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봉 정도전 수도 서울을 설계하고 경북궁 전각 이름을 짓다./ 김태환

[김태환]

삼봉 정도전 수도 서울을 설계하고 경북궁 전각 이름을 짓다.

                                           - 김태환

<정도전, 서울(한양)을 설계하다.>

1392년(태조 원년) 봄 정도전은 고향 영주에 있다가 9월 문하시랑찬성사로 개경으로 올라간다. 1394년(태조 3) 7월 10일(기유)에 정도전(鄭道傳, 1337~1398)은 지리도참(地理圖讖)에 관한 여러 서적을 모아 놓고 연구하는 음양산정도감(陰陽刪定都監)이라는 기구를 설치하였다.
이 기구는 새 수도 건설을 위하여 풍수지리 서적을 조사·연구할 필요에서 설치한 것이었다. 고려시대에 편찬된 지리 서적(秘錄)들이 서로 내용이 다르고 지리학자마다 주장이 서로 같지 아니하여 무엇이 옳은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설치 이유가 되었다. 정도전은 권중화(權仲和)·성석린(成石璘)·남은·정총·하륜·이직(李稷)·이근(李懃)·이서(李舒) 그리고 서운관원(書雲觀員)과 함께 이 기구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정도전은 새 수도를 정하는 일에 대해서는 태조 이성계와 의견의 차이가 있었다.
새 수도 건설에 가장 적극적인 것이 태조 이성계였다. 태조는 한양의 무악(毋岳)을 주산(主山)으로 하여 도읍을 건설하자는 하륜의 의견을 듣고 직접 지금의 신촌 일대를 답사하는 등 일을 서둘렀다. 왕은 개경의 지덕(地德)이 쇠약해졌다는 풍수도참설을 그대로 믿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료들은 지리(地理)에 근거하여 수도를 정하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땅의 지덕이 어느 때는 성하고 어느 때는 쇠해진다는 도참(圖讖) 이론은 믿지 않았다.
이성계는 여론의 반대가 있자 8월 12일(기묘)에 여러 재상들로 하여금 새 수도 후보지에 대한 의견을 올리도록 하였다. 이 때 정도전은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것은 정치를 하는 사람에게 달린 것이지 땅의 성쇠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무악은 나라의 중앙에 있고 조운이 편리한 이점이 있으나 땅이 협소한 것을 약점”으로 들어 반대하였다. 정도전은 또한 “지금은 새 수도 건설보다는 민생안정이 더 급하다고 말하고 도읍 건설을 천천히 할 것”을 왕에게 건의하였다. 그는 태조에게 “지금 여러 사람의 논의는 음양술수설에 지나지 않습니다. 무너진 고려의 뒤를 이어 왕조를 개창했지만 아직 백성들이 소생하지 못한 데다가 나라의 터전이 아직 굳지 못합니다. 마땅히 모든 것을, 진정시키고 백성의 힘을 기르면서 천시(天時)를 살피고 인사(人事)를 다한 뒤에 적당한 때를 기다려 도읍의 터를 보는 것이 만전의 계책”이라고 건의하였다.
그러나 한양에 대한 태조 이성계의 애착은 대단하였다. 태조는 정도전 등 여러 대신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다음날(경진) 다시 남경의 궁궐이 있는 지금의 청와대 일대를 답사하고 백악(白岳)의 산세를 관망하면서 판서운관사(判書雲觀事) 윤신달(尹莘達)의 의견을 물었다. 윤신달은 이 곳이 개경 다음으로 좋은 곳이라는 의견을 말하였다. 또 태조는 왕사인 무학대사(無學大師)의 의견을 물었다. 무학도 같은 의견이었으나 여러 사람의 의견을 따라 결정하라고 왕에게 건의하였다.
