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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산, 백운산, 국망봉, 운악산을 지나 포천에서 의정부를 잇는 축석령을 넘으면 이 땅의 수도 서울로 이어진다. 백두대간의 정기가 도봉, 삼각산(북한산) 솟구치고 노고산 지나 비산비야의 고양 땅을 누비다가, 그래도 아쉬운 듯 견달산, 고봉산을 빗고 한강 하구 장명산에서 그 흐름을 멈춘다. 도상거리 약 236km 산줄기다. 그중 종주 가능한 산줄기는 수피령부터 약 160km의 산줄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장명산을 답사한 결과 한강 하구에서 한북정맥 챌봉이 발원지인 곡릉천을 타고 한참 내륙으로 들어온 곳 곡릉천변 남쪽에 있는 산이다. 그러므로 엄밀히 따진다면 그 당시에 수도를 지키는 수호신격인 도봉산·삼각산(북한산)을 산경표에 끌어들이기 위해 지금의 한북정맥이 된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더욱 더 산줄기 형태가 뚜렷해 생활권을 가르는 경계(수도권과 파주권)를 분수령으로 한북정맥의 산줄기가 그려진 것 같은 생각을 해본다.
산경표의 원리대로 한다면 도봉산 오기 전 한강봉과 챌봉 사이에서 서진하는 산줄기를 따라 고령산(앵무봉), 개명산, 박달산 어깨 월롱산, 기간봉을 지나 한강 하구에 있는 오두산(鰲頭山) 통일전망대에서 끝나야 맞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산경표에서 확인해 봐도 장명산은 교하 동쪽 3리에 있는 산이라 표기하고, 오두산은 교하 서쪽 7리이고 한수단강합기하(漢水江合其下)라고 표기하고 있다. 즉 장명산은 교하마을에서 동쪽 즉 내륙으로 3리(1리는 약 0.54km, 1.62km) 떨어져 있고 오두산은 교하마을에서 서쪽으로, 즉 바닷가로 7리(3.78km) 떨어진 곳에 한강물이 여울지는 두 강(임진강과 한강)과 합쳐지는 그 아래에 있다고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임진강을 한강의 지류로 보지 않고 원류로 본다면 오두산으로 가는 산줄기가 온전한 한강의 북쪽 울타리가 될 것이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박성태 선생이 <신산경표>를 집필할 때 이 오두산으로 가는 산줄기를 신한북정맥으로 발표했다. 신한북정맥에 의하면 도상거리 224km로 한북정맥보다 약 12km 짧으며, 종주 가능한 산줄기는 약 148km이다.
지형도에 나오는 한북정맥의 흐름
산경표에 나오는 산줄기의 흐름을 살펴보면 백두대간 분수령에서 분기해 천산(泉山), 쌍령(雙嶺), 전천산(箭川山), 수간산(水干山), 여파산(餘破山), 오갑산(五甲山), 충현산(忠峴山), 불정산(佛頂山), 대성산(大成山), 백운산(白雲山), 망국산(望國山), 운악산(雲岳山), 주엽산(注葉山), 축석현(祝石峴), 불곡산(佛谷山), 홍복산(弘福山), 도봉(道峯), 삼각산(三角山), 노고산(老姑山), 여산(礪山, 礪峴), 견달산(見達山), 고봉산(高峰山), 장명산(長命山) 이상 23개이며 현재도 사용하고 있는 지명을 보면 쌍령, 대성산, 백운산, 망국산, 운악산, 주엽산, 축석현, 불곡산, 홍복산, 도봉, 삼각산, 노고산, 견달산, 고봉산, 장명산 이상 15개다.
국립지리정보원에서 발간한 5만 분의1 지형도를 가지고 한북정맥의 구체적인 흐름을 알아보는데, 북한에 소재하거나 민통선 등으로 답사가 불가능한 산줄기는 생략하고 답사 가능한 수피령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복계산 어깨로 오른 한북정맥은 뚜렷한 산줄기가 계속되다 수도권을 지나면서는 신도시개발로 산줄기가 실종 된 구간이 많다. 그런 구간은 전체적인 뼈대만 이야기하기로 한다. 이럴 경우 지형도는 도엽명 화천, 갈말, 일동, 포천, 성동, 서울, 김포, 개성, 문산 9장을 준비하면 된다.
