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당신을 위한 숲 속의 아주 특별한 쉼터, 축령산 휴림(休林)
- 축령산 편백나무의 숨결과 자연의 순수함을 담은 곳 -
축령산의 잔등에 서면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의 도계 지점에 산을 닮은 집 여섯 채가 들어서있다. 편백나무와 황토로 지어진 구들귀틀집 휴림이다. 쉴 휴休, 수풀 림林이란 이름이 의미하는 것은 크다. 술 마시고 시끌벅적 놀고 가는 민박이나 펜션과는 다르다. 말 그대로 쉬어 가는 곳, 나를 돌아보는 곳이다.
춘원 임종국 선생이 전후(戰後)의 화마를 입은 대한민국을 일으키는데 힘이 되고자 1956년부터 장성 축령산 일대에서 시작해 국가사업으로 까지 이어진 편백나무 심기는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최대 규모의 편백나무숲을 탄생시켰다.
이곳의 나무와 남도의 황토, 강원도의 귀틀 기술과 함경도의 구들 등이 복합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지어진 집, 휴림. 휴림은 자연을 닮아 산새들도 집을 짓고 들어와 살고 있고, 노루, 꿩, 다람쥐 등의 산짐승들도 제 집 마냥 드나드는 그런 곳이다. 화려함보다는 순수함을, 고급스러움 보다는 단아함을 엿볼 수 있다.
여섯 채의 집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다. 정확한 설계도를 가지고 지은 집이 아니라 자연의 그것처럼 자연스레 지은 집이기 때문이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큰 집이 사랑채, 이곳에서 직접 재배하여 덖은 야생 죽로차(竹露茶)향이 베어있는 이 곳은 미술관으로도 운영되는 곳으로 식사와 차를 나눌 수 있으며, 미술과 음악, 책 등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사랑채의 왼쪽에 주르륵 이어지는 다섯 채의 집은 손님들이 묵고 갈 수 있는 말 그대로의 집이다. 크기와 모양은 조금씩 다르지만, 구조는 같다.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큰 유리가 있는 방과 뒤 켠의 작은 방 하나, 현대식 화장실과 2개의 방을 위한 아궁이가 있는 부엌(정지),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는 공간 툇마루가 짜임새 있게 자리 잡고 있다.
한 명이 오던 세 명이 오던 무조건 집을 한 채 준다. 집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사람을 받는 곳이다. 매일매일 때는 구들은 온몸의 피로를 씻어주고 푹 자고 난 뒤의 아침에는 정성이 담긴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방안 가득한 편백나무의 향과 황토의 포근함은 편안한 잠자리를 완성시켜 주며, 큰 창 밖 보이는 검은 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은 마치 숲 속에서 그대로 자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휴림을 방문할 때는 따로 준비할 것이 없다. 차도 필요 없고, 음식도 필요 없다. 모든 식사는 사랑채에서 순수한 자연식으로 제공된다. 꾸밈 없는 구수한 자연의 맛에 몸도 마음도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샘물에서 받은 자정수와 수년 동안 묵힌 죽염으로 담은 5년 묵은 된장으로 끓인 된장국에 아삭함이 1년 내내 살아있는 김장김치 하나면 고봉으로 꼭꼭 누른 밥 한 공기도 뚝딱이다.
우리네 삶에서 홀로 떠나는 여행이란 것이 많이 낯선 것은 사실이다. 항상 무리에 섞여있고, 무리 중에 다니는 데 익숙한 우리다. 그런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지만, 누구나 작은 소망으로 혼자 훌쩍 떠나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렇게 떠날 수 있는 곳이 휴림이다. 묵는 동안 작은 집 한 채를 독차지하면서 진정 홀로 지낼 수 있고, 식사는 물론이고 정성스레 우린 차 또한 마시면서 자연을 음미할 수 있는 곳이다. 자가용도 필요 없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 고창이나 장성에 도착해 정겨운 시골버스를 타고 산골마을로 오는 즐거움을 느껴보자.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는 경우가 세가지 있다. 외부 혹은 내부에서 큰 충격을 받았을 때나, 죽음의 문턱에 다녀왔을 때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경우에는 큰 고통을 동반할 수 밖에 없다. 마지막 세 번째 경우는 바로 진정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낼 때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삼아 홀로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을 반추하고, 삶은 계획하고, 음미해보면서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다. 홀로 있기 위해서는 다만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 된다. 무엇이든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기 마련이다. 앞의 두 가지 경우에는 큰 고통을 통해 이를 대신하지만, 상쾌한 투자를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휴림은 진정 홀로 있으면서 나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지어진 복합문화공간이며, 어머니의 품과 같은 자연이며, 사람의 정이 깃들어 있는 집(家)이다.
ⓒ하루느린신문 정재윤 기자
첫댓글 하루느린신문.. ㅋ 보고싶네요~ 휴림과 휴림식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