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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주고 받은 편지 ㅎㅎ 2008.05.09
어제 어버이날 5학년 아들놈과, 3학년 딸아이에게 편지를 받았습니다.
아주 감동적인 편지...... 가 아니고, 그냥 형식적인 편지 ㅎㅎ
아들놈 까마귀 날아가는 글씨체로 형용사, 미사어구 하나 없는
"키워 주셔서 감사하고 뭐 어쩌고 끝에 커서 보답한다는.."
아들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작년꺼랑 토씨 하나 안틀린다. 아들아"
자기도 멋쩍은지 브이자를 한번 날려주고 나가더군요
그리고 이어지는 딸아이의 편지
편지라기 보단 카드에 가깝더군요
"또 만화 연습했냐? 너 작년에도 만화 그리지 않았냐?"
요놈도 씩 웃으면서 나가네요
넘들네들은 감동적인 편지도 받고 한다는데 에휴... ㅎㅎ
그리고 저녁상에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도 편지를 썼다는걸 알았습니다.
어머니가 자랑을 하더군요 손자, 손녀 한테 받았다며
뭐 내용이야 별반 다를게 없더군요
"요놈들아 아빠,엄마,할아버지,할머니 호칭만 바꾸고 다 똑같냐?
그런데 어머니가 한마디 하셨습니다.
"너 보다 훨씬 낫다, 너도 맨날 똑같은 내용만 적었놓고"
갑자기 아이들 눈에 빛이 나면서 할머니에게 아빠는 뭐라고 썼는지 캐 묻더군요
"너희 아빠는 맨날 딱 한줄이었다"
[ 선생님이 쓰라고 해서 이렇게 쓰는데요 자세한 얘기는 집에가서 할게요 ]
"국민핵교에서 부터 중핵교 댕길때 까지 쭉 그렇게 편지 왔다"
저 바로 고개 쑥이고 자숙 모드로 들어 갔습니다.
어머니가 너무 정확히 기억하고 계시더군요. 저도 세월이 한참 지났지만
몇년동안 쭉 써왔던 글귀라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들녀석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계속 짓고 있습니다.
제가 이녀석을 12년 동안 키워봐서 아는데 이놈 분명히 따라할 놈입니다.
"너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아는데 따라할 생각하지 마라, 그건 아빠 저작권 이다"
옆에서 웃고 있던 딸아이가 한마디 하더군요
"그럼 오늘도 아빠 그렇게 써서 할아버지 드렸어?"
"뭔 편지를 써?"
"아침에 아빠 할아버지 한테 편지봉투 드렸잖어?
ㅎㅎㅎㅎ
듣고 계시던 아버지
"편지보다 더 좋은게 들어 있더라 ㅎㅎㅎㅎ"
남매가 눈을 마주치며 서로에게 "넌 뭔지 알어?" 란 눈짓을 하더군요
저도 몇번 더 편지 받겠죠. 몇년 있으면 편지봉투에 딴게 들어가 있을까요? ㅎㅎ
"아빠 바람펴?" 2008.05.12
연휴가 시작되는 저녁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쇼파에 대자로
누워있다.
아내가 이시간에 쇼파에 대자로 누워 있다는것은 부모님이 안 계시다는
소리다. 베개와 이불까지 덮고 있다는 것은 잠깐 나가신게 아니라 멀리
나가셨다는 것
아내는 들어 왔냐는 눈인사만 한다.
"어디 가셧냐?"
"두 내외분 집 나가셨어 ㅎㅎ"
아마도 연휴를 맞아 누님댁에 다니러 가셨나보다.
두달만에 주말을 비우신거 같다. 직장일 하랴, 부모님 모시랴, 애들
챙기랴, 고단함에서 잠시나마 해방감(?)을 만끽하며 퍼져 있는 아내의
모습에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자, 지금부터 난 계산된 행동을 해야한다. 기분에 들떠 외식을 한다든지
하면 안된다. 아이들 입을 통해 부모님에게 전해지면 괜한 오해를 살수있다.
일단 씻고 나와서 냉장고에 얼려져 있던 삼겹살을 꺼내 해동을 시키고
소주까지 한잔 준비해서 술상을 본다. 물론 부산하지 않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설겆이도 말끔하게 정리한다. 오랜만에 고무장갑을
껴보는것 같다.
그리고 늦은 시간이지만 아내가 좋아하는 블랙커피를 연하게 타서 쇼파
앞까지 대령한다.
이쯤되면 아내의 입은 귀에 걸려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된다.
마지막 한방을 먹여야 하다.
"무릎 베개하고 누워라 새치 뽑아줄게"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킨쉽이다. 이쯤되면 입이 귀에 걸리다 못해 찢어진다.
그리고 술한잔에 발그래한 얼굴로 설잠이 든다.
이로써 난 남은 이틀을 맘편히 지낼수 있다. ㅎㅎ
10살 딸아기가 아까부터 내 주위를 어슬렁 거린다. 그러고 보니 퇴근하고
계속 내 주위를 맴 돌았던거 같다.
"너 아까부터 왜 자꾸 아빠뒤 따라 다니냐?"
딸아이는 아내의 얼굴을 한번 쳐다본다
"엄마 잠들었어 닌텐도 하고 싶어? 조금만 해라"
딸아이는 다시 머뭇거리더니
"아니, 그게 아니라...."
"뭐?"
"혹시 아빠 바람 펴?"
"뭐... 담배 피냐고?"
"아니 아니 바람 피냐고?"
"가시나가 자다가 봉창도 아니고 뭔소리야?"
딸아이는 내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가면서
"아빠 오늘 행동이 이상하잖어, 엄마한테 갑자기 너무 잘해주잖어"
"남자가 갑자기 여자한테 잘해주면 바람 피는 거잖어"
참나, 이녀석이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걸까
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고
"송이야 만약에 아빠가 진짜 바람 피면 넌 어떻게 할래?"
"음.. 엄마랑 같이 가서 그여자 혼내 줘야지"
확실이 이녀석 드라마 첨부터 끝까지 많이도 본거다.
옆에서 멍때리고 있는 아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돌아온 아들의 대답은
"아빠 맘대로해"
확실이 저녀석은 역시 생각도 없고 관심도 없다.
딸아이의 어이 없은 상상에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할지
"송이야 넌 드라마좀 그만 봐라, 넌 항상 아빠가 말하지만 생각이 너무
많어, 그리고 형우야, 넌 드라마 같은 거좀 보고 생각이란 걸좀 해라"
대략 딸아이에게 아빠의 행동을 설명하고 거실로 나와서 쇼파에 잠들어 있는
아내의 얼굴을 보고 속삭였습니다.
"넌 좋겠다. 남편 바람 피면 머리 끄댕이 같이 잡아줄 든든한 딸 있어서" ㅎㅎㅎ
이쁜신랑 vs 못된신랑 2008.05.16
제 아내의 핸드폰엔 제가 "이쁜신랑" 이라고 저장 돼있습니다. ㅎㅎ
진짜 이뻐서 이쁜신랑인지 대외적인으로 보여 줄려고 그냥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이쁘다는데 싫지는 않죠
그런데 이틀전 갑작스런 저녁 약속이 있어서 집에 있는 아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신호가 한참 울린후에 아들녀석이 전화를 받더군요
"엄마좀 바꿔라"
아들녀석은 "엄마,엄마" 하면서 소리를 지르며 아내를 찾더군요
누가 들으면 겁나 큰 집인줄 알겠습니다. 코딱지 만한 집에서 뭘 그리
엄마를 찾아 헤매는지 ㅎㅎ
아내가 화장실에 있었는지 전화기 너머로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문열어 엄마 못된 신랑이래요 빨리 받어"
전화기 너머의 소리였지만 "못된신랑" 이란 말이 또렸이 들렸습니다.
잠시후 아내가 전화를 받더군요
"형우녀석 뭐라는 거야 누가 못됐다는거야?"
"어. 어. 아니야 왜? 왜 전화했어?"