강원도 땅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에서 철원군 근남면 육단리를 넘는 56번국도 수피령에서 서쪽으로 군계를 따라가며 1000고지 이상 솟구친 봉우리들이 계속된다. 복계산 어깨 복주산, 하오현, 회목봉, 회목현, 상해봉 어깨 광덕산에서 경기도와 강원도의 도계를 따르며 고도를 낮추어 광덕현, 백운산, 도마치봉에서 경기도내로 들어가 포천과 가평의 경계를 따라간다. 신로령, 국망봉, 민둥산, 도성고개를 지나 800m급 봉우리로 낮아진다. 강씨봉, 한나무봉, 오뚜기고개, 청계산, 길마고개, 길마봉, 노채고개로 떨어졌다가, 원통산, 운악산, 봉수고개로 내려와서는 명덕봉을 밀어 올린 후 더욱 힘을 주어 600m급 봉우리들을 빚는다.
이후 수원산, 국사봉, 큰넉고개, 작은넉고개로 자지러졌다가 다시 600m급인 죽엽산을 솟구쳤다가 힘에 부쳐 비득재로 뚝 떨어진다. 그런 뒤 좀처럼 고도를 높이지 못하고 200m급 산줄기를 형성하면서 고모루산성, 43번국도, 축석령, 백석이고개를 지나 100m급으로 낮아져 양주시 주내 들판 고읍지구신도시를 관통한다. 비산비야 밭 농장 등이 계속되며 덕고개, 막은고개, 큰테미, 회천지구신도시 경원선 철로를 건너 고개 같지 않은 3번국도 샘내고개를 지난다. 그리고는 청엽굴고개를 지나 불곡산(임꺽정봉) 하나 달랑 올려치고는 다시 자지러들어 360번 지방도로로 내려서 산성 작고개에서 가까스로 400m급 봉우리들로 끌어올려 호명산, 한강봉, 꾀꼬리봉에서 서쪽으로 오두산으로 가는 산줄기를 흘리고 남진한다. 서울교외선철로 39번국도 울대고개에서 그동안 비산비야를 달려오며 숨고르기를 한 다음 힘차게 산줄기를 밀어 올리기 시작한다.
사패산, 도봉산에서 수도 서울로 들어가 우이암, 우이령에서 양주시와 고양시의 경계를 따라 상장봉을 지나 솔고개(다리고개)로 내렸다가, 노고산에서 고도를 급격히 낮추어 371번지방도로로 내려서면서부터 비산비야를 달리는데, 너무나 만신창이가 되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다. 1번국도, 숫돌고개, 삼송지구신도시, 농협대학교, 한양골프장, 원당지구신도시, 교외선철로, 윗배다리, 일산신도시내로 들어가 현달산, 고봉산, 탄현지구신도시, 운정신도시, 장명산, 곡릉천변에서 한북정맥 산줄기가 끝난다.
전자에도 언급했지만 산경표에 의한 한북정맥은 온전한 한강의 북쪽 울타리를 치지 못하고 삼각산으로 왔다. 실제로 한강의 북쪽 울타리로 치는 신한북정맥의 흐름을 보려면 5만 분의1 지형도 문산·서울·개성 3장을 준비하면 된다. 한북정맥 한강봉과 챌봉의 중간 꾀꼬리봉에서 서쪽으로 양주시 백석면과 장흥면의 경계를 따라 고령산(앵무봉)어깨 개명산, 367번지방도로, 됫박고개, 박달산어깨, 미륵당도로를 지나 파주군 조리면과 광탄면의 경계를 따른다.
