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탄잘리
《기탄잘리》는 ‘신(神)에게 바치는 찬송가(讚頌歌)’라는 뜻으로, 157편을 수록하여
1910년에 출판하였다. 그 중에서 57편을 추려 타고르 자신의 영역(英譯)으로
1912년에 영국에서 출판하였고, 1913년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유럽에서도 절찬을 받았다. 기독교인 들은 기탄잘리를 하나님에게 바치는
찬송가로 해석함이 당연한 것이다.
영역판에 수록된 시에는 제목이 없고 번호만 붙였다. 모두가 종교적이고
상징적인 것으로, 원시(原詩)의 유려한 운율과 힘찬 것을 잃은,
박력이 결여된 점이 있다고는 하나, 이는 영역이라기보다 영어에 의한
새로운 작품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신(神)에의 귀의(歸依)와 열렬한
경애(敬愛)의 정(情), 즉 뜨거운 신앙을 뼈대로 한 이 시집에는
“나는 당신을 모든 면에서 보며/모든 면에서 당신과 교제하며/밤낮을 가리지 않고
당신에게 사랑을 바칩니다”에서 보여주듯 경건하면서도 감미로운 시가 많다.
한국에서는 1923년 김억(金億)이 이문관(以文館)에서 간행한 번역본이
최초의 것이다. 타고르의 《기탄잘리》는 한용운(韓龍雲) 등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Gitanjali(기탄잘리) - 신에게(하나님에게) 바치는 찬송가
기탄잘리 1 - 신의 은총이 무한함을 강조
당신은 나를 무한케 하셨으니 그것은 당신의 기쁨입니다.
이 연약한 그릇을 당신은 비우고 또 비우고 또 비우시고
끊임없이 이 그릇을 싱싱한 생명으로 채우십니다.
이 가날픈 갈대 피리를 당신은 언덕과 골짜기 넘어 지니고 다니셨고
이 피리로 영원히 새로운 노래를 부르십니다.
당신 손길의 끝없는 토닥거림에 내 갸날픈 가슴은
한없는 즐거움에 젖고 형언할 수 없는 소리를 발합니다.
당신의 무궁한 선물은 이처럼 작은 내 손으로만 옵니다.
세월은 흐르고 당신은 여전히 채우시고
그러나 여전히 채울 자리는 남아 있습니다.
기탄잘리 2 - 신과 인간과의 친근성 강조
당신이 내게 노래를 부르라실 때
내 가슴은 자랑스러움으로 터질 것 같고
나는 당신 얼굴을 올려다 보며 눈물을 흘립니다.
내 생명 속 거칠고 어긋난 모든 것들이 한줄기 감미로운 화음으로 녹아들고
- 나의 찬미는 바다를 날으는 즐거운 새처럼 날개를 폅니다.
당신이 내 노래에 즐거움을 얻으심을 나는 압니다.
오직 노래를 부르는사람으로 내가 당신 앞에 나아감을 나는 압니다.
활짝 편 내 노래의 날개 끝으로 나는 감히 닿을 수 없는 당신의 발을 어루만집니다.
노래 부르는 즐거움에 젖어 나는 넋 잃고 내 주이신 당신을 친구라 부릅니다.
기탄잘리 4 - 내 영혼을 늘 맑게 정화 시킨 건 신이다
내 생명의 생명이여,
내 몸을 끝없이 정결케 하오리니,
내 몸 사지에 당신의 생생한 어루만짐을 알기 때문입니다.
내 생각으로부터 모든 거짓됨을 씻어내게 하오리니,
내 마음 속 이성의 등잔에 불을 켜신 그 진리가 당신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내 가슴으로부터 모든 죄악을 몰아내도록,
그리고 내 사랑이 꽃피도록 하오리니,
기탄잘리 5 - 신과 인간의 영적인 편안한 대화, 동행
나는 잠시 동안이나마 당신 옆에 앉을 은총을 구합니다.
지금 하던 일은 뒷날 마치겠습니다.
당신의 얼굴 모습으로부터 떨어져 있으면
내 가슴은 안식도 휴식도 없고,
나의 일은 가없는 고통의 바닷속 끝없는 고통이 됩니다.
오늘 여름은 산들거리고 속삭이며 내 창가에 왔고
벌들은 꽃덤불 정원에서 부지런히 시를 읊습니다.
지금은 말없이 당신과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이 조용하며 넘치는 안일 속에서 생명의 헌사를 노래할 시간입니다.
기탄잘리 7 - 신(하나님) 앞에서 한 없이 겸손해진 시인
내 노래는 그녀의 장식을 떼어내 버렸습니다.
그녀는 옷과 치장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장신구는 우리의 결합에 상처를 내고
당신과 나 사이에 끼어들 것이며
그것들의 짤랑거리는 소리는 당신의 속삭임을 파묻을 것입니다.
내 시인의 허영은 당신의 모습 앞에서
부끄러이 사라집니다.
오, 위대한 시인이여,
나는 당신 발치에 쓰러졌습니다.
오직 당신이 음악으로 가득 채우는 갈대피리처럼 내 삶을 단순하고 곧바르게 하옵소서.
기탄잘리 8
귀공자의 옷으로 치장하고 목 둘레를 보석으로 사슬한 어린이는
놀이에도 즐거움이 전혀 없습니다. 그의 옷이 걸음마다 그를 옥죄입니다.
혹 닳아버릴까, 흑 흙으로 더러혀질까 두려워하여
그는 세상으로부터 같이 움직이는 것조차 겁을 냅니다.
대지의 싱싱한 흙으로부터 차단된다면,
평범한 삶의 위대한 전람회에 입장할 권리를 빼아아버린다면,
어머니, 당신의 장신구 끈은 아무 소용도 없습니다.
기탄잘리 9
오, 어리석은 자여, 그대 어깨 위로 그대 스스로를 떼메고 가려는가!
오, 거렁뱅이여, 그대 집 문 앞으로 구걸하러 오는가!
그 모두를 쥘 수 있는 그의 손에 그대의 모든 짐을 맡기고 후회로 되돌아보지 말라.
그대의 욕망은 숨을 뿜어 등잔불을 이내 꺼버린다.
그것은 불경한 짓 - 그 더러운 손으로 그대의 선물을 잡지 말라.
오직 신성한 사랑이 주는 것을 받으라.
기탄잘리 12
내 여행시간은 길고 그 길은 멉니다.
나는 태양의 첫 햇살을 수레를 타고 출발하여
숱한 항성과 유성에 내 자취를 남기며 광막한 우주로 항해를 계속했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가까이 가는 것이 가장 먼 길이며
그 시련은 가장 단순한 가락을 따라가는 가장 복잡한 것입니다.
여행자는 자기 문에 이르기 위해 낯선 문마다 두드려야 하고
마지막 가장 깊은 성소에 다다르기 위해 온갖 바깥 세계를 방황해야 합니다.
눈을 감고 "여기 당신이 계십니다!"고 말하기까지 내 눈은 멀리 멀리 헤매었습니다.
물음과 외침, "오, 어디입니까!"는 천 갈래 눈물의 시내로 녹아내리고
"나 여기 있도다"란 확언이 홍수로 세계를 범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