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안되 고생한 경험은 다양할 것이다.
근데 여기저기를 다녀보니 여행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영어 3마디가 정말로 긴요하였다.
하나는 thank you
또 하나는 excuse me
마지막으로 where is the restroom(toilet) ?
어찌나 탱큐를 남발하던지 원. 아주 사소한 것에도 탱큐다. 아예 탱큐를 입에 달고 다닌다고 해야할 정도이다. 그리고 툭하면 익스큐스미다. 길 물어볼 때도 익스큐스미, 물건 사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다 앞사람 발을 밟아도 익스큐스미, 앞으로 간다고 좀 길 좀 비켜 달라고 할 때도 익스큐스미, 길을 몰라 물어볼 때도 익스큐스미...
근데 여행을 하다보면 왜 그리도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는지. 나 원참... 근데 문제는 웬만하면 유료 화장실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문제였다. 여행을 하다보면 공짜로 화장실 찾아가는 요령(?)만 늘어나는 것을 발견하고 스스로 피식 웃은 적이 많다.
그래서 이 세가지만 잊어먹지 않아도 외국 여행에는 별 지장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새삼스럽게 체험하고, 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였다.
근데 영국 그것도 런던 다음으로 두번째로 크다는 버밍햄에서 처음 인상적으로 배운 말은 다름 아니라 '오카이'라는 말이다.
요게 뭐시냐 하믄, 이른바 Okay를 그네들은 그렇게 발음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무신 말인고 했다가, '오케이'를 그렇게 발음하는 것을 보고 무지 우스웠다. '오카이'가 뭐냐 우습게시리...근데 이곳 버밍햄사람들은 영어모음 a를 강하게 발음하는 특징이 있었다. 예컨대 투데이(today)를 '투다이'라고 하지를 않나. 선데이는 선다이~
'오카이'는 그렇다치더라도, 버스 타고 가다가 '스타이 헤~야'를 말을 들었는디 도시 알아먹을 수가 없었십다. 이건 또 뭐시게요, 함 알아 맞춰보시라우요.
고것이 뭐시냐믄,
바로 stay here라는 것을 여러 사람에게 물어본 후에야 비로소 알았다..ㅎㅎ
영국에는 크게 몇가지 말이 있다고 한다. 예컨대 런던사람들이 쓰는 영어는 코크, 비비시 방송에서 쓰는 비비시영어,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쓰는 영어 등. 근데 비밍햄 사람들이 쓰는 영어를 부루미라고 한단다. 버밍햄 사투리를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알아먹기 되게 힘들고, 더구나 영국 생활 초짜에게는 영어도 못한데다 잔뜩 주눅 들어있어서스리...
글자상으로는 다 같은 영어이니 읽고 쓰는 데는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이방인에게야 힘들다. 근데 알아먹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사투리라도 자꾸 생활 속에서 쓰다보면 오히려 그것이 훨씬더 손쉽고, 때론 재밌기 까지 하는 경우를 본다.
나이가 들수록 고향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입에 옮기는 것을 즐겨하는 것을 보면, 사투리라는 것은 구수하고 정감이 서려있을 뿐만 아니라 어렸을 적의 추억까지 묻어있으니 더욱 좋은가 보다. 나 역시 전라도 사투리를 입에 달고 다녀서 무지 촌시럽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그래도 좋은 것을....
내가 살고 있는 버밍햄 사람들이 쓰는 브루미는 영국인들 가운데에서도 악명이 높은가 보다. 말이 둔탁하고 입안에서 뱅뱅 굴려 분명하지 않는다고 이곳 영어 도사분들이 들려준다. 비비시 영어처럼 명확하게 발음하는 게 아니라, 말의 끝이 힘이 빠져 특히 끝말을 듣기는 더욱 어렵다.
학교 등에서 듣는 영어에 비춰볼 때, 슈퍼마켓이나 개러지(카센터) 등에서 쓰는 영어...이른바 개러지 잉글리쉬 또는 일상영어는 더욱 어렵다. 나 역시 슈퍼에서 식빵을 사서 이것을 썰어달라고 그냥 'slice'라고 했다가 딱 한번 성공하고, 3번은 뭐라고 하는데 알아먹지를 못하고 그저 멍하게 있다가 그냥 통으로 그냥 들고 온적이 많다. 많은 한국사람들이 영어에 좌절하는 경우도 이런 개러지 잉글리쉬의 독특함이 한몫한다고 한다.
