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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니 중간에 비도 함께 섞여서 내리고 있었다. 이런 경우를 무슨 눈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진눈깨비일 게다. 그러고 보니 경남 진주라는 곳은 여러해 겨울철에 다녀가지만 알수 없는 곳이다. 눈이 겨울 내내 한번 오고 안 오더니만 봄에 무슨 눈이 내린다더냐. 많이 오는 눈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눈이 눈에 보니니까 눈이다. 어차피 오늘은 생업인 옷을 팔러다니기에는 틀린듯 싶었다. 그래 시간이 앞으로 가나 뒤로 가나 가야할 시간이라면 명색이 아마추어 소설가인데 오늘 새벽까지 쓰다 잠이 든 단편소설을 더 쓰던가, 그 동안 농민소설읽기를 잠시 쉬고 있었는데 도서관에 가서 빌려서 보던가 해야지. 아무렴! 할 일이야 잠을 안 자고라도 태산 같은데 무슨 걱정이랴! 그래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가 구내 식당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고 하루를 보람있게 보내 보자구나.
차를 몰고 숙소에서 한 20여분 떨어져 있는 시내에 위치한 진주 연암 시립도서관으로 가다가 카페회원 중 piano라는 한, 두살 연하의 친구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라는 영화를 한 번 보라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
"그래! 오늘은 도서관을 하루 쉬는 한이 있더라도 오래간만에 영화한편을 보자."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인데 하루쯤 도서관에 안 간다고 해서 세상이 변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LPG 충전소에 들려 충전을 마치고 잠시 머무르고 있는 택시기사에게 진주에는 어디를 가면 영화관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여러군에 있다면서 가까운 곳에는 찾기쉽게 진주 MBC 방송국 건물에 CGV 상영관이 한 곳 있다고 했다. 오고가다 진주 MBC건물을 여러번 보았던 지라 어디메쯤인줄 알고 있어서 그리로 갔다. 지나는 길에 방송대 경남지역대학(진주 학습관)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날 몇 번 겨울에 장사를 못하던 날에 공부를 하러 몇 차례 들려본 기억이 새로와 신호대기중 사진 한장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방송통신대학교 경남지역대학 전경)
10 : 40. 첫 상영시간에 마추어 2분 전에 도착을 하였다. 영화 티켓을 한장 샀다. 5000원 이란다.
"어, 서울보다 영화관람료가 무척이나 싸네. 그런 줄 알았다면 자주 와 볼걸..."
얼마만인가? 거의 2년 만에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일년에 책은 읽니 안 읽니 해도 수 십권 읽으면서 영화 한편을 안 보다시피하는 필자다. 굳이 보는 경우라면 내 고향 충청도에 가는 날이면 큰 형님 아들이 노트북에 지난 영화들이나 어떤 경우에는 최근 상영작을 다운 받아 주어서 일과를 마치고 글도 쓰기 싫고 인터넷 검색도 하기 싫으면 시간을 달랠겸 본 적은 있어도 영화를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다. 문숭리 같은 사람만 산다면 세계에 있는 영화관은 전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막 지정좌석에 앉자마자 본 영화가 시작되었다. 미국에 있는 어느 기차역 시계를 처음 오픈하는 장면이었다. 사람들이 시계를 보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이었다. 시계가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초침이 역 회전하면서 거꾸로 가게 제작된 대형 기계식 시계였다. 물론 그 시계 제작 기술자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아들이 전쟁에 나가서 전사자로 돌아오자 그것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시간이 거꾸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전쟁터에 나갔던 아들이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냐며 불행을 행복으로 돌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간이 꺼구로 가는 시계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날 시계 개막식에 참석했던 미국 대통령까지도 숙연한 마음으로 시계를 그렇게 만든 것에 대해 인정을 하면서 영화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이미 영화를 본 회원들도 있고 또 보아야 할 분들도 있기에 전체 줄거리는 생략하고 다만 문숭리가 그 영화를 본 느낌만 간단히 피력해 보고자 한다.
마치 몇 가지 영화를 한 스크린에 조합을 해 놓고 다시 보는 그런 느낌을 주는 영화였다. 스토리 구성은 태어날때 이미 몇 달을 더 살지 모르는 희귀병이 걸린 노인으로 태어나 시간이 흐르면 어린아이가 되는 희귀병을 소재로 운명과 사랑이야기를 기본으로 하고 이미지 구성은 영화 타이타닉과 태양은 가득히, 밀리언 달러 베이비, 그리고 메디슨 카운티 다리에 나오는 장면들을 부분적으로 조합해서 만들었다는 의구심을 주는 그런 수법이었다. 영화제작 용어는 잘 알지 못하나 문학적인 표현이라면 분명 이미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 중에서 패러디 한 것이 분명하다. 배를 영상소재로 한것은 타이타닉, 요트와 여행은 태양은 가득히, 엽서를 보내는 것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그리고 마지막 같이 늙어가는 주인공 아닌 다른 남자가 나오는 것은 메디슨 카운티 다리에서 사진작가를 못 따라가고 남편의 차에 타고 그 사진작가를 뒤돌아 보는 장면과 흡사하다. 그리고 노인이 되어 병실에서 회상하는 장면은 타이타닉에서 대양의 심장이라는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침몰된 타이타닉 탐사현장에 나타나 그 당시 젊은 여인이 할머니가 되어 사고 현장을 생생하게 회상하는 수법과 아주 흡사하다.