2백 년 뒤 차천로(車天輅)가 쓴 《오산설림(五山說林)》에는 무학에 관한 다음과 같은 기록이 보인다. 즉 무학이 인왕산(仁王山)을 주산으로 하고, 백악산과 목면산을 용호(龍虎)로 삼아 동쪽을 향해 궁궐을 짓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자, 정도전이 “옛부터 제왕(帝王)은 모두 남쪽을 향해서 다스렸지, 동쪽을 향해서 다스린 일이 없다”며 반대하였다고 한다. 그러자 무학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2백 년 뒤에 후회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기록은 실록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태조는 백악을 주산으로 하는 문제를 여러 신하들에게 물은 결과, 하륜을 제외한 많은 이들의 찬성을 얻었다.정도전도 백악주산론에 적극 동의하였다. 그리하여 새 수도의 후보지가 결정되자 이해 9월 1일 신도궁궐조성도감(新都宮闕造成都監)이 설치되었다. 태조 이성계가 한양 도읍에 강한 애착을 보인 것은 아무래도 고려시대부터 유행하던 한양명당설 때문이 아닌가 싶다. 풍수가들의 주장에 의하면, 한양에서 목자(木子), 즉 이씨가 왕이 되어 8백 년 왕업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씨 성을 가진 태조로서는 이 이상 듣기 좋은 말이 없었을 것이다.
태조 3년 9월부터 신도 건설사업이 시작된 이 후로 정도전은 이 사업을 주도하였다. 그는 심덕부(沈德符)와 김주(金湊) 등 신도궁궐조성도감 판사들과 더불어 한양에 내려가 종묘·사직·궁궐·관아·시전·도로의 터를 정하고, 그 도면(圖面)을 그려 왕에게 바쳤다. 새 도시의 청사진을 만든 것이다. 그는 한양건설의 시공 책임을 맡았던 것은 아니지만, 도시 설계를 만든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한양의 도시 설계는 《주례(周禮)》의 동관고공기(冬官考工記)에 보이는 국도조영(國都造營)의 원리를 따른 듯하지만, 우리나라 자연환경에 맞게 조정한 것이 특색이다. 그리하여 백악산을 주산으로 해서 그 밑에 정궁(正宮)인 경복궁(景福宮)을 두고, 경복궁의 좌우에 종묘(宗廟, 동쪽)와 사직(社稷, 서쪽)을 배치하였다. 종묘는 왕실의 조상신을 모신 곳이고, 사직은 토지와 곡식을 주관하는 신을 모신 곳이다. 경복궁의 방향은 정남향(正南向)이 아니라, 동남쪽으로 15도 가량 기울게 하였다. 이를 당시에는 임좌병향(壬坐丙向, 壬에 앉아서 丙을 바라본다)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주산인 백악산은 경복궁에서 서북쪽으로 15도 가량 비키게 하였다. 이를 당시 해산위주(亥山爲主)라고 하였다.
드디어 이해 10월 25일(신묘) 왕실 및 정부 일행은 개경을 출발하여 28일 한양에 도착하였다. 신도궁궐조성도감이 설치된 지 두 달도 채 안 되어 천도가 단행된 것이다. 물론 이 때는 아직 궁궐을 비롯한 토목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한양부 객사(客舍)를 임시 궁궐로 사용하였다. 정도전은 이해 12월 3일(무진) 종묘와 궁궐의 기공식에 참석해서 왕을 대신하여 황천후토(皇天后土)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정도전은 새 도읍의 토목공사가 시작되자 <신도가(新都歌)>라는 노래를 지어 공역자들의 피로를 덜어주고 흥을 돋우어 주었다. 새 도읍에 대한 환희와 희망과 경사로움을 읊은 것이다. 그 노래는 다음과 같다.

