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 선포문
2009년 3월 6일, 오늘은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스물셋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고 황유미 님의 두 번째 기일이다. 열악한 작업환경과 파렴치한 자본, 정부의 무책임함은 우리 모두의 자식이며 누이이자 동생인 한 노동자를 앗아갔다.
그뿐이 아니었다. 고 이민호 님, 고 황민웅 님, 고 이숙영 님, 고 남택신 님 등이 원인도 모른 채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 또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지금 이 순간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가?!!
‘세계화시대의 첨단산업’ ‘국가경제의 일등공신' 이라는 말로 미화되어온 반도체산업의 그늘 아래서 그렇게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은 무참히 짓밟혔다. ’또 하나의 가족‘ 을 자칭하는 삼성은 “또 하나의 죽음”을 만드는 장본인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슬픔과 아픔 속에서도 유가족은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하여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리는 그간 반도체노동자의 백혈병 집단발생에 대한 정확한 원인규명과 책임 있는 대책을 위하여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변한 것은 없다. 무노조를 표방하는 삼성은 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과 고통 앞에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는 부도덕한 짐승의 얼굴을 하고 있다. 또한 역학조사를 마친 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은 무성의한 태도로 자기 책무를 다하지 못한 채 유가족과 산재피해 노동자들을 기만하고 있다.
오늘, 우리는 안타깝고도 참담한 심정으로 그러나 결연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나아가 전체 노동자들의 귀중한 생명과 건강, 인권과 노동기본권을 찾고 지켜내기 위한 새로운 싸움을 전개할 것이다.
그 마음과 의지를 모아서 오늘,
우리는 “반도체산업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을 당당하게 선 / 포 / 한 / 다.
자본이 앗아간 생명들에 대해 넋을 기리고, 노동자 건강권 · 생존권 쟁취를 위한
강고한 연대와 당찬 행동을 결 / 의 / 한 / 다.
우리는 “죽은 자를 위한 추모와 산 자를 위한 투쟁”을 가슴 깊이 새기며,
죽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인간답게 노동할 권리를 파괴하는 현실에 맞서
더 큰 저항의 물결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2009년 3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