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03 - 서영남
갈기(갈라진 시대의 기쁜 소식이라는 교회잡지)에 쓴 청송교도소 이야기를 보시고 도움을 주신 분이 계셔서 이번 청송 가는 길은 좀 푸짐했습니다. 우리 형제들이 너무 고기를 먹고 싶어하는데 어떻게하면 부피를 줄이고 양은 많게 가져갈 수 있을까 고심하다가 돼지머리 편육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기를 눌러서 썰면 최대한 부피를 줄일 수 있습니다. 스물 다섯 근을 재호씨에게 부탁해 놓았습니다. 출발하기 전날 저녁에 고기를 차에 실어놓고, 가래떡도 네 상자 실어놓았습니다. 새벽에 출발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벽 네 시 알람 소리에 일어났습니다. 모니카와 함께 서둘러 세수하고 네 시 반에 출발했습니다. 대성씨는 세 시쯤 일어나서 동인천지하도를 거쳐서 아파트까지 걸어서 왔습니다. 날씨가 아주 춥습니다.
지하도에서 노숙하는 우리 손님들 이야기를 상세하게 이야기해 줍니다. 요즘 국수집에 형제가 식사하러 옵니다. 형제가 지하도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동생은 정신지체 1급 장애고요. 형은 청송에서 나와서 동생과 함께 노숙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하도에서 노숙하는 여성 분 이야기도 했습니다.
중앙고속국도 치악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죽령 터널을 넘어서니 서서히 날이 밝아옵니다. 목요일에 푹 쉬었던 덕택에 평소보다는 조금 빨리 가랫재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셋이 아침을 먹는데 휴게소 식당의 난로의 기름이 떨어져서 떨면서 아침을 먹게 되었습니다.
진보에서 청송3교도소에 있는 형제들과 나눌 간식을 마련하고 아홉 시 이십 분에 청송 3교도소로 들어갔습니다.
천주교 담당 교도관이 새로 바뀐 바람에 형제들을 연출해 오는 시간이 아주 길었습니다. 교도소에 수용되어 있는 사람은 독보권이 없습니다. 독보권이란 혼자서 걸어다닐 수 있는 권리입니다. 재소자는 교도관과 동행하지 않으면 이동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천주교 담당 교도관이 이곳 저곳 분산되어 있는 자매상담 대상자들을 한 곳에 모아서 함께 오기 때문에 숙련되지 않으면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됩니다. 또 교도소를 방문하는 사람도 교도관과 동행해서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
교육교화과 자매상담실에서 형제들과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염 분이 출소했다고 합니다. 새로 몇 분이 모임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부자가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 귀로 빠져나오는 것 보다 어렵다."는 성경말씀입니다. 한 분 한 분이 자기 소개를 하면서 왜 그런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부자가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 어려운 것은 부자가 나쁜 짓을 많이 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부자는 눈이 멀어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하늘 나라 문이 바로 앞에 있어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자가 되려면 이웃의 고통에 눈을 감아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모임에 새로 참석한 분이 '노숙자에게 밥을 주니까 게을러진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 한참을 의견을 나눴습니다.
준비해 간 햄버거와 과자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잠깐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담당 교도관이 자매상담 대상자들의 명단을 대성씨와 모니카에게 주고 갔나봅니다. 명단에는 죄목과 징역 기간까지 상세하게 기록된 명단이었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나오면서 명단을 보고 놀란 이야기를 합니다. 죄명을 알게되면 선입견을 가지게 되기에 조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모임에 나온 열 다섯 명의 영치금을 민원실에서 만 원씩 넣어드렸습니다. 그런 다음 점심을 먹고 오후 자매상담을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서 다시 진보로 나왔습니다.
청송교도소 들어갈 준비를 하면서 아무래도 돼지고기를 담은 통이 너무 부피가 커서 작은 통에 옮겨 담았습니다.
함께 기도하고 이야기를 하고 그런 다음에 준비해 간 음식을 나눴습니다. 맛있는 김치가 곁들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워하면서 돼지고기를 눈깜짝 할 새에 다 먹어버렸습니다. 아주 기분 좋아합니다. 평소보다는 조금 일찍 나오게 되었습니다. 민원실에 가서 영치금 넣어드리고 인천으로 돌아왔습니다. 안동에서부터 치악 휴게소까지는 모니카가 운전을 했습니다. 영동고속국도에서는 용인 휴게소 근처에서 약간 막히다가 그 후로는 수월하게 길이 뚫렸습니다. 동인천에 도착하니 일곱 시 사십 분입니다. 근처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2월 2일(토)
오전에는 어묵국, 돼지고기 김치볶음, 배추김치, 시금치나물, 곶감조림, 마늘장아찌입니다.
민들레국수집의 제일 큰 국솥을 내었습니다. 떡국을 끓이기 위해서입니다. 맛있게 생긴 손질된 닭 스무 마리를 찬물에 씻어서 솥에 담고 긇였습니다. 알맞게 익은 닭은 건져서 살만 발라내고 뼈는 다시 국솥에 넣고 푹 끓여 육수를 만들었습니다. 닭고기는 갖은 양념을 해서 떡국에 얹을 꾸미로 만들었습니다. 김도 잘게 부셔 놓고요.
오후 한 시부터는 손님들께 떡국을 대접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고마운 일이 생겼습니다. "순대국 식당" 아주머니께서 직접 빚은 만두와 떡국떡을 한아름 가져오셨습니다. 떡만두국을 손님들께 대접할 수 있었습니다. 어찌나 잘 드시는지요. 민들레국수집의 제일 큰 국솥에 가득 담겨있던 육수가 오후 다섯 시 전에 말끔히 비워졌습니다. 두 그릇 세 그릇 드시고도 모자라서 밥까지 말아드십니다.
서울에서 오시는 할아버지가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하면 밤에 무척 배가 고픈데 여기서 먹고 가면 아침에 까지 든든하다고 합니다.
아가다 자매님과 바울라 자매님 그리고 예쁜 자매님이 오셨고요. 서울에서 이준 형제님과 윤 아오스딩 형제님, 그리고 윤 선생님이 오셔서 설거지와 감자 다듬기를 하셨습니다.
온종일 오신 손님들께 7일인 설날 하루만 문을 열지않고 계속 문을 여니까 굶지말고 꼭 오셔서 식사하시라고 알려드렸습니다.
저녁에는 윤 아오스딩 형제님께서 한턱을 내셨습니다. 봉사자 모두 순대국집에 가서 맛있게 순대국을 먹었습니다.
대성씨가 동네의 어려운 할머니를 위해서 국수집에서 나오는 종이상자를 차곡차곡 모아서 전해주는 예쁜 짓을 합니다.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