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조직에 있다가 혼자 나오면 그것은 외톨이 이죠.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혼자서 모든 역경을 헤쳐 나가야 합니다.
저는 이런 환경을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그래 이것도 운명이다" 라고요.
내가 스스로 찾아, 계약을 원한 그런 팀에서 내 스스로 나와야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 이였으니까요.
그 후로 저는 혼자서 견뎌야 했습니다. 상황은 나쁘지 않았지요.
그래도 히트 작곡가라는 이름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일감이 들어왔습니다. MBC 일일 드라마 팀에서 주제가를 작곡해 달라는 부탁 이였습니다.
"하얀 민들레" 라고 극작가 신봉승 선생님의 작품인데 작곡의뢰가 들어왔지요. 저는 그 가사를 받아본 순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 이런 것이 전문가가 쓴 가사구나 왜냐하면 전번에도 여러분에게 말씀드렸듯이 저 혼자 작사, 작곡을 해왔기 때문에 다른 분의 가사는 본적도 없고 볼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신봉승 선생님의 가사를 본 순간 어! 이런 세계도 있구나 하고 놀랐습니다. 너무 쉽게 내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지요. 저는 이 가사를 가지고 바쁘게 집에 들어왔습니다.
제 처에게 인사도 하는지 마는지 하고 방에 들어가 10분후에 나옵니다. 저는 악보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하얀 민들레" 가 태어났습니다. 저는 이곡을 진미령이라는 그 당시 신인가수에게 주기로 하고 섭외를 하여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몇 달에 거친 난산 이였습니다. 우리 작곡가들은 작품이 나올 때 산모가 아이를 낳듯이 순산이냐 난산이냐 라고 곧잘 표현을 합니다.
진미령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약속을 어기고 여러번 스케줄을 펑크 냈지만 프로포즈를 하였지요. 심지어는 방송국 에 있는 높은 분들에게도 누구를 시키면 안 되겠냐? 라는 부탁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곡을 쓸 때 진미령이라는 가수를 염두에 두고 작곡을 한관계로 이 노래는 진미령이 아니면 안 되였지요. 저는 기다렸습니다. 그 후 방송을 시작하려는 시간 이틀 전에 아슬아슬하게 진미령이 나타났습니다.
저는 이 신인가수를 심도 있게 가르쳤습니다. 강원도에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모습으로 이 노래를 부르도록 지시를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모르던 가수는 나중에는 이 말을 이해하고 눈물을 흘리며 이 노래를 취입 했습니다. 그때는 모든 음악녹음을 레코드 회사에서 제작을 할 때였는데 그때 저는 유일하게 제 사비를 들여 이곡을 취입했습니다. 저의 행동의 자유로움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였는데 그 당시 여러분들이 제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제 돈으로 녹음을 한 이곡을 가지고 그 당시 제일 잘 나가던 회사인 '오아시스 레코드'를 찾아갑니다. 손진석 사장님(사진)이셨는데 저는 이 분을 처음 보았습니다. 인사를 마친 다음 저는 누구누구라는 사람인데 사장님에게 이 곡을 들려 드리려고 왔습니다. 이 곡을 들어 보신 후 마음에 드시면 구입을 하십시오. 라구요..그런데 레코드 사장님이라는 분들은 다들 끼가 있었습니다.
이 곡을 들어본 손 사장님은 저에게 물었습니다.
이 곡 얼마면 파시겠습니까?
모든 작곡가들이 이 분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들어 절절매던 시절 이였는데 그것은 이분들이 손 사장에게 작곡한 음악을 들려 드린 것이 아니고 악보를 주면서 이곡은 누구누구에게 주면 대박이 날것이라는 뜬 구름 같은 이야기만 하던 시절 이였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신인 작곡가가 나타나 완성 된 곡 을 들려주며 거래를 하자니까 처음에는 매우 당돌하게 느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 "250만원이요"
손사장 말씀 "뭐요" "250만원이요?"
1978년 일반 봉급자의 급여가 약 4, 5만원 그 당시 공식적인 작곡료가 많아야 5만원하던 시절 이 였으니 놀랄 만도 하지요.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사장님! 저는 이곡을 제 돈을 들여서 녹음을 하였습니다. 녹음을 완성한 곡을 들어보시고 마음에 드시면 사면되고 마음에 안 들면 안사시면 되는 겁니다." 라고요. 누구든지 완성된 곡을 들어보면 좋다 나쁘다는 결과를 말합니다. 그러나 악보만 가지고는 이러한 판단을 할 수가 없지요.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손 사장이 안쪽을 보며 말했습니다. "어이 박 부장! 이 곡 사세요..."
