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석면 피해가 있다는 검진 결과를 통보받은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웅포마을 주민들이 2일 마을 노인회관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보배 객원기자
부부와 부자, 모자, 형제 등 가족 구성원이 동시에 석면 관련 질환에 걸린 사례도 적지 않았다. 보령시 청소면 논향마을 토박이인 신인철(56)씨는 '석면 노출로 추정되는 흉막반 증상이 관찰됐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폐를 감싸고 있는 흉막이 석면 때문에 판처럼 두꺼워졌다는 것이다. 신씨는 "아버지와 큰아버지 역시 환갑도 되기 전에 폐병으로 돌아가셨고, 그동안 숨진 마을주민의 70% 이상이 폐병으로 숨졌다"고 말했다.
보령시 오천면 교성리 주민들의 경우, 오영진(59)·김영옥(여·58) 부부를 비롯해 부부 네 쌍이 석면폐(폐에 석면이 쌓여 폐가 딱딱하게 굳고 하얗게 변하는 것)와 폐섬유화 같은 진단을 받았다.
한때 아시아 최대의 석면광산으로 불리던 '광천 석면광산'이 있던 홍성군 광천읍 덕정마을도 사정은 비슷했다. '폐에 석면이 침투해 폐가 섬유처럼 딱딱해졌고, 폐에 종양 같은 크고 작은 망울들이 여럿 발견됐다'고 통보 받은 정지열(67)씨는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는데 그저 막막할 뿐"이라고 했다.
홍성군과 보령시 주민들의 석면 질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지난 한 해 동안 이슈로 다뤄졌던 부산 연산동의 석면공장(제일화학) 사례와 비교하면 잘 알 수 있다. 동국대 안연순 교수(산업의학과)는 "흉부 X-레이 촬영 결과 이들 5개 마을 주민들은 조사대상 215명 중 110명에게서 석면관련 질환이 발견된 반면 연산동 주민의 경우 197명 가운데 17명만 발견됐다"고 전했다.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 마을의 석면 공포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은 마을 곳곳에서 확인됐다. 석면광산은 1930년대부터 운영되다 대부분 1970~1980년대에 중단됐지만, 복구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보령시 오천면 웅포마을의 경우, 마을회관에서 불과 10m 떨어진 거리에 석면 돌덩어리가 수북이 쌓인 채 길거리에 방치돼 있었다. 홍성군 덕정마을 인근 폐광은 갱내 40m 가량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접근이 자유로웠다. 폐광의 벽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쉽게 부스러졌고, 석면가루가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홍성군 등 충남 서부지역의 15개 석면광산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21개 석면광산이 가동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준선 의원(
한나라당)은 "전체 석면 광산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피해 보상규정 등을 담은 석면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첫댓글 여러분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네여 건강하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