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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식탁은 지구다 - 이문재
식탁은 지구다
중국서 자란 고추
미국농부가 키운 콩
이란 땅에서 영근 석류
포르투갈에서 선적한 토마토
적도를 넘어온 호주산 쇠고기
식탁은 지구다
어머니 아버지
아직 젊으셨을 때
고추며 콩
석류와 토마토
모두 어디에서
나는 줄 알고 있었다
닭과 돼지도 앞마당서 잡았다
삼십여 년 전
우리 집 둥근 밥상은
우리 마을이었다
이 음식 어디서 오셨는가
식탁 위에 문명의 전부가 올라오는 지금
나는 식구들과 기도 올리지 못한다
이 먹을거리들
누가 어디서 어떻게 키웠는지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누가 어디서 어떻게 보냈는지
도무지 알 수 없기 탓이다
뭇 생명들 올라와 있는 아침이다
문명 전부가 개입해 있는 식탁이다
식탁이 미래다
식탁에서 안심할 수 있다면
식탁에서 감사할 수 있다면
그날이 새날이다
그날부터 새날이다
위 시에서처럼 북아메리칸 인디언의 경구 중에 “음식을 먹는 행위 또한 기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함께 먹는 행위는 함께 기도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농사는 왜 짓는가?
모든 농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먹기 위해서입니다.
1. 인간은 요리하는 동물
인간도 처음에는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연 상태에서 채취하거나 수렵한 그대로를 먹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불의 발견과, 유목을 통한 목축과 농경, 잉여생산물의 축적 등을 계기로 정착 생활을 하면서, 인간만의 독특한 식생활 체계를 세워 '요리하는 동물'로 진화하며, 각기 살고 있는 곳의 기후와 풍토, 그곳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에 따라 제각기 다양한 식문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2. 맛은 기억
입맛이란 것은 어릴 적 먹던 음식의 기억이 대부분이며 어렸을 때 입맛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합니다.
인간의 습관 중 가장 끈질긴 습관이 식습관이라고 합니다.
이민자들은 그 모국어를 버리고 난 후에도 식습관은 계속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일전에 어느 TV에서 세계의 도시농업운동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도시농업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에서는 빈민가 우범지역의 공터에 방치된 쓰레기 더미를 치우고 그 곳에다 텃밭과 화단을 만들었습니다.
이 시민단체는 도시텃밭에서 수확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 들을 정기적으로 지역아동들이 시식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 곳은 지역주민들이 구매력이 없어서 대형마트도 들어서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지역주민들이 식료품을 구하려면 편의점에서 파는 통조림 등 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식품이 전부라고 하니 어린이들이 가공하지 않은 제철 채소나 과일 등의 제 맛을 모르기 때문에 그 맛에 대한 체험을 하게하는 것이었습니다. 도시텃밭에서 기른 제철 채소와 과일 등을 먹어보고는 맛있다고 좋아하는 어린이들의 환한 얼굴은 도시텃밭의 어떤 수확물보다 아름다웠습니다.
3. 지금 우리의 밥상은 안전한가?
방부제와 살충제 범벅의 수입농산물과, 우리나라에서 재배 한 농산물이라 해도 석유로 가온하여 제철을 모르는 시설재배 작물들 또한 화학비료와 제초제, 농약범벅의 농산물이 대부분입니다.
주요한 단백질의 공급원인 축산물이나 양식수산물의 생육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3년 전 우리에게 촛불을 들게 했던 광우병 걸린 수입소고기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기른 축산물이라 하더라도 좁은 공간에 폭력적이라고 할 정도로 묶어놓고 성장촉진제와 항생제범벅의 유전자 조작 옥수수로 만든 수입 사료를 먹여 키운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밤새 전등을 밝혀놓고 받아내는 무정란 등이 대부분 우리의 밥상에 올라오는 것입니다.
생협을 통하거나 생산자와 직거래로 유기농산물을 구입하는 가정이 20만 가구를 조금 넘는다고 합니다. 한가구당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약 백 만명 정도로 추정한다고 해도 이는 5천여 만 명의 남한 인구 가운데 2퍼센트가 안됩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식재료로 차린 밥상이라도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가족과 부엌, 모두의 장소
현재 우리나라 도시에서 생활하는 대부분의 가정이 하루 세 끼 중 점심은 물론 아침밥이나 저녁밥 중 하루 한 끼도 온 가족이 함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십세기를 넘어서면서 가족의 위기니 해체니 하는 것도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밥상머리 교육의 붕괴는 가족의 해체에도 한 몫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현상은 교육문제와 맞물려 더 심화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국가 우수장학금을 받는 18세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연구에서 그 학생들의 생활 중 공통점은 “가족과 둘러 앉아 저녁을 함께 먹었다” 고 하는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제 가족의 중심에 부엌을 두고 가능한 자주 밥상 앞에 마주하고 앉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반드시 부엌이 여성이 있어야만 할 자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까지는 식사준비는 가정에서 엄마내지는 여성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여겨져 왔지만, 여성의 교육기회 확대와 활발한 사회활동이 요구되는 요즘에는 요리가 그 준비하는 과정의 수고로움 때문에 고역으로 느껴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사실 빨래, 청소, 요리 등의 가사노동 가운데 습득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 요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려서부터 어른들과 부엌에서 함께 요리를 하거나 지켜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남자나 여자나 부엌이 따뜻하고 즐거운 장소로 여겨지기 쉽지만, 그런 경험이 없다가 갑자기 부엌에 들어선 사람에게는 부엌이 두려운 장소가 될 지도 모릅니다.