이후 조리면과 월롱면의 경계를 거쳐 월롱면내로 들어가 경의선철로, 1번국도, 다락고개, 월롱산에서 다시 경계를 따라 기간봉, 21번군도, 359번지방도로, 바구니고개, 보현산, 통일동산자유로를 건너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임진강과 한강을 만나 이마를 맞대고 바다로 잠수하는 약 40km의 산줄기를 걸으며 신한북정맥을 종주하게 되는 것이다.
한북정맥의 지리적인 고찰
한강의 온전한 북쪽 수계를 이루고 있는 한북정맥은 필자가 종주할 당시만 해도 도시개발이 덜 이루어져 비록 낮은 구릉성 산지일망정 명확한 마루금이 있었다. 허나 지금은 엄청난 개발에 힘입어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한 곳이 비일비재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감지를 못할 뿐 물길을 돌려놓았든 평지를 만들었든 물가름의 마루금은 지구의 물리적인 원리가 바뀌지 않는 한 어딘가에는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그런 물길은 어느 누구도 안다고 자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필자는 국립지리원 5만 분의1 지형도를 따라가며 지리적인 현황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북정맥을 중심으로 북쪽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수피령, 복주산, 회목봉, 상해봉, 광덕산까지 남대천으로 흘러들어 김화들판을 적시며 한탄강으로 합류된다. 이 물이 강원도 제1평야인 철원평야를 아우르니 과연 궁예가 옛도읍지로 정할 만하다. 광덕현, 백운산, 국망봉, 도성고개 북쪽의 물은 직접 영평천으로 흘러들어 포천군 이동 들판을 살찌운다. 강씨봉, 청계산까지는 수입천으로 흘러들어 포천군 일동 들판을 적신다. 운악산, 수원산까지는 명덕천을 이루며 흐르다가 화현 들판을 적시고 포천천으로 흘러든다. 국사봉, 죽엽산, 축석령까지 포천천으로 흘러들어 드넓은 포천 들판을 적시며 영평천으로 합수한다.
이후 비산비야를 달리며 샘내고개, 불곡산, 호명산, 한강봉, 꾀꼬리봉까지 신천(강화천)으로 흘러들어 동두천시를 아우른다. 이 역시 한탄강으로 흘러든 후 연천군 전곡읍 남계리 도감포마을에서 한탄강은 소임을 다하고 임진강물이 된다. 즉 여기까지의 한북정맥 북쪽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예외 없이 전부 한탄강으로 흘러들어 철원·김화·포천의 젖줄이 되고 있다. 이 한탄강의 북쪽과 임진강의 남쪽으로는 차탄천이 연천과 전곡들판의 젖줄이 되고 이내 휴전선을 만나 갈 수 없는 그리운 땅이 있다.
이후 챌봉, 사패산, 도봉산, 삼각산(상장봉), 노고산, 1번국도, 숫돌고개를 지나 비산비야 신도시를 관통하며 흘러 한북정맥의 마지막 봉우리인 장명산까지 전부 곡릉천으로 유입되어 드넓은 평야지대인 양주, 고양, 파주시의 젖줄이 되어 흐르다가 한강하구 파주시 송촌동에서 한강물이 된다. 그외 한북정맥에서 분기된 지맥들이 만들어낸 간파천, 노리천이 적성 파평을 살찌우고 임진강으로 흘러든다.
한북정맥 꾀꼬리봉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신한북정맥의 산줄기를 따라가 보면 고령산(앵무봉)에서 월롱산 어름까지 북쪽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전부 문산천으로 흘러든다. 이 물은 광적, 법원, 광탄, 파주, 월롱, 문산 들판을 가로지르며 임진강으로 스며들고, 이후 오두산까지 북쪽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작은 개울들을 이루며 탄현 들판을 일구고 임진강으로 합류해 한강이 된다.
