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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방향성이나 옳고 그른 가치를 담고 있지 않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호모 사피엔스 : 진화∞ 관계& 미래?>를 관람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전시회의 '진화∞ 관계& 미래?'는 무슨 뜻일까? 전시장 입구 벽면에서 이 기호에 대한 의미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기호의 의미는 :
∞ 진화는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고
& 그 과정에서 다른 생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 불확실한 미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종들과 공생을 통해 대비해야 한다.
기호는 진화의 진행(∞), 다른 생물들과의 관계(&), 불확실한 미래(?)를 의미하는 것임을 알았다. 이번 전시 안내문에 소개된 "호모사피엔스의 진화 과정과 다른 생명종과의 ‘공존’이라는 화두를 통해 나와 인류, 환경 등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시도하고 있다."는 내용을 세 개의 기호, ∞ & ?를 통해 일목요연하게 표현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전시 개최 안내글을 읽고 통로로 들어가면 왼쪽 벽면에 인간을 바라보는 현자들의 명언들이 적혀 있다. 그 중에서도 이번 전시의 의미를 확실이 밝혀 주는 글은 21세기 영국 생물인류학자인 앨리스 로버츠의 글이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난 수만 년 동안 긴 여행을 거쳐 오늘날의 전 지구상에 퍼지게 되었으니 추상적인 의미로 '인류의 여행'이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우리 조상은 결코 영웅도 정복자도 아니었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우리 종이 이렇게 꿋꿋이 살아남았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고 이를 이루어 낸 조상들의 뛰어난 독창성과 적응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들도 결국 당신 그리고 나와 똑같은 사람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벽면의 글을 읽고 커튼을 열고 들어가서 바닥에 설치된 동그란 장치를 밟으면 스크린에 동영상이 펼쳐진다. 호모 사피엔스 진화의 모습- 불의 사용과 장례 의식, 유인원의 등장, 도구 사용, 불의 발명, 장례 의식 등의 동영상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아마도 이번 전시의 전체를 개관하는 장면들을 전시 관람 이전에 살피는 공간으로 설치한 듯하다.
이 동영상을 보고서 첫 번째 전시실로 들어갔다. 이번 전시는 <프롤로그 : 진화를 이해하는 방식>, <제1부 : 진화>, <제2부 : 지혜로운 인간, 호모 사피엔스>, <에필로그 :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전시실은 <프롤로그 : 진화를 이해하는 방식>과 <제1부 : 진화>가 함께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 왼쪽 <프롤로그 : 진화를 이해하는 방식>은 '패러다임의 전환, 종의 기원'과 '필트다운인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은 인류의 기원에 대한 물음을 종교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가져왔으며,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의 세계관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인간의 특징이라 불리는 직립 보행, 두뇌 확장, 주변 환경과의 상호 작용, 사회적인 행위 등은 오랜 기간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진화 과정에서 자연 선택된 산물이라 할 수 있다."는 설명안내글을 통해 다윈의 저서 <종의 기원>은 종교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의 세계관으로, 중심의 영역을 바꾸는 획기적 서적임을 설명한다.
그런데 '필트다운인 사건'은 찰스 도슨(Charles Dawson, 1864~1916)이 1912년 사람의 머리뼈와 오랑우탄의 턱뼈를 조합해서 위조한 사건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진화 과정에서 큰 두뇌가 다른 신체 변화보다 먼저 나타났다는 인간 우월적 관점이 학문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라고 한다.
'프롤로그'를 관람한 뒤 '제1부' 관람으로 진행한다. 전시실 입구 오른쪽 <제1부 : 진화>는 '인류 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고인류 화석 발견 역사를 사진 자료와 함께 벽면에 소개하고 있으며, 맨 끝에는 '한반도의 고인류'에 대한 설명이 게시되어 있다. 이 주제 전시에서는 '몸으로 본 인간', '문화로 본 인간', '유전자로 본 인간' 등 인간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환경 변화와 인류 진화' 벽면은 "인류의 진화는 대규모 환경 변화, 그 중에서도 다양한 원인에 의해 유발된 기후 변화에 직접 영향을 받았다. 약 7만 년 전 대규모 화산 분출에 의해 호모 사피엔스가 거의 멸종 위기를 겪었던 것도 그 사례이다."라는 글을 통해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 과정에서 환경 변화가 엄청난 변화를 치렀다는 것을 밝히며 오늘의 현재 위기를 경고하는 듯하였다.