때는 양주고을이여
시위에 신도 경승이샷다.
잠다온제 당금 경잣다오저
성주 만년하사 만민이 함락이샷다.
아으 다롱지리
앞은 한강수여, 뒤는 삼각산이여
덕중하신 강산 좋으매
만세 누리소서

<경복궁, 전각의 이름을 짓다.>

영주(榮州) 출신인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은 조선왕조가 창업된 지 4년이 되는 1395년은 경세가 이자 문필가로서 그 재능이 화려하게 꽃피는 해 였다. 당시 그의 나이 54세, 모든 면에서 성숙한 경지에 이르렀다.
그해 9월 드디어 궁궐(경복궁)과 종묘(연화방 소재)가 완공되어 12월 정사(丁巳)에 새 궁궐로 이사하였다. 기공식이 있은 지 꼭 1년만이다. 태조는 정도전으로 하여금 새 궁궐(경복궁)의 전각(殿閣)들에 대한 이름을 지으라고 명하였다. 정도전은 이에 따라 10월 정유(丁酉)에 경복궁을 비롯한 근정전(勤政殿, 正殿)·사정전(思政殿)·교태전(交泰殿)·강녕전(康寧殿, 燕寢)·연생전(延生殿, 東小寢)·경성전(慶成殿, 西小寢) 등의 이름과 융문루(隆文樓, 東樓)·융무루(隆武樓, 西樓)·영추문(迎秋門, 서문)·건춘문(建春門, 동문)·신무문(神武門, 북문) 등 궁궐문의 이름을 지었다. 궁궐의 남문은 처음에 정문(正門)으로 지었다가 뒤에 광화문(光化門)으로 고쳤다.
정도전은 전각의 이름을 지을 때 《시경》과 《서경》 등 중국의 고전에서 아름다운 뜻을 취하였는데, 여기에는 왕실과 백성이 무궁하게 태평하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예를 들어 경복궁은  《시경》 주아편에서 이름을 땄다. 궁궐문의 이름을 지음에는 아래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오행(五行)의 방위를 따랐는데, 이러한 원칙은 뒤에 지은 도성(都城)의 4대문과 4소문의 이름에도 적용되었다.
정도전은 또한 경전과 역사책에서 아름다운 글귀를 따 왕에게 바침으로써 궁궐 침실의 네 벽에 붙이고 교훈을 삼도록 하였다.
그해 9월 태조는 정승 조준과 김사형(金士衡)에게 이듬해 1월부터 한양 주변에 도성을 쌓으라고 명하였다. 이어 윤 9월 13일(갑술)에는 도성축조도감(都城築造都監)을 설치하고, 정도전에게는 성터(城基)를 정하도록 명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직접 백악산·인왕산·목멱산(남산)·낙타산(낙산)에 올라 거리를 실측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17킬로미터 도성의 설계를 그가 맡은 것이다. 도성 건설은 예정대로 이듬해(1396) 1월 9일 착공되어 2월 28일까지 1차 공사, 8월 6일부터 9월 24일까지 2차 공사가 진행되었다. 각 도에서 징발된 약 12만 명의 장정들이 구역을 분담하여 건설했기 때문에 농번기를 피하여 공사가 진행된 것이다.
이해 10월 29일 왕은 낙성된 경복궁에서 정도전을 비롯한 여러 공신들을 불러 연회를 배풀었는데, 왕은 정도전에게 “과인이 여기에 이른 것은 그대의 힘 때문이다. 서로 존경하고 삼가하여 자손만세에 이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왕은 이 자리에서 유종공종(儒宗功宗)이라는 네 글자를 대서특필하여 정도전에게 내렸다. 유학에도 으뜸이요, 나라를 세운 공도 으뜸이라는 뜻이다. 이에 정도전은 답하기를 “전하께서 말에서 떨어졌던 때를 잊지 않으시고, 신(臣)도 또한 목에 올가미를 썼던 때를 잊지 않는다면 자손만세에 이를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도성공사가 진행되면서 정도전은 도성의 성문 이름을 지었다. 남대문은 오행의 예(禮)를 취하여 숭례문(崇禮門)으로, 동대문은 오행의 인(仁)을 취하여 흥인지문(興仁之門)으로, 서대문은 오행의 의(義)를 취하여 돈의문(敦義門)으로, 북문은 오행의 지(智)를 취하여 소지문(炤智門, 뒤에 肅靖門으로 개명)으로 각각 지었다. 그리고 4개의 소문은 각각 소의문(昭義門, 서남문)·창의문(彰義門, 서북문)·혜화문(惠化門, 동북문)·광희문(光熙門, 동남문)으로 하였다. 또한 서울의 중앙에 위치한 종로의 종각은 오행의 신(信)을 취하여 보신각(普信閣)이라고 하였다. 이로써 한양은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오덕(五德)을 갖춘 도시의 상징을 띠게 되었다.

금원(禁院)에 봄이 깊어 꽃은 한참 화사한데
옛 신하 불러들여 잔치를 베푸셨네
하늘도 때 맞추어 비를 보내시고
온몸에 함초롬히 젖은 비와 이슬의 은혜

                                        정도전이 경복궁 잔치에서 읊다(삼봉집 권2)

삼봉 정도전이 짓고 그 명칭을 지어올린 경복궁의 전각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경복궁(景福宮)>

