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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마을에 숨은 화려한 단풍명소
[국내여행 마니아 추천 가을 여행지 12선] ⑨ 전북 진안
오곡백과 무르익는 결실의 계절 가을이 찾아왔다. 무엇을 해도 기분 좋은 적당한 기온의 계절이다. 가을이 오면 대한민국 산하는 더욱 아름다워진다. 멀리 갈 필요없다. 짧아서 더욱 아쉽고, 귀하게 느껴지는 이 가을에 잊지 못할 추억 하나를 남겨보자. 여행 마니아들이 추천해 준 12곳 국내 여행지에서 무르익어 가는 가을의 정취를 느껴본다. (편집자 주)
전북의 내륙에 있는 무주· 진안· 장수는 ‘무진장’으로 불린다. 행정구역명의 앞머리만 딴 별칭인데 흔히 ‘무진장 오지’라는 의미로 통한다. 고원지대에 자리 잡은 진안은 첩첩 산줄기에 둘러싸여 있으며 골짜기가 많은 편이다. 골짜기가 깊은 만큼 자연 풍광이 뛰어나 단풍철에는 눈길 닿는 곳마다 단풍명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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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 탑영제에 비친 마이산의 두 암봉. |
말의 귀에 돌탑을 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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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귀를 닮은 마이산은 미슐랭가이드도 인정한 우리나라 대표 여행명소이다. |
마이산(馬耳山)은 쫑긋한 말의 두 귀를 닮았다. 두 봉우리는 각각 암마이봉(686m)과 숫마이봉(680m)으로 불리며 수성암으로 이뤄진 돌산이다. 봉우리의 표면이 거칠고 달 분화구처럼 구멍이 많아 산에 시멘트를 부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특히 암마이봉 남사면에는 발자국 모양의 커다란 구멍들이 많은데 이것이 ‘타포니’ 지형이다. 마이산처럼 타포니가 대규모로 집중돼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한다. 이런 독특한 생김새와 지형 덕에 2011년도에는 세계여행가이드북인 ‘미슐랭가이드’에서 별점 세 개 만점을 받아 우리나라 대표 여행명소로 인정받았다.
마이산은 사계절 풍광이 모두 아름다워 각 계절마다 돛대봉, 용각봉, 마이산, 문필봉 등으로 불리는데 가을이름이 마이산이다.
두 암봉이 단풍으로 물들면 말귀가 반들반들하게 윤이 나는 털로 덮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암봉과 숫마이봉 사이의 계곡에는 탑사가 있다. 故이갑룡처사가 30년 동안 음양오행의 이치에 따라 108기의 돌탑을 쌓은 곳으로 지금은 80여기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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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으로 물든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사이에 탑사가 자리 잡고 있다. |
돌탑은 엄지손가락만한 돌멩이부터 수박만한 것까지 다양한 크기의 돌을 이용하여 쌓았다. 쓰러질듯 말듯 위태롭게 쌓여 있는 데도 세찬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는다고 하니 신비롭기만 하다. 대웅전 뒤에 있는 천지탑이 가장 큰 돌탑으로 마이산처럼 한 쌍으로 이뤄져 있다. 마이산이 자연이 만든 걸작이라면 마이산탑사는 인간이 만든 걸작이라 할 수 있겠다.
탑사에서 북부주차장쪽으로 15분 정도 올라가면 은수사가 나온다. 은수사에서 마이산이 좀 더 자세히 보인다. 절마당에는 아그배로 불리는 청실배나무(천연기념물 제386호)가 있다. 이 나무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마이산에 기도를 하러 왔다가 씨앗을 심은 것이라고 전해진다.
용담호를 바라보며 망향가를 부르다
정천면에 있는 용담호는 용담댐을 만들면서 생긴 인공호수다. 댐 건설 전에는 1읍 5개면 17개의 마을이 있던 자리로서 이 마을들이 모두 수몰된 것이다. 이북이 고향인 실향민들은 통일이 되면 고향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살지만, 수몰민들은 고향이 영영 사라지고 만 것이니 그 사연이 더욱 짠하다. 실향민들을 위해 정천면에 망향동산을 조성하고, 전망대와 망향탑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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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댐 전망대와 망향탑. |
전망대에 오르면 용담호의 전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아름다운 풍광에 애잔함이 묻어나 눈물겹다. ‘찬란한 슬픔’이란 시어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안 면적의 1/3이 잠겼으니 호수의 면적이 바다만큼이나 넓다. 산중턱까지 물이 차오른 용담호는 리아스식 해안 또는 거대한 협곡처럼 보인다.