무엇 때문에 바쁜지도 모르면서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생활에서 대부분의 가사노동이 청소는 청소기가, 빨래는 세탁기가, 요리는 간편한 반 조리음식이나 조리음식, 배달음식, 외식으로 대체 되어가고 있습니다.
가족이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함께 먹는 전 과정에서 부엌을 중심에 둔 식사시간은 과정 지향적이고, 협력적이며, 영양도 풍부하고 감동적인 창조의 마당이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족끼리 많은 대화가 오고 가고, 갖가지 소식을 들을 수 있고, 세대 사이에 수 천 년 내려 온 전통이나 조리비법 등 다양한 문화의 전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 입니다.
5. 조금 다르게 살기, 지역농산물 이용, 소농도 함께 살릴 수 있다.
“음식을 섭취하는 활동이 시장을 통제 한다.”
“먹는 것에 따라 그 사람의 존재가 규정된다.”라는 말처럼
우리가 자신이 먹는 음식물이 자라는 땅에서 살면서 그 음식물이 어떻게 자라고 수확되어 어떻게 조리되어 내 입으로 들어오는가를 알 수 있다면,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 라든가 “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 라는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건강한 먹을거리와 안전한 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만연한 현재 상황에서 얼마만큼은 안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퍼슨의 시대에 그 권력은 왕이었지만, 우리 시대의 권력은 다국적기업이다.”
이런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식량주권은 이제 누구도 안심 할 수 있는 상황이 못됩니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우리들의 식량소비행태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어야 할 것입니다.
최소한의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능한 로컬 푸드, 즉 지역의 소농들이 생산한 다양한 지역농산물들을 지속적으로 구매하고 소비해야 합니다.
유럽의 대도시에는 서울의 아파트에서 부녀회 중심으로 운영되는 알뜰시장이란 장마당처럼 정기적으로 장마당이 펼쳐집니다. 도시 인근의 소농들이 자신이 가꾼 농산물들을 가져와 도시소비자들과 직거래하는 마당입니다. 소농을 보호하면서 도시민들이 누가 어디서 어떻게 재배했는지 알 수 있는 이른바 얼굴 있는 농산물로 자신의 밥상을 꾸려 갈 수 있도록 하는 정부차원의 제도적인 지원인 것입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요리로서 최소한의 먹는 행위의 사회적 책임성을 담보하려면
환경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기르고,
석유를 최소한 사용해 운반하고,
그 전 과정에서 농민과 노동자를 착취하지 않는 먹을거리를 선택해야 합니다.
6. 건강한 밥상, 제철음식으로 상차리기
건강한 밥상의 첫 번째 요건은 제철음식으로 상차리기입니다.
우리가 석유로 제철을 모르는 농산물을 기르고, 또 그 농산물을 먹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먹어온 식물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분과 맛과 향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고유의 음식전통은 藥念이라고 하여 원재료의 맛을 살리고 보완할 정도로 소량의 양념을 사용하여 왔습니다.
식당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조차도 화학조미료(글루탐산)를 마구 넣은 대부분의 음식이 지나치게 달거나 짜고 맵고 자극적이며 양념 범벅으로 원 재료의 맛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이는 우리의 미각이 자극적인데 길들여지고 원재료의 맛을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제철이 아닌 채소는 향미가 적어서 진한 양념으로라도 맛을 내야하는 악순환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달라진 우리의 식습관 중 하나로 통배추로 담그는 배추김치만을 사철먹는 것입니다. 통배추는 원래 초가을부터 키워서 겨울에 김장으로나 담아먹었습니다. 김장철이 아닌 여름이나 가을에도 통배추김치를 먹으려고 하는 소비자들의 입맛 때문에 강원도의 해발 수 백 미터가 넘는 산간에서는 대규모의 고랭지배추농사가 활발해지고, 대규모의 단작농사는 어쩔 수 없이 농약과 화학비료를 써야만 하고, 산림은 파괴되고 해마다 여름이면 홍수나 산사태 피해가 커지고, 장마나 태풍이 지난 후의 한강물은 언제나 누런 흙탕물로 추석이 되어도 가라앉을 줄 모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제철이 아닌 때에 먹으려고 하는 모든 농산물들, 한겨울의 수박이나 딸기, 오이, 석유로 가온하는 시설재배의 모든 농작물들이 알게 모르게 이런 식으로 자연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 입니다.
