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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란 원래 시끄러운 것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과정이라면 좀 시끄러워도 참아야 하는 것이 민주제도의 선거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을 보노라면 걱정돠고 염려되는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더구나 제주의 좁은 섬 안에서 벌어지는 선거판의 후유증은 도를 넘기도 한다.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이웃사촌이나 친구사이가 멀어지거나, 공무원들의 편가르기와 줄서기같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금은 그 정도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과거에는 선거에 지방 폭력조직이 동원되기도 하였다. 제주 선거판은 괸당선거문화로 유명하다. 괸당은 제주말로 친인척을 아우르는 말이다. 여당이니 야당이니 하는 정파나 정책보다 제주 유권자들의 투표행위에는 연고주의가 판을 친다는 비판인 것이다. 섬나라를 떠나온 出鄕民에게는 듣기에 마음 편한 소리는 아니다. 이번 제주도지사 선거판에는 가까운 친구 둘이 서로 다른 지사후보의 핵심 선거참모로 관여하고 있다. 부디 오랜 우정에 금이 가는 일은 결단코 없기를 바라진다. 그럴 친구들이 아니란 걸 알고 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젤 더러운 동네가 정치판이라고들 한다. 친구들아, 우정과 의리에 티끌만큼도 손상이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을 옮겨 싣는 것도 어느 편을 드는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며... 불가능한 일이지만, 모두 승리하길!
'제주판 3김 시대' 이번엔 종식되나 이주빈 기자 <오마이뉴스> 2014년 2월 22일
한국 정치사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대중-김영삼-김종필의 3김 시대. 제주도 사람들은 이를 빗대 '제주판 3김'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제주판 3김은 우근민(72) 현 제주도지사와 신구범(72)·김태환(72) 전 지사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무려 23년 동안 제주도지사를 번갈아 지내며 제주도를 쥐락펴락했다. 그 중 두 명(우근민·신구범)은 6·4 지방선거에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이른바 '제주판 3김'으로 불리는 우근민 현 제주지사, 신구범 전 지사, 김태환 전 지사(왼쪽부터) 이들은 무려 22년 동안 제주도지사를 번걸아가며 지냈다. 이 중 두명은 6.4 지방선거에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 제주의소리
20일 오후 제주시 동문로터리에서 택시를 탔다. 개인택시를 모는 김아무개(52)씨는 "지난 지방선거에선 우근민 현 지사를 찍었는데 이번엔 안 찍을 것"이라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너무 오래 해먹었고, 자기들끼리만 해먹는다"는 것이었다.
9급부터 시장까지 도지사에게 인사권 집중
우근민 지사는 지난 1991년 관선지사를 시작으로 관선 2번, 민선 3번 등 총 5번이나 지사직에 올랐다. 올해까지 계산하면 그는 12년간 제주지사로 재임하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신구범 전 지사는 1993년 관선, 1995년 초대 민선지사 등 약 5년간 제주지사를 지냈다. 김태환 전 지사는 2004년 우 지사가 선거법 위반으로 지사직을 상실한 뒤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뒤 2006년 선거에서도 승리해 약 6년 정도 도지사를 지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특성상 이들은 사실상 제주도를 '통치'했다. 제주지역의 연간 지역 내 총생산(GRDP)은 약 12조 원. 지역 내 총생산의 1/4에 달하는 3조 원이 제주도 예산이다. 제주도정을 장악한다는 것은 제주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힘을 함께 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제주도지사는 제주특별자치법에 따라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한다. 9급부터 시장까지 도지사에게 인사권이 집중되다 보니 공무원들의 눈치 보기와 줄서기가 극에 달한 지경이다.
이들은 서로 '우파(우근민 파)', '신파(신구범 파)', '김파(김태환 파)'라는 약어로 호칭하며 적대적 공생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우파' 공무원들의 건배사가 알려져 도민들의 지탄을 샀다. 건배사는 '조배죽'. '조직을 배신하면 죽음'의 줄임말로 조직폭력배들이나 할 법한 유치한 건배사를 공무를 집행한다는 자들이 대놓고 한 것이다.
