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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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1
정지용
오·오·오·오·오· 소리치며 달려가니,
오·오·오·오·오· 연달아서 몰아 온다.
간밤에 잠 살포시
머언 뇌성이 울더니,
오늘 아침 바다는
포도빛으로 부풀어졌다.
철썩, 처얼썩, 철썩, 처얼썩, 철썩
제비 날아들 듯 물결 사이사이로 춤을 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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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프란스
정지용
옮겨다 심은 종려(棕櫚)나무 밑에
비뚜로 선 장명등(長明燈)
카페·프란스에 가자
이놈은 루바쉬카
또 한 놈은 보헤미안 넥타이
비쩍 마른 놈이 앞장을 섰다
밤비는 뱀눈처럼 가는데
페이브먼트에 흐느끼는 불빛
카페·프란스에 가자
이놈의 머리는 비뚜른 능금
또 한 놈의 심장은 벌레 먹은 장미
제비처럼 젖은 놈이 뛰어간다
"오오 패롯[鸚鵡] 서방! 굳 이브닝!"
"굳 이브닝!"(이 친구 어떠하시오?)
울금향(鬱金香) 아가씨는 이 밤에도
경사(更紗) 커튼 밑에서 조시는구료!
나는 자작(子爵)의 아들도 아무것도 아니란다
남달리 손이 희어서 슬프구나!
나는 나라도 집도 없단다
대리석(大理石) 테이블에 닿는 내 뺨이 슬프구나!
오오, 이국종(異國種) 강아지야
내 발을 빨아다오
내 발을 빨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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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정지용 (1902~1950)
출생 : 1950년 9월 25일
학력 : 도시샤대학교 영문학
약력 : 1939년 문장지 추천위원
1946년 경향신문 주간,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1950년 6.25때 납북
저서 : 향수, 정지용 전집, 해바라기씨, 달과 자유, 유리창
카페 게시글
명시(유명시)
정지용 /향수 / 바다 1/ 카페프란스
채홍조 시인
추천 0
조회 57
05.09.02 11:4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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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지용님의 향수는 노래로도 익히 들어서 노래 부르고 싶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