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3. 불명산(480m)
(전북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운주면 장선리)
스트레스 많았던 일주일! 마음은 이미 산을 오르다
전라북도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와 운주면 장선리 경계를 이루는 불명산은 금남정맥의 맹주 운장산(1126m)이 모산이다. 운장산 서봉에서 북쪽으로 뻗어나간 금남정맥 능선이 싸리재(약 600m)에 이른 다음 750봉을 일으킨다. 750봉에서 금남정맥을 벗어나 북서쪽으로 가지를 친 능선은 왕사봉(718m)을 지나 칠백이고지(700.8m)에 이르러 남서쪽 운암산으로 능선 하나를 분가시키고 계속 북서쪽으로 나아가 써래봉을 일으키고 용계재에서 잠시 가라앉은 다음 아담한 봉우리 하나를 빚어놓는데 이 산이 불명산 이다.
불명산에서 계속 뻗어나간 능선은 장재봉(487m) 작봉산(418m) 천호산(500m)으로 이어진 다음 산세가 현저히 낮아지며 그 여맥을 서해에 가라앉힌다. 이 산줄기를 금남기맥 산줄기라고 부른다. 불명산은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오르는 산은 아니지만 머잖아 사람들로 줄을 이을 좋은 산이다. 불명산은 작지만 절승의 화암사 계곡을 품고 있고 높은 산에서나 볼 수 있는 산죽나무가 유난히 많다. 금남기맥 산줄기인 능선에 서면 오름내림이 심하지 않아 초급자도 어렵지 않게 갈 수가 있다. 태고적 자연미가 살아있는 능선을 걷게 되면 몸과 마음이 절로 차분히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산이다.
화암사 주차장에서 산행이 시작된다.(10:10) 오늘 산행은 김상운 대전등산연합회 사무국장, 황점수 선임총무, 청산산우회 곽명신 회장과 김봉근 고문 그리고 효산산악회 황중모 고문 모두 6명이 함께 했다. 주차장 오른쪽 널찍한 길을 따라 계곡 속으로 들어섰다. 계곡의 물은 맑고 깨끗하다. 이 계곡은 정오에만 잠깐 햇볕이 들고 곧바로 그늘이 저서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 있는 곳이라고 한다. 계류를 건너는 콘크리트 전신주 다리를 지나 금방 오른쪽으로 또 계류를 건너자 오른쪽 계곡 입구에 약 15m쯤 되는 와폭이 반겨준다. 와폭을 뒤로하고 조금 더 올라가니 협곡이 나타나고 절벽 아래로 아름다운 수직 폭포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수직 폭포 왼쪽으로 철계단이 놓여있어 철계단으로 올라간다. 철계단을 타고 폭포 상단에 오른 다음 왼쪽으로 다리를 건너듯 소 위를 통과하자 두 번째 수직폭포가 나타난다. 폭포 물줄기를 바라보며 철계단을 오르지만 입맛이 영 개운치 않다. 이곳 협곡은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곳이라 철계단이 있기에 오를 수 있어 협곡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었지만 철계단이 아름다운 협곡을 망가트린 셈이다. 특히 둘째 폭포는 철계단 때문에 아름다움이 80%는 감한 것 같았다. 화암사 이르기 직전에 왼쪽으로 세 번째 수직폭포가 나타나 기쁘게 해준다.
바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고색창연한 화암사에 이른다.(10:25) 화암사는 신라 진덕여왕 3년(649년)에 창건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원효대사, 의상대사가 이 사찰에서 수도했다는 기록이 있다. ‘불명산 화암사’ 현판이 걸려있는 우화루는 보물 662호로 지정되어 있다. 꽃비가 내린다는 우화루는 조선 광해군 3년(1611년)에 다시 세운 2층 공중누각식 건물이다. 2층이 뜰을 사이에 두고 극락전과 평행으로 마주하고 있어 마당과 2층 마루가 붙어있는 것이 특이하다. 보물 633호인 극락전은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하앙식 구조물로 조선 선조 38년(1605년)에 새로 지은 것이다. 극락전은 목조 건축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고 관세음보살상을 모셨다.
