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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구순자
나비는
하루종일
바쁘기도 하지
꽃잎에 앉았다가
풀잎에 앉았다가
꽃향기
풀냄새
좋아 하나 봐
아니, 아니
보고픈 친구
천리 길 마다 않고
찾아다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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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구순자
노란 옷 입은 아이
어디 갔을까
제비 할미
목련 할미
그리워하더니
사박사박 걸어서
어디 갔을까
웃음 들고
외로운 할미네
놀러 갔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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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구순자
파란 세상에
노랗게 피어난 개나리를 보고
태양이 말했네
“내가 없으면...?
바람도 말했네
“내가 없으면...?
물이 또 말했네
“내가 없으면...?
세상이 말했네
“너희들 중에 하나만 없어도 개나리는 없는 거야.“
아가씨
구순자
오, 아가씨!
가방 메고 어딜 가시나
뾰족 구두 신고
어딜 가시나
엄마, 아빠 일터에 두고
어딜 가시나
어린 동생 놀이터에 두고
어딜 가시나
혹, 뿡뿡이가 기다리는 빵집에?
혹, 찌질이가 기다리는 찻집에?
느티나무 푸른 계절에
아가씨 부르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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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구순자
바람은 장난꾸러기
잘 빗은 머리카락
흐트려 놓고
길 가는 아가씨
치맛자락도 들추어 보네
바람은, 바람은
놀부도 생각 못한 심술을 부리지
불난 집, 불난 산에
부채질 하고
때로는
비구름도 몰고 온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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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동기
토란 잎 위에
이슬방울
또르르 구르는 소리에
동시가 잠을 깨었어요
새소리, 물소리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예쁜 책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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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지난 자리
구순자
어제는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더니 마음까지 우울하게 비가 내렸다. 오늘은 해님아저씨가 번쩍 얼굴을 내민다. 개나리도 담장 너머로 밝게 웃으며 해님에게 인사를 한다.
“아저씨, 벌써 일어나셨어요?”
“응, 개나리야, 너도 일찍 일어났구나?”
“네, 이젠 부지런해지려구요”
개나리는 느티나무 곁에서 항상 깊은 잠을 잤다. 그래서 잠꾸러기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이제는 부지런해지려고 마음을 바꾸었나 보다.
해님 아저씨는 참 고마운 분이다. 항상 아빠같이 따뜻한 시선으로, 넓은 가슴으로 말씀 하시고 안아 주신다.
해님아저씨가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푸른 산과 마을을 살피는 일이다. 아픈 사람은 없는지, 다친 개나리는 없는지, 소나무 아저씨와, 느티나무 할아버지도 안녕하신지 살피신다.
봄의 전령사인 매화, 벚꽃, 민들레들이 아우성이다.
‘해님아저씨가 오셨대.’ 꽃들이 소곤거리고 새들도 해님아저씨가 반가운지 짹짹짹, 지지지 자신들만이 아는 말로 소곤거린다.
봄비가 오고, 산들바람이 부니, 농부들은 이제부터 농사지을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농촌 사람들은 부지런하여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풀을 뽑고,씨를 뿌리며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면서 열심히 일을 한다. 적당히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해님아저씨가 있으면 딸기랑 참외, 커다란 수박들은 아주 맛있게 익을 것이다. 아, 생각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간다. 우리가 그렇게 맛있는 과일을 먹을 수 있는 것도 농부들의 수고가 있기 때문이다.
개나리는 이 따뜻한 봄날이 제일 좋다.
“해님아저씨, 아저씨는 참 부지런하세요? 어떻게 매일같이 그렇게 일찍 일어나세요? 궁금해요. 일찍 일어나는 비법 좀 알려 주세요?“
“개나리가 무척 궁금했나보구나. 응, 그건 말이다. 나는 너희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지. 사랑을 하게 되면 그런 힘이 난단다. 항상 너희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머리와 가슴으로 너희들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해. 사랑은 곧 관심이기도 하지. 그러나 내가 이기지 못하는 것도 있단다. 그것은 무서운 검은 구름을 몰고 오는 바람이야. 그때는 너희들이 스스로 조심을 해야만 한단다.”
“해님아저씨, 저는요 아직 그런 힘이 없어요. 아저씨처럼 건강하고 늠름하게 자라려고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아요”
“차차 노력하면 되는 거야. 하루아침에 좋아지는 법은 없어.”
“아저씨처럼 튼튼해지려면 얼마나 노력해야 될까요?.”
얼마라고 말할 수는없지만 날마다 꾸준히 적당한 시간을 운동하면 되지. 그리고 먹는 것도 잘 챙겨 먹고 그렇게 하면 된단다.
“건강이 참 중요하지. 건강해야 무엇이든 할 수가 있거든.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거야. 하고 싶은 일도 못하지 않니?”
“해님 아저씨 , 저는 병원 가서 침 맡는 것도 무섭구요. 약 먹는 것도 싫어요.”