고로 정리해 보면 한북정맥의 북쪽으로 뚜렷한 산줄기는 한탄강이 중심이 되어 그 유역에 김화, 철원, 양주, 포천이 기대어 수많은 민초들이 살아가고 있다. 이후 비산비야 신도시를 달리는 한북정맥은 원형이 훼손되어 정확한 맥이 어딘지는 모르나, 임진강 하류에 고양 파주시가 기대어 민초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북정맥에서 북쪽으로 위치한 지역은 극명하게 대조되는 2부류의 산줄기 흐름이 2개의 강줄기를 경계로 산악지대와 신도시지역을 구분해 주는 지리적 특성이 있다.
한북정맥을 중심으로 남쪽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복주산 전 무명봉까지 전부 화천천으로 흘러들어 북한강에 합수하며 비목의 고향 화천을 이루었고 도마치봉까지는 사내천으로 흘러들어 북한강으로 흡수된다. 바로 그 도마치봉에서 분기한 한북화악지맥이 가평천을 구분지어 주고 동쪽으로 호반의 도시 춘천분지를 살찌운다. 오뚜기령까지 이골 저골로 흘러들어 가평천으로 합수되고 북한강과 만나는 지점에 ‘잣의 고장’ 가평을 이루었다. 이후 수원산까지 조종천으로 흘러들어 낭만의 도시 청평을 만들고 북한강으로 흘러든다.
수원산에서 분기한 한북천마지맥이 만들어 낸 수동천(구운천)과 기타 수많은 개울들이 추억의 대성리유원지와 화도읍 신도시를 만들어내고,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다산문화유적지에서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팔당호를 이루며 비로소 한강 물길이 열린다. 이후 축석령까지는 왕숙천으로 흘러들어 퇴계원, 남양주시, 구리시 등 많은 신도시들을 거느리며 구리시 수택동에서 한강으로 합수된다.
샘내고개, 불곡산, 도봉산, 우이령까지 수많은 개울들이 중랑천으로 흘러들어 양주시 의정부시를 지나 서울 도봉구, 노원구, 성북구, 중랑구, 광진구를 관통한다.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이 발원지인 청계천과 한양대학교 부근에서 합류해 성동구 옥수동 용비교 서남측에서 한강물이 된다. 상장봉, 노고산을 지나 1번국도 숫돌고개에서부터 농협대학교까지 창릉천으로 흘러들어 은평구를 지나 경기도 고양 땅에 이르고, 덕양구 동부를 가로질러 자유로를 건너 행주산성 방화대교에서 한강물이 된다. 이후 고양시, 덕양구, 행신지구, 화정지구, 일산신도시, 운정신도시를 아우르며 장명산 곡릉천변에서 한북정맥은 끝난다.
한북정맥 꾀꼬리봉에서 서진하는 진정한 한강의 북쪽 울타리인 신한북정맥을 따라가면 그 끝인 오두산까지 남쪽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수많은 개울을 만들며 전부 곡릉천으로 흘러들어 오두산에서 한강물이 된다.
고로 정리해 보면 한북정맥의 남쪽으로 뚜렷한 산줄기는 북한강이 중심이 되어 그 유역에 화천, 춘천, 가평, 청평, 남양주시를 만들어낸 다음, 비산비야 신도시들을 지나며 의정부에 이르게 되면서 다시 북한산국립공원을 밀어 올리면서 수도 서울 강북지역이 열린다. 노고산을 지나서부터는 비산비야지대 고양시, 파주시 신도시로 완전히 산줄기는 사라지고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산자분수령의 원리에 따라 물가름을 하는 능선은 반드시 있다.
이렇게 한북정맥에서 남쪽으로 위치한 지역은 극명하게 대조되는 3부류의 산줄기 흐름이 2개의 강줄기를 경계로 산악지대와 수도 서울 그리고 고양, 일산, 파주 신도시지역을 구분해주는 지리적인 특성이 있다.