전 일단 아내가 화장실이라 용건만 말하고 끊었습니다.
저녁식사가 술자리까지 이어져서 밤늦게 귀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식구들은 다 잠들어 있었고 아내도 세상 모르고 자고 있더군요
마침 아내의 핸드폰이 화장대 위에 보여서 혹시나하는 생각으로 아내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은은한 벨소리와 함게 아내의 핸드폰 액정에 [못된남편]
이라고 뜨더군요 ㅎㅎ
아마 이틀전쯤에 전화통화를 하다가 제가 약간 언성을 높인적이 있는데
그 이후에 바꿔 논듯 했습니다. 물론 몇시간후에 사과는 했는데, 잊어
버리고 안바꿨는지, 아니면 아직 화가 안 풀렸는지 하여간 "어~~쭈" 하는
맘이 생기더군요
그리고 다음날 저녁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아내를 등지고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받기전 제가 핸드폰을 들고 확인 했더니 여전히
"못된남편"...
그때서야 사태를 파악한 아내가 실실 쪼개더군요. 역시 그날 전화 통화 이후
바꿨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고맙다, [못된놈] 이라고 안해나서"
아내가 웃으면서 그 생각도 해봤다고 하더군요
저도 복수를 하겟다고 했습니다.
"나도 너 바꿔 버린다"
"맘대로 하세요, 뭘로 바꿀건데?"
"....."
"바꿔봐, 바꿔봐"
아내가 계속 깐죽거리더군요
저 "첩" 이라고 바꿨습니다.
오늘 점심때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첩] 이라고 뜹니다. 기분이 묘해지내요 ㅎㅎㅎㅎ
사위들 이야기 ㅎㅎ 2008.05.21
며칠전 장모님 생신을 맞아 처가집 6남매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아들셋, 딸셋 이러다 보니 당연히 며느리도 셋, 사위들도 셋
그중에 제 아내가 다섯째고 제가 사위로는 둘째 사위입니다.
둘째 사위... 전 참 편한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에서 처신만 잘하면
시쳇말로 놀고 먹는 자리죠 ㅎㅎ
제 윗동서 형님은 큰사위로써 누가 봐도 손색이 없으신 분입니다.
처가집 대소사에 항상 적극적으로 참여 하시고 나서실때 잘 나서시고
때론 묵묵히 지켜볼 상황이면 아무 내색 없이 뒤에서 일 처리를 해주십니다.
제 아내가 항상 형부 반에반이라도 하는거 바라지도 않고 흉내만이라도 내라고
항상 저에게 말하죠 ㅎㅎ
그리고 둘째 사위...바로 접니다. 제가 저를 판단 하긴 좀 우습지만, 저도 천생
둘째 사위입니다. 있는지 없는지 존재감이 없는 사위죠 ㅎㅎ. 하지만 중간에서
튀는 행동 안하고 윗분들 말 잘 듣고 아랫 사람 다 이해해 주는 스타일 이라고
저 혼자 자위합니다.
그리고 제 아랫동서... 집안에 막내죠. 이사람도 딱 막내 사위 스타일 입니다.
식구들 모이면 분위기 메이컵니다. 활달한 성격에 때론 어리광도 부리고 철없는
행동으로 식구들 당황도 하게 하지만, 처가집에 잘할려는 마음이 항상 묻어 있어
전 참 보기 좋습니다.
but 그러나 .....
이 세사람이 처가집 문씨 집안에서는 사위들이지만 각자 자기집에서는 아들 노릇을
해야 합니다. 뭐 당연한 얘기겠죠
그런데 각자의 아들 노릇을 보면 참 아이러니 한 상황이 벌어 집니다.
천생 큰사윗감인 손윗동서 형님, 집안에선 막내입니다. 신혼초에 같은 동네에
살아서 형님집안 사정을 많이 압니다. 그야말로 막내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사돈어른신들에게 귀여움 받고 형님 누나들에게 응석 부리고 소소한거 잘챙겨서
이쁨 받는 어리광 막내입니다.
둘째 사위 저.. 5대 독자 입니다. 부모님 모시고 남매를 키우는 가장입니다.
사위로써는 존재감이 없지만, 제 집에서 만큼은 저를 위주로 모든 일이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모든 집안일을 제가 다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는 쓸데 없는
강박관념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들노릇과 사위노릇이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아내에게 항상 잔소리 듣는 부분이죠 ㅎㅎ
마지막으로 아랫동서.. 가장 180도 변신 하는 인물입니다.
나이가 먹어도 항상 철딱서니 없는 막내 사위에서 자기 집안으로 돌아가면 어엿한
장남입니다. 그것도 가문에 장손입니다. 사돈집은 작은 과수원도 하시는 그쪽
토박이 집안입니다. 그러다보니 바쁜 일손철에는 내려가서 농삿일도 돕고 문중일
까지 혼자 다 알아서 처리한는 추진력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장손입니다.
이렇게 각자 집안에서 나름 본분에 맞는 아들 노릇을 하는 사람들이 다시 처가집에
헤쳐모여를 하면 자기 신분에 맞는 사위들이 되죠 ㅎㅎ
제가 아는분 중에 재혼 한신 분이 있습니다. 그분왈
"첨엔 막내사위 였고, 지금은 큰사위라서 힘들다"
제가 한마디 해줬습니다.
"중간 사위가 좋아요, 다음엔 둘째 사위 정도로 가세요"
"......"
ㅋㅋㅋㅋ
누가 내 보약을 훔쳐 먹었는가? 2008.05.24
얼마전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아는사람 한테 홍삼엑기스 좋은거 싸게 살수 있는데 살까?"
난 아무리 싸다지만 홍삼인데 값도 있을테고 요즘 우리 형편에
좀 무리인거 같아서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전화를 끊고 곰곰히 생각하니 요즘 내 몸상태가 정말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 변변한 보약 한번 먹어본 기억도
없었고 내심 그냥 못 이기는척 하고 먹을껄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후 아내가 컵에 홍삼액을 담아 내앞에 내밀었다.
"너무 좋고 싼거 같아서 샀어, 한번 먹어봐"
난 겉으론 시큰둥 햇지만 속으론 쾌재를 불렀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알싸한 맛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부모님도 있고 애들도 있는데 혼자 먹는다는게 내심 걸렸지만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처음 있는건데 하며 혼자 자조했다.
다음날부터 김치냉장고 안에 있는 홍삼액기스를 일말에 양심에 따라 식구들
눈에 안띄게 혼자 챙겨 먹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것은 며칠이 지나서 였다. 홍삼액이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사실 매일 챙겨 먹지도 않았는데 갯수가 눈으로 봐도 많이 줄어 있었다.
이건 분명 나 말고 우리 식구들 중에 누군가 먹었다는 것이다.
일단 모든 식구들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 아버지 : 가장 유력하신 분이다. 연세가 78살 이신데 소주를 주식으로
막걸리를 간식으로 드시는 분이다. 양도 어머어마하다 동네에서 아버지가
빈소주병 주워서 수퍼에 파신다는 소문까지 날 정도다. 하지만 주사 같은
것은 절대 없으신 분이다. 밥도 아직까지 주발에 꾹꾹 누른 머슴밥을
드신다. 매끼니..ㅎㅎ
* 어머니 : 당뇨가 조금 있으셔서 철저한 식단에 따라 드시는 분이라 패스
* 아내 : 설마 자기가 사주고 자기가 훔쳐 먹지는 않겠지
* 아들 : 아버지와 더불어 가장 유력한 용의자. 얼마전까지 메이커 있는 홍삼원액을
먹은놈이라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홍삼 맛을 아는 놈이고
내가 하는 행동은 뭐든지 따라 할려는 습성이 있는놈이다.
* 딸아이 : 체질적으로 약을 안좋아 하는 녀석이라 패스
이렇게 용의자가 두명으로 압축이 됐다. 아버지와 아들 이 두사람의 행동만
유심히 보면 되는것이었다.
그러던 어제 범인이 밝혀졌다.
