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오래된 시간 속 도시의 역사는 어떻게 그려지고, 남겨질까.
동탄신도시 개발 현장에서 사라지는 도시와 새로 태어날 도시를 이어주는 작은 행사가 있었다. 신도시의 하늘 아래 꿈을 꾸는 아이들을 위한 행사를 따라가 보았다.
도시는 사라지지 않는다.
항상 크고 작은 사건과 아이들의 함성으로 들썩거리는 화성시 동탄의 한 초등학교에 동네 일대를 개발한다던 한국토지주택공사 (LH공사) 관계자와 마을 뒷산에서 문화재 발굴을 한다고 왕래하던 고고학자가 조촐한 행사에 아이들을 초청했다.
이들이 학교를 찾은 까닭은 동탄의 문화 자원을 앞으로 이 도시의 주인이 될 어린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낯선 모습의 도시가 아닌, 개발 이전 삶의 터전의 역사가 면면이 이어져 구성원의 정체성이 살아 있는 도시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데서 LH공사의 어린이 문화재 발굴 체험은 시작한다.
아이들이 완성할 도시 이야기
본격적인 체험 활동이 시작되기 전, 학교 강당에서 동탄 지역 문화 재에 대한 짤막한 강의가 있었다.
아이들의 특성상 지역에서 확인된 문화재 전부에 대해 모두 말해줄 수는 없었다. 때문에 아이들이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학교의 뒷동산에서 삼국시대 무덤이 발굴되었고, 일부는 보존되어 유적 공원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가까운 동탄면 오산리의 석불입상 이야기와 도시를 개발하기 전에 그런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발굴 조사를 진행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동탄면 청계리 일대 유적 이야기가 이어졌고, 잠시 후 유적 발굴 체험 이야기를 꺼내자 아이들의 눈이 반짝인다.
사실 아이들은 화성시의 상징인 융건릉 이야기는 자주 들었을지언정 내 집 앞에 있는 미륵부처와 마을 뒷산의 옛 무덤에 대한 얘기는 처음이었을 것이며, 흙구덩이 속에서 무언가를 캐내는 사람이 고고학자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을 것이다.
문화재 조사단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LH공사 관계자들의 보살 핌을 받으며 학교에서 20여 분을 걸어 도착한 가상 발굴 체험장.
각자 이름표를 받고 모둠별로 모여 앉기가 무섭게 어서 빨리 눈앞에 보이는 저 구덩이에서 뭔가 오래된 보물을 캐보았으면 하는 호기심이 아이들의 손놀림을 재촉한다. 가상 발굴 구덩이는 신석기 시대와 청동시대 그리고 원삼국시대 대표적인 유적의 실제 구조를 그대로 만든 후, 각 시대별 토기를 아이들이 파내기 쉽게 모래로 살짝 덮어놓았다.
체험장 앞에선 지역 문화재 알기 퀴즈도 풀면서 고장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되뇌었다. 이윽고 오랜 기다림 끝에 아이들은 가상 유적에 들어가 작은 꽃삽을 부지런히 놀려 유물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환호.
“어, 빗살무늬토기다!”
박물관에서 본 적이 있었나 보다. 자기가 찾은 토기가 빗살무늬토기임을 알아본 아이가 스스로가 대견한 듯 사진을 찍어 달라며 멋진 포즈를 취했다.
여기저기서 유물을 찾아든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도 해맑았다. 발굴을 마치고 아이들은 각자 자신이 찾은 유물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의 눈에도 가짜임이 분명하지만, 진짜 보물을 찾은 듯 감격했다.
행사가 끝나고 나서 한 아이는 자신의 꿈은 이제부터 고고학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어린이들을 바라보 는 문화재 조사단원과 LH 관계자, 그리고 학교 선생님도 흐뭇하기 는 마찬가지였다.
문화적 정체성 찾기, 도시를 위한 배려
이날 행사는 동탄2신도시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이 지역의 문화재 발굴 조사에 참여 중인 중앙문화재연구원, 한국문 화유산연구원, 한국문화재보호재단, 한백문화재연구원, 기호문화 재연구원 등 6개 기관의 공동 후원으로 가능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지역 주민에게 다가가는 것이 문화재를 더 잘 보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발굴 체험 참가 소감을 밝혔다.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좋아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들 조사 기관의 바람 역시 이루어진 것 같았다.
도시는 나날이 변화한다.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오래된 도시는 다시 새로운 도시에 자리를 내준다.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도시란 없다.
새로 만들어진 도시에 깃들인 주민들도 원래 살던 주민들과 그들이 깃들게 된 지역의 역사성에 기인한 문화적 정체성을 찾아가게 된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살기 좋은 도시는 이들의 향수에 부응할 수 있는 지역 고유의 문화 자원을 찾아서 가꾸고 즐길 수 있게 배려된 곳이어야 한다.
이 문화재 체험 행사는 그런 도시를 향한 작은 시작이자, 그런 도시를 만들어가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한 가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