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다 선량하지만은 않습니다. 때로는 그들을 철부지 어린아이나 노망 든
노인이나 정신병자로 생각해야 합니다. 경우에 없는 생떼를 쓰고, 걸핏하면 싸우고, 거짓말도 하고,
심지어 도둑질도 하지요, 살아가는 데 너무 지쳐 마음마저 그렇게 삭막해져 버린 겁니다.
그 어리광과 투정과 사나움을 탓하기에 앞서, 그의 괴로운 삶만큼 나도 그와 함께 아파하지 않으면
그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가 살인한 자식조차 조건 없이 사랑하듯,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고는
하루도 그들을 벗으로 여겨 여기에서 배겨내지를 못하지요. 그러니 처음은 봉사한다는 정신에서 출발하여,
희생의 보람을 깨우치다가, 마지막으로 잊어버려야 해요. 안사람한테도 내가 늘 강조하는 말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며칠 전, 선생님이 무조건 살려 달라며 골수암으로 죽어 가는 소년을 업고 달려온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그 어머니와 함께 이틀 동안 소년을 업고 병원을 여덟 군데나 뛰었습니다.
한결같이 입원 보증금이 없다고 퇴짜를 놓더군요. 이틀째 저녁무렵, 소년은 끝내 내 등판에서 숨을 거두었지요.
막막한 분노로 그 엄마와 나는 큰 길에 주저앉아 목놓아 울었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처지에 놓인
딱한 가정이 있어서 한 아이를 꼭 살려내야겠기에 형님을 찾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