전시실 중앙에는 고인류 화석을 복제한 모형들을 설치해 두었다. 최초의 직립보행한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부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호모 네안데르탈레시스', '호모 사피엔스'까지 호모 사피엔스 700만 년의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
최근 전 지구적 규모의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계기로 우리 자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을까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인류진화의 시작점으로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진화과정은 유전적 돌연변이와 환경의 자연선택이 상호 작용을 하며 진행됩니다. 700만 년 전 휘청거리며 초원을 걷기 시작했던 우리가 이제 신에 비견될 만큼 전능한 존재로 거듭났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은 대자연 앞에서 우리 인간이 여전히 미약한 존재임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시각으로 호모 사피엔스의 과장되지 않은 실체를 직시해 보고자 합니다. 또 진화 과정에서 맺어 온 여러 생물종과의 관계를 성찰하는 한편, 앞으로 맞이하게 될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를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전시 개최 안내글을 읽고 통로로 들어가면 왼쪽 벽면에 인간을 바라보는 현자들의 명언들이 적혀 있다.
대저 한 번 번성하면 한 번 쇠퇴하고, 한 번 쇠퇴하면 한 번 번성하는 것이니, 천하의 만물 중에 무엇이 그렇지 않겠는가.
-송시열(17세기 조선 학자)
기호의 의미는 :
∞ 진화는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고
& 그 과정에서 다른 생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 불확실한 미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종들과 공생을 통해 대비해야 한다.
우리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제정신이 아니었다. 다행인 것은 이 세계를 파멸시킬 정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 -나심 탈레브(21세기 미국 경영학자)
호모 사피엔스는 지난 수만 년 동안 긴 여행을 거쳐 오늘날의 전 지구상에 퍼지게 되었으니 추상적인 의미로 '인류의 여행'이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우리 조상은 결코 영웅도 정복자도 아니었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우리 종이 이렇게 꿋꿋이 살아남았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고 이를 이루어 낸 조상들의 뛰어난 독창성과 적응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들도 결국 당신 그리고 나와 똑같은 사람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앨리스 로버츠(21세기 영국 생물인류학자)
벽면의 글을 읽고 커튼을 열고 들어가서 설치된 장치를 밟으면 스크린에 동영상이 펼쳐진다. 호모 사피엔스 진화의 모습, 이번 전시의 전체를 개관하는 장면들을 살핀다.
유인원의 등장, 도구 사용, 불의 발명, 장례 의식 등의 동영상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이 동영상을 살피고 첫 번째 전시실로 들어간다. 이번 전시는 <프롤로그: 진화를 이해하는 방식>, <제1부 진화>, <제2부 지혜로운 인간, 호모 사피엔스>, <에필로그: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전시실은 <프롤로그: 진화를 이해하는 방식>과 <제1부 진화>가 함께 전시되고 있다.
