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⑴ㄱ. 세종대왕함 뒤로 보이는 독도가 새해 첫 눈으로 덮혀 있다. ㄴ. 2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가 하얗게 눈에 덮혀 있다. ㄷ. 1월 7일(현지 시간) 기온이 섭씨 영하 12도까지 떨어진 러시아 남부 스타브로폴에서 사람들이 카잔 성당으로 이어진 눈 덮힌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ㄹ. 얼굴을 검게 칠한 흰색 위장복의 특전사 대원들, 눈 덮힌 산비탈을 미끄러져 내려옵니다. |
위 사례들은 모두 아직도 따끈따끈한 기운이 남이 있을 법한 올해 2015년의 신문 기사들입니다. 각각 ‘덮여’와 ‘덮인’으로 써야 할 문맥에서 이와 같이 전문직 기자들조차 오류를 보이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을 보면, ‘덮이다’를 ‘덮히다’로 잘못 인식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듯합니다. 그러나 우리말에 ‘덮히다’라는 형태는 없으므로, 일단은 올바른 형태인 ‘덮이다’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바,『표준국어대사전』에 제시된 ‘덮이다’의 의미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의미 |
용례 |
1. 물건 따위가 드러나거나 보이지 않도록 넓은 천 따위가 얹혀서 쓰이다. |
例. 밥상은 예쁜 상보로 덮여 있었다. |
2. 그릇 같은 것의 아가리가 뚜껑 따위로 막아지다. |
例.비가 와서 급히 옥상에 가 보니 항아리는 이미 널빤지로 덮여 있었다. |
3. 일정한 범위나 공간이 빈틈없이 휩싸이다. |
例.앞에 보이는 산은 검은 구름에 완전히 덮여서 그 형체가 잘 보이지 않았다. |
4. 어떤 사실이나 내용 따위가 따져 드러나지 않고 그대로 두거나 숨겨지다. |
例.그는 과거의 부끄러운 행적이 최근의 선행에 덮이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 |
5. 펼쳐져 있는 책 따위가 닫히다. |
例.바람이 불자 펼쳐져 있던 책이 저절로 덮였다. |
여기에서 보듯이, 우리말 동사 ‘덮이다’는 다섯 가지 정도의 의미를 지니며 이들은 모두 동사 ‘덮다’의 피동형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특성을 지니는 ‘덮이다’를 ⑴에서처럼 ‘덮히다’로 잘못 쓰는 오류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추측이긴 하지만, ‘덮이다’와 형태와 의미는 다르면서 발음은 동일한 ‘덥히다’와의 혼동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주지하다시피 ‘덥히다’는 형용사 ‘덥다’의 사동형으로서 “몸에 느끼는 기운을 뜨겁게 하거나 사물의 온도를 높게 하다.”라는 정도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덮이다’와 ‘덥히다’의 이와 같은 의미와 형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발음은 둘 다 [더피다]인 셈이니 ‘덮이다’를 잘못 ‘덮히다’로 인지하는 것, 바로 이것이 오류의 원인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어쨌든 서로 구별해서 써야 할 우리말 동사에 ‘덮이다’와 ‘덥히다’가 있으며, 이를 ‘덮히다’로 인지하거나 쓰는 것은 잘못된 것임을 잘 알아 두셨으면 합니다.