“그래도 아프면 병원을 찾아가서 꼭 치료를 받아야 한단다. 그래, 그런데 너는 참 귀엽구나. 꼭 네 아빠를 닮았어. 얼굴과 눈도, 귀도 몸매도 꼭 네 아빠를 닮았구나.”
순간 개나리는 아빠 생각이 많이 났다. 아빠가 살아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도 보고 싶었다.
개나리는 그렇게 종종 엄마, 아빠를 그리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엄마, 아빠도 하늘나라에서 나를 지켜보고 계실거야.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저 어떻게 살아요?”
엄마, 아빠가 말씀 하시는 것 같다.
“그래, 아들아 힘 내거라. 아이고 내 아들, 건강하고 씩씩하게 살아야지”
하면서 안아 주시는 착각을 한다. 부모님은 함께 여행을 하시다가 교통사고로 한날 한 시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혼자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항상 기운이 없어 보인다. 그러기에 해님아저씨와 느티나무 할아버지, 소나무 아저씨는 개나리에게 잘 해 주신다. 부모님이 살아 생전에 잘 대해 주셨던 사랑을 기억하며 개나리는 애써 용기를 갖는다. 그러던 오월 어느 날 시름시름 앓더니 개나리는 소문도 없이 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엄마, 아빠가 많이 보고 싶었나보다. 이처럼 그리움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일까?
오늘은 해님아저씨는 보이지 않고 가랑가랑 봄비가 울고 있다. 아저씨는 봄비를 대신 보냈나 보다. 많이 울어 주라고. 그래서 위로해 주라고.
해님아저씨는 개나리를 생각하면서 몇날 며칠 얼마나 울었는지 얼굴이 백지장처럼, 낮달처럼 허연 얼굴이 되었다. 많이 지쳐 보였다. 이웃 사람들은 개나리에게 더 관심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마음 아파하고 있었다.
‘더 잘 해 줄 걸.’ 이미 가버린 개나리에 대해 남는 건 잘못해 준 아쉬움과 미안함, 그리고 슬픔뿐이었다. 장미가 피었다가 지고, 유월이 오고, 농부들은 모내기를 하고, 상추도 쑥갓도 심었다.
백일홍도 제 모습을 드러내며 아름다운 옷을 입고 서 있다. 해님아저씨는 흰 구름 속을 달려간다. 하늘의 마라톤 선수 같다. ‘아저씨는 오늘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걸까?’ 좋아 보인다. 해님아저씨는“너도 달릴래” 하며 백일홍에게 말을 건넨다.
“그럴까요. 함께 달리면 더 재미있을 거예요.”
해님아저씨는 백일홍과 함께 달리기를 했다. 한참 달리기를 하다 보니까 백일홍은 너무 힘이 들었다. 오랜만에 준비운동도 없이 달렸더니 다리가 떨어지지 않고 나중엔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았다.
“얘야, 괜찮니?” 깜짝 놀라 해님아저씨는 걱정을 하고 계셨다.
“괞찮아요, 조금 쉬면 괞찮아질 거예요.”
“그러니까 평소에 운동을 해야지. 갑자기 운동을 하면 다리에 쥐도 나고 그런단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력이 약해져서 태풍이 오거나 하면 넘어지고 쓰러지기도 한다. 이제 너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길러야지”
“네, 알았어요. 해님아저씨!”
“저도 아저씨처럼 건강해지고 싶어요.”
백일홍은 계속 헉헉 거렸다. 한참을 앉아서 쉬고 있으니 호흡이 진정 되었다. 오늘 참 재미있었다. 비록 주저앉긴 했지만 백일홍은 마음까지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그러는 사이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갔다. TV에서 태풍이 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무이파 태풍“
아이 무서워, 겁이 난다.
‘해님아저씨는 태풍을 이기지 못한다고 했는데 어떡하지?’ 태풍이 불기 시작하자 해님아저씨는 몸살이 났는지 아예 나오지도 않았다.
비가 오고 , 바람 불고, 우박도 쏟아지고 난리가 났다. 집과 산이 무너지고, 나무도 뿌리채 뽑히고, 사람도 죽고, 물이 방안까지 차오르고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거의 한 달 동안이나 비가 퍼부으니 견딜만한 것들이 없었다. 백일홍은 소나무 아저씨와 느티나무 할아버지가 주고받는 말을 듣게 되었다. 느티나무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온통 매연이며, 쓰레기, 일회용품, 비닐 봉투 등 오물을 뒤집어 씌우며 자연을 훼손하니까 자연도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다는 자세로 나오는 게지.”
“이번에 많은 지역에서 물난리에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군요?”
소나무 아저씨가 대답하셨다.