거실에서 뉴스를 보고 있는데 어머니가 김치냉장고 앞으로 가시더니 홍삼액
두개를 꺼내 너무 자연스럽게 각각 컵에 따르시는 것이 었다.
"설마 엄마가...." 난 숨죽이며 지켜 보았다.
어머니는 그 컵은 아들녀석과 딸아이에게 건네 주셨다.
난 어머니의 너무 자연스러운 행동에 뭔가 잘못됐다는걸 알았다
"엄마, 그거 내꺼 아니에요?"
"....."
마침 아내가 나와서 난 아내에게 구원의 눈길를 보냈다.
"뭐?... 홍삼?... 애들 아침에 안먹어서 어머니가 지금 챙겨 주시나 보네"
머리속이 혼란스러웠다.
잠시의 정적을 깨고 어머니가 말문을 여셧다
"니도 이거 묵나? 지랄하고 안있나... 니가 이건 왜 묵노? 저녁마다 밥 두그릇씩
묵는 놈이 뭐한다꼬 홍삼까지 묵노?"
옆에 있더 아내도 한마디 거든다
"형우아빠 이거 애들꺼야"
지난 일이 영사기 필림 처럼 스쳐갔다.
그렇다 아내는 내꺼라고 말한적이 없었다. 첫날 한잔 주고 그 다음부턴 이상하게
챙겨준 적도 없었다. 한번 먹어 보란게 맛만 보란 뜻이 었던가....
이렇게 해서 난 근 10여일 동안 아이들 보약을 훔쳐 먹은 파렴치한 아버지가 됐다.
일이 이렇다 보니 식구들 몰래 혼자 먹었던 내 자신이 한심해 지고 누구 보다
아버지 보기가 면목 없어 죄송하다는 눈빛을 아버지에게 보냈다.
이런 나의 눈빛을 눈치 챘는지 어머니가 아버지와 나에게 일격을 날리신다.
"당신이나 니나 여기서 입맛 더 돌면 우리 쌀농사 지어도 못 당한다. 둘다 작작좀
묵으셔"
옆에서 오이 깍어 드신더 아버지 괜한 불똥에 날 멀뚱이 쳐다 보신다.....
가끔 주말에 아버지와 소주한잔을 하면 다음날 둘이서 하루종일 다섯끼를 먹는다
밥으로만...
하긴...우리 두부자는 밥이 보약이다. ㅎㅎ
영등포역엔 이런 청년도 있데요 ㅎㅎ 2008.05.26
마차님 글 읽고 며칠전 제 아내가 격었던 일이 생각나네요
제 아내는 기차를 탈려고 영등포역에 예약시간 보다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해서
대합실에서 서성이고 있었데요.
그런데 한 20대 중반 정도 되보이는 건실한(?) 청년이 말을 시키더래요
아내 표현을 빌리자면 그냥 복학생 정도로 보이는 대학생 차림이 었데요. 가방까지
옆에 걸치고.
"죄송한데 수원까지 갈 차비가 없어서 2000원만 주실수 있으세요?"
제 아내는 별 의심없이 지갑을 열고 천원짜리가 한장 밖에 없다고 천원만 줬데요
사실 더있었는데.. 역시 깍쟁이라 ㅎㅎ
그런데 그 청년은 곧바로 몇걸음 옮기더니 다른 여성분 한테 똑 같은 말을 하더래요
아내는 천원이 모잘라서 그러는 구나 하고 지켜 보고 있는데 그 여성분은 이천원을
줬데요
그런데 이 청년이 거기서 그치질 않고 계속 지나가는 여자들한테 똑같이 돈을 요구 하더래요
아내가 30분 정도를 지켜 봤는데 어떤 여성분은 잔돈이 없었는지 매점에서 빵을 사고
잔돈까지 바꿔서 이천원을 주는 사람도 있고 천원 주는 사람도 있고 동전으로 주는 사람도
있고 하여간 세사람 중에 한명 꼴로 성공을 하더래요 그것도 다 여성들만 상대로한.....
제 아내는 너무 어이도 없고 화가 나서 어쩔줄을 모르다가 마침 지나가는 순찰 경찰을
발견 했데요.
제 아내는 간첩이 접선하는 모양새로 경찰한테 다가가 옆으로 비스듬이 서서 속삭였데요
"경찰 아저씨 저기 여자들한테 계속 차비 없다고 돈 빌리는 사람좀 잡아줘요"
경찰이 멀뚱하니 쳐다보니 제 아내는 얼굴도 똑바로 못들고 딴 곳을 쳐다보는 척 하면서
경찰한데 다시 한번 설명햇데요. 아내는 화도 나지만 그 청년을 신고하는게 아마 무서웠나
봐요 ㅎㅎ
그제서야 경찰이 아내가 가르치는 사람을 보고 한마디하더래요
"아.... 저 자식....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내가 기둥뒤에 숨어서 지켜 봤는데 금방 잡아가더래요
잡아가는 경찰도 잡혀가는 청년도 너무 자연스럽게 아마 경찰도 아내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은걸 봐서 잘아는 상습범이었겠죠
마차님이 보신 생계형 할머니도 있지만 아내가 본 사지 멀쩡한 청년이 그런 짓도 하네요
아내말이 편의점 알바 시급 보다 그 녀석이 한시간에 버는 돈이 몇배는 되는것 같데요
에휴~~~
인터넷으로 옷을산 아내의 한탄 2008.05.29
오늘 회사로 택배가 왔다. 아내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옷을 구입 했나보다.
집으로 택배가 오거나 아내 직장으로 와서 집에 들고 들어가기가 부모님한테
눈치 보인다며 꼭 내 회사로 택배를 신청한다.
부피가 작은걸 보니 얇은 여름 옷 인가 보다. 가방에 챙겨서 퇴근을 했다
난 경험상 바로 아내에게 주지 않고 잠들기 전 가방에서 꺼내 아내에게
전달한다.
아내가 포장지를 개봉하는 표정은 마치 인디아나존스가 보물상자를 개봉
하는 표정으로 어떻게 보면 경건하기 까지 하다.
그리고 옷을 꺼내 부리나케 입어보고 거울 앞에 선다. 경험상 딱 여기까지가
아내의 행복이다.
이리저리 몇바퀴를 돌아보면 원더우먼이 변신하는 모양새로 아내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진다. 매번 그렇다. 저렇게 매번 실망을 하면서 왜 사는지....
첨엔 잠옷을 산줄 알았다. 옷감 재질이 창호진지 꾸깃꾸깃한게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원피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방도 아닌것이 어정쩡한 모양새다.
자, 이제 아내가 코디에 들어간다. 어떻게든 아내는 맘에 안드는 옷을 만회
하려는듯 밸트도 차 보고, 민소매티도 받쳐 입어보고, 레깅스도 입어보고...
하지만 아내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 진다. 만약 내가 퇴근하자 마자 줬다면
난 저녁내내 아내의 어두운 표정을 봤을것이다. 자기 전에 줬으니 난 그냥
모른척 잠들면 된다. 이게 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지혜다.
급기야 아내가 컴퓨터를 켠다. 그리고 쇼핑몰을 다시 뒤지면서 자기가 산
옷을 찾아본다. 난 살며시 어깨 너머로 모티터를 들여다 봤다.
순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입을 틀어 막아야 했다. 모니터 안에
모델이 입은 옷이 정말 아내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이란 말인가?
20살 정도의 앳된 아가씨가 여러가지 각도로 찍은 사진이 쭉 펼쳐졌다. 분명
아내가 입은 옷은 무릎까지 오는 원피스 였는데 모델을 무릎위 한 20센치는
올라온 좀 긴 남방 정도 였다. 그리고 그 늘씬하게 쭉 뻗는 레깅스의 각선미.
아내가 신경질적으로 스크롤을 내린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모델 정보가
눈에 띄었다.
"신장 165"
급기야 아내 입에서 육두문자가 나오면서 중얼거린다.
"10센치는 줄여야 겠네...."
