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불구 초등생 해외영어연수열기 뜨겁다
고유가에 따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영어교육 강화 정책 등의 영향으로 지역 초등생 단기 해외영어연수 열기는 오히려 더 뜨거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6월 지역 여권발급자 수는 총 1만4천85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만308건의 73.1% 수준이다.
이 가운데 초등학생 비율은 전체의 9.58%인 1천423건으로, 전체 발급자의 9.53%를 차지했던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에 그쳤지만 이는 전체 발급 건수가 감소한 것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이처럼 지난 2003년 이후부터 계속 증가세를 보이던 여권발급자 수는 최근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줄었지만, 방학을 앞둔 초등학생들은 여전히 많은 인원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 관계자는 지역 어학 및 유학 업계는 이 중 여행 목적이 아닌 단기 어학연수를 위해 해외로 떠나는 초등학생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보고있다.
지역 중소규모 외국어학원을 대상으로 단기 어학프로그램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LJ글로벌에듀 장지혁 대표는 “올해 국내경기 악화로 인해 인원이 줄 것으로 보고, 신청인원을 지난해의 60% 정도인 30명 선으로 예상했다”며 “연수 가격이 330만원 선(필리핀·4주 기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10%정도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참가 신청인원은 벌써 50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처럼 국내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초등학생 해외영어연수가 줄지 않는 것은 새 정부의 영어교육강화정책도 한 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 국제유학원 배주홍 대리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영어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이후 초등학생 자녀의 영어연수, 유학 등에 관한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상담건수는 지난해보다 더 는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영어 연수는 조기에 갔다 와야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에 힘입어 중학생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문의전화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수성구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장모(여·42) 교사는 “교육열이 높은 지역이어서인지 올해도 단기 외국연수나 영어캠프에 참가한다는 학생들이 고학년 기준으로 학년별 서너명 정도에 이른다”며 “타 학교에 근무하는 동료교사로부터 ‘방학 전 필리핀, 미국 등으로 서둘러 연수를 떠난 학생들도 일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부모들은 체험학습 시간으로 처리하고 나머지는 결석처리가 되더라도 외국으로 보내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학부모 장순란(39·대구시 동구 지묘동)씨도 이번 방학을 맞아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를 필리핀으로 보낼 지 심각히 고민 중이다.
장씨는 “캐나다나 뉴질랜드 등에 비해 가격이 싼 데다 생각보다 환경이 괜찮다는 얘기가 들려 정보를 알아보고 있는 처지지만, ‘비싸다’면서도 너도나도 보내는 현실을 생각하면 씁쓸하다”며 “정부의 영어 몰입교육이 결국 사교육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