망향동산에 가수 이용의 <시월의 마지막 밤> 노래가 흐른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수몰된 마을의 이야기와 흘러간 옛 노래가 망향동산을 내려오는 발길을 붙잡는다. 물길 따라 굽이도는 호반길은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로서 강추하는 단풍명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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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단풍으로 물든 용담호. |
오색단풍 숲속에서 힐링하다
운장산자연휴양림은 단풍이 곱기로 이름난 갈거계곡에 있다. 산책로를 걷다보면 어디서든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계곡 곳곳에 작은 폭포와 거울처럼 투명한 소가 있고, 너럭바위가 펼쳐져 있는 곳도 있어 걷는 내내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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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캠핑사이트. |
운장산자연휴양림은 단풍이 한창일 때는 물론이고, 잎이 지고 난 후인 늦가을에 찾아도 좋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산책로를 한가로이 걷거나 얼음장같이 차가운 계곡물에 잠긴 온갖 빛깔의 단풍잎을 굽어볼 수 있는 경험은 이때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곡옆 숲속에는 캠핑하기 좋도록 데크시설이 잘돼있다.
첩첩 골짜기에 단풍병풍을 치다
운일암반일암은 운장산에서 흘러내린 계류와 기암절벽이 만들어낸 계곡이다. 깎아지른 절벽에 하늘과 돌과 나무와 구름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운일암(雲日岩)이라 하고, 하루 중에 햇빛을 반나절 밖에 볼 수 없다하여 반일암(半日岩)이라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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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지른 기암절벽과 거대한 바위와 소가 어우러진 운일암반일암. |
지금은 관광단지로 조성되어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생기고, 볕도 잘 들지만 험준한 기암절벽의 위용은 여전하다. 운일암반일암에는 폭포와 소로 이루어진 28경이 있는데 계곡 중간지점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가장 좋다. 거대한 용이 용트림을 하며 계곡을 지나가는 것 같은 풍광을 볼 수 있다. 해질 무렵 계곡에 빛이 사라질 즈음이면 거대한 수묵화 한 장이 그려지는 듯 한 진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백운면 원촌마을에 흰구름이 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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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구름 간판이 많은 백운면 원촌마을. |
진안의 단풍명소를 둘러보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白雲면 원촌마을을 들러도 좋다. 원촌마을은 간판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문화관광부에서 주관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이 시행된 곳으로 마을에 있는 간판들이 예술작품으로 탈바꿈됐다.
간판에 손글씨로 가게이름을 쓰고 그림을 그리거나 조형물을 부착했다. 간판들은 대부분 흰구름을 이고 있다. 흰구름 백운약방은 무주·진안·장수를 다니는 무진장여객 버스의 정류소이기도 하다. 농약도 팔고, 버스표도 판다. 인심은 덤이다.
희망건강원 지붕에는 염소조형물이 있는데 이곳에서 보약을 해먹으면 지붕에 올라간 염소처럼 힘이 솟는다나. 흰구름 할인마트는 토종닭과 생닭도 판다. 이름이 독특한 육번집은 홍어탕, 아귀찜, 해물전골 등을 파는 40년 된 식당이다.
약방 앞에 서 있던 무진장버스가 손님을 무진장 기다리다가 한 명도 못 태우고 출발한다. 버스 꽁무니에 ‘살기 좋은 무진장’이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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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약방 앞에서 무진장버스가 출발하고 있다. |
●여행정보
○맛집: 마이산 남부주차장쪽에 애저찜과 참나무로 구운 돼지갈비 식당이 즐비한데 그중 초가정담(063-432-2469)을 추천할만하다. 진안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있는 제일식당(063-433-2246)은 피순대 맛집으로 이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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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정담식당의 돼지갈비. |
○숙소: 운장산자연휴양림에서 캠핑을 하며 만추를 즐겨도 좋고, 건강까지 챙기고 싶다면 홍삼한방스파로서 각종 건강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진안홍삼스파(1588-7597)를 이용하면 된다.
글·사진/김혜영 여행작가
(사)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 기업체 사외보에 여행칼럼을 기고하며, 라디오와 TV를 통해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저서로 <5천만이 검색한 대한민국 제철여행지>가 있고, 4권의 공저가 있다. 3년 연속 파워블로그인 토토로의 여행공작소(http://blog.naver.com/babtol2000)를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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