난 재빨리 자리에 누웠다. 괜히 얼쩡거리며 불똥이 나한테 까지 튄다.
아내는 자리에 누우면서 다시 한번 중얼거린다.
"낼 아침에 다시 입어 봐야지"
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내가 날 째려보면서
"내가 5센치만 더 컸어도 당신한테 시집 안왔어"
가끔 아내가 하는 레파토리다.
난 차마 겉으론 말 못하고 속으로 읊조린다.
"당신은 5센치가 커도..................... 여전히 아담해 ㅎㅎㅎ"
조용한 가족이 뿔들이 났네요 2008.06.04
저희집은 3대가 모여삽니다. 총 6명의 식구죠.
언듯 보시면 참 시끄럽고 정신 없어 보이시겠지만 사실 조용한가족 입니다.
가족 누구하나 목소리 큰 사람없고 다들 조근조근 얘기 하는 편입니다.
말만 그런것이 아니라 행동들도 다들 조신합니다.
그런데 이건 겉으로 보이는 저희 가족들 모습입니다. 속내를 들여다 보면
상당히 시끄럽고 산만한 가족들입니다.
우선 저희 아버지 라디오를 즐겨 들으십니다. 주변에서 흔히 듣기 어려운
전설에서만 들어던 바로 그 "AM" 방송만을 고집하십니다. 그런데 사실 AM 방송이
참 잡음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용케 참고 들으십니다. 그런면서 혼자 중얼중얼
하십니다. 그 중얼대는 소리의 정체를 저희 식구들도 다 모릅니다. 뉴스 시간이
면 조금 된발음의 중얼거림, 음악방송이면 흥얼거림 정도로 알아 듣죠
그리고 저희 어머니. 저녁시간이면 혼자 조용히 거실에 앉으셔서 tv 시청을
하십니다. 하지만 그 고요함에 약간만 귀를 기울이면 연신 뭐라고 중얼거리 십니다.
가끔 술한잔을 하고 밤에 귀가 할때 문을 열고 들어오면 거실 불은 항상 꺼져 있죠
어른 모시는 집이면 다 그렇듯이 귀신 같이 전등은 잘 끄십니다 ㅎㅎ 어두운 거실에
TV 화면 불빛에 우두커니 앉으셔서 들릴듯 말듯한 중얼거림에 섬뜩할때도 있습니다.
다음은 초딩3학년 딸아이, 이녀석은 참 눈물이 많습니다. 조금만 싫은 소릴 해도
금세 눈물은 뚝뚝 흘리면서 삐집니다. 그리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이불속에서 연신
뭐라고 중얼거립니다. 서러움에 복받쳐 눈물을 흘리며 성토를 하는듯 합니다.
첨에는 달래도 보고 하지만 지금은 그냥 놔둡니다. 그러다 잠이들죠. 곤하게 잠들때
까지 기다렸다가 잠자리를 바로 잡아주면서 눈물을 딱아주려다 흠짓 놀랩니다.
딸아이의 입 구조상 눈물이 아닌 다량의 침을 휴지로 딱아줘야 합니다. ㅎㅎ
다음 초딩5학년 아들녀석, 그래도 제일 양호합니다. 일주일에 한번만 중얼대니까요
하지만 제일 듣기 싫은 중얼거림입니다. 일요일 밤에 주로 합니다. 일요일 저녁만
되면 밀린 숙제, 밀린 일기, 밀린 눈높이를 쌓아 놓고 연신 짜증 섞인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립니다. 이유야 말씀 안드려도 아시겠죠.
이런 모든 우리 식구들의 중얼거림의 결정체가 바로 접니다. 한마디로 멀티플레이어죠
아내와 같이 TV를 보면서 중얼거립니다. 아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비 맞은 중처럼 중얼
거린답니다. 나이가 먹어서 그런건지 중얼거림도 유전인지 하여간 요즘 들어 저 자신도
느낄 정도로 심해서 스스로 TV 앞을 떠날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아내는 차라리 들어가라고
손짓을 합니다
그러고 보면 가장 정상적인 사람이 제 아내가 되겠죠
그런데 요즘 제 아내가 중얼거리기 시작 했습니다. 아고라를 보면서 중얼거립니다.
물대포, 군화발, 성추행, 토론방의 글들.....
급기야 어제 온식구가 모인 저녁시간에 뉴스 헤드라인에 큼지막한 타이틀이 뜨더군요
취임 백일을 맞아서 한다는 소리가
"국민의 눈높이를 몰랐다"
그 글귀를 보는 순간 저희 조용하고 온순한 가족 속된말로 눈깔들이 뒤집혔습니다.
그 이후에 나온 육두문자들이야 각설하고 아들녀석이 상황을 정리해 주더군요
"나도 눈높이수학 아는데...."
저희 가족들이 워낙 온순하고 조용해서 반응이 느리지만 뿔들이 났나 봅니다.
저희 가족들이야 거리에 나서도 아마 큰소리는 못낼겁니다. 하지만 연신 중얼중얼
거리겟죠 ㅎㅎ
저희집 피켓은
"저흰 3대 가족입니다. 잡아 갈려면 함께 패키지로 잡아가세요, 밥도 많이 먹어요"
아내의 생일 2008.06.09
"밥 먹으로 나가자. 오늘은 내가 쏜다"
나른한 일요일 오후의 적막을 깨고 올해 78세 되신 아버지의 호기에 찬
음성이셨습니다.
3대가 사는 우리집에 흔히 없는 외식을 아버지가 제안 하셨습니다.
모든 식구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각자의 먹고 싶은걸 외치는데 아버지는
제 아내를 꼭 집으시면서
"오늘은 며늘아가 먹고 싶은거 먹는다"
아내는 해해 거리며 해물탕을 골랐습니다.
수입이란곤 전무하신 아버지의 이런 호기는 다음날인 제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는 퍼포먼스 정도 겠지요
쌈짓돈 5만원을 챙기시며 힘찬 발걸음을 내딛으시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
저희 식구들은 형형색색의 우산을 들고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동네 해물탕집에 도착하고 우산받이에 우리 식구들 우산만해도 6개를 꽂아
놓고 늦은 점심인 해물탕을 정말 게걸스럽게 해치웠습니다
생일 축하한다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소주잔 돌림에 얼큰하게 취기가 올라온
아내는 남은 국물에 볶은 볶음밥을 숟가락으로 닥닥 긁어가며 만찬을 끝냈
습니다. 계산은 49000원 ㅎㅎ. 5만원 한도란 말을 너무 잘 지킨 식구들이내요
집으로 돌아와 디저트는 과일로 해야 하지만 요즘같은 물가에 과일은 저희집
에선 호사죠 ㅎㅎ 대신 요즘 값싼 오이로 입가심을 하며 아내는 오이를
얇게 썰어 얼굴에 붙이며 맛사지까지 겸하더군요. 자기 얼굴에 몇장을 붙이고
옆에 앉아 계신 어머니에게 얇게 썰은 오이를 건네 줍니다. 어머니는 건네
받은 오이를 입으로 가져가시고 아내는 다시 한번 오이를 전해 줍니다.
다시 건네 받은 오이는 어머니 입으로..
"어머니 드시지 말고 붙이 라니까요 ㅎㅎ"
어머니는 그때서야 아무 생각 없이 받아 먹던 오이를 보며 까르르 넘어 가십니다.
아내의 생일날인 오늘 아침엔 평소 같으시면 새벽 운동을 나가시는 어머니는
새벽부터 부엌에서 딸그락 거리 셨습니다. 아침 밥상에는 찰진 찰밥과 미역국이
먹음직 스럽게 차려져 있더군요.
먼저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는 저에게 어머니는 아내를 깨우라고 하더군요.
아직 일어날 시간이 아닌 아내를 깨우라는걸 보니 어머니도 빨리 아침밥상을
보여주고 싶어서 인가 생각했습니다.