경복궁은 조선왕조의 법궁(法宮)으로 주산인 백악(白岳, 표고 642.4m)의 남쪽에 임좌방향(壬坐丙向 : 北北西에 앉아 南南東을 바라다 봄)으로 자리잡고 있다.
경복궁(景福宮)의 명칭은 태조의 명을 받아 정도전이 지어 올린 것으로 ‘큰 복을 누리며 번성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시경(詩經)> 기취(旣醉)편에서 전거를 찾을 수 있다. 즉 ‘왕조의 영원함과 큰 복을 기원’했음을 알 수 있다.
1392년 조선왕조를 고려수도의 개경에서 개창한 이래, 한양 천도를 확정짓고 개경을 떠난 태조 이성계 일행은 1394년 10월 28일 한양에 도착한다.당시에는 머무를 곳이 없었기 때문에 한양부 객사를 이궁(離宮)으로 삼고, 12월 4일 종묘와 궁궐의 공사를 착공하였다. 마침내 이듬해 9월 29일 종묘와 새 궁궐이 완공되었다. 당시 종묘는 대실(大室) 7간과 부속건물 등을 합해 총 64간 규모였다.또한 궁궐은 내전 지역 173간, 외전 지역 192간, 궐내 각사와 기타 건물 등 390간을 합해 총 755간의 규모였다.
경복궁은 조선왕조가 세워지고 3년이 지나서야 완공된 것이다. 궁궐은 건물을 먼저 짓고 담장을 나중에 쌓았으며, 담장의 동·서·남·북 방향으로 문을 내었다. 완공 후 며칠이 지난 10월 7일 정도전으로 하여금 새 궁궐과 주요 전각의 명칭을 지어 올리게 했다.
경복궁(景福宮)의 궁궐 명칭을 비롯한 강녕전, 연생전, 경성전, 사정전, 근정전, 근정문, 오문(현재 광화문) 등의 주요 전각 명칭이 이 때 비로소 지어졌다.
한편 그 과정에서 태종 5년(1405) 창덕궁을 이궁으로 창건하여, 법궁인 경복궁과 이궁인 창덕궁을 오가며 궁궐을 경영하는 양궐체제를 이룩하기도 했다. 이 후 태종 11년(1411) 경복궁에 금천을 파도록 하고 이듬해 경회루를 조성하게 된다. 하지만 경복궁이 조선왕조의 법궁다운 면모를 갖추게 되는 것은 세종이 경복궁에 본격적으로 임어(臨御)한 이 후 부터다. 세종 8년(1426) 왕명을 받아 집현전에서 경복궁의 각 문과 다리의 이름을 지어 올리게 된다.
광화문, 홍례문(현재 흥례문), 일화문 월화문, 건춘문, 영추문, 영제교 등이 이때 지어진다.
이 후 세종 11년(1429) 사정전과 경회루 중수를 시작으로 경복궁의 주요 전각을 새로 짓거나 대대적으로 중수하게 된다.
즉 세종이 경복궁에 임어한 세종 8년(1426)부터 세종 31년(1449)까지 경복궁은 법궁으로서 그 면모를 일신했던 것이다.
그 뒤 명종 8년(1553) 큰화재가 발생한 일 이외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발전해갔다.
그러던 중 선조 25년(1592) 4월 임진왜란이 일어나면서 왜군에 의해 경복궁이 모두 불에 타버린다. 그 뒤 고종 2년(1865) 신정왕후의 명을 받들어 경복궁 영건이 결정되기 전까지 경복궁은 무려 273년간 재건되지 못한 채 방치된다.
경복궁의 재건은 고종의 생부인 흥선대원군에 의해 주도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흥선대원군은 권력의 핵심을 장악해 가기도 했다. 마침내 고종 5년(1868) 7월 창덕궁에서 경복궁으로 고종이 이어한다. 역사상 가장 장대한 규모로 경복궁 재건이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고종 10년(1873) 고종은 지금의 향원정 뒤편에 건청궁을 짓도록 하고 흥선대원군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본격적인 정무업무를 맡아보게 된다. 이 후 몇 차례의 화재로 경복궁 내전 일대가 크게 손실되자, 또 다시 창덕궁과 경복궁을 오간다.
그러던 중 1895년 일본 낭인에 의해 경복궁, 건청궁, 곤녕합에서 명성왕후가 시해되는 을미사변이 발생한다. 을미사변 이 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종은 1896년 2월 왕세자와 함께 신무문을 통해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하는 아관파천(俄館播遷)을 단행한다.
결국 고종은 아관파천 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러시아공사관에 머무르다가 1897년 10월 경복궁이 아닌 경운궁(현재 덕수궁)으로 환궁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경복궁은 1896년 아관파천을 끝으로 궁궐로서 그 기능과 역할을 마감하게 된다.


<근정전(勤政殿)>

근정전(勤政殿)은 경복궁의 으뜸 전각인 법전(法殿, 正殿)이다. 태조 3년(1394)에 창건하였으나 임진왜란 때 불에 타서 고종 4년(1867)에 재건하였다.
“근정전”이라는 이름은 태조 3년(1395) 10월 경복궁 창건 당시 정도전이 지어 올린 것으로 “임금의 부지런한 자세가 정치의 으뜸”이라는 뜻이다.
이 곳은 신하들의 조하(朝賀)를 받거나 왕위 즉위식이나 외국사신 접견 등 국가의 중요 행사를 치르던 곳이다. 역대 국왕 가운데 정종(1398년), 세종(1418년), 세조(1455년), 명종(1545년)이 근정전에서 즉위하였다.
또한 근정전은 조선시대 궁궐의 법전 가운데 유일하게 상월대와 하월대에 난간을 두르고 돌짐승들을 조각해 놓았는데, 이는 경복궁이 법궁으로서 갖는 위상을 근정전의 격식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상월대의 난간에는 방위신에 해당하는 사방신(四方神)을 동·서·남·북 의 방향에 맞게 조각해 놓았고, 상월대와 하월대의 난간 곳곳에는 십이지신(十二支神)과 성스로운 동물들을 조각해 근정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내부에는 일월오봉병(日月五烽屛)으로 둘러쳐진 어좌(御座)가 높은 대 위에 있고 통간으로 높은 천장을 형성하였다. 천장 중앙에는 7개의 발톱을 갖고 있는 쌍룡을 나무로 조각해 매달았다.
정면 5간, 측면 5간의 다포계 팔작지붕의 중층건물이다. 현재 근정전은 국보 223호로 지정되어 있다.


