴. 한적한 시골 음식점, 비는 내리고 주인의 인심도 후하니 그냥 갈 수는 없지. 흥 넘치는 경주 이남용 친구가 술상을 두드리며 한 가락 뽑으니 덩실덩실 춤사위 또한 좋구나. 뒤 텃밭에서 재배한 부추전으로 일 배 일 배 하다 보니 어느덧 돌아갈 시간이다. 고교시절 교모 흔들며 목청 터져라 불렀던 응원가에 교가까지 합창하고 주인이 내어준 승합 차로 왜관역으로 출발하는 친구들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니 여전히 우정의 여운이 남아있는 뜨락에 혼자 앉아있어도 조금도 외롭지 않지만 아침의 그 설렘과 반대로 그리움의 싹이 꿈틀거린다. 친구들아 코로나19가 두렵고 겁나지만 모두 건강 잘 지키고 그런대로 자주 만나 우정의 돌탑을 쌓아가자. 2020년 8월 1일 namukun 찍사 이남룡 최영수 양재연 동기가 찍은 영상으로 그날의 우정을 나눕니다. 참가인원 강무수 금병렬 서위도 서정일 양재연 이남룡 이선우 이민권 이동준 장승목 최연완 최영수 김상진 김일흥 계 14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