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글 만드는 일을 하신 집현전 학자 신숙주선생님 묘소(경기도
의정부 퇴계원)를 한글학회 회원들과 함께 참배했습니다. 날씨도 좋
고 처음 있는 일이라 아주 뜻있고 좋았습니다. 신씨 종친회 어른들이
나와서 함께 말씀을 나눴습니다.
신채호 신규식 선생이 그 자손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한글날에
시제를 지내는 데 10여 년 전부터 축문을 한글로 쓰고 있으며 시제
때 차례를 알려주는 말도 쉬운 우리말로 한다고 하셨습니다. 참으
로 고맙고 잘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글축문 보급운동을 하는 민중유고연합(서정기: 현통문화연구소소장)에서 한글축문 양식을 떠왔습니다. 내일 제 집안 시제를 지내기 위해 고향에 가는 데 이번엔 꼭 한글축문을 읽을 것입니다. 몇 년 전부터 집안 어른들께 한글 축문을 쓰자고 말씀드렸지만 아직 실행을 하지 못
했습니다. 충청도 양반 찾는 어른들이 마땅치 않게 생각해서 못했는데
이번엔 꼭 제가 한글로 써가지고 가서 보여드리고 실천할 것입니다.
다른 분들도 아래 글본을 보고 한글축문을 써보시기 바랍니다. 한문
축문을 현대말로 바꾼 것입니다. 아래와 똑 갈이 하지 않더라도 옛 한문
축문을 스스로 좋아하는 말투로 쓰고 읽으면 될 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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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제사축문 서식
♣ 동지 설날에 시조제사 축문(始祖祭祝文)
"때는 바야흐로 ○년○월○일 효손○○는 감히
시조 할아버지와 시조 할머니에게 밝게 사뢰나이다.
이제 한겨울로써 새해 설날을 맞이하나이다. 조상을 추모하고 은혜갚을 길을 생각하오니 예절을 감히 잊지 못하와 삼가 맑은 술과 갖은 음식으로 경건히 드리옵니다. 해마다 거행하는 행사이온바 두루 흠향하옵소서."
※ 스스로 효손으로 칭하는 그 까닭은 슬픔을 잘 극복하고 몸을 온존히 보존하여 상의 의례를 무사히 마쳤기 때문에 소상, 대상부터 효자가 되는 것이다.
♣ 춘분, 한식에 선조제사축문(先祖祭祝文)
"때는 바야흐로 ○년○월○일 효손○○는 감히
선조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밝게 사뢰나이다. 이제 새봄으로써 만물이 소생하기 시작합니다. 조상을 추모하고 은덕갚을 길을 생각하오니 예절을 감히 잊지 못하와 삼가 맑은 술과 갖은 음식으로 경건히 드립니다. 해마다 거행하는 행사이온바 두루 흠향하옵소서."
♣ 추분, 추석에 어버이 제사축문
"때는 바야흐로 ○년○월○일 효자○○는 감히
돌아가신 어버이에게 밝게 사뢰나이다. 이제 한가을이 되어 만물이 익어가기 시작합니다. 오곡백과가 풍요로우니 추모하는 마음 저하늘도 다함이 없나이다. 삼가 맑은 술과 갖은 음식으로 정성을 드리오니 두루 흠향하옵소서."
♣ 돌아가신 날 제사축문(忌祭祀祝文)
"때는 바야흐로 ○년○월○일 효자○○는 감히
돌아가신 어버이에게 밝게 사뢰나이다.
세월은 흘러 돌아가신 아버니(또는 어머니)의 제삿날이 돌아왔습니다.
지난날의 추억이 오늘 더욱 간절하와 저 하늘도 다함이 없나이다. 삼가 맑은 술과 갖은 음식으로 정성을 드리오니 두루 흠향하옵소서 ."
※ 조부모 제사일 경우 효자를 효손으로 바꾸고 아버지 어머니를 할아버지 할머니로 바꾸며 증조부모 제사일 경우 효증손으로 고치고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로 바꾸며 '저 하늘도 다함이 없나이다.'를 '길이 사모하는 마음 이기지 못하나이다.'로 고친다. 또한 방계 친척 제사일 경우에는 '제삿날이 돌아오니 비창한 생각을 이기지 못하겠나이다.'로 고친다.