<사정전(思政殿)>

사정전(思政殿)은 근정전의 바로 뒤 일직선상에 위치하며, 왕이 공식집무를 보던 편전(便殿)으로 쓰였다. 뿐만 아니라 사정전에서는 문신들과 함께 경전을 강론하거나 종친, 대신들에게 주연을 베풀기도 했다.
‘사정전’이란 이름은 태조 3년(1495) 10월 경복궁 창건 당시 정도전이 지어 올린 것으로 ‘사정(思政)’의 뜻은 ‘임금이 깊게 생각해서 옳고 그름을 가려 백성을 굽어 살필 수 있도록 취해야 할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그 뒤 사정전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던 것을 고종 4년(1876)에 재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정전 바닥은 온돌이 깔려 있지 않다. 따라서 연중 내내 이 곳에서 공식적인 집무를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사정전의 동·서쪽에 위치한 만춘전, 천추전 등에 온돌을 깔고 사정전과 더불어 왕의 일상적인 집무실로 함께 쓰였다. 이처럼 사정전은 왕의 편전이면서 크고 작은 행사가 열렸던 상징적인 중심 건물이었던 것이다.
사정전 내부에는 두 마리의 용이 구름 속에서 꿈틀대는 ‘운룡도(雲龍圖)’가 벽화에 그려져 있었으나 2001년 초 보존처리를 위해 떼어내 별도 보관하고 있어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다. 정면 5간, 측면 3간의 다포계 겹처마 팔작지붕 건물이다.


<강녕전(康寧殿)>

강녕전(康寧殿)은 왕의 침전(沈澱)으로, 사정전 바로 뒤 경복궁의 중심축선상에 있다. 향오문(嚮五門)을 통해 강녕전 영역에 이르게 된다.
이 곳 영역은 강녕전을 중심으로 부속건물인 연생전과 연길당이 동쪽에 있고, 경성전과 응지당이 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흔히 이 공간을 침전영역으로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왕의 침소라는 축소된 의미보다는 ‘왕의 일상적인 생활 및 업무공간’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왕이 강녕전을 침소로 쓰기도 했지만 대신들과 만나 일상업무를 보는 집무공간으로도 활용하거나 연회를 베풀기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왕실 가족들과 연회를 즐길 때는 강녕전 월대를 중심으로 임시 가설무대를 넓게 설치하여 이곳에서 궁중가무 등을 관람하기도 했다.
강녕전은 태조 4년(1395) 경복궁 창건과 동시에 지어졌으며, 강녕이란 이름은 태조의 명을 받들어 정도전이 지어 올린 것이다.
강녕의 뜻은 <서경> 홍범구주(洪範九疇)의 오복 중에 셋째인 강녕(康寧)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즉 ‘일상적으로 거처하는 가운데 늘 덕을 쌓고 황극(皇極)을 세우면 오복을 누리게 되는데, 오복의 가운데가 바로 강녕이고 이는 오복을 모두 차지하기를 기원’하는 뜻이라고 한다.
이 후 강녕전은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소실되어 방치되어 오다가 고종 2년(1865) 재건되었다, 한일합방 이 후 1917년 11월 창덕궁 내전 일대가 화재로 크게 소실되자 이를 “복구한다”는 핑계로 강녕전을 비롯한 경복궁 내전건물 대부분이 일제에 의해 헐려 옮겨진다. 이로써 경복궁은 더욱 황폐해지고 만다.
현재의 강녕전은 각종 옛 기록 등을 토대로 1995년 12월 다시 재건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강녕전은 남쪽에 월대를 두고 정면 3간은 대청마루로, 좌우 3간은 온돌방으로 되었으며 둘레에는 방과 마루로 구성된 퇴간을 두었다.
퇴간에 포함된 방에는 지밀상궁(至密尙宮)들이 왕을 보필하며 근무를 하던 곳으로 추정된다.