주제 또한 타이타닉의 주제를 모방했기라도 했듯이 행복이란 기회가 주어졌을때 그 순간을 가장 행복하게 느끼며 사는 것이라는 그런 의미가 아닐까? 한다. 보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를 수 있기에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백문이 불여 일견(百聞 不如 一見)이라고 영화야 말로 본인이 직접 보지 않고서 다른 사람이 아무리 평을 잘 한다해도 다 소용이 없는 일이다. 또한 책도 다른 사람이 독후감이나 비평을 아무리 잘 해 놓아도 본인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그 느낌이 가장 중요하기에 문숭리 느낌은 이정도로 갈무리 하고자 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오니 시간은 오후 1: 3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영화속에서는 한 남자만 시간이 거꾸로 가고 다른 사람은 앞으로 갔다. 현실에서의 문숭리 시간도 앞으로 간 것이다. 우선 문숭리가 2009년 3월 3일 아침에 눈이 와서 생업을 멈추고 영화를 본 날이라는 것을 추억으로 남기고자 영화관 티켓박스를 배경으로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서 휴태폰 카메라에 또 담아보았다.
(경남 진주 MBC 방송국 건물내 CGV 영화관 티켓박스 앞에서)
그리고는 아침과 점심(아점) 전이라 속이 허하다 싶어 팝콘과 음료수를 파는 코너에서 원두커피(2000원. 일년에 이렇게 비싼 커피를 먹는 경우 한 번이나 두번?)에 핫바를 하나 샀다. 그리고는 팝콘을 파는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물어보았다.
"학생, 원래 진주에는 영화 관람료가 이렇게 싸나요?"
"얼마 주고 샀는데요?"
"서울은 이보다 더 비싼 걸로 기억하는데 5000원 주고 보았거든요."
"아니요, 7000원인데 경로우대 할일가격으로 사셨나 봅니다."
아니 내가 이제 52살이고 경로 우대증도 업는데 무슨 말을 하는건가?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다니. 아무리 그래도 경로 우대증을 받으려면 최소 65세는 되어야 하는데 시간은 꺼꾸로 간다를 보고 나왔는데 아무리 형색이 있는 그대로라지만 너무 하잖아. 영화 한편 보고 나온 사이에 13년이나 시간이 흘러가다니.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러 왔다가 더 앞으로 돌렸다는 이야기가 되는 걸세.
그리고는 다시 티켓박스로 가서 주차요금 면제는 어떻게 받는거냐며 물어보는데 그냥 영화티켓을 보여주고 나가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왕 내킨김에 진주는 영화요금이 5000원 이냐고 했더니 '아니란다.' 그리고는 7000원 이라고 한다.
"아니 아가씨 내 티켓에는 5000원이 찍혀있고 실제 5000원 내고 들어갔는데 이상하네. 그럼 경로 우대 요금으로 나에게 표를 팔았나요?"
"어디 보세요. 아저씨도. 아저씨가 본 것은 조조요금이라 5000원 입니다. 처음 시작하는 영화를 보신 거예요."
그러면 그렇지. 어디로 보나 아무리 외모가 좀 나이가 더 들어보였다고 경로우대(?)를 받을 만큼 늙어보일까? 하마터면 정말 13년 더 시간이 빨리간줄 알고 아직도 50대 초반인데 인생을 도둑맞을 뻔 했구먼... 어휴~
(조조요금이 할인된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19세기에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눈을 돌리는데 정말 시간이 꺼구로 가는 현실을 목격한 것이었다. 그 건물 소유주가 진주 MBC였든지라 한나라당이 통과시키려는 미디어 관련법 저지를 위한 전단이 영화관 티켓박스앞에 놓여있어서 역사적인 증거물로 여기에 실어본다. 필자는 역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있으므로 어느 한쪽 주장을 대변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이 전단 사진을 올리는 것이 아니고 필자가 영화를 보던 나날에 그런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을 역사적인 사실로 남기고자 할 뿐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라고 치더라도 실제 대한민국 2009년 3월 3일 현재에는 80년대 언론통폐합 기억이 새롭게 할 만큼 30년이란 세월을 시계가 거꾸로 되돌아 가고 있다는 느낌을 홍보전단이 대변하고 있었다. 여기가 앞면인가? 저기가 앞면인가? (영화티켓을 잘 챙겨야지~ 이 것이 없으면 주차요금이 수 천원도 더 나오니까...가만히 살펴보니 우측 하단에 조조 라는 두 단어가 선명하네. 두 글자가 13년을 다시 되돌리는 증거라니깐요. ㅎㅎㅎㅎ)
아니 건물 밖으로 나와보니 아침에 눈비가 섞여서 왔다고요, 언제요? 이럴수가 날씨가 괘청하다 못해 구름 사이로 햇빛이 보이는 것이 아닙니까? 분명 영화관 들어오기전에 길이 미끄러워 조심운전을 하면서 윈도우 부러쉬를 작동하면서 왔는데 말입니다.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시립도서관에 가서 책을 본다는 생각을 접어야 했습니다.