“그러게, 배추는 금값이고, 벼는 물에 잠기는 날이 많아 애멸구라는 병에 걸려 벼가 말라 죽게 되었고, 과일들은 다 떨어지고, 집도 무너졌으며, 세간이 다 물에 젖어 버렸고, 방은 탕이 났으며, 흙이 무너져 집안으로 들어와 집인지 흙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고 하더군?”
느티나무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이제 농부들은 무얼 먹고 살죠?.”
“그러게, 집을 잃은 사람은 또 어떻게 살지”
소나무 아저씨와 느티나무 할아버지는 비 피해를 입은 마을 걱정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이라네. 아들 같은 힘 있는 군인들이 와서 복구 작업에 힘쓰고 있다니”
라며 느티나무 할아버지가 말씀 하셨다.
“네, 올 여름엔 호박, 배추, 시금치 등 모든 물가가 폭등한다는 군요.”
“글쎄 말이야, 이제 서민들은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할 뿐이라네. 돈을 들고 나가 보았자 모든 것이 다 비싸서 말야. 시름만 깊어가는 농부들 ,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어찌하누.”
자연은 우리에게 되갚아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자연을 좀 더 아끼고 사랑했더라면 이렇게 까지는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참 힘이 든다. 이제 곧 추석인데 사람들은 조상님께 어떻게 차례를 지낼 것인가. 집도 없이 천막을 치고, 곰팡이가 핀 방에서 냄새가 독해서 있을 수조차 없는데, 먼 곳에서 자식들이 온다고 해도 편히 쉴 공간조차 없는 이 현실 앞에 시름만 깊어갈 뿐, 눈물이 앞을 가리는 어둠이다. 장마가 지나고 오랜만에 해님이 오시었다. 사람들은 반가웠다. 혜령이네, 미진이네, 달수네, 홀로 사시는 할아버지, 또 할머니까지 모두 어둠에 잠긴 이 시점에 해님아저씨가 다시 찾아와 환히 밝혀 주셨다.
아저씨가 말씀 하신다.
“힘을 내세요.”
아버지의 품처럼 넓은 가슴으로 그 아픔을 껴안았다.
“아저씨, 아주머니, 힘드시겠지만 이제라도 힘을 내세요. 이렇게 주저앉을 수는 없잖아요. 자, 어서 힘내세요.”
해님아저씨의 이 말씀에 사람들은 힘을 내기 시작했다. 저절로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장마 때문에 잃은 세간살이며. 이불이나 농도 다 물에 젖었고 뭐 하나 건질 것 없이 그저 막막하기만 하였다. 그런데 해님아저씨가 오셔서 이렇게 힘을 내라고 하니 그나마 사람들은 몸을 움직여 본다.
“고맙구려”
마을 사람들은 대답했다.
정부에서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고 조금이라도 보상을 해준다고 했으니 기다려 봐야지. 그래도 보상을 받기 까지는 실태를 파악해야 하니까. 상당한 시간이 흐를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수해를 많이 입은 가정만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윽고 추석이 왔다. 없는 가정에서는 명절이 오면 겁이 난다.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다. 마을에서는 함께 제사상을 차리고 조상님을 모시는 곳도 있다.
그래도 해님아저씨가 계속 나와서 위로해 주고 힘을 주기 때문에 이 절망 가운데서도 희망의 빛을 놓지 않고 안간힘을 다해 버티고 있다. 이 마을에도 저 마을에도 이제 해님아저씨가 함께 할 것이다. 소나무도 느티나무도 이제 평안할 날을 꿈꾸며 나아갈 것이다. 지금은 비록 힘이 들고 주저앉고 싶지만 살아있는 자는 또 무엇인가를 꿈꾸며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떠한 어려움도 인내하며 꿈꾸며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가을하늘이 셀로판지처럼 참 파랗다. 서민들의 깨끗한 마음처럼 맑다. 농부들은 다시금 힘을 얻어 열심히 일을 하고 자연을 사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자연이 우리에게 얼마나 유익한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닫고 들과 산의 나무에게도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 마을이 다시 배추를 심고 무를 심는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기다리면서 하루하루 그렇게 다시 피어나는 꽃이 된 마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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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호는 서운(瑞雲)
전북 익산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졸업(2004년)
2004년도 12월 대한문학 시로 신인상 수상
버팀목문학회장 역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전북위원회 사무국장(현)
전북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전북시인협회 회원, 전주문인협회 이사
온글 문학 회원, 기린 문학 회원, 전북문예 회원
전북문학포럼, 전북평생교육원 문예창작 수료
전북시각장애인 녹음 낭독자 교육 수료(2004년)
동화구연 지도사 자격증 취득(2004년)
시낭송 지도사 자격증 취득(2010년)
여성의 전화 상담사 봉사(현)
저서 : 『나를 흔드는 것은 내가 아니다』
『나는 나의 길도 모른다』
주소 :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1가 311-10 거성국민아파트 3동 3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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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비도 좋고 개나리도 좋고 바람은 더 좋고~
시성에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살짜기 다녀가신 님 뉘시온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