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제 나는 돌아가렵니다
-이 땅을 떠도는 이주 노동자 혼령의 노래
어머니, 나는 아름다운 삶을 꿈꾸며
바다를 건너, 산을 넘어, 사막을 지나 이 땅을 찾아왔습니다.
땀 흘려 일하여 배고픔도 헐벗음도 물리치겠다
큰 꿈을 안고서 이 땅을 찾아왔습니다.
고향을 떠나면서 내가 흘린 눈물의 의미를,
나를 보내며 부모와 형제와 친구들이 흘린 눈물을
나는 값진 보석으로 바꾸겠다
하늘을 향하여 수없이 주먹을 쥐어 보면서,
내게 결코 불가능은 없다 수없이 뇌이면서,
손발이 터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아픔을 참아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이 땅은 추웠어요.
이 땅은 너무도 거칠고 사나웠어요.
개처럼 발길질 당하고 돼지처럼 모욕당하면서도
소처럼 순종하고 말처럼 부지런했지만,
고향에 돌아가 누릴 아름다운 삶을 꿈꾸며,
아버지 어머니와 누릴, 누나와 동생들과 누릴
아아 우리들의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마침내 내가 맞이한 것은 죽음이었습니다.
기계에 다리가 잘리는 죽음이었습니다.
골방에서 피 범벅이 된 죽음이었습니다.
주인에게 속고 내쫓기고 뭇매 맞아 얻은
가슴에 한을 안은 죽음이었습니다.
어머니, 나는 보여주지 못합니다,
으깨어진 이 가슴, 찢어진 팔다리를 보여 주지 못합니다.
으드득 이빨을 갈고 누운 이 몸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이제, 나는 이 땅을 떠도는 원귀가 되었습니다.
으깨어진 가슴, 내 찢어진 팔다리를 울며 지켜보는
가엾은 원귀가 되었습니다.
고향에 돌아가 누릴 아름다운 삶을 영원히 버린,
노래도 버리고 꿈도 버린,
이 땅을 떠도는 가엾은 원귀가 되었습니다.
어머니, 이 땅은 너무 춥군요, 너무 거칠고
너무 메마르군요. 그렇지만 아아 그렇지만,
여기 저기 보이기 시작해요,
나의 죽음의 의미를 아는 눈짓이.
우리의 죽음이 이 땅의 무엇인가를 깨닫는 몸짓이.
소처럼 순종하고 말처럼 부지런한 사람들을
개처럼 발길질하고 돼지처럼 모욕하면서
스스로 개가 되고 스스로 돼지가 되는
세상의 진실을 터득하는 한숨이.
우리의 아름다운 삶을 꿈꾸며 찾아왔던 우리의 죽음이
이제는, 이 땅을 따듯하게 만들려는 사람들을 위하여
노래가 되고 빛이 되는군요.
그렇다면 어머니, 돌아가렵니다. 그 눈짓, 그 몸짓,
그 한숨과 동무되어 고향으로 돌아가렵니다.
으깨어진 가슴, 찢어진 팔다리 이 땅에 두고,
다시는 이런 일 없으라 이 땅에 두고,
그 눈짓, 그 몸짓, 그 한숨을 동무해서.
나 없이도 아름다울 수 있는 새로운 삶을 위하여
내 부모, 내 형제, 내 친구들의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나 이 땅에서의 떠돎을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가렵니다,
노래에 실려서, 빛에 실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