"형우엄마 일어날 시간 아직 10분 남았는데요 ㅎㅎ" 란 제 대답에 어머니는
"애미 오늘 머리 감는 날이다. 빨리 깨워라"
며느리 머리 감는 날도 아시는 저희 어머니 ㅋㅋㅋ
머리 감는 날이면 허둥지둥 출근하는 아내의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빨리 출근하느라 아내의 밥 먹는 모습은 못 봤지만 수건 머리에 질끈 동여 매고
찰밥에 미역국 먹었을 아내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매년 늘어나는 촛불의 갯수에 부담스러워 하는 아내를 위해 오늘은 촛불 두개만
꽂아야 겠네요. 내 맘속에 아내는 항상 20살 이라고..
(이런 촌스런 맨트가 먹힐려나?...ㅋㅋ)
딸아이 짝꿍은 거북이 2008.06.14
며칠전 아내가 동네 학부형과 통화를 하고 있더군요
옆에서 잠깐 들으니 요번 학부형 참관 수업은 가봐야 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전업주부일때도 안 가던 참관수업을 직장도 다니는데 갈려고 하는게 좀
이상했습니다. 엄마들 치맛바람에 휩싸이기 싫다면서 학교에는 잘 안가던
아내여서 더 궁금했습니다.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며칠전 3학년 딸아이 짝궁이 바뀌었는데 흔히 말하는
자폐증상이 조금 있는 친구(정확한 명칭을 잘 모르겟네요)가 짝궁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보조선생님이 없다는걸 보니 그렇게 크게 중증을 나타내는 아이는
아닌것 같았습니다.
사실 아들 녀석이라면 걱정도 안했겠죠. 아들녀석은 워낙 낙천적이고
사귐성이 좋아 머리 한대 때리면서 "잘해줘라 심통부리지 말고" 라고 한번
말해주면 그만인데 딸아이 녀석은 성격이 내성적이고 자기 불만 사항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속으로 끙끙거리는 스타일이죠. 반면 공부에는 욕심이 있고
짝궁에 신경을 쓰는 아이여서 약간의 걱정이 되었던게 사실입니다.
어제 아내가 참관수업에 다녀왔는데 늦게 가서 수업은 못보고 담임 선생님과
면담 과정에서 짝궁 얘기를 넌지시 물었나 봅니다
담임선생님는 정확한 증상은 얘기해주지 않았지만 심하지는 않고 학습능력이
떨어져서 그렇지 조용하고 착한 아이라고 말씀을 하고 짝궁도 한달에 한번 정도
돌아가면서 정해주고 우리 딸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모두 그아이를 잘대해주고
챙겨준다고 하더군요
저녁에 딸아이에게 넌지시 물어 봤습니다.
"짝궁 바꿨다며, 맘에 드냐?"
"별로...."
시큰둥하게 대답하더군요
"뭐가 별로야?"
"너무 느려 ㅎㅎ"
"얼마나 느린데?"
"음.. 예를 들면 선생님이 교과서 몇쪽을 펴라 하면 걔는 첫장부터 아주 천천히
천천히 넘겨 그러다보니까 수업 다 끝날때 쯤에 그 페이지를 펴"
"느리긴 느리구나"
"겁나게 느려"
잠시 뜸을 들이던 딸아이는
"그래서 요즘은 내가 책 펴주고 연필 챙겨주고 필기 도와주고 그래"
"역시 우리 딸 이구나 장하다" 라며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딸아이가
"아빠 나 만 그런거 아니고 우리 반 애들 다 걔한테 잘해줘 일부러 발표도
시켜주고 답도 가르쳐주고 서로 도와줄라 그래"
요즘 초딩이란 단어로 아이들을 가끔 매도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빠,아빠 그런데 걔 수영 잘한다"
딸아이의 뜬금 없는 얘기에
"수영 할줄 안다고?"
"아니, 우리 학교 대표야 요번에 전국대회에 나간데"
약간 벙찌더군요. 행동이 그렇게 느리다는 애가 수영선수라니 ㅎㅎ
다시한번 저의 편견에 일침을 가하더군요
전 딸아이에게 바로 짝궁의 별명을 붙여 줬습니다.
"너 짝꿍은 거북이네"
"...."
"육지에서 겁나게 느린데 물에서는 누구 보다 빠른 거북이. 조오련 보다 빠르다는 거북이 ㅎㅎ"
씽긋 웃던 딸아이가
"조오련이 누군데?"
"아,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수영 제일 잘한 사람이야"
"박태환 보다 잘해?"
"음.. 그건 잘모르겠고, 하여간 헤엄쳐서 일본까지 간 사람이야"
"에이, 뻥!!!"
" -_-; "
어슬렁 거리던 아들녀석 난데없이 끼어들더니
"니 짝궁이 거북이 같이 생겼다고?"
하여간 멍한 녀석 ㅎㅎ
딸아이와 저는 서로 약속이나 한듯이 아들녀석을 향해 "그냥 들어가쇼" 란 손짓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딸아이와 짝궁 친구은 천생연분인것 같습니다.
제 딸 별명이 "토끼"라서요. 애들이 자꾸 무를 주며 갈아보라고 해서 무 알레르기가
있는 딸.....ㅎㅎ
"토끼와 거북이" 환상의 짝궁 맞겠죠 ㅎㅎ
할머니의 잔인한(?) 복수 2008.06.17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서는데 어머니와 5학년 3학년 두남매가 거실에 앉아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이게 뭐라구요?"
"케...."
"케로로라구요"
"이게 뭐라고요?"
재차 이어지는 질문에 어머니는
"케...로...로"
그러자 아이들이 박수를 치며
"맞았어요 할머니"
"자 그럼 이건요?"
"....."
어머니는 코에 걸친 돋보기 너머로 두 눈만 껌벅껌벅 하고 있더군요
"기로로요, 기로로"
"이건 타마마, 이건 쿠루루, 이건 도로로 아셨죠?"
"이게 뭐라고요?"
".... 쿠...."
"쿠루루요 쿠루루"
이녀석들 서로 마주보며 낄낄거리고 좋아하더군요
TV 만화영화 케릭터 카드를 들고 할머니에게 장난을 치고 있더군요
사실 저도 며칠전에 당했던 일이라 어머니의 맘을 이해 합니다. 당해보면 알지만
은근히 약이 올라서 끝까지 받아줍니다. 이런 쓸데 없는 오기로 전 2시간에 걸쳐
" 개구리중사 케로로 " 란 만화의 케릭터를 구분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소싯적엔 개구장이 스머프 이름 줄줄이 외운놈이라 이 두 악동들의 은근한
썩소를 받으면 화가 치밀지만 오기도 발동하더군요
저만 당한것도 아니고 제 아내도 어린이 교통카드 사오라는 아이들의 부탁에
케로로 케릭터 모양의 교통카드를 사왔다가 이놈들한테 타마마 케릭터로 사오랬더니
케로로 사왔다고 핀잔을 받으며 저한테 하소연을 하더군요
"아니 그 개구리들 모양이 그놈이 그놈 같아서 뭐가 뭔지 알아야지 구분을 하지"
요녀석들 이놈의 개구리 케릭터 가지고 어른들을 놀려 먹는데 신이 났나 봅니다.
그런데 손자,손녀들이라고 끝까지 받아주며 노력하시는 어머니의 인내심에
경의를 표하며 전 욕실에서 샤워를 끝마치고 나왔습니다.
여전히 거실에 모여 있는 세사람 곁을 지나 치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풍"
"똥"
"비"
"이게 뭐라고?"
어머니가 호기에찬 음성으로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더군요
"....."
아이들은 꿀먹은 벙어리 모양 묵묵부답
"풍 이라고 몇번을 말하노"
"이게 오동, 이게 메조, 이게 난초, 이게 팔광, 이게 홍싸리, 흑싸리...."
어머니의 능숙한 패돌림과 화려한 내려치기 앞에 아이들은 여전히 묵묵부답
케로로 케릭터 카드는 이미 한쪽으로 물려 있고 어머니 손에는 화투짝이 쥐어져
있더군요 ㅎㅎ
"애비한테 물어볼까?"