<교태전(交泰殿)>

교태전(交泰殿)은 왕비의 침전(沈殿)으로 중궁전(中宮殿)이라고도 하며 강녕전 바로 뒤 경복궁의 중심축선상에 놓여 있다.
양의문(兩儀門)을 통해 교태전 영역에 이르게 된다. 교태전이 왕비의 침전이라고는 하지만 그저 왕비의 침소 역할이나 혹은 개인적인 용도로만 쓰였던 것은 아니다.
조선왕조에서 왕비가 갖는 지위와 역할은 내외명부(內外命婦)를 총괄하고 왕실의 각종 공식업무 등을 주관하였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교태전은 왕비의 공식 집무실로 봐야 할 것이다.
교태전의 뜻은 주역의 원리를 통해 설명될 수 있다. 즉 태(泰)는 주역의 괘인데 태 괘의 형상은 양을 상징하는 건(乾)이 아래로 가 있고, 음을 상징하는 곤(坤)이 위로 가 있는 형상이다.
이는 ‘하늘로 솟는 양(陽)과 땅으로 가라앉는 음(陰)의 교합으로 생성(生成)한다’는 뜻이다. 음과 양이 화합하고 교통하는 가운데 왕조의 법통을 생산하고 이어주는 공간이 바로 교태전이기 때문이다.
경복궁 창건 당시 교태전을 세웠다는 기록은 찾을 수는 없다. 다만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교태전이 세워진 것은 세종 22년(1440) 무렵으로 추정된다. 또한 임진왜란 이전의 경복궁 모습을 추정해 볼 수 있는 <경복궁전도>에서도 지금과는 다른 교태전의 모습이 보인다. 교태전과 강녕전이 복도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경복궁의 다른 건물과 마찬가지로 교태전 또한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고종 2년(1865) 재건된다. 그러나 1917년 창덕궁 내전에서 대화재가 나자 일제는 이를 ‘재건한다’는 핑계로 교태전을 포함한 경복궁 내전 일대를 헐어 버린다.
이때 교태전도 함께 철거되어 현재의 창덕궁 대조전을 재건하는데 쓰이게 된다. 그 뒤 교태전은 교태전 후원의 아미산 굴뚝만 남고 버려져 있다가 1995년 다시 복원된다.
교태전도 용마루가 없는 지붕형식으로 되어 있다. 대체로 왕과 왕비의 침전으로 쓰이는 경우에는 용마루가 없는 지붕을 얹게 되는데 이에 관해서는 정확한 이유 등이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아 그 까닭을 알기 어렵다.

<경회루(慶會樓)>

경회루(慶會樓)는 태조 때 경복궁 서북쪽에 작은 누각을 지었으나 태종 12년(1412) 4월에 보다 큰 규모로 새롭게 누각을 짓고 같은해 5월 순흥부사 윤린(允潾)의 아들 하륜(河崙)에게 명하여 이름을 ‘경회루’라고 했다.
경회(慶會)의 뜻은 하륜이 태종의 명을 받들어 올린 기(記)에 “올바른 정사를 펴는 임금은 올바른 사람을 얻는 것으로 근본을 삼았으니, 올바른 사람을 얻어야만 ‘경회(慶會)’라고 할 수 있다”고 밝히며 이는 곧 “임금과 신하가 덕으로써 서로 만나는 것을 말한다”고 적고 있다.
태종 당시 이곳은 사신의 접대 등을 목적으로 지어졌다. 하지만 그 외에도 과거시험이나 활쏘기 등을 열거나 공신들에게 연회를 베푸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어 왔다. 또한 가뭄이 들면 이곳에서 기우제(祈雨祭)를 지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 뒤 성종 6년(1475) 퇴락한 경회루를 대대적으로 개축하게 된다. 이 때 경회루 돌기둥에는 용을 새겨 넣는 등 다소 화려하게 꾸미기도 한다.
이 화려한 모습을 보고 유구(오키나와)의 사신이 “용이 물 속에 비치어 그 모습이 장관”이라며 극찬했다는 이야기가 성현의 <용재총화>에 전하고 있을 정도로 경회루의 모습은 매우 화려했다고 한다.
또한 연산 12년(1506)에는 경회루 서쪽에 만세단을 쌓고 금은 비단으로 화려하게 꾸미고 흥청(기생)에게 가무를 추게 했으며, 황룡주(黃龍舟)를 타고 만세단을 왕래하며 사치를 일삼기도 했다.
하지만 경회루의 이러한 모습도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완전 소실되어 폐허로 남게 된다. 그 후 경회루는 고종 4년(1867) 4월에 재건되었지만 일제시기에 경회루 주변 담장이 모두 헐린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경회루 동쪽 돌다리 부근에는 일부 담장의 초석이 남아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그 밖에 경회루 부속 건물처럼 북쪽에 있는 육각정은 이승만 대통령 시절 대통령을 위한 휴식과 낚시를 목적으로 지어진 하향정(荷香亭)이라고 한다.

