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하면 으레 떠올려지는 것이 있다. 녹용이다. 소위 말하는 녹용은 한방보약 중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며 보약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다. 특히 세계 유통량의 80%를 소비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녹용에 대한 믿음은 거의 맹목적이다. 보약 하두 제 먹어본 사람치고 녹용을 빼놓고 이야기 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것은 또한 매년 급증하고 있는 녹용의 수입량으로도 반증되고 있다. 그러나 대개의 보약이 다 그러하듯 보약으로서의 효능을 잘 나타나게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전문 한의사들은 입을 모은다. 그것은 녹용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녹용 또한 한의학의 원리에 따른 정량을 지켜야 하고 쓰는 나이와 시기, 양과 기간등을 옳게 정할 때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온갖 구설수에 올라있는 녹용이고 보면 제대로 알고 쓰는 지혜는 더더욱 절박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수사슴의 갓 자란 뿔 녹용 전신 강장약으로 약효 인정 녹용은 수사슴의 갓자란 뿔을 체취, 가공하여 말린 것을 말한다.
사슴뿔은 2∼3년에 한번씩 새로 나오는데 수사슴의 경우 태어난 첫 해에는 뿔이 없고 다음 해부터 뿔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때 2년생은 가지가 2개이고 3년생부터는 가지가 4개가 된다. 그뿔은 매년 3월 중순부터 늙은 뿔이 빠지고 새뿔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이때에 골화되지 않은 어린 뿔을 녹용이라 한다. 이러한 녹용에는 탄산암모늄, 단백질, 교질, 호르몬, 및 연골질 등이 다량 함유돼 있어 독특한 약리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그것은 옛 문헌상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옛 의서인 <본초강목>에 의하면 '녹용은 정(精)과 수(髓), 음(陰)과 혈(血)을 보하며 양기를 돕고 힘줄과 뼈를 든든하게 한다.'했다. 특히 <의방유취>에 따르면 '녹용은 일체의 허로손상, 허리와 다리의 통증, 다뇨증, 유정, 몽설, 피로, 피부 소양감 등을 낫게 하며 늙지 않게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듯 예로부터 녹용은 불로장생의 명약으로 각별한 대접을 받아왔다. 그효능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뭐니뭐니 해도 훌륭한 전신강장약으로 정평이 나있다. 전신을 보양하고 정신적, 육체적 능률을 높이며 피로감을 없앤다는 효능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성기능을 높이고 심장의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신경계통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그 진가를 배가 시키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실제로 임상을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안양 보화당 한의원 김덕종 박사에 따르면 '임상을 통해서 체험한 녹용의 효과는 매우 우수하다.'고 말하고 특히 '원기부족, 갱년기장애, 허약체질, 무력감, 분만전후, 당뇨, 결핵 등 큰 병을 앓거나 수술 후 건강회복기에 녹용이 들어있는 한약을 복용시킨 결과 큰 효과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어린이의 발육부진, 건강증진, 체력보강에는 적은 첩수로도 매우 유효한 성적을 나타냈다.'고 밝히고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골다공증 뿐만 아니라 뼈에 양의 기운이 부족해서 생기는 디스크나 만성요통에도 장기 복용하면 각별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진바 있다.'고 김박사는 덧붙였다. 그러나 이렇듯 뛰어난 약효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녹용도 이제마의 사상체질론과 맞물리면 논란거리로 등장한다. 녹용이 맞는 체질과 맞지 않는 체질이 따로이 있다는게 항간에 떠도는 풍문이다. 실제로 보약을 짓기 위해 한의원을 찾아오는 내원객중 '자신은 ○○○체질이니 녹용을 빼고 지어달라'거나 혹은'○○○체질이니 녹용을 가미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서울 강남의 K한의사는 밝히고 있다. 정말 그럴까. 이에 대한 한의계의 입장은 크게 양분되고 있다. 사상의학회 장현진 박사에 따르면 '임상적으로 여러 환자에게 녹용이 가미된 처방을 써 본 결과 특정 체질에서 뛰어난 효과를 나타냈다.'고 밝히고 '녹용은 약성이 강한 만큼 체질에 맞게 쓸 때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안양보화당 한의원 김덕종 박사는 '녹용이 일부체질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무시할 순 없지만 체질보다 병증진단에 따라 그 쓰임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입장을 피력한다. 즉 '어떤 체질보다는 어떤 증상에 녹용이 맞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옳다.'는 견해이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녹용은 화열(火熱)이 있는 증세에는 절대로 쓸 수 없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즉 음(陰)이 허(虛)하고 양(陽)이 왕성할 때나 신음부족으로 허화(虛火)가 있을 때에도 쓰지 말며 특히 상초에 담열이 있고 위에 화가 있을 때, 혹은 토혈이나 하혈을 할 때에도 쓰지 말기를 당부하고 있다. 사실 궁극적으로 녹용 체질이 따로이 있다는 것도 이같은 금기 사항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체질적 특성상 화열(火熱)이 있는 체질이 있고 따라서 그러한 체질에 녹용을 쓰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으로 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녹용은 그 금기사항을 제대로 알고 쓴다면 최고의 한방보약으로써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용량은 1회에 0.5∼1g을 분말이나 환약, 산약으로 만들어 복용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가 녹용을 먹으면 머리가 둔해진다는 등의 속설이 있지만 적정량을 먹이면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 한의계 입장이고 보면 아무리 값비싼 보약이라도 복용 전에는 전문의와 상담을 한 뒤 정확한 처방과 적합한 약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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