저는 그 당시 남들은 꿈 도 못 꾸는 방식으로 "하얀 민들레" 를 내 돈으로 취입을 하여 국내 제일가는 레코드 사장을 만나 최고의 금액으로 거래를 했습니다. 이 방식은 제가 생각한 방식으로 아마 그 당시뿐이 아니고 한참 동안 작곡가 들 사이에 이 이야기가 돌아다녔습니다. 그 후에 이 드라마가 히트를 치고 진미령이 부른 "하얀 민들레" 도 히트를 친 다음 문화방송에서 또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이번에는 당신이 알아서 작사, 작곡은 물론 가수까지 알아서 하라는 부탁을 받았지요. 저는 내친 김에 또 신인가수를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당시 "그때 그 사람을" 불러 막 인기를 끌기 시작한 가수였는데 이름은 심수봉 씨 였습니다. 저는 이 가수에 곡을 주기로 작정하고 이 가수에 맞추어 작사, 작곡을 했습니다.
드라마 제목이 "당신은 누구 시 길래" 였는데 저는 이 노래 를 심수봉 씨 에게 맞추어 작곡을 했습니다.그 녀를 만나 이 곡을 들려주니 아주 좋아했습니다. 그 때만해도 그 녀가 아주 인기 있는 가수는 아니 였으니까요.
그 당시 그 녀는 '지구 레코드'라고 임정수 사장님이 운영하는 회사로.. 앞에 말씀드린 '오아시스 레코드' 하고는 라이벌 관계인 큰 회사였지요. 저는 내친김에 이 노래도 내가 돈을 내어 만들어 전번과 같이 팔아보자 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했습니다. 음악을 녹음 한 후에 저는 '지구 레코드'를 찾아가 인사를 드렸습니다.
"사장님! 이 음악을 한번 들어보시고 마음에 드시면 사시고 마음에 안 들면 안 사셔도 됩니다."
그 음악을 심각하게 들어본 지구레코드 사장님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이 곡 얼마예요" 저는 일관성 있게 말씀드렸습니다. 지난번 오아시스 레코드와 같은 가격으로 말입니다. "예 사장님 250만원입니다"
지구 레코드 사장님 이 저를 놀란 듯이 쳐다보더군요.
"뭐요! 250만원?"
- 당신은 누구시길래 -
작곡, 작사: 유승엽 . 노래: 심수봉
"당신은 누구시길래
내마음 가져갔나요
당신 때문에 울고 있어요
당신 때문에 웃고 있어요
당신은 누구시길래
내마음 애태 우나요"
거울에 비친 그리움은 누구일까
다가와 눈을 보면
알 수가 있을거예요
누구시길래 믿고 싶을까
누구시길래 사랑했을까~~
첫댓글 계속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어떻게 이렇게 자세하게 기억을 하고 계시는지...................
그 옛날 스쳐지나가며 알던 곡들이 고향친구처럼 막막 친근하게 다시금 다가옵니다...
풍경소리도 그래도....당신은 누구시길래..이마음 가져 가나요...사랑때문에 울고 있어요 사랑때문에 웃고 있어요....당신은 누구시길래..이마음 가져가나요....세월이 흐른 지금에도....구슬픔니다......................
기억력과 체력은 타고 나신거 같아요, 연예가 중계를 보는 것 같습니다.
오래된 애기인것 같은대 생생하게 전부 기억 하고 계시네요 많이 듣던 노래였는대 그렇게 탄생 했네요
왜 권튤립님이 생각이나지.
이 대목에서 왜 권대표님이 생각이 나실까요 그 이유가 뭐지요
숲속의소리 송년회때 이 노래 하신게 떠올랐어요. ^ ^
그랬어요? 전 왜 기억이 없을까요? 릴리님은 기억력이 탁월 하십니다... *^^*
선생님의 글을 읽다보면 항상 느끼지만 정말 대단하세요...
가수를 지정하고 곡을 쓰서 대힛트를 한 대목에서 선생님의 집념과 배짱 가슴이 뭉클합니다. 어느 분야든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께 많은 것을 배웁니다.
선생님에대해서 알고보니 정말 대단하시단 생각듭니다.참으로 좋은 인연 감사하다고 고개숙여 기도합니다.
수십년이 흘러도 심장속 뼈속까지 와닿는 노래입니다.. 작곡가의 감성이 녹아있음을 같이 느낍니다.. 유승엽 선생님 건강하세요.. 저는 김범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