어머니는 저를 한번 넌지시 쳐다보시더군요
전 어머니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비풍초똥팔삼.."
이란 한마디를 남기고 유유히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짜식들 ㅋㅋㅋㅋ
좀전까지 남매들의 낄낄거림은 온데간데 없고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어머니의 복수에 찬
다그침만이 거실을 맴돌았습니다.
너희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봐라 70년의 세월을 이길수 있나 ㅋㅋㅋㅋ
밥드시러 6.25 참전하신 아버지 ㅎㅎ 2008.06.24
지금 한집에 같이 살고 계신 저희 아버지는 올해 연세가 78세 되셨습니다.
이분은 6.25 참전 용사 입니다.
몇년전 상영했던 "태극기 휘날리며"란 영화를 전 아버지와 같이 봤습니다.
그 영화를 참 감동 깊게 감상을 하고 이런 영화를 참전용사이신 아버지와 같이
본다는 것도 저한테는 영광이라면 큰 영광이었고 또 아버지에게 진한 향수와
감동을 전하기 위해서 였죠
영화가 끝나고 박수도 간간히 들려 왔고 눈물을 훔치시는 분도 계셨다고 생각
했습니다. 전 촉촉히 젖은 아버지의 눈망울을 보려고 극장 출구에서 아버지와
눈을 마주 쳤습니다. 그러나...
저희 아버지 별 반응도 없으시고 눈가에 이슬은 고사하고 어떻게 보면 쓴웃음까지
짓고 계시더군요
"아버지 감동적이지 않습니까? 영화 잘 만들었죠"
저의 물음에 아버지는
"지랄하고 있네, 영화란게 원래 공갈이지만 참 공갈 많이 친데이"
"언 넘이 저리 고개 빳빳이 쳐 들고 총 쏜다 카노?"
저희 아버지는 휴전 되기 8개월전에 군에 입대하셔서 가장 치열 했다던 휴전
막바지 서부전선 전투에 임하셨더 분입니다. 바로 태극기 휘날리며의 마지막
전투신이 아마도 아버지가 참전하신 전투 정도가 되겠죠.
영화를 보고나서 아버지의 싸늘한 감상평에 저 또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얼마전에 5학년 아들녀석이 6.25에 대해 물어 보길래 할아버지에게 여쭤
보라고 했습니다. 6.25의 산 증인 이시니 가장 정확한 답변을 해주실거라 했죠.
그리고 전 아버지에게 넌지시 부탁을 했습니다.
"아버지 애들한테 들려주시는 얘기니까 좀 뭐하지만 감동적으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참전한 전투도 아니지만 전 제 아이들에게 할아버지의 활약상을 들려줄수 있는
사실에 혼자 흐뭇해 했습니다.
"젤 기억에 남는 전투는 어디였어요? 영화에서 보면 밤에 백병전도 하고 그러던데"
뭔가 기억을 되살리시던 아버지
"전투고 지랄이고 구디 파는거 밖에 기억 안난다"
"구디요?"
"구덩이.. 참호.. 하여간 주먹밥 하나 주고 밤새 구디 파놓면 여기 아니라카고 딴디로
옮겨서 또 가면 또 구디 파라카고. 구디 다 파놓으면 또 잘못 왔다고 옮기고..
내가 판 구디 다 합치면 지금 지하철 하나는 팠을 끼다"
내심 제가 의도했던 얘기가 아니라 전 조금 당황해서
"아버지 총 쏜 얘기 해달라고요 전투 얘기요"
다시한번 기억을 더듬으시더니
"구디 안에서 있다가 폭탄 떨구면 가만 쪼그리고 있으면 되고 그담에 북한군이 몰려
올라오면 고개 한번 내밀고 방향 잡고 머리 구디 안에 파묻고 총만 내밀고 쏘는기라
어데로 쏘는 지도 몰라 그냥 쏘는 기라 6개월 총을 쐈는데 내 총에 맞은놈이 있는지 몰라..."
아무리 현실적인 얘기도 좋지만 이런 얘기 하실때는 흔한 말로 구라가 조금 들어가도
되는데 너무 고지식한 아버지..
전 마지막 히든카드로 조국과 가족을 위해 참전하시게 된 동기를 물었습니다.
너무나 융통성 없으신 아버지
"밥 먹으로 갔다"
"네?"
"전쟁통에 먹을건 없고 굶어 죽나 총 맞아 죽나 군대가면 밥 준다케서 갔다"
전 생각했습니다.
원고지 10매 내외로 좀 감동적이고 스펙타클한 전쟁 얘기 지어서라도 아버지 한테
써 드려야 겠다고...
제가 중3때라고 기억합니다. 윤리 과제 중 하나로 조상님들 중에 위대하신 분들을
조사해오란 과제가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인터넷이다 뭐다해서 참고할 자료가 많지만
그때는 달랑 족보 하나 가지고 찾았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눈에 띄는 벼슬을 한 분이 안계시더군요 그래서 전 16절지 시험지에
딱 두줄 썼습니다.
31대손 - 할아버지 - 농부
32대손 - 아버지 - 6.25 참전용사
사실 이분들이 저에겐 젤 위대한 조상 아니겠습니까..
20점 만점에 5점 주더군요 ㅋㅋㅋ.
비록 아버지가 말씀은 멋 없게 하셨지만 전 아버지의 6.25 참전이 자랑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하신말씀이 있습니다.
"전쟁에서 죽은사람은 말이 없어...그래서 전쟁에서 산사람은 더 말이 없어야 하는 기라"
아내의 화장 또는 분장 그리고 변장 2008.07.01
아침 출근길 지하철 7호선 한 아가씨가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난 보던 신문을 살며시 접고 관람 모드로 돌입한다. 가끔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아가씨인데 탈때는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이지만 이내 변신을 하는 모습을 몇번
봤던터라 친숙한 얼굴이다.
아가씨는 앉자 마자 익숙한 손놀림으로 기초 화장부터 하기 시작한다. 10여분간에
걸치 기초 화장을 끝내고 색조화장에 들어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마치 예전에 가끔 TV를 돌리다 보면 EBS 였나 하여간 브로콜리 머리를 하고 계속
무언가를 설명하며 하얀 캔버스 안에 정말 신기할 정도로 그림을 완성해 가는 화가
아저씨가 생각난다. 그 아가씨는 자신의 얼굴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완성해 나간다.
나와 같은 역에 내릴 때면 정말로 딴 사람이 된다. 총총히 걸어가는 아가씨의 뒷태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머금는다.
지하철에 그 아가씨를 볼때면 난 10여년전 지금의 아내가 생각난다.
아내와 난 같은 직장에 근무했다. 6개월 동안은 서로의 존재감을 모르고 생활 했었다.
나에게 비친 아내의 모습은 화려한 화장에 사시사철 짧은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2% 부족한 쌕시한 여자 정도로 생각 됐다.
나와는 조금은 먼 나라 여자로 여겨 졌던 아내가 내 맘에 들어온 계기가 있었다.
1박2일로 월악산으로 회사 야유회를 가게 되었다.
술과 노래에 취한 하루 밤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 공동 세면장에서 멍하니 양치질을
하고 있는데 세면장 안으로 머리는 산발을 하고 새카만 피부에 자그마한 꼬마 여자
아이가 들어왔다. 그리고 나를 보며 짧은 눈 인사를 하더니 대뜸 치약을 달라는 거다
난 이 여자아이가 누군가 했지만 그냥 이 민박집 딸내미 정도로 생각했다.
"빨리 일어 나셨네요?" 갑작스런 꼬마 여자 아이의 질문..
'얼레 얘가 누군데 날 아는척이지...' 하는 생각에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애가 나가고 세수를 하며 정신이 조금 들었을때 난 그 애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맞다, 지금의 아내
생전 첨으로 화장기 없는 얼굴에 항상 신고 다니는 통굽에서 내려와 슬리퍼를 신은
아내의 모습을 처음 봤으니 못 알아본 나의 잘못 보다는 아내의 변신술이 너무했다
싶다.