♣ 묘소 제사축문(墓祭祝文)
"때는 바야흐로 ○년○월○일 효○대손○○는 감히
○대조할아버지와 ○대조할머니의 묘에 밝게 사뢰나이다. 세월은 흘러 비와 이슬이 벌써 내렸습니다. 우러러 묘소를 둘러보고 깨끗이 다듬으며 추모하는 마음 이기지 못하와 삼가 맑은 술과 갖은 음식으로 경건히 드리오니 두루 흠향하옵소서 ."
♣ 영결식고사(永訣式의 告辭)
"영결하옵는 예식에 좋은 시간이 길지 아니하와 이제 영구차로 뫼시려 하오니 예식은 전통 장례절차를 따르나이다."
♣ 발인식고사
"영구는 상여에 이미 오르시니, 가시면 바로 유택입니다. 안전하게 모시고 발인식을 거행하오니, 이 세상을 아주 떠나가사이다."
※ '이 세상을 아주 떠나가사이다.'를 아내의 경우는 '비참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겠나이다.'라고 하고, 아들의 경우는 '마음이 불덩어리로다.'라고 하고 아우의 경우는 '슬픔을 이기지 못한다.'라고 한다.
♣ 평토제 축문
"때는 바야흐로 ○년○월○일 외로운 아들○○는 감히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밝게 아뢰나이다. 형체는 무덤으로 돌아가시나 영혼은 집으로 돌아가사이다. 신주(또는 영정)를 이미 완성하였사오니 엎드려 바라옵건데 존엄하신 영혼이시여 옛것을 버리고 새롭게 임하소서."
※ 어머니의 경우는 '슬픈 아들'이라 고치고, 부모가 모두 돌아가시면 '외롭고 슬픈 아들'이라고 한다.
♣ 우제축문
"때는 바야흐로 ○년○월○일 외로운 아들○○는 감히
돌아가신 어버이에게 밝게 사뢰나이다. 해와 달은 머무르지 아니하여 어느덧 초우가 되었습니다. 날이 새나 밤이 되나 슬프고 사모하는 마음 편안치 못하여 삼가 맑은 술과 갖은 음식으로 울면서 드리오니 선조와 합하는 행사입니다. 두루 흠향하옵소서."
※ 재우와 삼우는 '재우'와 '삼우'로 고친다.
♣ 소상축문
"때는 바야흐로 ○년○월○일 효자○○는 감히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아뢰나이다. 해와 달은 머무르지 아니하여 어느덧 소상이 돌아왔습니다. 날이 새나 밤이 되나 조심하고 두려워하며 이 몸 닦았사오나 슬프고 사모하는 마음 편안치 못하여 삼가 맑은 술과 갖은 음식으로 울면서 드리오니 통상적인 행사입니다. 두루 흠향하옵소서."
※ 대상축문은 소상축문과 같으나 '통상적인 행사'를 '삼년상의 행사'로 고친다. 소상과 대상 때에는 '외로운 아들', '슬픈 아들'에서 효자로 고치는 바 그 까닭은 슬픔을 잘 극복하고 몸을 온존히 보존하여 상의 의례를 무사히 마쳤기 때문에 효자가 되는 것이다.
제사 절차
1. 얼 모심
젯상을 다 차리고 시간이 되면 신이 강림하시라는 뜻으로 제사주인이 향을 피우고 술잔에 술을 조금 처서 모래 담은 그릇에 붓고 두 번 절한다.
2. 일동배례
조상의 얼을 모신 다음 지금부터 제사 지내겠다는 뜻으로 참례한 모든 사람이 다함께 두 번 절한다.
3. 첫잔 올림
제사 주인이 나아가 무릎을 꿇고 첫 술잔을 올리고 그 자리에 엎드려 축읽기를 기다린다.
4. 축문 읽음
축문 읽을 사람이 제사 주인 왼편에 무릎꿇고 축문을 읽고 나면 모두 두 번 절한다.
