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장비 집중연구
방수 투습성 원단
대표적인 고어텍스를 위시, 많은 제품 출시...국산품도 기능성 뛰어나
이제 등산인들에게 방수, 투습성 원단은 매우 친숙한 소재다. 등산용 의류에 폭넓게 적용되는 이 원단이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것이 불과 20여 년 안팎. 산악운동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일천한 세월이지만, 그 파급효과는 과히 핵폭탄급이었다고 평가된다.
'외부의 물기는 막아주고 속에서 발산된 땀을 배출해주는 신비의 섬유'. 누가 보더라도 이상적인 아웃도어 의류다. 특히 산악인들은 이러한 기능의 옷이 나오길 갈망해 왔고, 방수 투습원단은 그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켰다. 그 덕분에 예전 같으면 엄두도 못 냈던 극한 등반도 가능해졌고, 보다 안전하고 쾌적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방수투습 원단이 보여준 성능은 등산인들의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방수가 잘 된다고 하지만 빗속에서 조금만 과격하게 움직여도 속옷이 젖어들 정도로 땀이 차고, 오래 사용하면 물이 새어 들어온다.
때문에 초기에도 마찬가지였지만, 많은 연구개발을 거듭해온 현재까지도 방수투습 성능에 대한 만족도는 그렇게 크다고는 볼 수 없다. 그것은 소비자의 요구가 이상적일 정도로 높기 때문이기도 한데, 실제로 상반되 역학관계에 있는 방수와 투습 두 요소를 제어하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다. 결국 현시점에서 볼 때, 지금 수준의 방수투습성 원단을 사용하는 것이 획기적인 신물질을 기다리는 것보다 현실적이란 결론이다.
고어텍스는 우연의 산물
방수투습 기능 원단의 시초는 지금도 세계 최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고어텍스다. 하지만 이 제품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 같은 치밀한 연구의 결과가 아니었다. 여러 발명품과 같이 실패가 낳은 우연의 산물이었다.
고어텍스는 1969년 10월 미국 동부의 작은 도시 뉴워크의 연구실에서 탄생했다. 당시 연구원인 밥 고어 박사는 PTFE(Poly Tetra Fluouro Ethylene)라고 하는 불소수지를 이용해 얇은 테이프를 개발 종이었다. 플라스틱계의 물질은 열을 가해서 천천히 당겨주면 늘어나는 것이 상식인데, PTEF는 전혀 달라졌던 것이다. 여러 달 동안 실험을 계속했으나 실패를 거듭했고 포기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상심한 그가 테이프픞 뜯어내려고 심하게 당겼을 때 PTEF는 엄청나게 늘어나 버렸다. 그의 손에 늘어난 PTEF는 방수, 투습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기능을 가진 전혀 다른 성질의 물질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마법의 소재 고어텍스가 태어나게 된 배경이다.
이렇게 탄생한 고어텍스는 거미집 모양의 연속 다기공성의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섬유질로 매우 안정된 특성을 갖고 있다. 영상 260℃에서 영하 240℃까지의 온도 변화에도 성질이 변하지 않고, 내성이 뛰어나 산이나 알칼라 등 대부분의 화학 약품에 전혀 변질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방수투습 소재는 고어텍스 같이 불소수지막을 천과 접착(laminating) 시키는 것과 직물에 폴리우레탄(PU)을 코팅하여 미세한 기공을 만드는 두 가지 방법으로 제조된다. 일반적으로 전자를 접착식, 후자를 코팅식이라고 부르는데, 두 원단을 비교해 보면 성능면에서 접착식이 훨씬 뛰어나다. 특히 방수성능과 내구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때문에 최근에 생산되는 대부분의 방수투습 기능의 제품들이 접착식 원단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같은 접착식 방수투습성 원단은 천과 접착시키는 다공성 수지막의 기능성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이 막은 물분자 보다 작고 수증기 분자보다는 700배 정도 큰 기공이 수없이 뚫려 있어 수증기는 통과하지만 물은 통과하지 못하여 방수투습 기능을 나타낸다. 다시 말해서 '물방울보다는 작고 물분자보다는 큰 기공을 촘촘히 낸 막을 일반 천에 겹친 것'을 방수투숩성 원단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수지막 접착식이 주종
방수투습성 원단의 종류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시장 점유도를 보면, 고어텍스라는 거인에 눌려 다른 제품들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등산장비업체들이 의류 등에 고어텍스를 채택하고 있으나, 자체적으로 소재를 개발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외국 제품의 경우 일본 니토덴코사에서 생산하는 미크로텍스(Microtex)와 미국 로우사의 트리플포인트세라믹(Triple Point Ceramic), 미국 시에라디잔인의 '제니시스'(Genesis), 미세기공이 없는 친수성 폴리에스터 직물에 접착한 독일의 심파텍스(Sympatex) 등이 있다.