그 이후로 난 아내와 마주 치면 항상 웃음이 나왔다. 화려한 화장 뒤에 숨겨진 까무잡잡한
피부, 높은 통굽에 숨겨진 스머프 반바지...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 다고 항상 아내와 마주치면 실실 쪼개는 내 모습에 아내도
점점 다가 오게 되었다.
가끔 출근길에 마주치면 뽀얀 분칠을 한 아내의 얼굴 밑으로 까만 목살이 보일때가
있었다. 급했는지 목에까진 분칠을 못한듯한 모습에 난
"아침부터 달 떴네요" 하며 농을 걸었다.
아내는 알아 들었는지 못 알아 들었는지 갸우뚱한 표정을 보이곤 했다.
그리고 좀 친해진 다음엔 아내에게 물었다.
"원래 피부가 까매요?"
아내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고향이 바닷가라서 얼굴만 타서 까매요"
하지만 속살 까지 까맣다는걸 알기 까진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ㅎㅎ
요즘은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와 아내가 둘이서 마주 앉아 흑설탕 마사지를
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드라마속에 중년 여자 텔랜트들의 피부를 안주삼아 넋두리를
하고 있다. 색조 화장품이야 이젠 물건너 갔다 하더라도 기능성 화장품에 탐을 내 보지만
빠듯한 살림살이에 선듯 손이 가지 못하는 영락 없는 아줌마가 돼 있다.
가끔 화장실에 있는 딸아이를 보면 10여년 전 월악산 민박집 세면장에서 마주친
그 까무잡잡하고 스머프반바지 만한 못난이가 생각난다.
"송이야 넌 엄마 한테 화장 기술 배워라 너희 엄마 화장 아니 분장 아니 변장 너무
잘한다, 그리고 아빠 같이 화장기 없는 창백한 얼굴에 뻑가는 어리버리도 있다는거
잊지말고 ㅎㅎ"
무식한 아들 미안하다 올린다 2008.07.03
초등학생 남매들의 시험기간이 끝나고 오랜만에 치킨을 주문해 놓고
아이들과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3학년 딸아이가 저에게 질문을 하더군요
"아빠 테레사 수녀님 알아?
"음.. 뭐 대충"
딸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테레사 수녀님 언제 태어났어?"
"글쎄 그것까진 모르겠다"
전 옆에 앉아 있던 5학년 아들 녀석에게 인터넷에 검색해 보라고 했습니다.
검색을 한 아들녀석
"1997년에 태어났네" 하며 자리에 다시 앉더군요
"1997년?" 딸아이와 전 동시에 합창을 했습니다.
하는 일이 항상 얼렁뚱땅한 녀석 또 아무 생각없이 제차 "1997년"이라고 하더군요
"아들아, 너가 97년생이다. 테레사수녀 하고 너하고 12살 동갑이냐 생각없는 놈아"
그때서야 머리를 극적이며 컴퓨터 앞으로 다시 가더니
"아, 1997년에 사망했구나 ㅎㅎ"
일단 여기까지는 저와 딸아이는 이해 해 줬습니다.
딸아이가 다시 질문을 하더군요
"아빠 난 테레사 수녀하고 나이팅게일하고 자꾸 헷갈려 나이팅게일은 의사야 간호사야?"
제가 미쳐 대답도 하기전에 멍 때리고 앉아 있던 아들녀석
"나이트계열이면 기사 아니냐?"
이녀석이 지금 고차원적인 조크를 하는건지 무식의 극치를 보여 주는지 하여간 이 녀석
온라인 게임을 단속하던가 해야지 ㅎㅎ
"아들아, 나이트계열이 아니고 나이팅게일 이다, 나이팅게일이 무슨 잔다르크냐 기사게"
"잔다르크가 기사 케릭이야?" 아들의 진담인지 농담인지 알수 없는 얼빵한 물음에
전 일단 올라간 혈압을 부여 잡고
"넌 혹시 니 동생이 말하는 테레사 수녀님이 무슨 일 한 사람인진 아냐?"
입을 꼭 다물고 제 눈말 멍하니 쳐다보던 아들 입에서 나즈막하게
"수....녀?"
전 부여 잡았던 혈압을 줄 놓고
"아빠가 지금 수년지 스님인지 물어 봤냐?, 테레사수녀지 그럼 테레사스님이겠냐?"
책꽂이에 나란히 꽂혀 있는 위인전집에 다 나와 있는 인물들.
나란히 남매가 같이 읽고 자랐는데 이런 차이를 보이다니 참나 환장하겠네요...
"아들아, 너 나이에 알아야 할 위인들 사실 몇분 안된다. 날 잡아서 몇분만 외우자
너 정도 수준이면 어디가서 무식하단 소리 듣는다"
아들녀석 실실 거리며
"헷갈려서 그런거지 뭐...."
아빠의 혈압 상승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녀석 다시 실실 쪼개며 방으로 들어 가는가
싶더니 우두커니 멈춰 저를 물끄러미 쳐다 보더군요
"아빠"
"뭐?"
"아빠"
"뭐 임마?"
"아빠.... 지금 이 얘기....아고라에 올릴꺼지?"
순간 너무 해맑게 웃으며 얘기하는 우리 무식이를 보며 전 웃음이 터졌습니다.
"왜 챙피한건 아냐?"
아들녀석 다시한번 배시시 쪼개고 슬금슬금 걸음을 옮기며
"아빠, 나이트계열은 진짜 농담이였어 진짜야.."
아들,
미안하다.
못 믿겠다.
그래서 올렸다.
그래도 이녀석 주문한 치킨이 도착하니 젤 먼저 주무시고 계신 할아버지를 깨우며
"할아버지 쐬주 한잔 하세요, 낼 식은거 먹으면 맛 없어요 일어 나세요"
짜식, 무식한거만 빼면..... ㅋㅋㅋ
12년 전세를 살면서....그냥 웃어요 2008.07.08
안녕하세요. 전 이제 결혼 13년차 올 10월 이면 만12년이 되는군요.
낼 모레면 40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집 얘기를 한번 해볼려고 합니다.
남들 보다 조금 빠른 나이에 결혼을 해서 서울 암사동에 신혼살림을 차렸습니다.
물론 아주 저렴한 전세집이었죠.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아내와 마주 앉아 정신 없었던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뒤로 하고 편안한 맘으로 잠자리에 들며 불을 껐습니다.
그런데 안방 창밖에서 불꽃놀이가 일어 나고 있더군요. 저희 결혼을 축하하는
불꽃놀이일리는 만무하고 창문을 열어 보니 1층 치킨집 네온사인 간판이 저희집
안방 바로 옆에 붙어 있더군요 더구나 오랜된듯 스파크도 튀고 있었습니다.ㅎㅎ
싼맛에 상가집 4층을 얻었는데 이런 경우가 있을 줄이야. 밤마다 나이트에 온 느낌
이 었습니다. 그리고 하루 걸러 한번씩 밤중에 취객들의 싸움이 일어나더군요
새벽에 겨우 잠이 들만 하면 맞은편 가스총판에서 가스통 받는 소리 아주 환장 합니다.
저희가 신혼이라서 그나마 다행이었죠 ㅋㅋㅋ
이런 복받은 상황 속에 우리 첫째 형우가 태어 났습니다. 이 녀석이 이런 나이트 분위기
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지금 좀 부잡스럽습니다. ㅋㅋ
이년만에 그 나이트 신혼집을 탈출해서 간 곳이 옆동네 성내동 아는분의 부탁으로 50평짜리
단독주택을 싼 전세로 얻었습니다. 말이 50평이지 어마어마 하게 넓게 느껴졌습니다.