프롤로그 : '진화를 이해하는 방식'
최초의 직립보행한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부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호모 네안데르탈레시스', '호모 사피엔스'까지 700만 년에 걸친 인류의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
'인류의 진화'라 하면 흔히 떠오르는 장면은 고인류가 처음에는 구부정한 모습으로 두 발로 걷다가, 점차 허리를 펴며 손에 도구를 쥐고 있고, 체형이 날씬해지는 모습으로 변화하는 장면일 것이다. 이러한 단선적 진화 가설은 생물학, 유전학 등 관련 학문이 발달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최근에는 나뭇가지 모양이나 강줄기 모양 등 좀 더 복잡한 가설이 지지를 받고 있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이 1837년에 작성한 메모에는 '생명의 나무(Tree of Life)'가 표현되어 있다. 이는 생물종의 진화 계통을 나타낸 나무처럼 생긴 도표이며, 진화계통수(進化系統樹, Phylogenetic tree)'라고도 한다. 진화는 방향성이나 옳고 그른 가치를 담고 있지 않다. 다양한 생물종이 그 나름의 방식으로 환경 변화에 적응한 결과일 뿐이다. 즉, 진화(進化)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무쌍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느냐 도태되느냐의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은 찰스 다윈의 저술로 1859년 11월 24일에 처음 출판되었다. 자연선택을 통한 종의 진화에 대한 이론을 제시하여 진화생물학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 저서 이후로 인류의 기원과 관련하여 다양한 주제들이 적극적으로 논의되었으며, 고인류 화석들이 발굴될 때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였다. <종의 기원>은 인류의 기원에 대한 물음을 종교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가져왔으며,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의 세계관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인간의 특징이라 불리는 직립 보행, 두뇌 확장, 주변 환경과의 상호 작용, 사회적인 행위 등은 오랜 기간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진화 과정에서 자연 선택된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종의 기원>을 시작으로 연구자들 사이에 유인원과 인류 사이의 연관성을 밝힐 수 있는 '잃어버린 고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되었다. 찰스 도슨(Charles Dawson, 1864~1916)은 1912년 영국 필트다운에서 현생 인류 이전의 화석을 발견했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필트다운인(Piltdown man)은 보고 당시부터 화석의 진위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1940년대 이후 불소를 이용한 연대측정법이 개발되면서 필트다운인은 사람의 머리뼈와 오랑우탄의 턱뼈를 조합해서 위조했으며 뼈 나이도 최근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40년 가까이 진짜 화석으로 인정받았던 필트다운인 화석의 위조 사실은 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필트다운인 사건은 진화 과정에서 큰 두뇌가 다른 신체 변화보다 먼저 나타났다는 인간 우월적 관점이 학문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를 잘 보여준다.
제1부 : 진화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크로마뇽인, 호모 사피엔스까지 700만 년의 진화를 시대별로 전시
인류 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고인류 화석 발견 이야기를 사진 자료와 함께 벽면에 소개하고 있다. 맨 끝에는 '한반도의 고인류'에 대한 설명이 있다.
진화(進化, Evolution)는 생물 집단이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돌연변이 등에 의한 변화를 축적하여 새로운 종이 분화하는 자연 현상을 가리키는 생물학 용어이다. 여러 종 사이에서 발견되는 유사성을 통해 진화 과정을 거쳐 먼 과거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점진적으로 분화되어 왔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인류가 진화해 온 지난 700만 년 동안은 혹독한 추위의 빙하기가 반복되는,
지구 역사상 가장 기후가 불안정한 시기였다. 인류의 삶은 이러한 위기 속에서 주변 환경을 극복하고 생존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긴 시간 동안 20여 종의 우리 조상이 나타났었지만 모두 사라지고 오늘날에는 호모 사피엔스 종만 남게 되었다.
우리는 스스로 인간(Human)이라고 부르지만 '인간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가?'란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을 영장류와 같은 조상을 가졌다는 의미의 '영장목(靈長目, Primates)'으로 분류한 사람은 카를 폰 린네(Carl von Linné, 1707~1776)였다. 그는 1758년에 <자연의 체계(Systema naturae)에서 인간을 생물학적으로 분류하였다. '슬기로운 사람'이란 의미의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로 린네가 붙인 이름이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말까지 사람들은 유인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직립 보행, 도구 사용, 사회 생활, 식량 공유, 사냥, 문화 등이 인간의 특징을 구성한다고 생각하였다.
1856년 독일 네안데르 계곡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 화석. 최초로 발견된 고인류 화석이다. 1868년 프랑스 레제지에서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화석 크로마뇽인이 최초로 발견되었다.