국내에도 많은 업체가 원단 생산분야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다. 한때 제품을 만들다가 생산을 중지한 곳도 많지만, 현재까지 생산되고 있는 제품들을 보면, 최초의 국산 방수투습 원단인 코오롱의 '하이포라'를 비롯해, 전통의 섬유업체 효성T&C에서 생산하는 '프로엑트', 듀폰의 고성능 수지막을 공급받아 원단을 생산중인 뉴월드의 '하이트렐(Hytrel)', 자체 생산한 뛰어난 성능의 수지막을 이용해 만든 힐텍스사의 '힐텍스(Hill-Tex)' 등이 있다. 특히 이 간운데도 최근에 개발된 힐텍스나 하이트렐 같은 제품은 기능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어 기대가 된다.
여러 제작사의 제품들은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접착식 원단의 경우 나름대로의 기능성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방수투습 기능을 좌우하는 수지막 자체의 성능이 큰 차이가 없는 데다, 막의 접착방법과 발수성능, 통기성 등의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야외에서 사용할 때는 수치로 나타난 원단의 방수투습 성능만 뛰어나다고 좋은 제품으로 볼 수 없다. 소재 자체의 내구성과 내마모성이 우수해야 하며, 패턴과 바느질, 테이핑 등이 원단의 기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디자인돼야 한다. 때문에 제작사의 역량이 방수투습성 제품의 기능을 어느 정도 좌우하게 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방수투습 원단의 선택은 등산용품 제작사의 결정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방수투습성 원단은 의류 뿐만 아니라 텐트, 장갑, 스패츠, 슬리핑백, 신발 등 등산장비 전 분야에 걸쳐 폭 넓게 적용되고 있다. 이는 방수투습 성능이 등산장비의 매우 중요한 기능으로 여겨진다는 반증이다. 이는 보다 편하고 쾌적한 야외생활을 추구하려는 우리의 기호와도 꼭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주요 방수투습성 원단 제조사
◆효성T&C
제품명: 프로엑트
내수압: 10,000mm/H2O
투습도: 8,500g/㎡/24hrs
특징: 국내기술로 개발한 폴리우레탄 수지막 사용. 습식 라미네이션 공법의 제품. 외국산에 비해 가격이 1/3에 불과.
◆(조)코오롱
제품명: 하이포라
내수압: 2,000mm/H2O
투습도: 936g/㎡/24hrs
특징: 국내 최초의 방수투습성 원단. 폴리우레탄을 원단에 코팅하는 방식으로 제조. 가격이 저렴하나 투습성능이 비교적 낮은 편.
◆힐텍스
제품명: 힐텍스
내수압: 30,000mm/H2O
투습도: 30,000g/㎡/24hrs
특징: 자체 제작한 수지막 사용. 매우 뛰어난 발수성능. 통기성 '0'의 완벽한 방풍기능. 국내 히말라야 원정대의 필드태스트를 거침.
◆뉴월드
제품명: 하이플렉스
내수압: 10,000mm/H2O
투습도: 20,000g/㎡/24hrs
특징: 듀폰의 방수투습성 폴리에스터 엘라스토머 수지 하이트렐을 공급받아 생산. 단층 구조의 수지막으로 물성이 견고하고 시간이 지나도 기능 저하가 없음.
◆고어텍스
제품명: 고어텍스
내수압: 10,000mm/H2O
투습도: 12,000g/㎡/24hrs
특징: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대표적 방수투습성 원단 제조업체. 상기 내수압과 투습도는 일반적인 2중 고어텍스의 수치로, 수치에 따라 다양한 성능의 여러 제품 생산 중.
방수투습성 원단 제품 세탁법
1. 드라이크리닝은 절대 불가.
2. 세탁기에 따뜻한 물(40℃) 사용.
3. 비눗기가 완전히 가시도록 헹굴 것(비누는 방수효과를 감소시킴).
4. 염소표백제는 사용하지 말고 부드러운 중성세제를 사용할 것.
5. 건조기로 말리는 것이 더욱 좋음.
6. 비틀어 짜지 말고 펴서 말릴 것.
7. 건조 후 발수성 향상을 위해 발수 스프레이와 중온 스팀 다림질 필요.
size="2">*참조:등산장비집중연구
참고: 월간<산> 2002년 6월호 창간33주년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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