어느 잣대를 대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이 한북정맥을 모산줄기로 하는 산줄기는 남한에만 1정맥 1기맥(100km 이상 이어지는 기맥 정맥 대간에서 분기한 산줄기와 한강 금강의 온전한 울타리를 이고 있는 산줄기), 9지맥(30km이상 100km 미만인 산줄기), 1분맥(반드시 지맥에서 분기한 지맥급 산줄기로 30km 이상 100km 미만인 산줄기), 46단맥(10km 이상 30km 미만 산줄기) 총 58개 크고 작은 산줄기들이 ‘수체계도’(우리나라를 하나의 거대한 나무로 보고 산줄기체계를 족보식으로 정리한 자하 신경수의 분류방식)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길이는 연장 1,328km 정도 된다.
한북정맥의 사회, 문화적 고찰
한북정맥 남측 최북단에 위치한 철원, 화천 지방에 이르면 6·25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중 화천은 대한민국 최북단에 휴전선을 끼고 있는 남북이산의 아픔을 간직한 현장이며, 동포간에 피비린내가 나도록 싸우고 죽어간 이름없는 젊은 전사자의 영혼이 깃든 비목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산과 자연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도 휴전선이 가로막아 숱한 제재가 기다리고 있어 물길이나 산길이나 도로까지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통제의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화천은 연중 다양한 축제가 열리고 있어 가족이나 연인끼리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수피령 북쪽 철원지방은 화천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최북단에 휴전선을 끼고 있는 남북이산의 아픔을 간직한 현장이다. 강원도 제1의 철원평야는 화산폭발에 의한 현무암의 분출로 생긴 평균고도 300m, 650㎢의 광활한 용암대지로 현무암이 풍화된 비옥한 토양은 농사에 적합하다. 예로부터 철원쌀이 유명하며 강원도의 곡창지대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비무장지대의 청정지역 이미지를 이용해 ‘철원오대쌀’이라는 상표로 공급하면서 다른 쌀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광덕산 동남측으로 흐르는 사내천(지촌천)을 따라 사방에서 흘러오는 계곡은 여름철 피서지로 최고의 장소다. 사내면 사창리에서는 이기자부대와 화천군이 매년 8월 2일부터 4일까지 이기자부대축제와 토마토축제를 같이 하고 있어 인산인해를 이룬다. 포천 이동에서 화천 사내를 넘는 광덕고개(사창리고개라고 불리기도 함)는 카라멜고개라는 별명이 있는데, 6·25 후 전쟁고아들이 먹을 것이 없어 이 고개를 넘는 외국 군인들에게 구걸을 하면 캐러멜(카라멜)을 던져 주곤 했다 하여 붙여진 서글픈 이야기가 전해 온다.
이후 꿈의 능선 하늘길을 이어가며 서쪽으로는 포천땅이 열리고 국망산자연휴양림과 이동갈비로 유명한 이동면이 있다. 서북쪽으로 궁예가 울고 숨었다는 명성산 아래 사계절 관광지인 심산으로 둘러싸여 독특한 풍광을 자랑하는 산정호수가 있다.
동쪽으로는 가평 땅이 펼쳐지고 도마치봉에서 동쪽으로 분기한 한북화악지맥을 따라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 화악산을 오를 수 있고, 춘천시에서 의욕적으로 조성한 응봉산자락 집다리골자연휴양림이 있어 삼림욕을 할 수 있다. 집다리골 입구 춘천호에 이르면 북한강변 낭만의 경춘가도가 열리며 의암호안의 위도, 중도 유원지를 둘러본다.
오뚜기고개 남쪽에서 동쪽으로 분기한 한북연인지맥을 따라 명지산군립공원과 경기도와 가평군에서 의욕적으로 조성한 연인산도립공원이 위치했다. 가평에 이르면 북한강의 유원지로 인기 있는 자라섬과 남이섬이 가깝다. 청평에는 호랑이 소리가 들린다는 호명산 정상의 호명호수가 특이하다. 엄청나게 큰 암봉인 운악산은 조금 험악한 산으로, 현등사에서 가평군 하면 신상리 쪽으로 내려가는 암반으로 이루어진 계곡이 가평6경으로 꼽는 곳이다.