한반도에서는 주로 동굴 유적에서 고인류 화석이 발견되었다. 북한 지역에서는 역포인, 승리산인, 덕천인, 용곡인 등 호모 사피엔스가 발견되었으며, 동물 화석 중에는 털코뿔소, 넓적큰뿔사슴, 물소, 들소, 하이에나 등 절멸종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남한 지역에서는 중부 지방의 흥수굴 유적에서 호모 사피엔스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발표가 있었으나 아직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유럽과 달리 호모 네안데르탈레시스가 만든 무스테리안 석기가 발견되지 않는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호모 에렉투스가 발견되었지만 한반도에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구석기 유적의 절대 연대나 석기 제작 기법 등을 살펴보면, 한반도에는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 등이 살았을 가능성이 높으며 향후 새로운 고인류 화석의 발견이 기대된다.
고인류학자들은 화석을 가지고, 유전학자들은 유전자들을 분석하여 인간을 연구한다. 연구자들이 화석을 연구하면서 먼저 발견한 것은 신체의 변화였다. 신체 변화의 출발점은 두 발로 직립 보행하는 것이었다. 이후에 두 손의 사용, 신체 비율의 변화, 두뇌 확장 등의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화석과 함께 발견되는 석기, 사냥, 불과 요리의 흔적에서 인류가 이룩한 문화적인 측면에도 눈을 돌리게 되었다.
최근에는 유전자를 분석하여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고인류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이런 연구 과정에서 현생인류가 진화 과정에서 다른 고인류의 유전자를 일부 공유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유전자 교류를 하면서 현재의 '우리'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주제 전시에서는 '몸으로 본 인간', '문화로 본 인간', '유전자로 본 인간' 등 인간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소개하고 있다.
몸으로 본 인간
두 손 사용, 직립 보행, 두뇌의 확장, 출산과 육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을 정의할 때 여러 가지 조건이 있겠지만 고인류 화석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몸의 변화이다. 그 중에 두드러진 특징으로 직립 보행과 큰 두뇌를 들 수 있다. 직립 보행은 인류 진화의 열쇠라고 불릴 만큼 영향력이 큰 요인이며 큰 두뇌는 현대인이 오늘날의 문화를 이룰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직립 보행으로 인간은 도구 사용, 언어 발달, 두뇌의 급격한 성장 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반면에 넘어지는 사고가 많아지고 척추 질환도 앓게 되었으며 출산할 때 극심한 통증을 감수해야 했다. 그리고 무릎, 허리, 목 관련 질환과 복통, 심장병, 혈액 순환 장애 등도 얻게 되었다.
직립 보행에 이은 두 손의 독립과 사용은 인류 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사건이다. 특히 엄지손가락의 변화는 큰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엄지손가락이 다른 손가락 끝과 닿는 움직임(대향성, Opposability)이 가능해지면서 손 기술이 향상되고 이후 다양한 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다. 연구자들은 약 200만 년 전 이러한 엄지손가락의 진화가 더 복잡한 문화로 발전하는 근간이 되었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큰 두뇌를 가진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에서 등장하여 유럽과 아시아 지역으로 퍼져 나가고, 이와 함께 주변 자원을 활용하고 석기 제작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직립 보행은 인류가 가지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오늘날 지구상에 있는 200종 이상의 영장류 중 인간만이 두 발로 걸어 다닌다. 걷는 모습이 변했을 때 인간의 생태적 위치, 사고 방식 등도 함께 변했다. 골반뼈가 발달하고 뇌 용량이 커지며, 손이 자유로워지면서 인간이 다른 유인원과 구별되는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머리가 높아져서 시야가 넓어졌고 다른 사람과 얼굴을 맞대기 쉬워져서 감정 표현, 의사 소통이 발달하였다. 손과 팔의 움직임이 정교해지고 지능이 발달하였으며 횡경막이 자유로워지면서 언어의 사용도 가능하게 되었다.
두뇌의 확장 :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신체 에너지의 20%를 사용하는 큰 뇌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지식과 정신의 원천인 두뇌 안에는 수많은 뉴런들이 존재하고 있다. 진화 과정에서 인간의 두뇌는 1,350cc 정도로 침팬지의 400cc에 비해 세 배 정도 커졌다. 약 80만 년 전부터 기후 변화의 폭이 커지는데 이 시기 인간의 두뇌도 급격히 확장하기 시작하여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와 호모 사피엔스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인간은 다른 유인원에 비해 새로운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문화적인 능력이 더 발전하게 되었다. 확장된 두뇌를 통해 개인적인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집단의 능력도 키울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인 것이다.
