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게 가운데 위의 게송 내용은 앞 게송인 ‘능인해인삼매중’과 연결해서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화엄경』에서는 ‘마음과 부처님과 중생은 차별이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뜻은 현상적인 입장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근원적인 바탕의 본성에서 보면 법계의 청정과 깨달음의 공덕 등으로 갖추어져 있고 평등하고 해탈되어 있어 무차별의 법성토(法性土)를 이루고 있는 묘리를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깨달음의 성품과 청정본성의 자리라고 하는 진여(眞如)의 경계인 성품은 중생의 본래 자리이며 일체법의 근본의 성품이며 부처님과 같은 본성을 구족하고 있는 법계의 성품으로서 움직임이 없고 산란함이 없는 자리이며 지혜와 적정으로 본체를 이루고 있기에 이를 정수삼매(正受三昧)라고 하는 뜻으로 성품의 청정 본연의 상태를 설명하게 됩니다. 이러한 삼매의 모습을 『화엄경』에서는 해인삼매(海印三昧)라고 하여 삼매 중에 가장 뛰어난 모습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해인삼매는 파도가 일어나지 않고 고요하여 만물이 그대로 영상처럼 비추어냄이 바다에 도장을 찍어내는 것과 같은 경지에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와 같은 경지는 오직 깨달음을 이루신 부처님의 경지이고 또한 법계청정의 성품에서만이 발현될 수 있는 선정의 정수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삼매 자체는 무한한 공덕이 광명으로 비추어내고 있는데 그러나 단순히 고요와 적멸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곧 지혜로 드러내는 동시돈기(同時頓起)의 원리에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해인삼매 가운데에서 일어나는 법용(法用)의 공덕은 중생이 생각할 수 없는 현상들을 일구어냅니다. 이것은 선정의 깨달음에서 드러내는 법용이 곧 지혜가 되어 지혜의 법용이 신변 묘용으로 일어나 어떠한 일에도 장애가 없이 하고자 하는 일, 짓는 일, 현상 속에서 뜻하는 대로 성취하는 힘이 무량무변하므로 중생의 소견과 식견으로는 지혜의 능력과 신통을 알 수 없고 사량이 불가능하므로 중생으로서는 불가사의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뜻을 ‘번출여의부사의’라고 합니다. 서방정토 극락세계를 열어주신 아미타부처님도 전신의 수행자 모습으로 계실 때에 5겁 사유의 수행으로 48원이 성취된 인연도 선정삼매의 법계성을 성취하시었기에 가능하였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법화경』에서의 관세음보살님이 32응신으로 중생 근기에 맞춰 화현하여 가지가지 모습과 형상으로 나투시어 중생을 제도하여 주시는 구제력의 법용도 역시 선정의 깨달음을 본체로 하여 대자비심이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선정삼매의 선정력은 깨달음의 자체가 됨과 동시에 갖가지로 변화시키어 낼 수 있는 신변(神變)이 되므로 『법화경』에서는 ‘깊은 선정에 들어 시방불을 친견한다.’라고 하여 선정 자체가 곧 부처님 지혜와 하나로 원융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수행에서는 선정이 없으면 아니 되는 이유가 바로 선정 자체가 지혜로 작용하는 것이기에 선정수행은 깨달음에 이르는 데 필수적인 것이 됩니다. 이처럼 해인삼매 법계 청정의 신변 작용은 가지가지 공덕의 행으로 드러냄이 불가사의하므로 선정의 선근력을 성취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