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4 (화) Four Jeffrey campground
정성으로 준비된 Prime BBQ, 정담과 함께 만발한 웃음꽃
아스펜 나뭇잎들의 흔들림과 그 숲 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내일부터는 Ansel Adams의 사진보다 더 환상적인 (비)현실 세계
시에라 네바다의 아름다움 속으로 들어간다.
Adams의 말을 조금 바꾸자면 “ 누군가 와서 보라고 신이 만들어 놓은 “
산과 호수, 협곡과 폭포, 꽃과 나무, 그리고 동물들을 만나리라.
The Mountains are calling, I must go. - John Muir
설레는 마음에 잠을 설치다. 물소리 물소리.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의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강은교 < 우리가 물이 되어 > 중에서
# 8/25 (수) South lake -> Leconte
호수들 (south, long, Spearhead, saddlerock ) Bishop pass 의 칼바람
늘 그렇듯 pass 오르면 양쪽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압도당해 말을 잃는다.
Mount Agassiz 와 내년을 약속하고 kings canyon National Park 으로 들어서다.
정말 맛 있었던 XL size 샌드위치 ! (만들어 주신 분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Dusy basin 지나며 피로가 몰려온다, 길고 긴 내리막 스위치 백을 끝내고 나니
마침내 Leconte campground 도착 !(5:17)
텐트안까지 부드럽게 스며드는 달빛, 깊은 잠에 빠지다.
길을 뚫는다는 것은
그렇다, 언제나 처음인 막막한 저 낯선 흡입
묵묵히 앞사람의 행로를 따라가지만
찾아내는 것은 이미 그의 뒷모습이 아니다
그럼에도 무엇이 이 산을 힘들게 오르게 하는가
길은 누구들에게 물음이 아니랴, 저기 산모퉁이 이정표를 돌아
의문부호로 꼬부라져 우화등선해 버린 듯 앞선 행렬은 꼬리가 없다,
김명인 <화엄에 오른다 > 중에서
# 8/26 (목) Leconte -> Palisade Lake ( Lawer)
새벽 냇가에서 정수하다 만난 청년과 잠시 coffee time
27 : 65 (나이) 35 : 43 (베낭 무게) 210 : 63 (총 산행 Miles)
Deer meadow 를 지나며 Mother Nature 의 포근함을 느끼다.
오르고 또 오르던 돌계단, 잊지못할 Golden staircase
Magnificent ! 그러나 정말 힘들다. ㅎ
시몬님이 잠시 길을 잃었고 대원 몇사람의 마실 물이 부족했지만 무사히 도착
순근님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일찍 잠자리에 들고
모처럼 여유롭게 시몬, 석기님과 정담을 나누다.
Palisade 호숫가의 고요함, 주변 산에서 산그림자가 서서히 내려오는데
갑자기 몰려오는 산속의 외로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가끔씩은 하나님도 외로워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정호승 < 수선화에게> 중에서
# 8/27 (금) Palisade lake -> Bench lake JCT
Upper palisade lake을 지나자 끝없는 오르막 switchbacks
Mather pass 에 오르니 SEKI 양쪽의 장관이 펼쳐진다.
다시 내려가는 길, 앙증맞은 작은 푯말 ‘Please don’t cut Trail ‘
‘삶에는 지름길이 없다’로 읽는다.
upper basin 지나 다시 올라갈 쯤에는 모두 지쳤나보다.
산행 중반에 들어서며 시나브로 늘어나는 피로와 짜증들
잠시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민낯과 이중성에 관해 생각하는데
주위를 둘러싼 산들은 무심하게 땅거미를 내리고
한밤중 텐트 밖으로 나와 일을 보며 주위를 둘러보니
하현달 과 호수를 둘러싼 산들의 장엄함에 소름이 돋는다.
Our literature gives little indication that our performance in mountaineering is
concerned with the spiritual side of us than with the physical.
Superlatives are inadequate to describe what we see and feel. - George Mallory
# 8/28 (토) Bench lake JCT -> Taboose Pass TH
지도상으로 3 마일 올라가고 7마일 내리막 길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계속되는 돌밭길 switchbacks
많이 힘들지만 그래도 며칠 후면 또 그리워 할 곳이다.
Taboose creek 의 힘찬 물소리에 위로받으며 걷고 또 걸으며
수십번의 휴식과 한시간의 수면, 방울뱀도 두번 만나고
마침내 Taboose pass Trail Head에 도착.
계획보다 짧아진 일정, 아쉬움, 내려온 계곡을 되돌아보니
산은 말없이 나를 내려다 본다.
JMT ! 순간 순간이 완벽한 기쁨이었음을 알아차리고
저 멀리 Owens Valley 395 도로를 내려다 보며 대장님은 기다린다.
Oh, these vast, calm, measureless mountain days, days in whose light everything seems equally divine,
opening a thousand windows to show us God. - John Muir
대장님과 대감님, 감사합니다.
날카로운 돌들이 사방에 지뢰처럼 깔려있는 그 길 같지않은 돌밭길을
조심 또 조심 운전해 올라와 우리를 구출해 주시고
다시 Big pine -> onion valley 로 이동, 순근님 차를 찾은후 Independence 까지
위험한 밤길을 길라잡이 해주신 후 Bishop campground 로 돌아가셨으니
아마 자정쯤 도착 하셨을텐데 ㅠㅠ …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Rocky & CJ 님, Grace 님, 석기님, 순근님, 시몬님께도 감사함을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