10분쯤 화암사를 둘러보고 우화루 맞은편 산길로 발길을 옮긴다.(10:35) 산길에는 표지 리본이 붙어있다. 산죽나무가 많은 좁은 산길로 금방 산등에 오른 다음(10:40) 왼쪽 고스락으로 뻗은 산길로 방향을 튼다. 계속하여 산죽이 군락을 이룬 산길을 오른다. 산길은 경사 급한 곳도 많았지만 6명 모두 산을 잘 타는 베테랑 산꾼 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잘 올라간다. 작은 바위가 자리잡은 가파른 길을 지나(10:48) 칠백이 고지에서 뻗어나온 능선이 보이면서 산길은 산등 사면에 나있었다. 금방 능선에 이르러 왼쪽 능선을 타고 바로 불명산 고스락에 올라섰다.(11:00)
고스락에는 봉화대 축대가 있고 참나무로 둘러싸여 조망은 시원치 않았다. 나뭇가지 사이로 전망이 열려 남쪽으로 써래봉이 날카로운 톱니같은 형상으로 아름다움을 뽐내고 동으로는 선야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북쪽 조망은 시원하게 열려 화암사 골짜기 너머로 미륵산과 장재봉이 조망되고 시루봉은 피라미드 형상이다. 10분간 조망을 즐긴 후 시루봉으로 뻗은 능선을 타고 나아간다. 곧 나무사이로 거대한 바위덩어리 같은 천등산의 위용이 다가온다. 곧이어 암릉을 타고 4분쯤 내려서다가(오른쪽 사면으로 우회하는 길 있음) 작은 봉우리를 올라갔다. 천등산은 더욱 가까워지고 화암사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시루봉도 뾰족한 자태로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고 17번 도로 건너편의 장재봉도 모습을 드러낸다.
작은 봉우리를 내려설 때 장재봉을 중앙으로 왼쪽에 미륵산과 오른쪽 시루봉이 마치 독수리가 날개를 펴고 먹이를 낚아채는 형상이라고 김상운 사무국장이 말을 한다. 모두들 수긍하며 아름다운 산들의 모습에 탄성을 지른다. 두 번째 올라선 작은 봉우리에서는 분재 같은 소나무가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 볼만했다. 화암사 산세가 고운 자태로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잠시 조망의 즐거움에 빠져든 후 5분쯤 내려선 다음 11분 정도 올라가 오래된 삼각점이 박혀있는 시루봉을 밟았다.(11:35) 삼각점에는 건설부 445복구. 74.9라고 쓰여 있다.
조망을 해본다. 북쪽은 나무를 베어내 조망이 괜찮았다. 위풍당당한 천등산과 철옹성같은 대둔산이 잘보인다. 운주면 일대가 발아래 놓여있고 운주에서 양촌가는 도로가 실낱처럼 내려다보인다. 북서 방향으로는 장재봉이 뾰족하게 시야에 들어오고 서쪽으로 바위산인 미륵산이 독특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점심식사를 하고 하산에 들어간다.(12:20) 미륵산으로 뻗어나간 금남기맥 능선을 타고 8분쯤 내려서다가 표지 리본이 달린 왼쪽으로 방향을 꺾어 산을 내려간다.(12:28) 경사 급한 산길을 내려오니 계곡이 나타나고 산길은 유순한 평평한 길이 되며 아주 걷기 좋은 길로 바뀐다. 맑은 물에 세수도 하며 환희의 마음으로 걷다보니 어느새 화암사 주차장이다.(12:50) 산행을 시작할 때는 한대도 없던 차가 관광버스 1대를 포함하여 6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불명산은 적은 산행 시간으로 원점회귀 산행을 할 수 있고 오르고 내림의 기복이 심하지 않아 산행이 수월하여 초심자나 노약자에게도 어울리는 산이다. 특히 보물을 두 점이나 간직한 고색 창연한 화암사를 거느리고 빼어난 협곡에다 아름다운 폭포를 품고 있고 사람의 발길이 거의 없어 태고적 자연미를 갖추고 있는 정녕 아름다운 산이었다.
산길 원점회귀코스
1. 화암사주차장-화암사(20분)-불명산(30분)-시루봉(30분)-
화암사주차장(30분) 약 1시간 50분 소요
2. 화암사주차장-화암사-불명산-시루봉-시루봉과 미륵산 사이 재-
화암사 주차장 약 2시간 30분 소요
3. 싱그랭이 삼거리 느티나무-화암사주차장-화암사-불명산-용계재-
싱그랭이 느티나무 약 3시간 30분소요
참고사항-폭포의 장관을 볼려면 비온 뒤의 산행을 잡는다. 화암사에서 금남기맥능선까지 길은 산죽이 무성한 좁은 길이라 긴팔셔츠 착용
교통
대중교통- 대전서부시외터미널에서 1일 6회(07:20-19:50) 운행하는 운주행 버스이용(1시간 소요)하여 하차. 이어 운주 정류소에서 1일 17회 운행하는 전주행 시내버스 이용(07:00-21:30)하여 용복주유소에서 하차 다시 싱그랭이 마을로 운행하는 버스(하루 3회 운행) 이용하여 싱그랭이 느티나무에서 하차(2번이나 갈아타기 때문에 불편하다)
자가운전-대둔산을 지나 대둔산과 천등산 사이 괴목동천을 끼고 이어지는 17번 국도를 따라 운주를 지나 말골재를 넘어 약 10분 거리에 이르면 용복주유소가 나온다. 주유소 앞에서 좌회전하여 약 800m쯤 들어서면 화암사 3.5Km라고 쓰인 안내판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