5. 다음잔 올림
다음 술잔을 올릴 사람이 나아가 첫 술잔을 퇴주그릇에 비우고 다시 술을 쳐서 두 번째 잔을 올리고 두 번 절한다.
6. 끝잔 올림
세 번째 잔 올릴 사람이 나아가 두 번째 술잔을 퇴주그릇에 비우고 다시 술을 처서 끝잔을 올리고 두 번 절한다.
7. 술더 드림
제사 주인이 나아가 다른 잔에 술을 따라서 끝잔에다가 3번 따라서 파르르 넘치게 친다.
8. 메에 숟가락 꽂음
제사 주인이 메의 주발뚜껑을 열고 숟가락이 동쪽으로 향하게 꽂는다. 흠향 하시라는 뜻으로 다함께 잠깐 머리를 숙이고 기도한다.
9. 숭늉 올림
국 그릇을 내리고 숭늉을 올려서 숟가락으로 메를 세 번 떠서 숭늉 그릇에 놓는다.
10.일동 배례
제사를 마쳤다는 뜻으로 다함께 두 번 잘한다.
11.복을 탐
제사 주인이 술 한잔과 고기 한 점을 내려서 먹는다.
12.젯상 걷음
젯상을 거두어 음식을 골고루 나누어 먹고 지방과 축문을 사른다.
젯상 차림표
조상의 얼틀(神主)
훌륭하신 옛 OO고조할아버지 얼내림자리
훌륭하신 옛 OO고조할머니 OOO씨 얼내림자리
훌륭하신 옛 OO증조할아버지 얼내림자리
훌륭하신 옛 OO증조할머니 OOO씨 얼내림자리
훌륭하신 옛 OO할아버지 얼내림자리
훌륭하신 옛 OO할머니 OOO씨 얼내림자리
훌륭하신 옛 OO아버지 얼내림자리
훌륭하신 옛 OO어머니 OOO씨 얼내림자리
훌륭하신 옛 OO남편 OOO님 얼내림자리
훌륭하신 옛 OO부인 OOO님 얼내림자리
훌륭한 옛 OO아들 OOO의 얼내림자리
※ 조상의 얼은 훌륭한 것이며, '옛'은 지나간 옛날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돌아가신 분을 뜻한다. '얼내림자리'는 신령이 강림하실 곳(神主)라는 말이다.
※ '옛' 다음에 남자는 직함이나 아호를 쓰고, 여자는 직함이나 당호(堂號)를 쓰며, 만일 모두 쓰고 싶으면 길게 이어 써도 된다.
※ 얼틀은 왼쪽에는 남자, 오른쪽에 여자를 한 종이에 세로 방향으로 길게 내려 쓴다. 명절과 같은 합동 젯상에는 맨 왼쪽부터 고조부모,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 순으로 놓는다.
젯상 차림표
영정(돌아가신 분의 사진)
훌륭하신 옛OO아버지 얼내림자리
메 술 수저 간장 국
고기 적 탕 생선 떡
나물 포 나물 포 나물 포
과일 과일 과일 과일 과일
향로 퇴주그릇, 술병
축문 읽는 자리 주부자리 주인자리 술잔 드리는 자리
※ 내외분 모두 돌아가신 젯상에는 메를 같이 놓는다.
※ 제사 음식으로는 술은 맑은 술을 쓰고, 과일은 복숭아를 놓지 않으며, 생선은 꽁치, 갈치 등 '치'자 들어간 생선은 삼가한다. 나물은 고사리, 도라지, 숙주나물 등을 쓰고, 탕은 홍합, 새우, 문어(오징어) 등을 쓴다. 포는 어포와 육포를 쓴다.
※ 제사음식을 차리는 데에는 융통성이 있으므로 위의 표가 정례이나 집안에서 지냈던 전례대로 차려도 좋으며 대체로 돌아간 분이 생전에 좋아하신 음식을 보기 좋게 차리면 된다. 조상님은 제사를 받아 잡수어야 저 세상에서도 영혼에 원기가 있어서 자손에게 많은 복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