7. 텃밭음식은 무조건 맛있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려면 첫째가 신선한 재료에 있습니다.
신선한 재료와, 알맞은 소금, 그리고 조리시의 불 조절과 먹을 때의 입에 맞는 음식의 적정한 온도라고 합니다.
우리가 텃밭에서 바로 수확한 채소로 밥상을 차린다면 그 식재료의 신선함과 고유한 향, 아삭거리는 식감 때문에 별다른 요리솜씨를 발휘하지 않더라도 정성만 있다면 얼마든지 맛있는 밥상을 차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 2-3년 간수를 빼서 잘 저장한 천일염으로 담근 된장과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찬 음식은 차게 더운 음식은 덥게 해서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면서 먹는다면 그 어떤 밥상보다도 맛있고 건강한 밥상이 될 것 입니다.
텃밭에서 갓 따온 채소들로 차린 초여름의 소박한 밥상
8. 수 천년 우리 밥상을 지켜오고 앞으로도 꼭 지켜가야만 할 장독대
우리가 우리밥상에서 지켜내야 할 것은 우리 땅에서 오랜 시간 진화하여 온 토종 씨앗과 그 맛을 이어갈 입맛입니다. 이 입맛은 세계에 널리 알려진 김치와 더불어 수 천 년 이어져온 된장과, 간장 즉 장맛입니다.
9. 장 담기와 김장
된장과 간장을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장 담기
군포 개울건너밭에서는 몇 년 전부터 텃밭에서 장 담그기를 해왔습니다.
자신이 콩농사를 지어서 가을에 수확한 콩으로 메주까지 만든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잘 띄운 메주를 구해서 장만큼은 꼭 담가서 먹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매년 장 담그기가 번거롭다면 이 삼년에 한 번씩이라도 장은 담아야 합니다. 콩 한말 분량의 메주면 4인 가족이 2-3년 정도는 아껴서 먹을 수 있는 간장과 된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 잘 띄운 메주 한 두장을 잘게 부숴서(입맛에 따라 고춧가루나 고추씨 빻은 것을 섞기도 한다) 소금물에 잘 개어서 한 달 정도 상온에 두면 맛있는 쌈장이 됩니다.
(이 쌈장은 적은 양으로 숙성이 된 후에는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이 쌈장에 마늘을 조금 다져넣고, 참기름 ,깨소금을 넣어서는 봄부터 나오는 쌈채소와 한여름의 풋고추, 오이, 양파를 찍어먹기에 아주 좋습니다.
우리 밥상에서 가장 중요한 장 담그기와 김장을 내손으로 꾸려 갈 수 있다면 건강한 밥상, 식량 주권의 확립은 절반이상 이룬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벼농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이루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김장하기
10. 자연에는 쓰레기가 없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채소를 다듬고 조리하면서 나오는 생쓰레기들은 텃밭에서는 소중한 자원입니다. 뿐만 아니라 쌀뜨물, 신김치국물, 개똥 등도 모두 농사에 꼭 필요한 퇴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공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면 쓰레기가 아닙니다. 모두 다 흙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가능하면 음식은 먹을 만큼만 만들어 먹고,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정도만 텃밭에 퇴비로 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의 한해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이 약 14-5조 가량 든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근 이십 년째 배고픔에 허덕이는 북한 동포의 기아문제를 해결하는데 1조원이면 된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가 얼마나 야만스러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11. 화폐가 없이도 살 수 있다? 씨 뿌리지 않고도 먹을 수 있다.
주말텃밭농사를 짓기 전에는 먹을거리는 꼭 시장이나 마트에서 돈을 지불하고 사야만 하는 구매행위로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텃밭농사는 씨앗만 뿌려두면 주말마다 빈손으로 가서도 넘치도록 수확 할 수 있었습니다.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제게는 정말 신기했었습니다.
이제 퇴촌으로 이사와 제 집 울안에서 텃밭농사를 짓기 시작하고 세 번 째 봄을 맞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매년 씨를 뿌리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도의 농업생태학자 반다나 시바에 의하면
“인류는 역사적으로 약 8만종의 식물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재 전체 인류의 먹거리의 4분의 3이 밀, 쌀, 옥수수, 콩, 감자 등 아주 소수의 몇 가지 품종에 한정된다고 합니다.”