<향원정(香遠亭)>

향원정(香遠亭)은 경복궁 북쪽 후원 영역에 향원지(香遠池)라는 이름의 네모난 연못이 조성되어 있고 그 연못의 중앙에 동그란 섬을 조성하여 육각지붕의 2층 정자를 세웠는데 그것이 바로 향원정이다.
이 섬의 남쪽으로는 취향교(醉香橋)라는 나무다리를 놓았는데 원래는 건청궁(乾淸宮) 방면으로 향하도록 북쪽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한국전쟁 당시 다리가 소실되자 1953년 현재의 모습처럼 남쪽으로 새로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향원정 북쪽을 보면 고종 당시 다리를 북쪽으로 가설했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향원정의 창건은 고종 4년(1867)~고종 10년(1873) 무렵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세조 2년(1456) 3월 경복궁 후원에 정자를 새로 짓고 취로정(翠露亭)이라 했다는 기록이 나와 있어 이 취로정 터에 고종 때에 이르러 향원정을 다시 지은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또 향원(香遠)이란 이름의 뜻은 <태극도설>을 지은 중국 송나라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 중 향원익청(‘香遠益淸 : 향기는 멀수록 맑다)’에서 따와 지은 것으로 여겨진다.
향원정은 2층으로 되어 있는데 1층은 온돌을 깔았고 2층은 마루로 되어 있다. 향원정 1층에는 불을 때던 작은 아궁이가 있으며, 2층에는 천장에 주작 등을 그려 넣어 그 화려함을 더 했다.
한편 향원정의 물은 향원정 북·서쪽 열상진원(洌上眞源)에서 흘러 들어와 남쪽으로 빠져나가도록 되어 있다.
즉 열상진원에서 솟아난 물이 홈을 만나 한 바퀴돌아 다시 꺾여 향원지로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이는 샘에서 솟아난 차가운 물이 격하지 않고 차갑지 않게 향원지로 입수하게끔 마련된 장치인 것이다.


<자경전(慈慶殿)>

자경전(慈慶殿)은 경복궁의 내전 동북방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1908년 무렵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궐도형>을 통해 보면, 고종 무렵 경복궁 재건 당시 이 곳은 말 그대로 구중궁궐(九重宮闕)의 깊숙한 곳에 꽤 큰 규모로 격식있게 지어졌음을 알 수 있다.
자경전은 고종 4년(1867)에 지어져 고종이 정무업무를 보는 왕의 편전으로도 잠시 이용되었다. 그러던 중 고종 10년(1873)에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다시 지어졌으나 고종 13년(1876)에 또 다시 화재로 소실되고 말았다. 그 뒤 고종 25년(1888)에 재건 공사를 실시하여 지금의 모습으로 복구되었다.
자경전을 말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경복궁 재건 당시 대왕대비 이자 추존된 익종(효명세자)의 왕비인 신정왕후 조대비 이다.
자경전은 고종을 양아들로 삼아 왕위에 오르도록 했던 조대비가 머물렀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종이 왕위에 즉위하는 과정에서 조대비의 역할은 실로 막강했고, 고종 즉위 후 흥선대원군과 고종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고종이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고종의 친아버지인 흥선대원군과 정치적으로 결탁된 조대비의 적극적인 후원이 없었다면 결국 불가능했을 것이고, 그런 흥선대원군의 입지를 강화시켜 준 경복궁 재건사업 역시 조대비의 명을 받드는 형식으로 실시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종 무렵의 몇 차례 화재로 재건을 거듭했지만 다행히 이 곳 자경전 만큼은 일제의 훼손을 피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자경(慈慶)이란 건물의 이름 또한 자친(慈親), 즉 ‘어머니나 할머니 등 왕실의 웃어른이 되는 분의 경사와 무병장수 등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자경전은 누마루로 된 청연루(정면 1간, 측면 2간)와 협경당(協慶堂, 정면 6간, 측면 2간)이 하나로 연결되어 구성되어 있다.


<자선당(資善堂)>

자선당(資善堂)은 세자와 세자빈의 침전이며 동궁전이라고도 부른다. 자선(資善)이란 “착한 성품을 기른다”는 뜻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세종 9년(1427)에 자선당을 짓기 시작했다. 자선당은 문종이 세자로 책봉된 뒤 1450년 2월 즉위하기 전까지 20여년간 머물던 곳이기도 하며, 1441년 7월 단종이 이곳에서 탄생하기도 한다.
또한 이때 세자빈 권씨가 단종을 낳은 뒤 이곳에서 승하하기도 한다. 자선당은 이 후 몇 차례 소실을 거친 뒤 임진왜란 때 완전 소실되고 고종 4년(1867)에 이르러 다시 재건된다.
그러던 중 1915년 일제가 시정 5주년 기념 조선물산공진회 개최를 앞두고 박람회를 개최한다는 핑계로 1914년 동궁 일대를 완전히 철거한다.
이 때 자선당은 경복궁 철거업무를 맡아보던 일본인 오쿠라 기하치로에 의해 일본으로 빼돌려져 ‘조선관(朝鮮館)’ 간판을 달아 미술관으로 쓰였으나 1923년 관동 대지진 때 불타 없어지고 기단석만 남는 비운을 맞게 된다.
이 후 자선당 기단석은 오쿠라호텔 경내에 방치되었다가 1996년에 반환되어 현재 경복궁 명성왕후 시해 터 부근에 옮겨 놓았다.
현재의 자선당은 1999년 12월에 복원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으며, 정면 7간 측면 4간 겹처마에 팔작지붕으로 되어 있다. 자선당 현판 글씨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06호인 각자장(刻字匠) 기능보유자인 철재 오옥진 선생이 썼다.

