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가 넘치는 오늘날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거짓말(惡貨)이 참말(良貨)을 구축한다.’라는 이 성립하게 된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 라는 그레샴의 법칙은 1558년 영국의 금융가이며 왕실의 경제 고문이었던 토머스 그레샴(Thomas Gresham,1519∼1579)이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진언한 말에서 생겨난 것이다. 16세기 영국은 은이나 동으로 화폐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려고 점차 순도가 낮은 주화(鑄貨)를 만들었다. 그 결과 사람들이 순도가 높은 은화(良貨)는 감추어 두고, 순도가 낮은 것(惡貨)만 사용하기 시작했다. 결국 악화에게 밀려난 순도가 높은 우량한 화폐는 용해, 저장, 수출 등으로 유통계에서 소멸되었다. 이렇게 자원이 유출되며 화폐 가치가 하락하여, 영국은 대외 무역에 손실을 보게 되었다.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잘못된 화폐정책이 더 큰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 것이다. 이러한 화폐 정책의 장본인이었던 그레샴의 뒤늦게 깨달은 결과 생겨난 것이 그레샴의 법칙이었다.
그 후 지폐 시대가 열리면서 경제학상의 그레샴의 법칙의 의미를 잃었지만, 선택 오류나 정보 부족으로 같은 종류의 정책, 또는 상품 중에서 나쁜 것이 좋은 것을 압도하는 사회 병리 현상에 대한 패러독스(逆說)를 설명할 때 그레샴의 법칙이 적용되었다. 예를 들어서, 관리자가 정책을 선택할 때, 일시적인 목표 달성에만 염두에 두고,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정책(양화)을 택하지 않고, 단기적이고 정형화된 쉬운 정책(악화)을 선택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또는 마케팅에서 질이 나쁜 상품(악화)을 과대 포장 광고하면서 소비자로 하여금 질 좋은 상품(양화)을 선택할 수 없도록 하는 현상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그레샴의 법칙의 원리는 언어생활에도 적용된다. 가짜뉴스가 넘치는 오늘날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거짓말(惡貨)이 참말(良貨)을 구축한다.’ 라는 <언어의 그레샴 법칙>이 성립하게 된다. 50년대 평온한 농촌 마을에 누군가 모함하려는 의도로 거짓말을 만들어 ‘아무개 처녀가 애를 낳았다.’고 소문을 퍼트렸다. 그리고 나면, 그 처녀는 아무리 결백을 주장해도 애를 낳은 처녀로 낙인이 찍히는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설령 거짓말이 밝혀지고, 진실이 드러난다 해도 마음의 상처는 지울 수 없었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거짓 뉴스 한 마디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거짓말이 참말을 몰아낼 뿐만 아니라, 강력한 진실로 변질되면서 삶을 파괴해 버리는 것이 <언어 그레샴 법칙>이다.
경제학의 그레샴 법칙뿐만 아니라, 언어 그레샴 법칙도 역시 인간의 본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거짓말에 쉽게 넘어가지만, 참말은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욕심, 즉 탐욕 때문이다. 유학(儒學)은 사람은 태어나면서 ‘하늘이 명(命)하는 마음, 천심(天心, 하늘마음)’을 부여받는데, 그것을 본성(本性)이라고 한다.(天命之謂性: 중용 제1장)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동안 이기적인 욕심(欲心)이 커지면서 그 천심인 양심(良心)은 점점 고갈되고 만다.
유학자들은 천심은 선(善)이고, 욕심은 악(惡)이라고 한다. 모든 악이 여기서 발생되기 때문이다. ‘악(惡)’이라는 글자는 버금(두 번째) ‘아(亞)’에 마음 ‘심(心’를 더하여 만들어진다. 그러니 ‘악(惡)’은 천심 다음에 생겨난 ‘제2의 마음(欲心)’ 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그레샴의 법칙을 대입해 보면, ‘욕심(惡)이 천심(善)을 구축한다.’ 라는 문장이 만들어진다. 사실상 그레샴의 법칙은 인간의 본질인 양심과 이를 덮어버리는 욕심이라는 두 가지 개념에 뿌리를 두고 생겨난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매스컴이 극도로 발달되면서, 누군가 던지는 한 마디의 말이 실시간에 전 세계에 확산되는 SNS 시대에 살고 있다. 게다가 이념 대립이 첨예화되면서, 여기저기 돌출되는 가짜뉴스의 막강한 파급력을 심감하고 있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가짜뉴스의 진위를 제대로 가리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그러한 가짜 뉴스를 맹신하고 만다. 가짜뉴스를 맹신은 광장의 군중심리는 일시에 나라를 뒤엎는 위력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요즈음 화제가 되고 있는 교육 정책의 변화에도 <언어 그레샴 법칙>이 작동되고 있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좌우하게 되는 수월성 교육(특수고)과 보편성 교육(일반고)의 논란이 그 것이다. 교육원리에 입각한 수월성과 보편성의 균형과 조화를 올바르게 판단하는 목소리(良貨)는 처음부터 말살(抹殺)되고, 이념적인 편향에 의한 주장(惡貨)이 압도하고 있다. 자사고 존속이냐 폐지인가 하는 소용돌이 속에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고 있다. 일반고의 보편 교육에 수월성을 확보되면 문제가 해결되면 이러한 갈등은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현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교육 문제를 정치적인 방법으로 이끌고 가서는 안 된다. 적어도 교육 문제는 교육의 본질적인 가치로 판단되어야 한다. 새로운 정책에 대한 결과를 예견하지 못하고 시행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그 결과를 예견할 수 있으면서 그렇게 시행한다면 조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죄악이 될 것이다. 명백한 모순이다. 정치의 목적은 국민 전체의 복리와 국가의 미래 발전에 있는데, 거짓말이 참말을 몰아내는 인간의 모순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