출산과 육아 : 호모 사피엔스는 진화 과정에서 점차 커진 두뇌로 인해 출산 시 산모나 아이가 죽을 위험이 높아졌다. 따라서 인간은 출산할 때 유인원과 달리 반드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뇌는 완전히 성장하지 못한 채 출산하게 되었고, 생후 10년 이상 두뇌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지속적인 보살핌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많은 정보와 기술을 배우면서 생존 능력을 키우게 된다. 이로써 성인이 되었을 때 높은 경쟁력을 가진 개체로 성장한다.
문화로 본 인간
인류는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도구, 사냥, 언어, 불과 요리 등의 특징들을 가지게 되었다. 인류의 도구 사용은 330만 년 전 무렵부터 확인된다. 석기를 이용하여 이전에는 다루기 어려웠던 짐승의 고기, 골수 등을 섭취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불은 추운 환경에서도 인류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 주었으며, 에너지 효율이 높은 화식(火食)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언어는 소통의 효율을 극대화하여 대규모의 집단을 이루고, 문명의 발전이 가능하도록 해 주었다.
유전자로 본 인간
인류의 조상 그룹이라 할 수 있는 호모 속(屬)에는 얼마나 많은 종들이 존재하였을까? 고인류 화석 발견 사례를 보면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Homo heidelbergensis), 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siensis),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Homo neanderthalensis) 등 많은 종들이 존재했었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 대한 '아프리카 기원설', '다지역 기원설'과 유전자 연구에 의한 '이브 가설' 등 여러 가설은 고인류 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최근 학계에서는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미확인된 호미닌(Hominin) 사이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이종 교배'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 유럽인과 아시아인의 유전자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1~4% 정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 연구가 진전될수록 우리가 모르는 고인류와의 관계를 더욱 자세히 알게 될 것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미확인된 호미닌(Hominin) 사이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이종교배'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 안에는 우리 조상들의 다양한 유전자가 공유되어 있으며, 유전자의 우월함보다는 다양함이 인류가 생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환경 변화와 인류 진화
지구의 지각은 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판들의 움직임은 새로운 대륙과 바다, 산맥을 만들고, 화산 활동을 일으킨다. 지구 지축의 각도 변화 및 자전축 변화로 인해 태양광이 닿는 지역이 변화하면 그 지역의 기후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의 기후에도 영향을 준다. 판의 이동으로 생겨난 현재의 대륙 분포는 기후와 대기의 흐름 그리고 해류의 흐름에 영향을 끼친다. 또한 기후 변화에 따른 빙하의 증감은 해수면 높이를 변화시켜 생태계 변화, 인류의 이동 등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인류의 진화는 이와 같은 대규모 환경 변화, 그 중에서도 다양한 원인에 의해 유발된 기후 변화에 직접 영향을 받았다. 약 7만 년 전 대규모 화산 분출에 의해 호모 사피엔스가 거의 멸종 위기를 겪었던 것도 그 사례이다.
빙하기(氷河期, Ice age)는 지구의 기온이 내려가서 남극과 북극의 얼음층이 확장되는 시기를 의미한다. 과거 빙하기는 북아메리카와 유럽 대륙으로 빙하가 확대된 시기였다. 반면 아시아 지역은 빙하가 발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빙하기는 10.000년 전에 종료되었으며, 과학자들은 현재를 빙기와 빙기의 사이인 간빙기라고 부른다. 미래에는 새로운 빙하기가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빙하기가 중요한 것은 인류를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빙하기에는 해안선이 멀어지고 육지의 많은 부분이 얼음으로 덮인다. 동식물도 감소하므로,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는 이러한 환경 변화에 따라 이동하는 등 생존을 위한 전략을 바꿔야만 했다.
고인류 화석 복제 모형물
최초의 직립보행한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부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호모 네안데르탈레시스', '호모 사피엔스'까지 700만 년에 걸친 인류의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