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당선시인으로 뽑힌 이윤학씨의 응모작 가운데 '청소부', '제비집', '달팽이의 꿈'은 특히 재미있다. 확실히 이윤학씨의 작품들은 시도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된다.
그 재미는 무엇보다 인간과 사물에 대한 구체적이면서도 따뜻한 애정에서부터 나온다. 시인은 때론 청소부가 되기도 하고, 제비가 되기도 하며, 달팽이가 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상상력이 유연하게 성장하여 청소부의 삶, 그리고 제비와 달팽이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독특한 시적 공간을 빚어내는 것이다. 이런 공간을 만남으로서 우리는 참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잠시 경건해진다. 시가 우리에게 주는 올바른 기능이다. 좋은 깨끗한 새 시인을 만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 심사위원 ; 정현종, 신경림, 김주연
- 아래에 모 잡지사와의 인터뷰 기사를 참고로 올립니다.
"눈보라치는 벌판 한가운데/끝없이 나 있는 좁은 길바닥/내 맘을 따라온 발자국들/흩어지고 흩어지고 있다//나는 내가 아니기를/얼마나 오랫동안 바라고 있었던가" ( '눈보라' 중) 그의 시는 어린 시절 상처, 이를 헤집어 키워온 아픔이다.
시인 이윤학(35)씨를 보면 화가 이중섭이 생각난다. 일본으로 돌아간 일본인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그림을 그렸던 이중섭처럼 이윤학은 경주 처가에 내려간 아내와 아들(11), 딸(3)을 그리며 시를 쓴다. 이중섭이 서울 변두리 판자촌에서 외로움을 술로 달랬 듯 이윤학은 안양시 어느 산자락 슬라브 지붕밑에서 혼자 소주를 마신다. 이중섭이 일본으로 건너갈 배삯을 마련하기위해 그림을 팔았듯 이윤학은 아이들 교육비를 위해 내키지않는 강사(안양예고)노릇을 하고 있다. "시를 쓰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자존심이죠. 다른 것을 하면 돈은 잘 벌겠지만…. 읽어줄 한 사람만 있어도 시를 쓸 겁니다. " 이씨의 큰 눈은 흐리면서 깊다. 그러나 시를 얘기할 때면 결의로 번득인다. 전철 1호선 관악역에서 내려 석산 자락으로 30분을 걸어들어가야 하는 외진 공간에 세들어 사는 것도, 보고싶은 가족들을 멀리 보낸 것도 모두 시를 위해서다. "눈보라치는 벌판 한가운데/끝없이 나 있는 좁은 길바닥/내 맘을 따라온 발자국들/흩어지고 흩어지고 있다//나는 내가 아니기를/얼마나 오랫동안 바라고 있었던가" ( '눈보라' 중) 그의 시는 어린 시절 상처, 이를 헤집어 키워온 아픔이다. 1990년에 등단해 최근(2000년) 네번째 시집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 와 산문집 '거울을 둘러싼 슬픔' 을 내놓았다. "시는 세상에 대한 짝사랑" 이라는 이씨의 가장 가까운 벗은 술이다. "밥이자 반찬" 이라는 술이 들어갈수록 말은 어눌해지고 표정은 진지해졌다. 그의 절창(絶唱)은 속으로 타들어가는 고통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