이때 부모님과 잠시 같이 살게 되었죠. 집도 넓고 마당도 있고 조그만 텃밭도 있고
참 살기 좋았죠. 단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
옛날집이라 기름 보일러 였습니다. 지금 기름값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그당시도 기름값이 한창 오를때 였습니다. 정말 거짓말 안보태고 제 쥐꼬리 만한
월급 한달 기름값도 감당 못하겠더군요. 겨울 한철 넘기고 도망치듯 집을 나왔습
니다.
그리고 3번째 이사한 곳이 지금 살고 있는 서울 시흥동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네온사인
덕에 부잡스럽던 형우가 한창 뛰어놀 나이라 빌라 1층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말이 1층이지 거의 지하에 가깝더군요 낮에도 햇볕이라곤 구경할수 없고
프라이버시라고는 전혀 없더군요. 창밖으로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하고 누워서 눈인사를
했으니까요 ㅎㅎ. 둘째 송이 성격이 아무래도 내성적이고 음흉한(?) 구석이 있는게 아마
여기서 유년시절을 보낸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ㅎㅎ
여기서 저도 누구나 몇번을 겪었을 집 없는 사람의 설음인 갑작스런 전세값 인상...
여기서도 쫒겨나듯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옆동네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쯤되다 보니 흔히 듣던 일이
일어 나더군요. 아내 혼자 이사를 한것 입니다. 퇴근하고 오니 이사를 했더군요 ㅎㅎ
아내가 이삿짐 싸고 푸는데 이젠 이골이 났나 봅니다. ㅎㅎ
웃으면서 지금 얘기하지만 아내의 맘은 말할것도 없겠지만 남자들 정말 하늘 한번 보면서
뭣같은 세상이라고 속에서 피눈물이 납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집도 오랜된 집이라 매년 한두번씩 사고가 일어 납니다. 저희집
보일러관이 터지고, 윗집 보일러관 터지고, 수도관도 가끔 터지고, 화장실 자주 새고....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인은 주변 시세에 맞는 전세값 인상....
며칠전 일요일날 가족 사진 찍을 일이 있어서 멀리는 못 나가고 동네 가까운 공원에서
사진 몇장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오는 길에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을 배경으로
가족사진 한방을 찍었습니다.
아파트 층수는 거의 다 올라간듯 싶었습니다. 1층부터 세어 나갔습니다.
1,2,3.....13.. 13층 젤 끝라인 110동 1301호...
10개월후에 들어갈 우리 집입니다. ㅎㅎ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얼마 안떨어진 곳이어서 출퇴근 할때 먼 발치에서 항상 봅니다.
아니 맘속으로는 열댓번도 더 봅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이집에 들어 올때 이사 가시는 분이 제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애기 엄마, 우리 집 사서 나가요, 그 전 사람들도 집 사서 나갔고요, 애기 엄마네도
꼭 집사서 나가요"
저도 다음 들어오실 분이 어떤 분인지 모르지만 똑 같은 말을 해주고 나갈수 있겠네요 ㅎㅎ
제 아내가 요즘 즐거운 소식을 전해 주네요
"여보 대출이자가 또 올랐다네"
이런........... 그냥 웃어야죠 뭐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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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 참 행복한 놈인가 봅니다.
집 장만 했다는 팔불출 같은 얘기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시고
" 세상에서 집 장만 했다고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축하 받은 놈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ㅎㅎㅎㅎㅎ
더 큰 집으로 넓혀 가실 분들. 또는 앞으로 장만 하실 분들 모두 모두 힘들 내세요
무더운 날씨에 다들 건강 꼭 챙기십시오. 감사합니다.
소심한 남편의 한탄 ㅎㅎ 2008.07.11
어제 아내와 마트 쇼핑을 했다. 이것저것 생활용품과 찬거리를 카트에 담고
선풍기 한대를 구입했다. 가전제품은 별도 계산이라 나혼자 선풍기를 들고
별도 계산을 하고 왔더니 아내가 보이질 않는다. 선풍기 한대를 들고 이리저리
아내를 찾아 헤매다 한바퀴를 돌았는데도 아내가 보이지 않고 손가락은 아파오고
해서 어차피 쌀을 마지막으로 사야 되서 쌀코너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핸드폰도 차에 두고 와서 무작정 10 여분을 멍하니 기다렸다. 10분이 넘어가니 은근히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5분여가 더 흐르고 아내가 성난 표정으로 날 찾아왔다.
"전화도 안받고 얼마나 찾아 헤맷는데" 라며 눈까지 벌게지며 화를 낸다.
같이 쏘아 부칠까 하다 참았다 .그냥 빨리 마트에서 벗어 나고 싶은 생각만 있었다.
주차장을 빠져 나오는데 그때서야 화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뭐든지 좀 느리지만
화까지 늦게 올라오나 보다 ㅎㅎ
"서로 헤어졌으면 당연히 쌀을 사야 되니까 쌀코너로 먼저 와 봐야 되는거 아니야?
그리고 선풍기 계산하는 그새를 못참아서 딴데로 가버리냐?"
꽁했던 말을 해버렸다.
"내가 문구점으로 오라 그랬잖어?"
"언제?.. 못들었는데"
"자기가 그렇지 뭐 항상 건성이지..."
별일 아닌데도 날씨가 더워서 서로 좀 예민해서인지 하여간 더이상 길어지면 말싸움
밖에 안될거 같아서 참았다. 분명 나는 참았다.
그리고 집에 도착할때까지 난 아무말 없이 참았다. 다시 말하지만 참았다.
그런데 아내가 말 한마디를 날린다.
이 말을 할때 아내는 항상 같은 자세와 같은 억양이다.
고개는 45도 각도를 유지하고 곁눈질로 고 이주일 선생님의 "콩나물 무쳤냐?"
바로 그 억양...
"삐. 졌 . 냐 ?"
오!!! 내가 젤 싫어 하는 말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남성들의 아드레날린을 자극
하는 말이라고 난 생각한다.
이 말을 듣는 남자들은 순간 참 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차한다.
아니라고 하기에는 표정이 아니고, 그렇다고 인정은 못하겠고..
다시 말하지만 난 분명히 참은거였다. 이런 남자의 대범한 인내심을 삐졌다 라고
치부 하다니...
"자기 혹시 아까 물냉면 국물 뺏어 먹어다고 삐진건 아니지 ㅎㅎ"
참나, 남편을 뭘로 보고... 말이 나왔으니 그렇다. 같이 물냉을 시키던지 자긴 비냉
시켜놓고 왜 남에 시원한 육수를 뺏어 먹는건가. 그렇다고 이것 때문에 진짜 삐진건
절대 아니다. 절대... 물론 약간의 기폭제가 되긴 했다.
여기서 끝나면 다행인데 항상 붙어 오는 말이 있다
"어휴~~ 남자가 하여간 삐돌이..."
이말을 남기고 여자들은 항상 쌩하고 가버린다.
삐돌이.... 집에서 내 별명이다 ㅠㅠ
집에 들어와서 선풍기를 조립했다. 오늘따라 선풍기 조립도 잘 안된다. 자꾸 덜덜
거린다. 또 짜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불난데 부채질 한다고 옆에서 들리는 tv 드라마속
내용이 더 짜증나게한다. 왜 한국 드라마는 꼭 중요한 순간에 계단에서 굴러 기억
상실증에 걸리는 걸까....
부모님 방에 새 선풍기를 들여 놓고 방으로 들어 갔다. 아내가 들어온지 얼마 됐다고
벌써 깊은 잠이 들었다. 아내는 열대야도 없는 모양이다.
소심한 남편 성격 뻔히 알면서 삐돌이라고 놀려 먹고 잠이 오냐?
울 마누라도 기억 상실 같은것좀 걸렸으면 좋겠다. 소심하고 잘 삐진다는 남편의 기억을
모두 날렸으면 좋겠다. ㅋㅋ
오늘 아침부터 아내가 샤워를 한다. 그리고 내 면도기로 다리 털을 민다. 자꾸 눈에
거슬린다.
난 속으로 "대범하자 대범하자.. " 아침부터 자기최면을 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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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건 더 길다.
길어도 찬찬히 읽어바바 잼나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