들은 말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사무지...이게 뭐신고 허니 '샌드위치'를 그렇게 발음한다는 것이다. 누구는 유치원에 다녀온 아이가 오늘 점심 때 '사무지'를 먹었다고 해 도대체 이게 뭔지 하고 궁금해 했다가 나중에 알고보니 샌드위치인 걸 알고 배꼽 잡았다고 한다.
여기에 미국영어와 다른 영국영어가 가지는 특수성이 또 우리 한국사람들을 당황케 한다. 우리는 주로 미국 영어를 어릴 적부터 배워왔다. 그런데 이것이 같은 영어이면서도 영국영어는 발음부터 심지어 문법까지 조금 차이가 있다.
영국 영어는 발음기호를 그대로 충실히 따르고, 리듬도 상당히 딱딱하고 곧이 곧대로다. 예를 들면 사과는 '애플'(apple)이 아니라 '아플'이며, 미국에서는 't' 뒤에 모음이 오면 보통 연음처리하여 'r'로 발음하기에, 예컨대 물은 미국에서는 '워러(water)'라고 발음한다는디, 영국에서는 '워터'(둔탁하게 발음해)라고 하며, '배러리'(battery)가 아니라 바테리이다. 영국항공 비행기를 타고 '워러'라고 하면, 승무원은 그저 고갤 갸우뚱하기 십상이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이런 경험이 있다고 한다. 기숙사에서 누가 '하우 어바웃 투다이'(how about to die) 하더라는 것인데. ...'너 어떻게 오늘 죽나'(?) 이게 무신 해괴한 말인고... 한참 갸우뚱 했단다. 이 것도 알고보면, '하우 어바웃 투데이'(How about today), 즉 '오늘 기분 어떻냐'는 내용을 가진 흔한 인삿말인데
아예 말 자체를 달리 쓰이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서는 석유를 흔히 가스(gas)라고 한다는데, 여기선 정직하게 페트로리엄(petroleum)이다..
문법도 차이가 있을 때가 있다. '만나다'의 'meet'은 그냥 전치사 없이 타동사로 주로 쓰는데 영국에선 대체로 meet with 즉 전치사 with를 붙여 쓴다고 한다.
이 밖에도 미국에서 무슨무슨 '센터'는 'center'라고 표기하지만, 여기서는 'centre'이다. 내가 속해 있는 연구소도 'centre for the study of ethnity and cultre'이다.
아무튼 영국 버밍햄에서 살가자면, 이래저래 영어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못 알아들으니 어쩔 때는 정말 속이 심란하다. 못 알아먹으니 기가 죽어서 뭐라고 말도 못하고...그렇다고 어학연수를 받자니 돈도 암만이고, 그래서 요즘은 학교 수업을 4과목이나 청강하고 있다. 거의 못알아 먹고, 귀 사이로 다 새나가 버린다. 그렇지만 전공과목이기에 글자로 찍힌 자료를 보고 대충 통밥으로 이해해 나간다. 이해를 못해도 나에게는 별 문제도 없으니, 과제를 내야 할 부담도 없으니 그저 편하게 듣고 있다.
세상사가 다 그렇듯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말 몇마디 못한다고 해서 크게 어려울 것은 없다. 다만 조금 불편할 뿐이다. 인간이 하늘끝까지 다으려는 교만 때문에 하나님이 언어를 갈라놓으셨다는데, 어디 우리네 사람에게 언어라는 게 말만 있는가 ? 손짓 발짓, 눈짓, 몸짓 등등이 있지 않은가 ?
언젠가 나도 모르게 '오카이'라고 말하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피식 웃었다. 영국 사람들을 재미있게 비꼴려고 '오카이' '오카이'라고 여러번 했는데, 아 글씨 고곳이 언젠가 무의식 속에 들어와 버렸는지, 나도 모르게 내 입에 붙어있는 것을 '아, 나도 비밍햄 사람 많이 되었네'라고 웃었다.
첫댓글 영국에 모습이 보입니다. 즐거운 날 되십시요
내가 영어 배우기만 기다린 나의 어머님은 신여성이셨다. 영국선교사에게서 영어를 배우다 말으신지라 큰 딸이 중학교에 들어가자 말자 '독터 도아 홧이즈 디즈? '이런 발음이라서 학교 선생님의 발음과는 너무 틀린다는 사실을 알고 어머님께 영어를 안배우겠다고 했을 때 얼마나 놀라셨을까? 그리운 어머니.
지금 나의 고문인 리챠드는 늘 '수후 오카이' '오카이' '순복 오카이?'
예, 오카이입니다. 무지 반갑습니다
일어를 째끔배우고있는데 세계적인영어를 해야겠다는생각이 드는데 수일내 실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