수원산 북쪽으로 포천군 화현면 명덕리에 온천·눈썰매장 등을 갖춘 종합휴양지인 웨스턴밸리가 있고, 수원산에서 동남쪽을 분기한 한북천마지맥을 따라가다보면 피톤치드가 많이 나온다는 잣나무 숲으로 조성된 축령산자연휴양림과 아침고요수목원이 있다.
그 남쪽으로는 급속하게 마석지구, 창현지구, 호평지구, 평내지구, 금곡지구 등 신도시가 생겨났다. 운길산에 이르면 수종사라는 절 법당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양수리의 남·북한강이 합수하는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국사봉 동남쪽으로 포천시 내촌면의 베어스타운 스키장이 자리했고 주위에 왕숙천 최상류를 따라 호텔들이 즐비하다. 죽엽산 남쪽으로 왕숙천을 따라 남양주시 진접읍에 이르러 대한민국의 대표수목원인 광릉국립수목원이 있다. 그 남쪽으로는 급속하게 도시화가 진행되는 곳으로 진접지구, 오남지구, 중앙선 도농역과 남양주시 제2청사가 있는 지금지구 등 수많은 도시들이 건설되고 팔야산업단지 등 몇 개의 산단이 들어서고 있다.
축석령 북쪽으로 포천천을 따라 신북농공단지 등 수많은 공장들이 있다. 덕둔리에는 노화방지 피부미용에 좋은 신북온천이 있고 주변에 모텔과 음식점이 한 곳씩 있다. 백석이고개 북쪽으로 양주시 만송동에는 국내 최초의 드라마테마파크로 조성된 대장금테마파크, 허준세트장 MBC문화동산이 조성되어 있어 온가족이 나들이 가기 좋다.
이후 비산비야지역으로 들어가 경원선철로를 건너 3번국도 샘내고개 북쪽으로 덕정지구 등 많은 신도시들이 급속하게 들어서고 있다. 천보산 아래 회암사는 고려 충숙왕15년 서기1328년 동국제일의 대사찰로 창건되었으나 지금은 폐사되고 사지만 남아 있다. 상봉암동에 이르면 옛날부터 경기의 소금강이라고 불리는 소요산이 있다. 그 산자락에는 신라 무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자재암이 있고 보물 1점이 있다.
이후 양주 불곡산을 거쳐 의정부로 접어들면 신도시의 개발의 열풍이 불고 있다. 남양주시 진접읍, 오남읍, 진건읍, 별내면 구리시도 마찬가지다. 한강봉 지난 꾀꼬리봉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신한북정맥을 따라가 보면 여기도 마찬가지다. 북쪽으로 백석들판은 산단과 아파트들이 즐비하며, 광적면으로 넘어가면 광석지구 등 몇 개의 신도시 지역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많은 골프장들이 공사하기 좋은 비산비야를 깔고 앉아 주인 행세를 하고 있으며 수많은 산단들로 잠을 이룰 수 없다.
파주시 광탄면 영장리 고령산 앵무봉 아래 보광사는 서기 894년 신라 진성여왕 명으로 도선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볼거리들이 좀 있다. 입구에는 수많은 음식점 기념품점 등 점포들이 있어 고양시나 서울시에서 시내버스가 수시로 다녀 가족이나 직장인의 회식장소로 인기가 좋은 곳이다. 박달산 아래 마장리에는 삼림욕장과 유일레져가 있고, 용미리에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동묘지가 있으며 사적 제323호인 윤관 장군묘가 있다.
법원읍으로 가면 율곡 이이와 모친 신사임당의 묘소와 사당이 있는 자운서원이 관광지 수준으로 잘 관리되고 있다. 적성면 설마리에는 임꺽정의 무대였던 바위능선 암봉 등으로 다소 험악한 경기 오악 중의 하나인 감악산이 있다. 파주읍에 이르면 다시 대단위 산업단지들이 나온다. 문산으로 가면 선유지구 신도시개발이 한창이고, 임진강변으로 반구정(伴鷗亭)이라는 황희 정승 영당(影堂)을 지나 임진각통일안보관광지가 조성이 되어 있다. 임진강철교 자유의다리를 건너 도라산전망대를 지나 제3땅굴이 있어 안보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다.
