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에게 가을은 괜스레 마음 한쪽이, 흔히들 옆구리라고 하는 가슴이 시려지는 계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보통 추남(가을남자)이라는 말들을 많이 하지요. 아! 오해는 하지마세요. 제가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통상 우리시대 남성들을 지칭하는 보통명사일 뿐입니다.
그런데 사실 가을은 남자보다 오히려 여성분들이 더 즐겨하는 것 같습니다. 남루한 버버리코트를 거치고 휘날리는 낙엽 길을 거니는 우수에 찬 여인의 모습은 뭇 남성들의 심금을 울리죠. 또 밖이 훤히 보이는 카페 창가에 앉아 커피한잔을 놓고 독서에 빠져있는 여인의 모습 또한 아름답기만 합니다.
정작 추남들은 무엇을 할까요? 글쎄요. 보통 등산이나 머 좀 잘 나가는 남성들은 골프정도? 그 정도가 취미생활의 일부겠지요. 아니면 지인들과 여행을 떠나거나. 하지만 대다수의 남성들은 정말 갈 곳이 없습니다.
가을을 만끽할만한 여유도, 대상도 없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의외로 감성적이지 않는 남자가 많습니다. ‘낙엽? 그래 떨어지니까 어쩌라고?’(저도 원래 이런 과임) 머 이런 경우도 많이 있죠. 그런 면에서 여성분들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혼자 가을을 느끼기도 하고 같은 여성분들끼리 가을을 즐기기도 하고, 그것도 아니면 음. 상상에 맞기죠.
하지만 남성들은 안 그렇지요. 혼자 가을을 만끽하는 남자? 절대 못 봤고 더구나 같은 남자끼리 가을을 즐긴다? 이것도 좀 아니죠? 그렇다고 여성분과 가을을 즐긴다? 잘못하면 집에서 쫓겨납니다. 끽해야 애들 데리고 놀이공원이나 갈까나..
아! 서두가 너무 길어집니다. 공연히 가을 이야기를 꺼내가지고. 그러다 보니 남자들. 한국남자들 참 불쌍합니다. 결국은 갈 곳이 없는 관계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술집으로 향하게 되지요.
이거 국가나 정부에서 대한민국 남성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주던지 해야지 대한민국 전남성의 술꾼화가 멀지 않아 보입니다. 아 물론 남자들? 다 술 좋아하고 잘 마시는 건 아니죠. 술잘 마신다고 해서 날마다 청춘일수도 없고요.
그러한 남자 중에 저도 포함되나 봅니다. 원래 저는 술자리를 가져도 적당히 취했다하면 잽싸게 집으로 튑니다. 정말 ‘떡이 되자’ 이러한 생각으로 마실 때는 먼 곳이 아닌 집근처에서 일뿐이죠.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술 마시는 빈도가 꾸준하다보니 체력이 도통 따라주지 못해서 여러 가지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더군요. 어떤 후유증인지는 상상에 맡기기로 하고 그러다 보니 전 정말 사라지고 싶지 않은데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알아서 집으로 향하더라 이겁니다.
지금도 술이 취하면 그래서 집으로 후다닥 튀기는 그런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집으로 후다닥 튀가는게 아니라 종점으로 튀기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얼마 전 인사동에서 두어 번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한번은 재미샘과 한번은 표광배작가와 말이죠. 그런데 두 번다 내릴 곳에서 내리지 못하고 종점까지 가버릴 뻔 한거죠.
차라리 늦은 시간에 잔뜩 술에 취해 헤어졌으면 모를까 적당히 취했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떠보니 한번은 수원이요, 한번은 발산역이오이다. 아! 이게 무슨 조환지 술에 취해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습은 나의 모습이 아닌데 낯선 곳에서 느끼는 그 황망함이 나의 가슴에 대못을 박습니다.
이제는 마냥 두려워지는 술자리. 그렇다고 술을 안마실수는 없지만 잠자는 지하철의 남자가 되지 않기를 소원하면서 술 취하면 누가 집에까지 저 좀 데려다 주실 분? ㅠㅠ
첫댓글 지하철이 잠자기에 아주 좋은 장소이던데요 피곤하면 어쩔수 없어요 코만 안골아도 다행이지요 .. 괜잖아요 주무셔도 저도 가끔 숙박비 없이 자거든요
문제는 목적지에 도착해도 모닝콜이 안된다는 거...그러다보니 종종 삼천포로 빠집니다..ㅠㅠ
ㅋㅋ 담부터 술드시고 지하철 타실때 저한테 전화하세요... 성질날만치 콜해드릴께요 ㅋㅋㅋㅋㅋ
ㅎㅎ 아주 오래전에 친구들 4명과 취한체 6시 못되서 2호선을 탄체 넓은 자리에 드러누웠죠..ㅎㅎ 근대 눈을뜨니 엄청나게 사람들이 많더군요 .... 아마도 술먹고 가장 쪽~ 팔며 잤던 기억인거 같습니다 ㅋㅋㅋ
그 거구의 몸이 누웠으니...다음부터는 걍 바닥을 애용하시길..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