<서울의 행정 구획과 구역 명칭을 짓다>

1396년(태조 5) 4월 19일(병오)에 정도전은 한성부의 행정구획 정리와 구역의 명칭을 짓는 사업을 맡았다. 그리하여 한성부를 동·서·남·북 중의 5부(部)로 나누고, 5부를 다시 수십 개의 방(坊)으로 구획하였으며 각 방의 이름을 제정하였다. 태조 5년 4월, 당시 정도전이 지은 서울의 5부 52방의 방명(芳名)은 다음과 같다.
동부(12방)- 연희(燕喜), 숭교(崇敎), 천달(泉達), 창선(彰善), 건덕(建德), 덕성(德成), 서운(瑞雲), 연화蓮花), 숭신(崇信), 인창(仁昌), 관덕(觀德), 흥성(興盛)
남부(11방)- 광통(廣通), 호현(好賢), 명례(明禮), 대평(大平), 훈도(薰陶), 성명(誠明), 낙선(樂善), 정심(貞心), 명철(明哲), 성신(誠身), 예성(禮成)
서부(11방)- 영견(永堅), 인달(仁達), 적선(積善), 여경(餘慶), 인지(仁智), 황화(皇華), 취현(聚賢), 양생(養生), 신화(神化), 반석(盤石), 반송(盤松)
북부(10방)- 광화(廣化), 양덕(陽德), 가회(嘉會), 안국(安國), 관광(觀光), 진정(鎭定), 순화(順化), 명통(明通), 준수(俊秀), 의통(義通)
중부(8방)- 정선(貞善), 경행(慶幸), 관인(寬仁), 수진(壽進), 징청(澄淸), 장통(長通), 서린(瑞麟), 견평(堅平)

정도전이 지은 위의 방(坊)의 이름은 인의예지신과 같은 유교의 덕목과 아울러 덕(德)과 선(善) 그리고 국가의 평안을 비는 뜻을 담은 글귀로 이루어졌다. 말하자면 유교입국의 정신이 한양의 마을 이름에도 스며든 것이다.
각각의 방에 해당하는 현재의 지명은 다음과 같다.
동부 12방에서 ① 숭교는 명륜동과 혜화동에, ② 창선은 효제동과 종로5가에, ③ 건덕은 연건동과 인의동, 연지동에, ④ 연화는 원남동과 훈정동에, ⑤ 숭신은 숭인동과 신설동에, ⑥ 인창은 숭인동과 창신동에 해당한다
남부 11방에서 ① 광통은 광교와 무교동, ② 호현은 회현과 소공동에, ③ 명례는 명동에, ④ 대평은 남대문로와 삼각동에, ⑤ 훈도는 주자와 남학, 필동에, ⑥ 성명은 인현동에,⑦ 낙선은 충무로와 묵선동에 ⑧ 명철은 오장과 방산, 장충동에 해당한다.
서부 11방에서 ① 인달은 시작동과 필운동에, ② 적선은 적선동과 당주동에 ③ 여경은 신문로 2가 일대에, ④ 황화는 정동과 서소문 일대에, ⑤ 양생은 태평로와 남대문로 일대에, ⑥ 반석은 순화동과 중림동에, ⑦ 반송은 충정로와 영천동에 해당한다.
북부 10방에서 ① 광화는 원서동에, ② 양덕은 계동에, ③ 가회는 가회동과 재동에, ④ 안국은 안국동과 화동에, ⑤ 관광은 송현동과 중학동, 사간동에, ⑥ 진정은 삼청동에 ⑦ 순화는 신교동과 효자동, 청운동에, ⑧ 준수는 통인동과 옥인동에, ⑨ 의통은 통의동에 해당한다.
중부 8방에서 ① 정선은 낙원동과 봉익동, 운니동에, ② 경행은 경운동에, ③ 관인은 관훈동과 인사동에, ④ 수진은 수송동에, ⑤ 징청은 청진동에, ⑥ 장통은 관철동에, ⑦ 서린은 서린동에, ⑧ 견평은 견지동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