탄현면 통일동산에 이르면 수많은 테마의 놀거리와 먹을거리가 길손을 반긴다. 연중 인파로 야단법석인 곳이다. 여기서 자유로를 건너 오두산통일전망대에 오르면 임진강과 한강이 합쳐지는 아름다운 경관과 북한 국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가장 강한 세를 가지고 분기한 정맥이지만…
다시 산경표로 돌아와 울대고개를 넘어 북한산국립공원 내로 들어가면 수도 서울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을 지나 양주시 장흥면으로 들어가면 손전축과 통기타로 청춘을 불사르던 일영유원지, 신흥유원지, 장흥유원지가 있다. 예전에는 문전성시를 이루었는데 지금은 고양시 예뫼골에 상권을 넘겨 주고 파리만 날리고 있다고 한다.
이후 산줄기는 급속하게 진행이 된 신도시건축으로 인해 거의 실종단계에 돌입했으니 도면상 한북정맥 루트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산줄기 남쪽으로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에는 서오릉이 있고 공장으로 빼곡한 향동동도 신도시로 지정되었다고 하니 입안이 씁쓰름해진다. 농협대학교를 지나며 북쪽으로 사적 제200호인 서삼릉이 있다. 대한민국의 항공강국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한국항공대학교가 화전에 있다. 고양시 덕양구에 고려공민왕릉 고양시청이 있으며, 행신동에 우리나라 철도의 미래를 향해 힘차게 도약하는 KTX고속철도역인 행신역과 차량기지가 있다.
제2자유로, 제1자유로를 건너 임진왜란 당시 3대 대첩 중 하나의 현장인 행주산성이 있으며, 승리로 이끈 권율 장군의 묘소는 장흥유원지 안에 있다. 산자락에는 장어, 오리, 백숙 등을 파는 식당들이 식당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장항동에는 럭비공처럼 생긴 8km의 둘레를 지닌 아름다운 인공호수인 호수공원에서 매년 아름다운 꽃축제가 열린다. 중산동에는 고양시의 허파 구실을 하고 있는 고봉산이 있다. 파주시 서패동 한강변에 우뚝 솟은 심학산도 많은 이들이 찾는다. 그 옆으로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가 한강변을 따라 신촌동까지 이어진다. 한북정맥의 끝자락 장명산은 건축물폐자재 매몰지라 얼마 안 가 산이 없어지고 쓰레기 산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이로써 지루하고 길었던 한북정맥이야기가 끝났다. 산경표에 기록된 산줄기 중 어느 산줄기보다 가장 강한 세를 가지고 분기한 한북정맥이지만, 수도 서울을 중심으로 좌우측 의정부권과 고양파주권에 이르면 신도시개발로 산줄기가 행방불명되고 말았다.
하지만 분명히 물을 가르는 산줄기이며 너른 평야지대를 이루고 옛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았으니 자연히 농업이 주생산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수많은 도시개발과 도로 건설, 골프장 건설, 산업도시 등 단지 조성사업 등으로 대부분이 훼손되어 본래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그러나 산자분수령의 원리에 의해 마루금은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필연성에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
필자 후기
이상으로 한북정맥이야기를 마치려고 한다. 사실 못다 한 이야기도 많지만 혹시나 사실과 상이한 내용이 들어가지 않았는지 더 걱정이 된다. 혹시 그런 내용이 있다면 블로그 ‘우리산줄기이야기’(http://blog.daum.net/shinks32)나 ‘우리산줄기 바로세우기’(http://cafe.daum.net/woori.sanjulgi) 카페로 연락 주시기 바라며 내용이 왜곡되지 않은 한도에서 무한정 이용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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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축하드리고
자세한 설명에 감사드리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