이재홍 < 제주의소리 > 편집국장은 "제주판 3김의 제왕적 정치 구조는 제주 사회에 '중립'이라는 말을 없애버렸다"며 "공무원 인사와 투자 등 경제 이익 배분에서 우리 편이 아니면 모두 배제해버리는 극단의 룰이 판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20년 넘게 이어진 제주판 3김 시대는 지역 인재가 성장해가는 발판을 치워버린 꼴이 되었다"며 "새로운 인물이 지역에서 성장해 가지 못하다 보니 제주도가 타 시·도에 비해 매우 정체된 지역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청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은 익명을 요구하며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이 기본 의무사항인데 제주도에선 그렇게 했다가는 나만 죽는다"고 말했다. 제주판 3김에 줄을 댄 파벌이 워낙 막강해 어디 한쪽이라도 줄을 서지 않으면 "상상치 못할 정도로 인사상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김국상 통합진보당 제주도당 사무처장은 "제주판 3김의 근원이 관료정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그 원인을 설명했다. 김 처장은 "독점적 인사권과 재정권의 위력의 맛을 아는 관료 출신 정치인들이 공직사회는 물론 지역사회 전체를 향해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며 "이 줄 세우기는 지역사회의 극심한 분열을 심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제주판 3김 시대' 균열... 여론조사에서 동반 퇴진 58.5%
하지만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영원할 것 같았던 제주판 3김 시대가 균열하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작년 9월 14일 제주MBC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제주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제주도민의 58.5%는 "세대교체와 지역통합을 위해 제주판 3김이 동반 퇴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퇴진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36.9%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퍼센트)
작년 12월 10일엔 제주판 3김 중 한 명인 김태환 전 지사가 6·4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 전 지사는 "세대교체란 시대적 소명과 도민 요구를 받아들여 지금의 정치행보를 접는다"고 불출마의 변을 남겼다.
제주판 3김 후보들을 압박하는 새로운 경쟁자들의 추격도 매섭다. < 제주의소리 > 등 제주지역 인터넷 언론사 6곳이 케이엠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제주도 내 19세 이상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24일과 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우근민 지사(새누리당, 16.9%), 신구범 전 지사(새정치연합, 16.5%), 김우남 의원(민주당, 16.3%), 고희범 전 위원장(민주당, 13.9%), 김방훈 전 시장(새누리당, 13.5%) 등 5명이 오차범위(±3.1%p)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이고, 응답률은 15.9%).
원희룡 차출설만으로 제주도 '출렁'
▲원희룡 전 새누리당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그리고 최근 들어 가장 강력한 변수가 등장했다. 다름 아닌 새누리당의 '원희룡 차출설'이다. 말 그대로 '설'뿐인데도 제주도가 요동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원희룡은 '제주판 3김이네, 새누리당이네, 민주당이네, 안철수당이네' 하는 모든 것을 빨아 삼켜버리는 블랙홀"이라고 표현했다.
제주 지역 매체에서 일하는 한 기자는 "'원희룡'이라는 이름 하나로 '세대교체, 공평한 발전, 힘 있는 제주도'의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라며 "근래 제주지역 최고의 이야깃거리는 원희룡이 과연 출마할 것인가"라고 전했다.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실이 지난 10∼11일 전국 1만70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주도지사 가상대결 조사에서 원희룡 전 의원은 지지율 54.6%를 기록하며 민주당 김우남 의원(34.2%)을 20.4%p차로 따돌렸다(신뢰 수준은 95%, 표본오차는 지역에 따라 최소 ±1.39%p(서울)에서 최대 ±3.16%p(대전).
제주판 3김 중 한 명이었던 김태환 전 지사의 불출마 선언, 민주당 후보들의 강력한 선전, 원희룡 의원 차출설까지 '제주판 3김' 시대를 흔드는 변수들이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6·4지방선거를 통해 제주판 3김 시대가 끝날 것인지 아니면 그 정치적 수명을 다시 이어갈 것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