(진주 MBC 건물에 부속된 진주 CGV 상영관 앞)
많이 벌든 적게 벌든 평일이고 날씨가 필자를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오후 2시도 넘어서는데 장사가 얼마나 될지? 어제는 하루 종일 정말 마음의 갈등을 두통이 나도록 그렇게 시간하고만 투쟁을 하고 가벼운 손으로 하루를 마감했어야 했던 날입니다.
오늘도 그냥 여기서 도서관으로 갈까? 망설이다 생업 현장으로 달려들었지요. 시내만 조금 벗어나면 필자의 생업은 하늘 아래가 다 생과 투쟁할 수 있는 현장이니깐요.
<꽝!>이었습니다. 그냥 하루쯤은 마음을 비울 수 있어야 했는데 욕심을 부린 것이지요. 그냥 일찍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고 이 글을 쓰기로 하고 하루 일과를 접었던 날입니다.
들녘을 지나치는데 벌써 매화나무 꽃이 피었습니다. 아침에 눈비가 와도 역시 봄은 봄이였고 계절을 속일 수 가 없었습니다. 마치 문숭리 나이가 들어가듯 말입니다. 그리고는 목련꽃이 피려고 몽우리가 시집을 갈 나이가 된 처녀의 첫 꼭지만큼이나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육체는 나이를 먹어가더라도 영화속의 한 남자처럼 우리의 마음만큼은 나이가 들수록 더 청춘으로 아니, 어린 아이로 돌아가 순수한 마음으로 인생을 마감하시지 않으시렵니까?
문숭리가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꺼꾸로 돌아가는 시계를 팔 겠습니까? 얼마냐고요? 이미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그 시계를 사신 것이나 다름이 없고 지금부터 당신의 시간은 꺼꾸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어린아이가 되는 그날까지 계속 만나보고 서로가 확인해 봅시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 2009. 3.3. 경남 진주에 생업차 머무르면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꺼구로 간다.>라는 영화를 관람하던 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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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보셨어요, 난 되게 재밌게 봤는데 성님은 별루인 모양이네여, 역시 책보다는 영화는 느낌이 덜하죠, 여하튼 나이머글수록 압뒤 생각말고 어리게 삽시다,, 아셨쥬!!!
아니 정말 잘 보았다네. 글이 다 수정도 되기 전인데 많이 궁금했나 보구려. 그냥 머리 식히는 영화치고는 정말 좋았다네. 너무 진하지 않은 이상한 장면도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들에게는 나쁜 것만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하기야 누구나 손 가리고 보는 것이지만 말일세. 날씨가 변덕스러운데 내일 평택에 가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일을 하게나 친구 덕택에 좋은 영화 한편 때리고 나니 다시 10년은 젊어진 기분이라네. 좋은 밤 되기를 ...
독립영화로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워낭소리, 소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많이 울었답니다. 추천하고픈 좋은 영화이니 나중에 시간되시면 관람해보세요.
저는 그 영화를 어릴적에 이미 보았습니다. 우리 집에 황소를 한 마리 키우다가 집안 사정이 있어서 팔게 되었는데 그날은 소가 자신이 팔려가는 사실을 알고 아침밥(소죽)을 안 먹는 겁니다. 그리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지요. 제가 매일 학교에 갔다오면 소를 몰고 풀을 뜯기러 다니곤 했는데 소장사가 끌러왔는데 내가 십 여리 마중을 했습니다. 그런데 헤여지려 하는데 소가 뒤돌아 보면서 안 가는 것입니다. 저는 주먹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소도다 먼저 돌아섰습니다. 워낭소리라는 말보나는 소방울 소리라고 했는데...
오랜만에 문풍지만 살짝 들쳐보고 갑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횐님들 모습 참 아름답습니다. 책은 일년에 몇권 읽는데 극장은 어쩌다 마나님이나 아이들이 가자고 할 때나 보니 일년에 한 두편 정도 .... 이러다 보니 나이가 들 수록 점점 무식해지거든요. 다행히 이 카페에 들어와 많이 충진해 갑니다. 감사합니다. 문숭리 선배님 파이티잉~~~
그래도 이렇게 찾아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오. 여기 회원중 20년 지기에 10년을 기다리며 한줄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후배 전우는 이미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오. 잊을만 하면 잊지 말고 찾아주는 것만도 문숭리는 만족한다오. 아니 찾아주고 그냥 화석같은 회원으로 남는다 해도 행복하고.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고, 한번 청성 전우이면 선후배 세월을 초월하여 영원한 전우이지. 더 이상 무엇을 바라리요. 필승이옵시다!
지도 이영화 봤슈 ! ㅋㅋ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던것 같습니다. 그러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