냉이나 쑥은 봄이면 주말텃밭에서도 더러 캐 먹었지만 봄이면 새순이 돋는 취나물, 머위, 달래, 돋나물, 당귀싹, 돌미나리 등과 마당가에 심어놓은 두릅, 엄나무 (땅두릅), 화살나무(홋잎), 구기자, 뽕나무 등의 새순이나 어린잎들이 그것입니다.
저는 몇 년간의 텃밭농사로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을 먹을 수 있는지 알게 되었고, 우리가 자연을 알면 알수록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많이 갖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12. 텃밭에서 찾아본 봄, 여름 입맛
한 겨울을 텃밭에서 지내고 파랗게 올라온 시금치로는 나물도 하고 모시 조개를 사다가 된장을 풀고 국을 끓입니다.
이제 곧 새순이 돋는 취나물, 머위, 달래, 돋나물, 당귀싹, 돌미나리 등과 마당가에 심어놓은 두릅, 엄나무 (땅두릅), 화살나무(홋잎), 구기자, 뽕나무 등의 새순이나 어린잎들은 소금을 넣고 살짝 삶아서 찬물에 헹구어내고 꼭 짜서 소금이나 된장으로 간을 해서 들기름이나 참기름 한 방울을 떨구고 조물조물 무쳐먹으면 혀뿐만 아니라 눈과 코와 온몸으로 봄을 만끽 할 수 있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물의 향을 즐기기 위해서 마늘이나 파 양념을 진하게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시금치와 함께 겨울을 난 쪽파도 손님이 오면 달걀지단을 부치고 미나리로 예쁘게 말아서 파강회로 멋을 내어 초고추장에 찍어먹기도 하고, 새우와 조개 굴 오징어 등 해물을 넣고 달걀물을 풀어서 파전을 하고, 젓국에 고춧가루를 풀고 살짝 버무려서 파김치를 담아도 맛납니다.
그리고 조금 지나면 한겨울을 나고 발갛게 올라오는 부추를 베어다가 이제 막 손톱만하게 나온 상추나 쑥갓 등 어린 쌈채소 들을 솎아서 함께 부추비빔밥을 해 먹어도 좋습니다.
봄에는 피어나는 새순들과 함께 입맛도 깨어나면서 4-5월은 텃밭의 싱싱한 쌈채소가 우리들 입맛을 즐겁게 합니다.
초여름이 되면 그야말로 연두색이 고운 완두콩밥에 풋마늘대과 고춧대의 곁순을 솎아서 삶아 무친 나물에 얼갈이배추김치를 먹을 수 있습니다.
한여름 장마철을 지나며 먹는 색다른 김치와 저장식품 들
오이지, 마늘 장아찌, 양파장아찌, 뽕잎장아찌 등으로 장마철을 대비하고
. 깻잎김치, 열무 김치, 부추김치, 오이소박이 등으로 여름밥상을 차리다가도 장마철이 되어 텃밭에 가면 한여름 풀 속에 대부분의 채소들이 모두 녹아버리고 텃밭 가득 고구마와 고추, 콩들만 이 자라고 있습니다.
비가 여러 날 오면 아침 저녁으로 따 먹던 오이도 잘 맺지 않습니다.
장마철에 먹을 수 있는 색다른 김치로는 고구마순과 콩잎으로 담근 물김치, 고추김치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 풋고추와 갓 캐낸 감자조림, 멸치를 넣고 찐 들깻잎, 풋고추를 밀가루에 굴려 한 김 쪄서 양념한 것, 너무 맛있어 문 닫아 걸고 혼자 먹는다는 아욱국과 근대국 등이 우리의 밥상을 채워줍니다
가장 쉬운 오이지 담그기
오이를 소금에 굴려 가시를 떼고 씻어서 건져놓고 소금물을 끓인다.
소금물이 끓으면 집게로 오이를 끓는 물에 텀벙 담갔다가 바로 건져서 항아리에 담는다. 소금물이 식으면 커다란 자갈돌로 오이가 뜨지 않게 누르고 소금물을 부어서 그늘에 둔다. 일주일 뒤 오이가 노랗게 되면 익은 것으로 꺼내 먹는다.
무 수확과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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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무 저장하는 모습 보니 어릴적 시골 살던 생각이 납니다. 겨울에 조그만 구멍을 볏짚으로 막아 놓고는 필요할 때 마다 꺼내 먹던 기억이 나네요. 땅속에서 파릇 파릇 무잎이 나오면 정말 예뻤는데... 도시에 살면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런 추억을 하나도 남겨주지 못하는게 안타깝네요. 작년 겨울 시골서 포도농사 짓는 언네네서 땅 속에 묻어 두었던 무를 형부가 한 자루 꺼내 주셔서 넘 맛있게 멋은 기억이 나네요. 정말 맛이 다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