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하였느냐?
최근 '스캔들'이란 영화가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다. '스캔들'은 특히 여성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개봉 일주일간의 흥행 기록에서 이전의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돌풍을 보이고 있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도 많은 화제를 뿌리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과 대만에서도 대단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열풍의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현대 멜로드라마 주인공의 전형이라는 배용준을 역사극의 주인공으로 기용한 절묘한 점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스토리의 구성이 기존의 역사극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퓨전 역사극으로,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역사극을 신세대들의 변화된 기호에 절묘하게 맞춘 기획전략에 있다 하겠다. 따라서 이 영화는 역사극은 지루하고 재미 없다는 신세대들의 통념을 파괴하였다. 영화 내용의 대사 처리나 배우들의 연기도 현대의 자신들의 행태와 매우 흡사하고 재미있게 각색 함으로써, 신세대들의 공감대 형성과 관심을 유도 하는데 성공 하였다.
이러한 퓨전 역사극의 히트 조짐은 올 초에 종영된 SBS의 '대망'의 빅 히트를 통해 어느 정도 예고된바 있다. 퓨전 역사극의 열풍이 잠깐의 바람으로 그칠지 아니면 거대한 태풍으로 변할지는 10월에 개봉될 '황산벌'이란 영화의 흥행 결과가 큰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 그 이유는 '황산벌'역시 기존의 역사극을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해석한 퓨전 역사코믹극으로써 개봉 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사투리를 이전의 역사극에서는 모두 표준말 대사로 처리한 것을, 이 영화 기획자는 예리하게 관찰하여 그것(사투리)에서 영화의 재미있는 모티브를 발견한 것이다. 또 하나 이 영화들('스캔들', '황산벌')의 성공요소는 영화 내용이 퓨전적 코믹 요소를 담고 있지만 역사적인 고증이나, 소품, 의상, 세트에 대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여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이 영화들의 완성도를 높여 주는데 기여했음은 물론, 관객에게 영화 줄거리 외에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기쁨을 주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나와 친한 많은 영화인들은 광고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 개발능력을 부러워했었다. 또 광고 제작과정을 지켜보고서는 그 준비성과 치밀함을 자신들도 배워야겠다며 많은 것을 묻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 개봉되는 많은 한국 영화를 보면서 이제는 거꾸로 광고인들이 영화인들로부터 많은 것을 다시 배워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는 광고의 기본인 변화하는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남들은 당연하게 여겼던 것에 대한 의문과 작은 차이를 찾아 큰 아이디어로 변화 시키려는 노력을 광고 쪽보다 영화 쪽에서 더 많이 발견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한국영화의 발전은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여 놓았다. 부산 영화제는 이미 전세계 영화제에서 매우 중요한 영화제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해가 갈수록 부산영화제에 참석하는 세계영화계 거물들의 부산방문이 늘어나고 있다. 어쨌든 이러한 한국 영화의 발전에 대해 같은 영상인의 한 사람으로 큰 격려와 축하를 드리고 싶다.
한국영화에 대한 칭찬은 이쯤으로 하고 이번 달에 새로 등장한 광고 중에 눈에 뛰는 몇 편을 여러분께 소개하기로 하겠다.
첫 번째로 소개할 광고는 삼성전자의 '센스 노트북'이다. 유명 연예인 대신 할리우드에서 만든 정교한 캥거루가 모델로 등장하고 있다. 런칭광고에 이어 2차 광고가 나가고 있는데 런칭과 마찬가지로 마지막에 보여주는 약간은 어눌한 캥거루의 캐릭터 연기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정감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가 삼성이 갖고 있는 딱딱하고 인간미 없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씨리즈광고에서 클레이애니메이션을 써서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이번 광고도 삼성전자의 그런 의도가 내재되어 있는 것인지는 모르나 캥거루의 인간미 있는 캐릭터 설정은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캐릭터의 도입은 언뜻 보면 매우 쉬운 작업인 듯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많은 준비와 노력, 그리고 장시간이 제작기간을 필요로 하는 대 작업이다. 어쨌든 '삼성 노트북 센스'의 캥거루 광고는 소비자의 시선을 붙잡는데 일단 성공한 것 같다. 삼성광고의 저력이 지속력 있는 캠페인 광고에 있는 만큼 이번 새로운 캠페인도 성공적인 장수 캠페인으로 지속될 수 있길 바란다.
두 번째로 여러분께 소개할 광고는 '시몬스침대' 이다. 이전부터 명확한 광고컨셉과 뛰어난 크리에이티브로 많은 화제를 뿌렸던 '시몬스침대'의 새로운 광고가 방송을 타고 있다. 이전의 광고들에 비해 조금은 허풍이 더 들어간 광고지만,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이란 광고컨셉을 꾸준히 지켜가면서 계속 좋은 크리에이티를 보여주는 제작 관계자들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성공한 캠페인은 함부로 바꾸는게 아니다' 라는 격언처럼 '시몬스침대'의 캠페인도 광고주가 지겹다며 새로운 캠페인을 요구한다(물론 본인의 가정이지만)하더라도 더욱 굳건히 지금의 캠페인을 지켜내며 더 발전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계속 보여주기 바란다.
최근의 사극영화 '스캔들'의 성공에서 우리 광고인이 배워야 할 큰 교훈이 하나 있다.
여러분들이 만든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통하였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